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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그림자를 읽다 - 어느 자살생존자의 고백
질 비알로스키 지음, 김명진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어느 자살생존자의 고백 , 너의 그림자를 읽다
질 비알로스키 지음
김명진 옮김
출판 북폴리오
347쪽
빨간 표지의 흐르는 피처럼 보이는 이 책은 자살생존자의 이야기이다.
자살생존자?
'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다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인가?' 처음엔 이렇게 생각했다.
이 책을 읽고 자살생존자의 정의에 대해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자살생존자 (suicide survivor)
가까운 사람을 자살로 잃은 사람을 이르는 말.
일반인 보다 높은 2차 자살의 위험성에 노출되며, WHO에 따르면 한 명의 자살자가 주변의 8명에게 미친다고 한다.
오늘날 자살이라는 죽음앞에서 모두들 이전보다는 조금이나마 덤덤해진 분위기인것같다.
유명인의 자살에 충격을 받았을 때가 기억난다.
좋아하지도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않았던 그냥 이름만 알고있던 한 연예인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뉴스를 보았을 때,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던것같다.
'아, 얼마나 힘들었으면 스스로 삶을 마감하려했을까..
너무 힘들면 자살이라는 선택을 하게되는구나....'
이 책을 읽기 전 자살하는 사람들의 슬픔에 대해서만 생각해보았지, 남은 가족들의 삶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동생 킴을 잃은 작가의 이야기에 나는 눈시울을 조금씩 붉혔던것같다.
남겨진 가족들은 이전과 똑같은 삶을 '절대'살 수 없을것같았다.
이렇듯 이 책은 실제로 작가가 사랑하는 여동생을 잃고 느낀 감정들과 자살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있다.
동생의 삶을 심리부검을 하는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심리부검이라는 말 자체가 낯설지도 모르겠다.
(미드 NCIS에서 보면 덕키박사가 심리부검을 하는 장면들을 가끔 보게되는데
이는 '부검'의 효과와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
사실, 정말 죽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은 언제까지나 존재한다.
이 세상의 그 어떤 힘도 한떄 존재했던 것을 없애지 못한다.
모든 행동, 모든 말, 모든형태,모든 생각이 바다처럼 드넓은 세상사로 스며 들어가
그 수면에 잔물결을 일으키고, 그 물결은 가장 먼 영원의 경계를 넘어 계속 넓어져 간다.
-60쪽
윌리엄 스타이런은 "영혼을 짓밟는 것은 고통이 아니라 절망이다"라고 했다.
그는 절망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하나의 고통에서 다른 고통으로 옮겨 다니는 상태.
절망에 빠진 사람은 어디에 가든 바늘방석이 몸에 꼭 달라붙어있다."
-246쪽
작가또한 두번의 가슴아픈 유산을 겪으면서 지독한 슬픔을 경험하게 된다.
아이를 임신했을 때 동생 킴의 자살소식을 듣게되는데
이때부터 오랜세월까지 치유되지 않는 아픔과 함께 말이다.
킴은 어린시절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했다.
그로 인해 자존감이 많이 낮아지고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던것같다.
남자친구에게 많이 의지하고 그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면 킴은 힘들어했다.
그리고 연기가 자욱한 차고속에서 발견되었다.
킴은 10대였지만, 그녀가 삶을 그만내려놓을때엔 누구도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을것같았다.
그녀는 다가올 미래가 의미가 없고 몹시 두려워했던것같다.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언니들은 그녀의 죽음앞에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야만 했다.
저자는 다른 자살생존자들과의 모임을 가지면서 그들의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정말, 자살은 남겨진 가족들에게 비극이다.
'죽음'의 고통은 남겨진 가족들에게 큰 상처와 슬픔을 안겨줄테지만
개인적으로 '자살'로 삶을 마감을 한다면 남겨진 가족들에게는 더 큰 상처가 될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어느새인가 '자살'에 대해 덤덤해진 지금,
자살로 가족이나 친구를 잃은 가족들이나 지인들의 이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슬픈일이, 앞이 캄캄해 다시는 치유되지 않을 절망같은 시간을 보낸다고 하더라도
나를 잃고 남을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다시한번 일어서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