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 산책 2010년대편 1 - 증오와 혐오의 시대 한국 현대사 산책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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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부터 전북대 신방과 교수로 재직하셨으며 당대에 큰 논란이 될 만한 이슈를 과감히 제기하여 언제나 담론의 중심에 서 있었고, 현재는 명예교수직인 강준만 박사님의 새 책입니다. 이 제1권은 2010년, 2011년을 각각 다룬 1부, 2부로 구성되었는데, 그렇다면 앞으로 2010년대는 다섯 권의 책들이 더 나온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근간예정도서들의 목차가 이 책에 마치 예고편처럼 실려 있기도 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2010년에는 유시민씨가 국민참여당이란 당을 만들었다고 p78에 나옵니다. 이런 책에서 상기시켜 주지않으면 이제 기억에서도 가물가물한 사건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유시민씨는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장관에 임명되었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많은 노선과 불일치하는 행보를 자주 보여서 주류에 의해 이단시되던 경향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모두 지난 과거가 되어버렸지만 말입니다. 이 챕터의 말미에, 파리의 택시운전사로 유명한 홍세화씨가 "절독을 하려면 조용히 하면 되지, 구태여 선언을 해 가며 해야 했나?"며 일침을 놓은 발언이 실렸습니다. 홍세화씨는 작년(2024) 4월에 타계했습니다. 

이무렵에는 이명박 정부가 서서히 임기말에 달하며 권력 누수 현상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청와대 참모였던 권재진씨를 법무장관에 임명하려 하자 야권에서 많은 반발을 표시했습니다. 정부는, 특히 법무행정과 검찰권 감독을 맡은 부서는 청와대로부터 독립된 인사가 그 장을 맡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뜻에서였습니다. 이런 사건들은 이런 책을 통해 되짚지 않으면 전혀 생각조차 안 날 듯한데, 강준만 교수가 마치 실록처럼 상기시켜 줘서 기억을 더듬어가며 재미있게, 또 의미깊게 읽을 수 있습니다. 

p226에서 저자는 물리적 인의 장막과 심리적 인의 장막을 지적합니다. 전자는 이른바 문고리권력 실세 집단으로 우리가 아는 것이며, 후자는 특정 정치인을 광적으로 지지하는 팬덤이라고 이해하면 될 듯합니다. 후자에 대해서 저자는 특히 "사모(思慕) 집단"이라고 규정하는데 책에서 박근혜씨를 지지하던 약칭 박사모를 그 대표적인 예로 듭니다. 무엇이 되었든 간에 정치인은 팬덤이 아니라 항상 보편적인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 이런 인의 장막이 그를 막는다는 점에서 대단히 정치인에게 해롭고 국가를 위해 불행한 결과를 낳는다고 저자는 소결론을 냅니다.   

p248을 보면 2011년 4월 27일에 (봉하마을이 소재한) 김해을 선거구에서 보궐선거가 있었나 봅니다. (거듭되는 말입니다만) 이런 사실은 책에서 알려주지 않으면 기억에서 까맣게 잊혀진 사건들이라서 새삼 지난 역사의 의미에 대해 반추도 하게 됩니다. 당시 유시민씨는 여전히 국민참여당을 유지하며 자당의 후보 이봉수씨를 민주당과의 협상을 통해 단일후보로 내세웠으나 선거에서는 패배합니다. 이때 원래 민주당에서는 김경수(나중에 경남지사를 지내는 바로 그 인물)씨가 나올 예정이었다고 하네요. 또 강금원씨가 유시민씨에 대해 그는 친노가 아니라며 강하게 비판했던 사실도 적혔습니다. 그리고 이 챕터에는 문재인 비서실장, 탁현민 공연기획자 등 진보 진영의 다음 시기를 이끌어갈 중요인물들이 슬슬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원래 2007년 즈음에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내부가 아니라 재야단체(지금 명칭으로 시민사회단체)에서 대부처럼 활약한 박원순 변호사를 차기 대선 후보로 모셔오면 어떻겠냐고 한 적 이 있습니다. 그런데 박 변호사가 한사코 고사했죠. 그때만 해도 박원순이라는 인물에 대해 일반 시민들사이에서는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011년 이 시점에서는 분열만 거듭하는 민주당에 대해 사람들이 크게 실망하여, 박원순 등 외부 인사를 영입하자는 여론이 크게 일었습니다. 이때 안랩이라는 벤처 기업의 성공으로 크게 주목받았던 안철수씨가 갑자기 인기가 높아져서 단번에 서울시장 보선 후보로 떠올랐는데, 결국 박영선(민주당 내 인사. 방송인 출신), 박원순 등과 단일화를 거쳐 박 변호사를 서울시장에 당선시키는 데 일조합니다. 

p334에 나오듯이 이때는 토마 피케티라는 프랑스의 경제학자가 제기한 불평등 아젠다가 크게 주목받았는데, 저자는 동물학자 리처드 코니프의 말도 인용하며 무슨 이유로 빈자들이 부자를 찬양하고 고마워하는지를 두고 호되게 비판합니다. 또 저자의 전공이 전공이다보니 종편 허가, CJ E&M 등의 창립에 대해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두어 서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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