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20대를 주로 겨냥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읽어 보면 2030세대 전체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변
화하는 시대에, 어떤 유형의 창업이라야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지, 그 비전과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내용인데요. 내용을 끝까지
읽다 보니, 4050세대라도 혹시 창업을 준비하는 분이라면, 구세대의 패턴에 끌려 다니지 말고, 이 책에 제시된 2030 감각과
방식을 따라야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성공하는 "젊은" 창업은 이래야 한다는 게 이 책의
핵심입니다.
어떻게 해야 성공하는 창업인가?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앞을 내다보고 젊은 감각을 따르는 방식이라야 한다는 거죠. 책의 첫머리에서, 저자는 이렇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1. 4050세대는 장소 중심의 고착된 창업을 고집한다.
2. 2030세대는 "공간" 중심, 아이디어 위주 창업을 선호한다.
장
소와 공간이 어떻게 다른가. 저자가 사용하는 의미에서, "장소"란 고착된 실체 개념입니다. 이른바 "목 좋은 곳"을 말합니다.
예전에 어느 외국 영화 관계자가 한국을 방문해서, 곽정환 씨 소유의 서울극장을 보더니, "이곳은 정말 손님이 안 들래야 안 들
수가 없는 노루목이다."라며 감탄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멀티플렉스 체제로 바뀐 지금은, 단일 극장이 어느 길목에 들어서
있는지가 중요하지 않고, 건물 내에서 어떤 시스템으로 컨텐츠가 운용되는지가 훨씬 중요한 세상이 되었죠. 서울극장처럼 좋은 길목을
잡아 두고두고 수익을 내는 방식이 4050이라면, 멀티플렉스 스타일은 2030입니다(자본의 스케일 문제는 일단 넘어가고요).
CGV가 한국에 처음 이 시스템을 도입했을 때만 해도 관계자나 관객 모두 낯설어한 방식이었을 텐데요. 이제는 보편적으로 정착한,
그것 외에는 상상이 힘든 표준 업태가 되어버렸죠. 여기서 알 수 있는 교훈은, 현재 기준으로 다른 이들보다 몇 발짝 앞서가는
젊은 감각이라야, 앞으로의 생존이 유망한 창업이라는 점입니다.
고착된 점포를 고집하는 방식은, 당장 지금부터도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예전부터 부동산(점포)
양수도의 공식적인 매매대금 수수 외에, 양수인이 "권리금"이라는 별도 명목의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게 관행이었습니다. 회계
용어로는 "영업권"이라는 항목인데요. 이게 한창 경기가 좋을 때는 성행하다가, 한국 사회가 장기 불황으로 접어든 이후에는 잠시
뜸해졌죠. 아직 불황을 탈출 못 하고 있는 형편인데도, (회사에서 밀려 나와)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이 워낙
많다 보니, 권리금의 수수 관행이 아주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특히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중심으로). 저자는, 구세대 창업은
이처럼 권리금 떼고 인테리어 비용 들이고 하는 통에 종잣돈을 다 날리고, 수익은 수익대로 박하게 거두는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쉬움을 지적합니다.
그렇다면, 신세대 창업은 이런 전통 방식과 어떤 점에서 차이가 나는가? 여기서 말하는 "공간 중심"이란, 아이디어가 효력을 미치는 모든 공간을 의미합니다. 내
가 서울 구로구에서 플랫폼을 돌려도, 나의 플랫폼이 구독자를 가지는 저 먼 전남 영광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식이죠. 정작
나는 내가 사는 곳에 점포는커녕 어떤 시설도 구비하고 있지 않지만, 거창하고 화려한 홀보다 더 큰 매상을 올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구체적으로, 이 책에서 예를 들고 있는 "
배달의 민족"이라는 어플을 보겠습니다. 이 어플은, 어플 구독자가 살고 있는 지역 중심으로, 중식, 피자, 치킨 등 각종 음식
배달 업체를 소개해 주는 기능입니다. "배달의 민족"이라는 이름도 참 재미있게 지었거니와, 어플이 딱딱하게 정보 중심으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고, 마치 작은 게임이라도 하는 것처럼 "재미있게" 짜여져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입소문으로 널리 어플이 퍼지고, 플랫폼에 입주하는 업체들도 늘어나서, 이 어플은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치킨을 튀기지도 않고, 피자를 굽
지도 않으며, 면빨을 뽑지도 않으면서, 그 어떤 창업주보다도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 어플을 개발한 분은, "어떤
장소도 돈 주고 사들이지 않았으면서, 누구보다 많은 공간을 효과적으로 지배하는" 업주입니다. 그는 권리금이라는 본전 생각에
전전긍긍하지도 않고, 임대차 계약 만료시 비싼 인테리어 설치비와 철거 비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재미삼아 개발한 어플이라는
아이디어로, 그는 이처럼 나이 든 세대가 상상 못할 만큼의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여기서 잊지 않아야 할 점 또 하나는, 신세대 창업은 그 소비자의 재미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서
울보다 오히려 자영업 간의 경쟁이 치열한 부산 지역에 내려가 보면, 점포들의 간판이 대단히 재미있는 문구와 디자인으로 채워져 있는
모습이 의외였습니다. 같은 음식점이라도, 일단 외관에서 지나가는 손님의 눈을 확 끌만한 뭔가가 있어야, 같은 술 한 잔, 짜장면
한 그릇을 마시거나 먹어도 그 집에서 해결할 생각이 나겠지요. 서울과 달리 부산은 청년 자영업의 창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서,
이런 현상이 보이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 역시, 지금은 4,50대 창업이 주류라서 보이는 보수적 컬러를 벗고, 언젠가부터는 더 활기 있는 와관이 대세를 이루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
이디어 자체는 돈이 들지 않지만, 그 아이디어의 실행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것은, 그냥 돈이 적게
든다 정도가 아니라, 거의 공짜에 가까운 것도 있습니다. 대학생들은 돈이 부족하다 보니 자료를 카피하는 경우가 많은데요(물론
저작권이 있는 자료를 함부로 복사하는 건 불법입니다만), 때로는 복사 용지나 (업소에서 할 경우)
그 수수료조차 아까울 수도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바로 이런 수요층을 노려, 카피 용지 뒷면에 실린 광고를 보는 대가로, 복사를
공짜로 해 주는 서비스가 등장했다고 합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 아이디어를 조금 발전시켜, 용지 앞면에다 광고를 싣는 방식으로
발전시켰구요. 제 생각에, 한국에서는 공짜 서비스라면 일단 이용하되, 일일이 뒷면을 살피는 수고까지는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현실을 감안한 고육지책이 아닐까도 싶더군요. 아무튼 평범해 보이는 소재에서 이처럼 사업의 소재를 발굴해 내었다는 게 신선했습니다.
"악동 뮤지션"이란 그룹을 요즘 아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저자는 이 악동 뮤지션의 사례에서 두 가지 교훈을 추출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악동 뮤지션의 성공이 "아주 대중적인 코드의 바탕에다, 한 줄 독
창적인 코드의 삽입으로 큰 호응을 불렀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독창적이라고 하나, 아이디어의 전 부분이 모두
독창적이라면 대중에게 호응을 얻기 어렵고, 오히려 반감을 부를 수도 있습니다. 위의 "배달의 민족" 앱도 마찬가지죠. 어떻게 보면
기존 전단지를 앱으로 옮겼다는 것뿐이고, 약간의 게임 요소를 첨가한 것 말고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기존의 익숙한 요소들을 "매시 업" 하는 그 감각, 센스가 바로 창업자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비결이란 말이죠.
다
른 하나는, 이 악동 뮤지션을 발굴한 "프로튜어먼트"라는 기획사에 관한 교훈입니다. 이 기획사는 종래의 업체와는 달리, 신인
발굴에서 트레이닝까지의 아주 힘든 사업 프로세스를 생략하고, 주로 유튜브에서 장래성 있는 신인을 발굴하여, 그들이 이미 발전시킨
창의력과 개성을 최대한 살려 가며 연예 활동을 하게 지원해 준다고 합니다. 이러면 기획사 입장에서는 초기 대규모 투자라는 리스크가
없어서 좋고, 애써 발굴하여 키운 신인이 식상한 컨셉으로 시장에서 외면받을 위험을 배제해서 좋습니다. 이 역시 "제거,
간이화"의 리버스 엔지니어링으로 혁신을 이룬 좋은 사례입니다.
평
생 직장의 신화가 무너진 지금, 창업은 어찌 보면 필수 코스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왕 하는 창업이면 필승의 각오로
벌여야 하며, 수동적인 회사 생활 하듯 창업을 한다면 냉혹하게 버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창업은, 중년들이 기존의
대세를 따라 벌였던 "늙은 창업"이 아닌, 통통튀는 감각으로 전개하는 "젊은 창업"이라야 합니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물리적
연령과 관계 없이 모든 이가 성공할 수 있는, 영원한 젊음의 사업 그 비결을 제시하고 있다고 해도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