내향적인 사람 중 가장 외향적인 사람 - 까꿍TOON
최서연 지음 / 비채 / 2021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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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읽다가 커피를 뿜기 일보 직전에 겨우 정신 차리니, 옆자리 사람이 나를 째려보고 있더라. , 나 정말 그렇게 진상이었어? 나도 모르게 첫 페이지에 등장한 지하철 빌런을 읽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옆자리에 앉은 모르는 아줌마가 내 거 이어폰 한쪽을 당당하게 끼고 있다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막 화내도 되는데 순간 너무 당황해서 할 말을 잃은 듯한 느낌. 남의 이어폰을 마치 자기 것처럼 당당하게, ‘너 한쪽 이어폰 안 듣잖아?’ 하면서 자기 귀에 꽂는 사람은 뭐냐? 이것뿐만 아니다. 이 책에 소개된 많은 에피소드가 웃음 폭탄이다. 왜 까꿍의 일상은 이런 건가 싶으면서도, 까꿍에게 이런 재미난 일상을 끌어당기는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궁금했다.



까꿍의 주변에는 웃음유발자가 가득하다. 친구, 가족, 그 밖의 사람들. 아르바이트하면서 만난 진상들은 왜 그렇게 다 특이한지, 멀쩡하게 잘 신고 가던 구두는 왜 하수구에 끼어서 그녀를 절름발이로 만드는지, 학원 수강하는 초등생에게 나눠 먹으라던 비타민은 왜 발치한 이가 되어야만 했는지. 독서실의 불청객 비둘기를 쫓지 못하는 사장님 대신에 그녀가 나서야만 했던 일, 버스에 탄 커플의 셀카에 당당하게 중심을 차지한 그녀의 얼굴은 어쩔. 레이어드 커트로 세련미를 폭발시키겠다는 계획은 시간을 거스르는 자가 되어 인생 역주행하고 있었다. 인생 사진은커녕 기본 사진에서조차 대충 찍으면서 자기와 다른 얼굴로 의심의 도가니를 만들고, 뷔스티에 원피스의 수명을 한방에 꺾어놓는다. 돼지껍데기집사장님의 서비스는 공포 그 자체였고, 음식을 남기고 뛰쳐나가게 만드는 일상의 특별한 기억이 아무에게나 찾아오지는 않는다.



, 생각만 해도 웃기다. 다른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웃기고, 어이가 없어서 웃긴 이야기들에 푹 빠져 있다 보면 이 여름의 더위는 생각나지도 않는다. 가만히 듣다 보면 까꿍의 이런 천연덕스러운 긍정 마인드와 당황할 순간에도 무던하게 넘기는 자세는 이 가족에서 물려받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LA 여행에서 살아남으려고 중국인 여행객 속에 뛰어든 모녀는 너무 기발했다. 자전거 도둑이 극성일 때 꽁꽁 묶어둔 까꿍 엄마의 자전거는 안심되었다. 이 정도로 꽉 묶어놨는데 누가 훔쳐 갈 수 있으리. 하지만 웬걸. 자전거를 못 훔친다면 안장이라도 가져가 보겠다는 도둑의 집념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런 도둑 따위 별거 아니라는 듯이 엄마는 또 그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어떻게? 뒷자리에 타고 허리를 바짝 수그리며 두 팔을 쭉 뻗어 자전거 손잡이를 잡고 괴상한 자세로 힘껏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도둑이 아니라 이 가족의 집념을 이길 수 없다는 게 맞는 말. 오호, 까꿍 어머님 최고!



어디 가족뿐이겠는가. 그녀의 옆에 있는 친구들은 이 웃음에 절대 빠질 수 없었다. 비밀 생일 파티를 망쳐버리는 것은 기본이고, 같이 공부하자면 카페에서 만나면 책의 표지에 빠져들다가 헤어지기 일쑤였다. 만나기로 찰떡같이 약속해도 귀찮음과 게으름, 추위가 뭉개버린 약속은 너무 쉽게 취소되었다. 누구도 이 약속 취소에 딴지를 걸지 않았고, 오히려 기쁨의 안도를 만끽했다. 역시, 비슷한 사람은 통하는 게 있는가 보다. 비슷하지 않다면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겠어? 기가 막힌 상황은 언제나, 계속 펼쳐진다. 친구의 남친을 만나러 갔다가 못 볼 꼴을 보고야 말았으니, 친구는 남친의 웃기지도 않은 얘기에 격하게 리액션 해주다가 사레가 들었고, 급기야 콧구멍으로 쫄면을 내쏟는 마법을 펼쳤다는. @@ 절대 안 먹겠다고 서로 다짐하면 헤어졌는데, 야식 배달을 잘못 받고 아무렇지도 않게 건너온 친구. 민망할 것 같은데 민망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지우고 천진난만한 표정을 쏘아내는 이 친구들이 어쩌면 좋으냐.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까꿍은 내향인 49% + 외향인 51%’ 성향의 소유자라고 하는데, 이 책에서만 보자면 까꿍은 그저 완벽한 외향인이 아닐까 싶다. 아무렇지도 않게 드립의 끝을 보여주는 그 표정과 몸짓 발짓 손짓은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이 만화가 재밌는 이유는 간결하게 그려진 한 컷에 그 많은 말을 충분히 담고 있다는 것(몇 마디 말에서 모든 상황 파악하고 결론까지 다 보게 해주지 않나?). 거기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멘트가 이 만화를 더욱 몰입하게 한다. 즐겁지 않을 수가 없다. 굳이 더 찾아보고 싶게 하는 이 마성의 매력은 뭐냐고 대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게 아쉬울 정도로 실컷 웃고 유쾌함의 끝을 보게 했다.


그렇다고 웃음만 남긴 건 아니다. 코로나 19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오늘도 공감을 더 한다. 마스크 속에서 움직이던 입술의 흔적은 또 다른 자국을 남기고, 어느새 비대면 수업은 익숙해졌다. 오랜만에 시험을 치르러 학교에 가는 게 일상이 되었다. 늦잠으로 잠결에 비몽사몽 온라인 수업 듣는다고 카메라를 켜기도 한다. 초등학교 조카 아이 온라인 수업 듣는 거 보니까, 상의 티셔츠만 갈아입고 하의는 여전히 잠옷인 채로 책상 의자에 앉아 있더라. 이제 온라인 수업이 편하고 익숙해서 오히려 일주일에 한두 번 학교 가는 날이 귀찮단다. 집에서 뒹굴뒹굴하다 보니 살이 쪄서 고무줄 바지밖에 안 맞는다고. ㅠㅠ 까꿍의 코로나 일상도 다르지 않았다는 게 너무 공감된다. 히잉.


평범한 2000년생 대학생인 저자가 자기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그려서 SNS에 올리면서 시작된 까꿍TOON은 인기 인스타툰이라고 한다. 미술을 전공하거나 만화를 배운 것도 아니라니 더 놀랍다. 캐릭터 표정 하나에 많은 말이 담겼고, 특유의 유머 감각은 짧은 멘트로 발휘한다. 왜 이걸 아직 몰랐는지 아쉬울 정도로 일상의 웃음유발자였다. 남의 이야기라 웃긴 건가 싶다가도, 이거 내 얘기인가 싶어 두리번거리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하루를 지켜보면서 이렇게 웃을 수 있다니, 오랜만에 실컷 웃고 얼굴 주름살 늘리는 일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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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7-30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상이 코미디라니, 무슨 일이든 재미있게 봐설지도 모르겠네요 저라면 안 좋게 여길 일도 이걸 그린 사람은 재미있게 여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사람한테는 그런 친구가 있는가 봅니다


희선

구단씨 2021-08-03 00:51   좋아요 1 | URL
재밌어요. 웃음이 나더라고요. 그런데 저와 웃음 코드가 다른 사람도 분명 있더라고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