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 갇힌 자는 일어나지 못한다.
사랑은 바닥에 떨어진 그의 그림자에 눈동자를 그려주는 일이다.
내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눈동자를 말이다. 그래서 그가 떠난 자리에는 그의 눈동자만 남아 있다. 얼굴을 잃어버린 눈, 여전히, 그는 가장아름다운 눈동자로 바라본다. 먼 구름과 뒤척이는 바람과 석양에 기우는 나뭇잎을 …… 나는 다만, 오래 그와 눈 맞추고 있다. 나에게 그는 떠나버린 것이 아니다. 그의 얼굴이 지구가 되었을 뿐이다. 그의사랑이 중력이 되었을 뿐이다. 그래서 그리움에 갇힌 자는 좀처럼 일어나지 못한다. 쓰러진 채, 그의 얼굴을 다 쓰다듬을 수 없는 것을 슬퍼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