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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플랜3 - 전기차에서 AI, 우주를 담은 마스터플랜의 현주소
이진복 지음 / 미래의창 / 2024년 11월
평점 :
"아직도 테슬라 하면 거품, 머스크 하면 광인으로만 여기는 사람이 많아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AT Kearney 소속인 저자 이진복 IT 전문 컨설턴트는 책날개에서 저런 말을 하고 있습니다. 딱 저 같은 독자에게 하는 말 같습니다. 테슬라는 이미 십 년 전부터 그 창립자 일론 머스커의 강력한 개성 덕에 일반인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진 인물이지만 그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다가 2020년 중순 코로나 시국에 갑자기 테슬라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하고, 한국 증권사들이 미장에 개인들을 투자할 수 있는 채널을 개설하고 난 후에는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테슬라 투자로 큰 수익을 봤다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하지만 머스크 특유의 가벼운 처신, 언행 때문에 그의 동선을 좇다가 지치는 이들도 생겼고, 과연 이 기인의 비전과 인사이트, 전략을 어디까지 신뢰해야 할지 회의를 느끼는 쪽이 여전히 많습니다. 게다가 전기차 사업 자체가 캐즘(chasm)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견해가 현재 시장에서는 대세입니다. 저자는 이런 흔한 선입견에 대헤 논리적으로 반박하며, 왜 지금 테슬라社와 머스크에 주목하여 그 행로를 밀도 있게 살펴야 하는지를 꼼꼼하게 설명합니다.
지금이 12월인데, 책에서는 지난 10월 중순의 사정까지도 반영하니 꽤 최근의 정보가 담긴 셈입니다. 이때 머스크는 로보택시라는 서비스를 발표하여 미디어와 대중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p118에 나오는 설명대로, 승객에게는 낮은 요금, 차주에게는 높은 대여료 차징이 가능한 건 바로 인건비가 제로이기 때문입니다. 이 시스템은 자율주행(라이다)+로봇+전기차 등 테슬라社가 보유한 모든 첨단기술이 집약되었다 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가 이 모든 분야에서 이른바 초격차의 기술 우위를 보유했기에 시너지가 가능한 것이겠습니다. 사이버캡이라는 운영체제로 이 모든 게 가능하다는 건데, 다만 항상 같이 제기되는 문제가 사고 위험 등을 누가 어떻게 부담하느냐는 것입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현저히 낮아진 사고율 덕에, 기존의 어떤 보험사도 가능하지 않았던 수익 구조로 이 역시도 커버한다는 설명을 내놓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제 보험업에도 근본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입니다.
석유는 기적의 자원입니다. 등유, 경유, 휘발유에서 아스팔트까지 버릴 게 하나도 없고 에너지 효율도 대단히 높습니다. 괜히 자동차 산업이 현대 경제의 총아가 아니며, 20세기 말 세계 제조업을 이끌었던 독일, 일본에서 세계 자동차 탑 메이커들을 이유 없이 보유했던 게 아닙니다. 한국도 반도체 하나만으로는 이 정도 규모의 경제가 유지될 수 없으며 자동차 산업이 함께 동력을 키워 줘야만 합니다. 아직도 휘발유로 돌아가는 기존 방식을 쉽게 버릴 수 없는 게, 과연 전기차의 모터가 저 개솔린 엔진을 대체할 수 있느냐에 대해 여전한 불안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p145를 보면 머스크는 자사의 모터가 특별한 에너지 효율을 달성했다고 역설합니다. 세계의 운전자들에게 어필하려면, 마음 놓고 전기차로 넘어오라고 설득하여 캐즘을 확 줄이려면, 이 모터의 성능에 대해 확신을 줘야 합니다.
몇 달 전부터 증시에서는 ESS 테마가 핫합니다. 2차전지도 그저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으로만 중요한 게 아니라 에너지 저장 매체 노릇까지 해 주기 때문에 기대를 받습니다. 테슬라는 ESS 쪽에서도 특별한 기술을 보유했다고 알려졌습니다(p229). 또 부품 자체를 대량으로 구매하므로 염가에 조달할 수 있어서 경쟁사들보다 원가가 덜 든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요즘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도 다른 방법으로 이점을 달성하므로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또 테슬라는 AI 방면 기술이 탁월하여 이미 다량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선하기 때문에 초격차를 유지한다고 나옵니다. 다만 이 팩터도, 중국 업체들이 자국 소비자들로부터 무지막지한 양의 데이터를 모아대는 중이므로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지켜 볼 일입니다.
시장을 개척할 때 문제 기반으로 시작하느냐, 아니면 반대로 솔루션부터 확보하고 반대로 문제를 찾느냐가 기업들의 고민입니다. 많은 스타트업들은 자사가 가진 기술을 바탕으로, 이를 어디에 적용할지를 모색하여 시장을 개척합니다. 그런데 내 기술이 누군가에게 꼭 쓰여야 하는 건 아니며, 만약 많은 자원을 투입하여 기술을 완성했는데 아무데서도 상품성을 못 찾았다면 그대로 망하는 것입니다.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이와 반대로 문제부터 먼저 정의하고 그에 걸맞은 무엇인가를 내놓으려 애썼는데 그게 바로 화성탐사입니다. 케네디 시절에는 정부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여 가시적 업적을 내었다면, 요즘 미국에서는 스페이스X 같은, 필사적으로 런웨이(p261)를 늘리려는 혁신 기업들의 퍼포먼스가 그 역할을 대신합니다. 세계 최강국이 괜히 그 자리를 지키는 게 아니며, 한국도 선진국으로 확실히 진입하려면 젊은 일론 머스크들이 출현하여 게임체인징을 과감히 시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