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 몬스터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크로스로드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뭘 봐도 수상하다. 이 가족 구성원 중에 수상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제약회사 영업사원 가타야마에게는 홀어머니와 아내가 있다. 아버지까지 네 식구가 살았지만, 몇 년 전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가타야마가 일하고 아내는 전업주부이다. 어머니 역시 집에 있다. 그가 밖에서 일하는 동안 집안에는 어머니와 아내만 있다.


아, 나는 정말 이 설정 자체가 불안하더라. 처음 결혼할 때부터 아내와 어머니가 같이 산다? 무슨 일이 나도 백번은 날 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아내 미야코와 어머니는 고부갈등의 최고점을 찍고 있다. 아내와 어머니 사이에서 가타야마도 죽을 맛이다. 그에게도 현명한 자세가 필요했건만, 아내 편도 들어야 했고 어머니 편도 들어야 했다. 가장 어려운 역할을 가타야마가 하고 있군. 듣고 보면 이 가족의 고부갈등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아내와 어머니가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부터 둘은 맞지 않았다. 돌려서 말하는 법 없이 싫은 티 팍팍 내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말을 그대로 받아치는 며느리 될 사람. 기가 센 두 사람이 만났으니, 혹시 어쩌면 만나지 말아야 할 인연으로 엮인 사람들이 아니었나? 그래서 가타야마는 몸과 마음이 바쁘다. 바깥일도 정신없었고, 아내와 어머니의 심기도 챙겨야 했으니.


무슨 추리소설이 이런가 싶었다. 고부갈등과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일이 무슨 사건을 벌인다고.? 실제로 미야코는 시어머니를 의심한다. 시어머니가 자꾸 자기를 죽이려고 한다고 생각한다. 수상한 게 한둘이 아니다. 처음부터 시어머니가 자기를 싫어한다는 티를 팍팍 냈으니, 의심하는 것도 당연하다. 게다가 미야코의 전직이 공작원(?)이었으니 그런 눈치도 없었을까. 대인 첩보 활동을 주로 했지만, 작전을 수행하고 살인도 마다하지 않은 그녀의 업무 능력은 최고 요원 중의 하나였다. 결혼으로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살아가는 게 그녀에게 맞지 않은 듯했지만, 또 그건 나름대로 잘 해내고 있었다. 시어머니만 아니었으면. 그녀가 시어머니를 의심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이상하게 시어머니 주변에서 죽음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시어머니의 부모님도 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시고, 시아버지도 갑자기 실족사로 생을 마감했으니 말이다. 시어머니는 정말 며느리를 죽이려고 했을까?


그래서, 미야코는 시어머니의 살해 의도에서 살아남았을까? 뭔가 잔뜩 수상한 두 사람이 무슨 사건을 펼쳐놓을지 기대되는 건 당연했다. 어느 드라마의 소재에서도 뒤지지 않는 고부갈등이라는 게 그 흥미를 더하기도 했다. 그 어떤 갈등 중에서도 최고봉일 고부갈등. 그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듯 시소를 잘 타야 할 텐데, 어렵고 또 어렵기만 하다. 이 소설은 그런 감정적인 문제를 들여다보게 하는 듯 보이면서도, 결국 또 다른 사건과 진실로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뭐야, 이런 거였어? 싶은. 그 사이사이에 또 가타야마에게 일어나는 일은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과거와 현재 사이의 줄다리기를 더 팽팽하고 재미있게 만든다. 한 남자를 사이에 둔 두 여자의 갈등과 결탁은 이 소설의 진실에 다가가면서 반전을 일으킨다.


그렇게 미워하고 경계하면서, 말 한마디에 가시를 심어서 하고, 서로에게 지옥을 만드는 일에 쾌감을 느끼며 살아가던 어느 날. 그 상대와 손을 맞잡아야 하는 일이 생긴다는 게 얼마나 의아한 일인지. 화해해야만 하는데, 그게 또 완전한 관계가 되는 건 아니라서 영원한 숙제처럼 갈등과 화해가 공존할 수 있는지 묻고 또 묻게 된다. 소설의 결말에서 은근하게 알려주는 답은 누구나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될 거다, 아마도. 왜냐하면, 내가 평소에 항상 갖는 바람이자 답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니까. 서로 잘 지내려면, 화해를 위한 관계를 위해서라면, 시소를 잘 타야 한다. 양쪽의 균형과 적당한 거리는 필요하다. 그것 이상의 답을, 나는 아직 찾지 못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유쾌하고 즐겁게 읽히는 미스터리였다. 차마 다 말하지 못한 소설 속 사건들과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를 직접 찾아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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