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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장 - 365 에세이 일력, 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 결심 (만년형, 스프링북)
오유선 지음 / 베이직북스 / 2025년 1월
평점 :
와, 랩에 싸인 종이박스를 개봉하니 정말 예쁜 일력 한 권이 나옵니다. 요즘은 이렇게 탁상용으로 제작된 일력 형태의 출판물이 많이 나오는데 이게 일종의 굿즈도 되고 팬시상품도 되지만 기본적으로는 한 권의 책이며 독자는 그 안에 담긴 작가의 메시지를 차분히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일력들이 그렇듯이(아닌 것도 있습니다만) 날짜는 적혀 있지 않고, DAY 1, DAY 2 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를테면 DAY 5에는 데일 카네기의 말이 나오는데, 주제는 걱정 내려놓기입니다. 걱정해도 아무 소용 없는 문제로부터는 스스로를 좀 해방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데일 카네기의 말에 따르면 그렇게 해야 마음의 평화가 생긴다는 건데, 사실 마음의 평화라는 것도 바쁘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사치입니다. 하루하루의 과제를 열심히 해결해 나가는 이들에게는, 쓸데없는 걱정을 빨리 제거해야 자신의 당면과제에 집중할 여력이 생깁니다. 단, 걱정을 벗어나는 것과 현실을 도피하는 건 엄연히 다릅니다. 현실의 어려운 과제가 내게 도전해 오면 바로 맞서야 하며, 이를 피했다간 더 큰 위험과 손해가 닥칠 뿐입니다. 나를 위협하는 손톱만한 시도에도 죽기살기로, 목숨을 걸고 대항해야 문제가 일부라도 해결됩니다.
데스몬드 투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성공회(앙글리칸) 주교였고 생전에 노벨 평화상을 받았던 분입니다(3년 전 타계). 이분의 말이 DAY 54에 나오는데, 그 주제는 "빛을 발하는 순간"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특별하게 되고 싶어하며, 평범한 자신에 끝없이 실망하고 자신을 비하합니다. 그러나 투투 주교는 "당신이 미처 느끼지 못할 뿐,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사람"이라고 우리들에게 힘을 줍니다. 나의 장점을 확인하는 방법은 여럿 있겠지만, 투투 주교는 메모지에다 그 장점(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죽 적어 보는 것을 그 중 하나로 꼽습니다.
사람은 일도 해야 하고, 그 바쁜 일로부터 릴랙스할 필요도 있습니다. 이걸 20세기 미국의 자동차왕 헨리 포드는 "일과 사랑의 균형"이라고 불렀고 그 내용이 DAY 85에 나옵니다. 그 표현이 재미있는데 "당신이 가능을 믿든, 불가능을 믿든, 당신이 딱 믿는 대로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는 말입니다. 사실 매사가 부정적인 사람은 그 말이 재수없어서라도, 될 일조차 안 되기 마련입니다. 이 페이지에는 심리학의 개조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말도 함께 실렸습니다. 무엇이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 감정, 지식은 이미 불구의 모습일 수밖에 없습니다.
DAY 123을 보면 마우드 V 프레스틴의 말이 소개됩니다. 이분 이름은 정확하게는 Maude V Preston인데 Sharing이라는 제목의 시(詩)에서 앞 연(聯)을 인용한 것입니다. There isn't much that I can do,
But I can share my bread with you, And I can share my joy with you, And sometimes share a sorrow too, As on our way we go.가 영어 원문입니다. 인생이란, 결코 혼자 걷는 길일 수 없고, 기쁨이든 슬픔이든 모든 것을 함께 나누는 데서 온전한 형태가 완성됩니다.
링컨도 생전에 그토록이나 많은 반대에 직면했는데, 그래도 누군가는 자신을 변함없이 지지한다고, 함께 가 줄 것이라고 믿었다면 아마 큰 힘을 얻었으리라는 저자의 말씀(DAY 151)이 재미있습니다. 실제로 링컨은 강철 같은 의지를 가졌던 인물이며 지지자도 많았으므로 그가 생전에 가던 길이 결코 외롭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자는 "믿음이 곧 (그에게) 기적을 일으킬 것"이라고도 합니다.
조르주 클레망소는 역 U자형 콧수염이 인상적이었던, 20세기 초에 프랑스를 이끌었던 정치인입니다. 이분 말이 DAY 351에 나오는데, 이 장에는 데일 카네기의 말도 함께 실렸습니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라. 돈은 나중에 따라온다." 글쎄 현실적인 필요를 무시하고 전적으로 취미에만 몰입할 수 있는 특권은 그렇게 많은 이들에게 부여되지 않겠습니다만 여튼 자신의 정직한 열정이 무엇인지 알 필요는 있겠습니다. 물론 그게 주제파악이 안 되는 환각, 자기기만이 되어서는 대단히 곤란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