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즈 미국 동부 : 뉴욕·워싱턴 DC·보스턴·시카고 - 최고의 미국 동부 여행을 위한 한국인 맞춤형 가이드북, 2024~2025년 개정판 프렌즈 Friends 24
이주은.한세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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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는 유럽인들이 일찍부터 건너와 독자적인 생활권을 건설한 곳이며, 따라서 외부인의 시각에서 매무 독특하고 개성적으로 보이는 요소가 많습니다. 21세기 세계 경제 수도 기능을 수행하는 지역이라든가, 지구 최고의 명문대들이 밀집한 고장이라든가 하는 점들과는 별개로, 그만큼 관광객 입장에서는 마음이 끌릴 만한 매력을 많이 갖춘 지역이라는 뜻도 됩니다. 한국인들도 많이 살고 어지간히 익숙한 땅이지만, 지금도 변화와 발전을 꾸준히 이어가는 만큼 여행자로서는 최신 사항을 꼼꼼하게 체크할 필요가 있기도 합니다. 이주은 한세라 두 분 최고의 북미 여행작가의 작품이니 만큼 올해판도 역시 든든하게 다가옵니다. 뉴욕, DC, 보스턴은 물론 좀 서쪽에 떨어진 시카고까지 커버되었습니다. 

여행을 가다 보면 별의별 돌발상황이 다 벌어집니다. 막상 일이 터지면 머나먼 이국에서 도움을 청하거나 정보를 얻기도 막막하고, 사전에 더 꼼꼼하고 더 빈틈없이 준비를 해 두는 수밖에 없습니다. 프렌즈 시리즈에서 제가 언제나 만족하고 감탄하는 부분은, 그야말로 온갖 상황을 다 염두에 두고 다양한 정보들이 책 한 권에 다 마련되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p84를 보면 자동차로 이동할 때를 위해, 주유나 주차시 참고, 유의사항들이 나오는데, 그야말로 온갖 팁들이 다 실렸습니다. 까딱 잘못해서 난감한 상황에 처했을 때, 이 컴패니언북을 휴대하고 내게 필요한 부분만 참조할 수 있다면, 여행의 맥(脈)과 희열을 꺼뜨리지 않고 계획대로 일정을 지속할 수 있겠습니다. 

p136을 보면 월스트리트가 소개되고, 그 구역 안의 대표적인 시설인 뉴욕증권거래소가 사진들과 함께 제시됩니다. 요즘은 한국인들도 미장을 많이들 하기 때문에, 월가의 이런저런 특징적 시설이나 건물들이 그리 낯설게 다가오지만도 않습니다. 사실 요즘은 주식거래를 하는 이들도 거래소를 직접 찾거나 증권사의 객장 의자에 앉아 시황을 체크하고 주문을 넣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p136을 보면 이 NYSE에 일반인이 직접 방문하여 일을 처리하거나 견학 목적으로 마구 출입할 수는 없다고 안내합니다. 911 테러 후에 방침이 그리 바뀌었다고 하며, 혹시 아주 예전 상황만 알았던 이들은 이 점 유의할 필요가 있겠네요. 뉴욕은 맨해튼이라는 섬도 딸려 있고, 본디 항구 도시로 발전했었습니다. 과거에 항만이었으나 현재는 관광지로 더 많은 사람들을 모으는 명소 중 한 곳으로 사우스 스트리트 시포트도 소개되네요. 

이탈리아인들은 특히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미국으로 대거 이민왔고, 차별과 편견을 극복하며 현재는 아무도 무시못할 ethnic group으로 미국 사회 안에서 일정 발언권을 행사합니다. 그들이 보급한 문화 중에 여러 다채로운 음식 풍습도 있겠는데, 피자라든가 파스타 등이 대표적인 예들이겠습니다. p186 이하에는 "뉴욕의 먹거리 걱정을 해결해 주는" 푸드코트 여러 군데가 소개되는데, 그 중에는 이름이 재미있게 붙은 Eataly(이탈리)도 있습니다. 이 체인점은 근래 서울 곳곳에 생기기도 해서 그 이름이 눈에 익은데 대형백화점인 더*대 안에 입점한 경우가 많죠. 버치, 스텀프타운 등 이름난 커피 프랜차이즈도 소개됩니다. 

p88에 잘 나오듯이 호텔에는 레지덴셜 타입이 따로 있는 게 원칙인데, 책의 설명대로 이 유형은 객실에서 취사가 가능한 게 특징입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숙소를 따로 레지던스라 부르기도 하죠. 숙소 문제는 막상 현지에 도착해서 해결하려면 이런저런 당혹스러운 문제가 생기기 일쑤이므로, 이 책을 보고 미리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는 편이 바람직합니다. p132를 보면 로어 맨해튼(Lower Manhattan)을 커버한 아주 미려한 지도가 나오는데, 이처럼 여행에 필요한 사항들이 조목조목 표기되면서도 지도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자료가 많다는 게 이 프렌즈 시리즈의 대체 불가능한 장점들 중 하나입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명작 중 하나인 <뉴욕 뉴욕(1976)>에 삽입된, 라이자 미넬리가 멋들어지게 부른 "뉴욕뉴욕" 가사 중에 to find I’m king of the hill, top of the heap 어쩌구 하는 부분이 있죠. p154에 보면 바로 그 대목이 연상되기도 하는, 맨해튼 전경이 내려다 보이는 여러 전망대에 대한 소개가 나옵니다. 

이 책은 미국 동부를 두루 다루므로, DC에서 조금 떨어진 리치먼드도 추천 관광지 중 하나로 소개합니다. 항상 역사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바이지만, 미국 남북 전쟁(1861~65)은 아무리 내전이었다고 해도 양 진영의 수도들이 정말 가까이 붙었었다는 사실 확인에 놀라게 됩니다. 건국 초기에는 버지니아 주가 워낙에 정치 중심지로서의 기능을 열심히 수행했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p336 이하에는, 이른바 히스토릭 트라이앵글이라고 해서, 윌리엄스버그, 제임스타운, 요크타운 등 유명한 세 도시를 따로 설명해 주는데 이 역시도 비단 여행서로서의 효능을 떠나 인문적 읽을거리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네요. 

제가 이 책의 작년판 리뷰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책은 남쪽으로 죽 내려와 플로리다 여러 명소들도 자세히 안내해 주는 장점이 돋보입니다. p492 이하에서는 포트 로더데일(Fort Lauderdale)에 대해 유익한 설명들이 나오는데, 책에서도 말하듯이 이곳의 별명은 "미국의 베네치아"로서 운하 중심의 도시 구조가 명물로 꼽혀 관광객들 사이에서 이름이 오르내리곤 하죠. 마이애미 근교에는 다른 명소도 많은데 근래 한국인들도 자주 다녀오곤 하는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p500) 그 중 한 곳입니다. 프렌즈 다른 시리즈도 그렇지만 책 맨뒤에 가나다순 색인이 있어서 궁금한 걸 찾아보기가 매우 편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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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에서 영원을 - 인생의 아름다운 계절을 맞이한 당신에게 선물하는 명시와 명언 그리고 사진
김태균 엮음, 이해선 사진 / 해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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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인생에서 몇 번의 전환점을 맞습니다. 이럴 때 당장의 업무에 온전히 몰입하여, 이미 결정해 둔 계획을 더욱 다듬고 다듬어 나노퍼센트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을 만큼 완벽을 기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잠시 빡빡한 루틴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먼 곳을 바라보며 기분 전환을 하고, 바짝 긴장했던 정신에 여유를 잠시 불어넣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내가 지금 잠시 들이쉬는 숨은 지극히 짧고, 찰나의 시간만 지나도 그 밀도가 흐트러지지만, 이를 통해 흡수한 좋은 기운은 영원의 유효기간을 지닐 수도 있습니다. 다보탑, 석가탑을 빚은 고대의 그 이름모를 장인도, 그저 기예에만 의존했다면 천 수백 년을 뛰어넘어 그 아름다움을 뽐내는 마스터피스의 창조에까지는 이르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순간을 영원으로 통하게 만드는 건 어디까지나 우리 자신의 무구한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에는 티케이정형외과 김태균 원장님이 엮고 지으신 산문, 인생과 사회 생활의 깊은 이치와 묘미를 서늘하게 통찰하는 멋진 문장들이 가득합니다. 어느 누구의 특별한 삶이라 해도 이 산문들이 제시하는 심오하고도 촘촘한 준칙과 지혜의 적용 범위를 못 벗어날 만큼, 읽고 새기면 새길수록 근본의 깨달음이 마음을 울린다고나 할까요. 또, 대체 어느 누리의 어떤 시간대에 이런 기막힌 풍경이 포착될 수 있었을까 싶을 만큼, 아름답고도 정교한 사진들이 촘촘히 텍스트를 돕거나 이끌어갑니다. 사진과 명문이 함께하며 독자의 지친 영혼에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었습니다. 1장인 봄 편에는, 기나긴 겨울의 시련을 딛고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의 기운을 반영하듯, 새출발을 야심차게 다짐하는 이들에게 의욕이 채워질 만한 좋은 구절, 그리고 신선한 이미지들로 가득합니다. 예컨대 p76을 보면, 제임스 오펜하임이 말한, 참된 행복을 우리가 과연 어디서 찾아야할지를 명쾌하게 지적한 명언이, 영어 원문과 함께 제시됩니다. 바로 오른쪽에는 이해선 사진작가께서 2007년에 인도에서 어느 젊은 남성이 수줍은 듯한 미소를 머금고 자신의 자전거와 함께 찍은 한 컷도 있습니다. 

이 사진은 구도가 절묘한데, 자전거 핸들 부분이 꽃다발로 가려져 있고 아마도 자전거 앞부분에 부착된 바구니에 저 꽃들이 담겼겠거니 상식적인 짐작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바로 뒤를 보면 화분이 배경처럼 공간을 차지하는데, 원근법을 고려 않는다면 마치 꽃들이 화분에서 바로 솟은 듯 착시도 생깁니다. 여튼, 우리 모두가 종종 잊곤 하는 진리란, 파랑새, 혹은 다른 말로 행복이, 언제나 우리 발아래에 흔한 듯 놓여 오히려 우리 시선을 비껴간다는 점입니다. 결코 먼 곳에 숨은 게 행복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거듭된 불운이 우리 약한 개인들에게 닥치면 연약한 마음가짐은 금세 탈출구, 도피처를 찾습니다. 그러나 한번 시련과 간난에 길을 내어 주면, 이들은 사람을 거듭하여 시험에 들게 하며 영원히 코뚜레를 꿰려고 수작을 부립니다. p94에서 시바타 도요[柴田豊] 시인은, 우리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말 것을 권유합니다. 그  따뜻하고 친근한 어조 덕분에, 우리들도 익히 아는 명시(名詩)인데, 잘 읽어 보면 시적 화자 본인도 현재의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은 듯한데도 다른 이들을 격려하는 분위기임을 눈치챌 수 있죠. 도움이란, 나의 힘을 이웃에게 보태고, 그의 온기를 내 것으로 공유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참된 효용과 위력이 나타납니다. 제주도와 대략 500km 정도 떨어진 야쿠시마에서 이해선 작가께서 찍으신 사철 푸른 나무의 당당하고 넉넉한 자태를 보면 이 진리가 다시 확인되는 듯합니다. 

p170을 보면 오세영 시인의 명문이 독자를 맞습니다. "8월은... 온 길을 뒤돌아보게 만드는 달이다." 우리 한국인들은 특히나 남달리 근면하면서도 한번 정한 목표에, 집요할 만큼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갈 길이 멀고 목표가 원대할수록, 여태 내가 걸은 길이 혹 먼발치에서 봤을 때 초점을 이탈하지는 않았는지 관조와 통찰을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인에게는 그 반추와 성찰의 시간이 곧 8월이었던 셈입니다. 2003년에 이해선 작가가 사진에 담았다는 제주의 식물은 그 싱그러운 녹음을 마치 화면 밖으로 푸르른 화소를 뚝뚝 떨굴 작정으로 눈이 시리게 뽐냅니다. 그 여유, 그 멋스러움을 엿보고 우리들도 내 삶의 빈틈과 과오를 짚고 바로잡을 엄두를 냅니다. 글과 사진이 이처럼이나, 풍진에 찌든 우리네 마음을 상쾌하게 씻어 줄 줄이야 미처 몰랐습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를 통해 해냄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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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킹파워 - 차이 나는 인생을 만드는 무한 성장 에너지
장신애 지음 / 라온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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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운명, 특히 사주 팔자 같은 것에 따라 사람의 미래가 펼쳐진다는 생각은 이미 전근대적이고 비생산적인 것으로 비판받은지 오래입니다. 그렇게 수동적이고 비논리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자신의 앞날도 제대로 개척되지 못할 뿐 아니라, 자칫하면 타인에게까지 피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명문대학에 진학한다든가, 미인대회에 출전하여 스펙을 쌓고 유수의 기업에 소속되어 아직 젊은 나이에 화려한 경력을 가꾸는 일은, 넉넉한 집안에 태어나 부모님의 지원을 받아야만 가능하다는 게 이 사회의 통념에 가깝습니다. 그런 사회의 선입견을 보기 좋게 뒤집으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본인이 원하던 바를 모두 성취해 낸 여성의 분투기라면, 특히 아직 자신의 미래를 불확실성 속에 하나하나 구상해 나가는 청소년들에게 훌륭한 귀감이 될 수 있겠습니다. 

사람은 본래 사회적 동물로 태어나서인지, 고독의 시간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건 성장하고 나서건 간에 사람들, 특히 또래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며, 무리에서 소외되는 걸 무척 꺼리곤 합니다. 물론 여러 사람들, 특히 자신이 배울 게 있는 긍정적이고 활달한 기질을 지니고, 남들보다 앞서 무엇이라도 성취를 해 낸 이들과 친교를 맺고 사회성을 키우며 그들의 장점을 내것으로 소화하는 건 대단히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참된 성장을 기하기 위해, 때로는 깊은 고독의 시간을 가질 필요도 있습니다. 저자 장신애 이사께서는 p44에서 특히 아무의 지원도 받지 않고 혼자 서을로 올라와 승무원 취업을 위한 시간을 고독하게 보냈던 기간을 매우 자랑스럽게 회고합니다. 당시 아직 어린 나이이셨는데, 정보도 부족하고 심적으로도 위축될 만했건만 보란 듯이 취업에 성공하는 과정은 제3자가 봐도 흐뭇하고 통쾌합니다.   

p86에서 저자는 자기 전 10분의 습관을 무척 강조합니다. 여성으로서 미인대회 출전, 입상이라는 꿈은, 특히 한번밖에 지낼 수 없는 청춘기에 가져 볼 만한 목표입니다. 그러나 이런저런 한계와 사정 때문에 이를 실제로 이뤄내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하겠습니다. 입상이라는 단계는 말할 것도 없고, 그저 출전을 꿈꾸는 일조차 웬만해서는 엄두를 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저자 장 이사께서는 이 모두를, 집안의 후원도 거의 받지 않고 혼자 이뤄낸 것이니 정말로 대단한 의지요 노력이며 끈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저자가 당시 가장 힘들 무렵, 언제나 거르지 않고 잘 습관화했던 것이 바로 "자기 전 10분 동안 하루를 되돌아보고 성과를 점검하며 그를 바탕으로 내일을 설계했던 습관"입니다. 오늘날의 그녀를 만든 건 아마도 팔할이 이 멋지고 유익한 습관 덕이 아니었겠냐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디지털 시대에는 전자책을 읽어야 한다는 일종의 선입견이 이 시대에는 만연합니다. 독자인 저도 손바닥만한 폰이나 리더기 안에 수만 권 분량의 책들이 들어가고도 남는다는 사실에 언제나 놀라며, 또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 효용을 잘 뽑아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께서는 p106 같은 곳에서,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읽어야 독자 입장에서 사고력이 증진된다는 주장을 하고 계십니다. 물론 꼭 저자님 말고라도, 전통적인 독서 애호가들 중에는 종이책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으며, 서재를 가득 채운 종이책 장서를 보면 실제적 효용을 떠나 뭔가 감성적으로도 압도되는 면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감성적인 면을 떠나서, 외국 학자들의 체계적인 학문적 성과까지 인용하며 종이책이 왜 사고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 독자를 차분히 설득합니다. 이처럼 저자님은, 어떤 주장을 할 때 항상 권위있는 근거를 함께 들어 주는 태도가 책 전체를 통해 일관된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요즘은 특히 정치인으로 입신할 때, 그저 좋은 학력이나 경력, 자격만으로 대중에게 널리 인정받는 게 아니라, 그 사람만의 스토리가 있어야 하는 세상입니다. p118을 보면 저자는 고 스티브 잡스의 예를 들며, 단지 그가 스마트폰의 대중화라든가 기업인으로서의 가시적 성과만 이뤄낸 사람이 아니고, 특히 성장기의 청소년들에게 강렬한 영감을 줄 만큼 다채롭고 인상적인 스토리를 가졌던 점을 강조합니다. 물론 그는 혁신기업인으로서 일생을 마쳤으며 정치에 관여한 적은 없으나, 그가 죽은지 벌써 13년이 지난 지금도 대중이 여전히 창의성과 집념의 대명사로 그를 기억하며, 혁신이 다소 부족해지지 않았냐는 일각의 비판을 받는 애플이 여전히 큰 격차로 경쟁사들을 따돌리는 걸 보면 그의 후광이 얼마나 짙고 긴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저자 장신애 이사님이, 아직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뤄낸 많은 성취가, 자신만의 힘있는 스토리와 함께 전개되어 독자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는 점이 특히 좋았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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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의 프레임 - 우리는 왜 가짜에 더 끌리는가
샌더 밴 데어 린덴 지음, 문희경 옮김 / 세계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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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본디 너무도 복잡한 것이어서 우리는 어떤 인식의 틀을 먼저 마련해야만 이해의 첫발을 디딜 수 있습니다. 만약 인식의 기초가 되는 어떤 틀이 없다면, 분명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게 있어도 우리의 두뇌와 감정은 쏟아지는 정보 속에 온통 혼란에 빠져들고 말 것입니다. 프레임(frame)이란 그래서 우리의 정신 작용을 돕는 친구에 가까우며, 아무리 낮추어 평가한다고 해도 차악(次惡) 이상의 존재는 아닙니다. 

그런데 최근 세계 각국에서 특히 정치 양극화 추세가 고조됨에 따라, 각 진영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치 프레임을 짜서 대중 사이에 더 널리 퍼뜨리려는 전쟁을 벌인다고 해도 과장이 아닙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이른바 주객전도, 꼬리가 개를 흔드는 현상(wag the dog)이 일상화했다는 점입니다. 정치인들은 더 이상 유권자들에게 (형식적으로라도) 진실과 정의로 접근, 어필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아예 대놓고서 누가 더 듣기 그럴싸한 프레임이나 사탕발림을 내세울 수 있는지만을 경쟁하는 듯합니다. 만약 저런 가증스러운 노력을 두고 "잘 설득하는 법"이라며 포장할 수 있다면, 지금 이 책, 반 데어 린덴 캠브리지 교수가 쓴 이 책은, "나쁜 설득에 안 넘어가는 법"을 우리 독자에게 가르치는 멋진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p40을 보면 진실 착각 효과(illusory truth effect)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어떤 말을 진실 혹은 거짓이라고 판별할 때, 그 진위를 이치와 논리에 따라 분석하기보다는, 그 말을 얼마나 주변에서 자주 들었냐를 두고 결정하는 (잘못된)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쓰디쓴 모순, 역설 혹은 부조리는, 우리 역시 경험칙으로 그리 어렵지 않게 수긍할 수 있습니다. 우리 개인의 신조에 명백히 반하는 거북한 명제, 혹은 누구라도 반대할 만한 거짓이라 해도, 여튼 우리 주변에서 매우 자주 들린다면, 우리는 어느새 자포자기 상태가 되어 이 새롭게 강력하게 대두한 명제를 참으로 믿어 버립니다. 어떤 특정 정치인들이 일 잘하고 유능한가? 처음에는 아니라고 강력하게 거부했다가도, 주변에 그에 설득(세뇌)당한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 대세가 되어버렸다면, 이젠 나도 무의식중에 그 세뇌사항에 굴복해 버리는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과거와는 달리 고등교육을 널리 받고, 특정 정보의 진위 여부를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된 게 요즘입니다. 헌데 어떻게 된 게, 근거없는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이, 과거에 비해 더 늘어난 게 또한 팩트입니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1960년대에 법무부장관을 지낸 로버트 케네디의 아들인 프랜시스 케네디 주니어가, 근거없는 음모론 수준의 허황된 주장을 하여 인기를 얻는 등 반지성주의에 편승하는 모습을 보여 우려를 샀습니다. 이 책 p93을 보면, 음모론을 즐겨 퍼뜨리는 사람들의 언어에는 어떤 독특한 패턴이 발견되는데, 그 중 하나가 감정 중에서도 분노에 의존하는 방식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하나의 유력한 방법은, 차분한 설득이나 교육이 아니라 그의 분노 포인트를 자극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19세기 미국 노예폐지론자 소저너 트루스는 "진실은 힘이 강하며, 나중에라도 반드시 승리한다."는 명언을 남긴 적 있습니다. 그녀의 말대로 결국은 노예제가 폐지되었고, 20세기에는 마틴 루서 킹 같은 위대한 민권운동가가 등장하여 유색인종의 권리가 더욱 확충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 제2부의 제목은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거짓은 힘이 세다"입니다. 본래 사람은 거짓을 억지로 꾸며내기 어려운 존재이며, 있지도 않은 사실을 꾸며내는 건 특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들어 갖가지 거짓을 설계하고 이를 널리 파급하는 기술이 발전하여, 오히려 "거짓은 힘이 세다" 같은 역설적인 명제가 진실인 양, 씁쓸한 맥락에서 저리 쓰이게 된 것입니다.    

벡신이 다양한 질병으로부터 인체를 지켜주고 집단면역을 형성하여, 그 결과 특정 전염병의 경우 지상에서 완전히 소멸한 건 오로지 인류의 빛나는 지혜가 일궈낸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21세기인 지금 백신의 유해성, 딥스테이트가 고의로 퍼뜨리는 인류 복속의 수단 등 터무니없는 프레임이 씌워지고, 이것이 대중 사이에 제법 세력을 얻고 확산됨을 우리는 압니다. 이런 반지성주의의 발호를 멈추지 못하면, 10년 안에 백신 반대 담론이 소셜미디어 페*스북을 완전히 (진실인 양) 점령하리라고 저자는 말합니다(p199). 

이 책은 서두에서부터 반지성주의, 선동, 음모론 세뇌 등을 하나의 질병이나 바이러스로 보는 듯한 표현을 자주 구사했습니다. 사람의 정상적인 신체 기능이나 신진대사를 방해하는 현상만 병이 아니라, 올바르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이성을 파괴하는 것도 하나의 병으로 보고, 어떻게 하면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 행여 나쁜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자발적으로 반지성주의의 함정에서 빠져나올지 그 방법을 제3부에서 제시합니다. 보다 강력해진 세뇌에 효과적으로 저항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실천적으로 제시하는 제3부가 이 책의 압권이며, 이성적 논리적 사고에 평소에 자신있어하던 독자라고 해도 한번 정독할 가치가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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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시대의 토지 쇼핑 - 아파트가 가고 땅이 온다 천기누설 토지투자 13
이인수 지음 / 청년정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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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아파트 가격이 폭등했다가 내려앉은 후 나라 전체에 큰 우려가 일었습니다. 우선 젊은 세대는 다서 무리를 해서라도, 여태 마련해 둔 저축분에 더해 대출까지 보태어(이른바 영끌) 내 집부터 일단 마련하고 보자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습니다. 또 나이 든 은퇴 세대는, 자산으로 지닌 집 한 채를 담보 삼아 이런저런 대출을 끼고 사는 경우가 꽤 되는데... 만약 집값이 단기간에 폭등했다가 그 거품이 꺼지면, 이 두 세대의 삶이 모두 지옥으로 치닫는 것입니다. 일본도 이런 과정을 거쳐 잃어버린 30년을 맞았는데, 그나마 일본은 포트폴리오의 구성 요소가 다양했고 기본 체질이 튼튼했었습니다. 한국은 펀더멘털이 그렇게 튼튼하지 못해, 저런 일이 일어나면 어떤 파국적 결과를 맞을지 예측이 어렵습니다. 

지난 고도 성장기 한국을 버티게 한 굳건한 믿음은 이른바 부동산 불패 신화였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쓴 이인수 코랜드연구소장은 이제 부동산 중에서도 아파트는 더이상 그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기 어려우며, 아파트의 자리를 "땅, 대지"가 대신하리라는 전망을 내놓습니다. 실제로 근현대 들어 미국이나 서유럽에서 부동산이라고 하면 경제학이든 부동산학에서든 토지 그 자체에 훨씬 주목하는 게 보통이었고, 대지위에 얹혀진 하나의 옵션일 뿐인, 집, 그리고 집 중에서도 현금화와 표준화가 훨씬 쉬운 아파트에 대해 이렇게나 모든 주의가 집중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시피합니다. 그러나 이제 분양가상한제, 과잉공급 등으로 아파트 불패 신화에 균열이 생기고부터는, 원칙적으로 지상의 부착물일 뿐인 아파트보다는 토지 자체에 시선을 돌려야 한다는 저자의 지적은 의미심장합니다. 

요즘은 특정 지역의 경제활성도나 가능성을 체크할 때 GRDP라는 지표에 눈을 돌리기도 합니다. p83에도 설명이 잘 나오듯 gross regional domestic product의 약자인데, 저자께서도 그리 설명하듯, 원래 있던 GDP라는 개념에다 지역(region)이라는 속성만 살짝 붙였을 뿐입니다. 저자가 GRDP를 언급하는 이유는, 과연 어떤 지역이 앞으로 유망한 투자 가능성을 지녔는지를 체크할 때 가장 직관적인 지표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에 나온 수치를 잠시 인용하자면, 한국 각 지방 전체의 GRDP(따라서 한국의 GDP)는 1731조이며, 서올, 경기도, 인천의 GRDP는 870조 정도로 절반에 가깝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화성의 경우 경기도내 1위이며, 맥킨지 선정 유망 투자 도시로도 꼽혔다고 하네요. 이런 각종 경제 지표는 포털 사이트 네*버 등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도 덧붙입니다.    

"토지투자를 결정할 때 거리는 아주 중요하다.(p125)" 이때 거리는 지도상에서 두 지점을 직선으로 이었을 때 산출되는 믈리적 거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어떤 교통 인프라에 의해 연결되어 얼마나 짧은 시간 동안에 다녀올 수 있는지가 더 우선순위 높은 고려 요소라고 하겠습니다. 요즘은 행정구역상의 (공식) 명칭보다 부동산 가치를 더 잘 반영하는 통칭이 더 널리 쓰이는데, 예를 들어 화성시가 종전보다 훨씬 더 사람들의 큰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해당 시 자체의 역량보다, 그 구성 요소인 동탄 여러 동 일대의 가치 때문입니다. 성남이나 고양, 용인도, 이에 포함된 분당, 판교, 일산, 수지 등의 중요도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큽니다. 반면, 부천에 포함된 중동, 안산에 포함된 고잔 등은 소속 시 전체의 가치를 끌어올리기에 역부족임이 드러났다는 게 독자인 제 생각입니다. 책에서는 김해 일대에 생긴 장유신도시가, 창원터널 덕분에 창원시에의 접근성이 훨씬 좋아진 예를 듭니다.  

이탈리아 북동부의 작은 도시 베네치아는 구성원들의 남다른 근면성, 창의력, 혁신의지와 도전정신으로 중근세 수백 년 동안 지중해 일대에서 큰 세력을 형성했었습니다. 이 도시의 특징은 지중해와 유럽 내륙을 잇는 핵심적인 지정학적 중요성을 지녔었고, 아예 도시 자체가 수로로 긴밀하게 연결되었던 사실인데, 저자는 p176에서 앞으로 미래도시에서 번영하는 부동산 입지는 "친수(親水)구역 워터프론트(waterfront)"라고 내다봅니다. 수변(水邊)공간은 일단 도시 내 거주지로서 탁월한 뷰(view)를 끼고 있을 뿐 아니라, 교통 측면에서도 새로운 이동 수단의 등장과 더불어 메리트를 갖게 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또 저자는 택지 개발에 있어 이른바 강소(强小)택지 투자 트렌드(p188)가 대세가 될 것을 예측하는데, 그 핵심은 세컨 하우스 옵션, 여유있는 자금계획(설계 후 추가금 발생 대비), 집 본체보다 정원과 텃밭 등의 중요성 대두 등을 짚습니다. 현재의 닭장 같은 아파트 위주로 짜여진 포트폴리오하고는 근본의 관점부터가 다르다는 걸 눈치챌 수 있는데, 저자만의 차별화한 인사이트가 곳곳에서 드러나기 때문에 장기 투자 비전을 물색하는 이들에게 무척 유익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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