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전문변호사 사용법 - 건설, 건축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전문가 사용법 시리즈 7
박세원 지음 / 라온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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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이를 업으로 삼는 사람이 아니라 해도, 건축 관계 법규는 일상에서 잘 알아 둘 필요가 있는 지식입니다. 이웃과 수시로 경계 문제를 두고 충돌할 수 있고, 그 어떤 법규보다 인인(隣人) 관계가 민감하게 다뤄지기 때문입니다. 이번 둔촌 재개발 사태에서도 드러났지만, 만약 집합건물(아파트나 빌라)에 대한 법규에 우리가 무지하다면, 두 눈 버젓이 뜨고 큰 금전적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누구보다 나 자신부터 건축법규를 잘 알 필요가 있지만, 그게 힘들다면 건설전문변호사에게 잘 의뢰하여 나의 권익을 지킬 수밖에 없습니다. 변호사도 요즘은 너무나 많은 수가 배출되어 나오며, 그 중에는 자질과 전문성이 너무나 떨어지는 엉터리들이 많으므로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이를 찾아가야 괜한 돈을 날리지 않게 됩니다. 

p61을 보면 1심 재판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우리 나라 재판이 3심제라고는 하지만, 또 뉴스에 보면 1심의 결론이 2심 가서 뒤집혀지는 경우가 많다고도 하지만, 사실 통계적으로는 1심에서 이뤄진 사실관계가 상급십으로 올라가도 그대로 존중되는 수가 많습니다. 2심이나 법률심에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가 그만큼 힘들기 때문에 그런 사실들이 뉴스에 나온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책에도 그런 말이 있습니다만 대법원은 업무가 과중합니다. 따라서 나의 사건이 안타깝게도 꼼꼼하게 심사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는 것입니다. 현직 변호사가 이런 말씀을 할 정도면 현실이 어떨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죠. 

또 책에도 나오지만, 우리 나라는 본인 소송(변호사 없이도 진행)이 가능하게끔 법이 배려를 합니다. 그러나 본인이 어떤 의도로 진술을 했건 간에, 재판부나 단독 판사는 진술로부터 원고(혹은 피고)가 그저 자백을 한 것으로 간주하고 그 당사자에게 불리하게 취급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변호사의 필터링 없이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책에서 조언합니다. 필터링이라는 표현이 재미있죠. 우리의 생활 감각과 법률 전문가들의 느낌, 사고 체계가 매우 다르므로, 그저 자신만의 정의감, 억울함에 기반하여 함부로 아무 말이나 하다가는 큰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어떤 형식을 갖춘 자료만이 증거로 기능할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그러나 판사는 일상의 잡담 같은 문자메세지, 카톡(p108) 같은 것에서도 증거를 찾으며 만약 이를 함부로 부인하면 곧바로 진술의 일관성에 의심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합의 때마다 뭘 문서화해야 하는 건 아니며, 단순 협의 사항이 아니라 최종 합의라고 볼 정황이 있다면 (소송을) 한번 해 볼 만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또 일반적으로 인증(人證)보다는 물증이 더 높은 가치로 취급된다고도 책에 나옵니다. 

우리나라는 매도인에게 하자담보책임이라는 걸 지우며 건축물도 예외는 아닙니다. 책에 보면 예를 들어 건물에 누수가 발생할 때 매도인은 과거의 심각한 하자를 눈에 띄지 않게 하려는 의도로 이런저런 보수를 행할 수 있습니다. 이때, 그 보수 전의 상황을 알 수 있는 자료, 사진 등을 미리 확보해 두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이런 자료들이 어느 시점에 채증되었는지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으면 증거로서 아무 가치가 없으니 그 점에도 신경 쓰라고 저자는 조언합니다. p136을 보면 참으로 중요한 말이 나오는데, 변호사를 선임한다는 건 소송으로 본격 이행하겠다는 게 아니라(물론 그래도 되지만) 이 단계까지의 증거를 확실히 챙김으로써 오히려 일이 크게 번지는 걸 미연에 방지하는 의미도 있다는 거죠. 중요한 건, 변호사 상담을 주저하다가 실기(失機)하여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지 말라는 뜻입니다. 

변호사는 자기대리, 쌍방대리의 문제가 있어 특정 사건을 못 맡을 때가 있습니다. p172를 보면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려다, 그 부장판사가 아닌 다른 남성 변호사가 이상하게 "주도적으로" 나와서 기어이 다른 로펌에 가서 선임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니 왜 저자님이 직접 하시지 않나 해서 이상하게 생각하다가 다시 앞을 보니 그런 컨플릭트가 있었다는 사정이 나와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변호사님의 실전 감각 가득한 팁, 경험담이 많아서 특히 건축 관계 분쟁으로 골머리를 썩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만합니다. 책에 나온 게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 뭔가 건축 관계로 문제가 생기면 이런 전문 변호사를 찾아서 바로 권리 관계를 상담하는 게 낫겠습니다. 이 변호사님처럼 사람 자체가 똑똑해야지, 그저 간판만 믿고 맡겼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실무에서 부지기수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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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잡사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화에 담긴 은밀하고 사적인 15가지 스캔들
김태진 지음 / 오아시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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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모든 명화들은 자신 안에 고유한 이야기를 갖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라는 게, 점잖은 자리에서 차마 입에 올릴 것이 못 된다면, 오히려 우리들의 흥미를 더 크게 불러일으킵니다. 인기 유튜버, 크리에이터기 쓴 이 책에는 모두 15개의 작품과 그에 딸린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어떤 것은 범속한 우리 모두가 몸을 오싹오싹해하며 읽어갈 만하고, 어떤 것은 감동과 전율을 느끼며 지금의 나를 반성할 만한 소재기 되기에 충분합니다. 

p50에는 한스 홀바인이 그린 헨리 8세의 그림이 있습니다. 오주석 선생이 쓴 <한국의 미> 같은 책을 보면, 아무리 왕이나 당대 고관대작의 초상을 그리는 경우라도, 그들에게 아부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미화하려 든다면, 동료 예술가들에게 두고두고 비웃음거리가 될 뿐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예술가에게도 말하자면 선비의 지조 같은 게 있는 셈이겠는데, 홀바인의 저 그림도 못나면 못난 대로,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실물을 그대로 묘사해 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책에 나오는 대로 헨리 8세는 영국 군주 중에서도 유독 대륙의 정세에 휘둘리지 않고 악착같이 국익을 챙긴 통치자였으며, 그의 각별한 바람기에 희생양이 되었던 여인들이 불쌍할 뿐입니다. 

하나의 세계 하나의 종교, 그리고 한 명의 황제가 있을 뿐이라는 중세적 믿음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유능한 합스부르크 출신 황제 카를 5세를 거치며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로마 대약탈, 마르틴 루터의 출현을 통해 독일 각처의 영방 국가들은 영주가 로마 가톨릭 아닌 자신만의 종교를 갖는 경우가 늘어났습니다. 팔츠(영어로는 팔라틴)의 영주였던 프리드리히 5세(p88)는 루터교 신자였으며, 제임스 1세(잉글랜드 기준)의 딸 엘리자베스 공주와 집안 간 혼약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 책에는 처음에 냉담했던 엘리자베스 왕녀가 어떻게 해서 프리드리히 5세의 끈질긴 구애에 넘어갔는지가 재미있게 서술되었습니다. 

p95를 보면 그가 왕족이 아니라는 열등감에 괴로워했다는 취지로 서술되었으나, 그가 다스리던 팔츠가 국세(國勢)가 약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의 출신 가문 비텔스바흐는 독일 내에서 손에 꼽을 만큼 명문이며 합스부르크 가도 순전히 내력만 놓고 보자면 감히 비텔스바흐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단지, 보헤미아 신교도들로부터 온 제안이 국격의 상승 면에서 대단히 매력적이었겠습니다. p99에 나오듯, 이 선택은 정치적으로 대단히 어리석었으며 새 영지 보헤미아는 물론 본진인 팔츠마저 잃게 되었습니다. 이 공격에 가담한 주요 영방국 중 하나는 바이에른이었는데 여기도 비텔스바흐 가의 다른 계통이라서 더욱 안타깝죠. 아무튼 이 책의 1장은, 범상치 않은 기개와 열정, 뛰어난 지능까지 지닌 멋진 여성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독자를 매혹합니다. 

기독교 문헌에는 유독 목욕하던 아름다운 여인이 이후 역사를 바꿔 놓은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p109에 나오는 밧세바(렘브란트의 그림 주제)가 그러하며, 외경이긴 하지만 다니엘서에 나오는 수산나가 또한 그렇습니다. 만약 다윗 왕이 훔쳐본 밧세바의 자태가 그렇게 아름답지 않았다면, 이후 왕위를 계승한 솔로몬 같은 이는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여튼 이 유명한 그림에서 나신의 밧세바 모델이 된 여인이, 당시 네덜란드에서 불륜으로 지탄 받던 헨드리케였다고 책에 재미있게 서술됩니다. 비록 사회적 지탄은 받았으나 반려자 렘브란트에게 전혀 없다시피했던 현실감각을 잘 보충했던 그녀였기에, 이후 렘브란트가 명작을 계속 빚는 데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하네요. 

마리아 테레지아(p154)는 그 품위 있는 용모로나 뛰어난 정치적 재능으로나 단연 군주의 자격을 갖추고도 남을 사람이었으며, 단지 불운하게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 같은 라이벌을 당대에 만났을 뿐입니다. 헝가리인들은 기질이 드세고 자주의식이 투철하여 언제까지 합스부르크의 권위 하에 2등 시민으로 만족할 이들이 아니었으나,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아 오히려 구국의 지혜를 발휘한 마리아 테레지아의 연설에 감동받아 결국 제국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던 역사적 사실이 책에 매우 감동적으로 서술되었습니다. 자크 루이 다비드가 그린 유명한 그림 <마라의 죽음>은 프랑스 역사를 바꿔 놓았다고 해도 되는데, 책에는 암살자 샤를롯 코르데가 처형 후 부검 과정에서 처녀(virginity)였음이 증명되었다는 등 야만스러우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네요.   

세계 역사는 그 시대에 남다른 그림 재능으로 동시대인들에게 사랑 받고, 의도든 우연이든 역사의 주요 장면을 작품으로 남긴 천재들 덕분에 더욱 흥미롭게 우리들에게 다가옵니다. 우리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교양과 지식을 배울 수 있는, 또 명화의 아름다움이 페이지마다 스민,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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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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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어째서 나를 내고서 또 oo을 내었던가? 같은 탄식은 <삼국연의>에서 오의 주유가 촉의 제갈량을 두고 내뱉었던 말이 그 최초입니다. 실제 역사나 문학에서 이런 영혼의 맞수들은, 대개 서로를 자신처럼 잘 이해하기에, 비록 친구는 아니라도 alter ego의 관계라고는 부를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라면 1995년 마이클 만 감독의 <히트>에서 빈센트(알 파치노)와 닐(로버트 드 니로), 2007년 작 <아메리칸 갱스터>에서 프랭크(덴젤 워싱턴)와 리치(러셀 크로) 등은, 서로가 쫓고 쫓기는 자라는 대척의 포지션이라 해도, 인간 대 인간으로서는 깊이 공감하고 존중합니다. 이 2권 p126에는 뒤퐁과 푸르니에사를로베즈 사이의 라이벌리가 나오는데, 미국에서는 애런 버(Burr)와 알렉산더 해밀튼 사이의 결투가 또 유명하죠. 

지금 이 소설에서 필생의 맞수가 되어 버린 니콜과 모니카는, 비록 어떤 특수한 지점에서 서로를 무척 싫어하지만, 앤트로포비아 성향이라든가 비상한 두뇌 같은 게 닮기도 했기 때문에, 역시 운명의 라이벌들 답게 아주 최소한의 리스펙트를 마주 유지합니다. 단지 특이한 건 이들이 성인(중년) 남성이 아니라, 창조주 베르베르에 의해 영 애덜트 피메일으로 설정된 점입니다. 2권 p71에 다시 나오는 사피오섹슈얼이라는 말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1권 후반부에서 니콜에게는 새로운 남성 동반자가 생겼는데 그게 라이언이었습니다. 니콜 같은 여자애를 누가 남자로서 감당할 수 있을까 싶어도 둘이 나누는 티키타카를 보면 라이언 역시 만만한 녀석이 아닐 수 있겠다 싶죠. p32를 보면 니콜이 라이언에게 "한 개의 말로 두 기물을 동시에 공격하는" 포크 전술애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 있는데, 저도 폰이나 컴에서 싱글로 놀 때 상대(즉 프로그램)가 이 전술을 즐겨 구사하는 걸 겪었습니다. 그럼 아까워도 하나를 내 줘야죠. 책에도 나오듯 이 전술은 나이트와 함께 잘 시행되는데, 나이트가 대각선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과 무관치 않습니다. 

니콜의 약점이라면 1권에서도 그런 장면이 있었지만 종종 분노가 그녀를 삼켜 버리고(p39), 뇌가 감정에 의해서만 작동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p42에서 모니카가 호되게 그녀를 비판하길, 도대체 큰 그림을 보지 못한다는 거죠). 아... 역시 1권 말미에서 이 라이언이(라고해서) 과연 니콜과 끝까지 갈 수 있겠나 싶긴 했는데... 베르베르 소설이 간혹 그러했듯 전혀 예기치 않던 대목에서 훅 치고 들어와서는 중요 줄기 하나를 툭 쳐 버린다는 게, 매번 겪으면서도 독자는 방심하다 충격을 받습니다. 체스의 하수가 게임 중 갑자기 체크메이트(p63)를 당하듯 말입니다. 와, 여기서 갑자기 이래버리면 나머지 이야기들이 제대로 굴러가긴 할까? 베르베르는 이미 입지가 다져진 작가인데도, 어떤 편안한(그리고 익숙한) 길로만 간다든가 하는 얕은 수작을 부리지 않고, 팬들에게 막 어필해야 하는 신인처럼 과감한 수를 두며, 그래서 우리는 그가 좋습니다(친한[親韓] 작가의 작품답게, p147에선 이순신이, p201에서는 반기문이 언급됩니다). p84를 봐도, 베르베르는 아까운 캐릭터들을 참 잘도 날립니다. 장기의 기물처럼(모니카의 표현입니다) 말입니다. 

후성유전학(epigenetics)은 특히 나치 하에 수용소에서 극심한 고통을 겪은 임산부들이 낳은 아이들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비만 유전자가 활발히 작동한다는 사례가 보고되면서 더 주목받았습니다. 당대에 획득된 형질은 유전자단위에 새겨지지 않는다는 게 상식이기에 18세기 학자 라마르크(p53)라든가 그의 입장을 계승한 이들은 많은 비웃음을 샀습니다. 그러나 저 후성유전학의 예에서 보듯, 특수한 경우에는 획득형질이 후손에까지 유전될 수 있다는 결론은 다시금 인류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참된 변화와 개혁이 출중한 개인의 노력에 달렸는가, 아니면 어떤 집단지성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가, 더 신중한 기질의 모니카 역시 자신들 둘이 결코 화해할 수 없는 양 진영을 대변함(p57)을 알고 착잡한 심정을 토로합니다. 

고문(torture)라는 게 역사가 꽤 오래되었고, 동양이나 서양이나 각각의 개성에 따라 기발하고 악랄한 방식을 발전시켰더랬습니다. 인간이란, 일단 상대를 타자화하고 나면 못할 짓이라는 게 없을 만큼 잔인한 동물이죠. 니콜을 함정에 빠뜨려 구금한 ooo 측이 사실 문명인임을 포기하고 어떤 몹쓸 짓을 저지를 만큼은 (소설 속에서라도) 아닙니다. 그러나 니콜은 그 특유의 기질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 무너져 어떤 단계에까지 이를지 걱정이 되는 타입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도 대견한 게, 가상의 대화 상대(p61)를 만든다든가 해서 불안을 극복하려는 노력입니다. 이 분야에서 단연 최고봉은 골드먼의 유머 소설 <프린세스 브라이드>에서 웨스틀리가 루겐 백작 앞에서 취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1권에서 어린 모니카가 겪은 참사, 이 2권 p64에서 모니카가 잠시 낮잠을 자다 꿈 속에서 다시 만난 사고, 또 2권 p223, p243의 이슬람 성지 메카의 대형인명손실은 마치 2022년 서울의 이태원 압사 사건과도 닮았습니다. 

저는 이 작품에서 주인공 니콜이 호주 대농장주의 딸로 세팅된 데에서, 딕 프랜시스의 고전 <For kicks(1965)>에서의 댄 로크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로크는 사상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 정보 당국을 위해 온갖 헌신을 하고도 결국 소모품 취급만 당합니다. 그에 비하면 레드 밀리어네어 루퍼트 오코너의 동기(p170)에는 뭔가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 딸이 기어이 KGB에까지 찾아가 특급 요원이 된다... 하긴 출신 성분을 떠나 이 여성은 그 비상한 두뇌 때문에, 뭔 이상한 행동을 해도 그러려니 하고 수긍이 된다고 할지. 

p131에는 의미심장한 말이 나오는데, 1980년대 아프간 반군 무자히딘의 반 소련 투쟁은 세계로부터 보편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미국이, 소련의 팽창을 저지하려는 데 급급하다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을 한껏 키워줘서, 정작 무자히딘의 주류도 아니었던 탈레반이 새로 부상하여 이후의 아프간 정계를 완전히 장악하다시피했다는 점입니다. 베르베르는 여기서 마수드의 입을 빌려 미국의 실책을 맹비판하며 나중에는 빈라덴(p263)까지 거론하는데, 조금 오버가 아닌가 싶지만 여튼 결과론의 힘을 입어 말 자체는 다 맞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역사가 이후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는 베르베르뿐 아니라 우리 독자들도 다 아니 말입니다. 

무시무시한 여자 두 명이, 20세기 말에서 21세기 초에 터진 큼직큼직한 사건들의 배후에 알고보니 다 관여되었다... 좀 황당할 수 있어도, 심지어 체스에서 가장 쓸모있는 말은 퀸(상하좌우 대각선 모두로 이동 가능)이며 킹(한 칸 이동에 급급한)이 아니라는 누구(두 여자 중 한 명입니다)의 말은 소름끼치도록 정확합니다. 이제 노년에 달한 두 여인이, 십대 시절에 이어 두번째로 벌이는 체스 대국으로 소설이 마무리되는 건 장엄하기까지 합니다. 평소대로, 역사와 문명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통찰을 바탕으로 종횡무진 이어지는 이야기가 놀랍지만, 여태 시도 않던 두 명의 여성 이단아를 무대 중심으로 끌어올린 방식이 신선했습니다. "(Two) girls can do anything?" 

*출판사에서 제공한 소설을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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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세 무조건 되는 엄마표 영어 1일 1대화 (스프링)
세리나 황 지음, 소보록(강보경) 그림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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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형이라면 EBS TV에서 자주 봤을 만한, 인기강사 세리나 황 선생님이 쓴 교재입니다. 이 교재는 책 형태는 아니며, 탁상용 달력 모양으로 되어 있습니다. 저는 2년 전인 2022년 3월, 타 출판사에서 출간된 <초등 영어 단어장>을 리뷰한 적 있는데, 그 책도 이 책처럼 탁상용 캘린더 포맷입니다. 당시에도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만, 확실히 어린이용 교재는 이렇게 1일에 일정 분량만을 할애하여, 나이 어린 학습자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매일매일의 습관을 통해 공부가 몸에 배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하물며 그 대상이 어학 공부라면 말할 것도 없습니다. 

4~7세용 교재인데도 볼륨이 크고 무게도 꽤 무겁습니다. 스프링 제본이긴 한데, 플라스틱 스프링이 무거워 봐야 얼마나 한다고 그 이유 때문에 이렇게 무거운 것은 아닙니다. 제 경험상 캘린더형 교재는 보관에 신경쓰지 않으면 금세 훼손되거나 낯장이 떨어져나가서 교재의 형식적 안정성이 크게 훼손되는 일이 잦았습니다. 이 교재는 탁상형 캘린더의 외관을, 두꺼운 마분지 재질 직육면체형 커버가 전체를 다시 둘러싸게 할 수 있어서, 일단 보관시 안정감이 생깁니다. 아이가 책을 넘겨 보지 않을 때, 낱장별로 펄펄 날려 산만해지는 걸 막아 주며, 혹시 책상 위에 거치하지 않고 책꽂이에 비치할 때도 모양을 안정적으로 만들어 주는 점이 좋습니다. 또 종이질이 좋고 색감이 풍부해서 아이가 흥미를 잃지 않습니다. 채도도 과하지 않아서 눈의 피로도를 낮춥니다. 

DAY 2을 보면 두 사람 사이의 대화가 나옵니다. 엄마(꼭 엄마는 아니고, 선생님일 수도 있고 성인 여성 포지션입니다)가 몸이 좀 어떻냐며 How are you feeling?이라고 묻습니다. 아이의 대답이 I have a stuffy nose라고, 코가 막혔다는 말을 합니다. 우리는 영어식 사고가 힘들어서, 이 경우 My nose is...어쩌구 하며 원어민식 자연스러운 표현을 즉석에서 떠올리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I have a (어떠어떠한) nose라고, 이런 원어민스러운 패턴이 바로바로 튀어나오도록 평소에 연습이 되어야만 합니다. 사실 공간 안에 뭐가 꽉 찬 상태를 가리키는 stuffy라는 단어도, 평균적인 한국인 성인(논 잉글리시 네이티브)에게는 떠올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그게 신체 기관인 코의 상태를 나타낼 때라면 말입니다. 부정관사 a도 여기서 빼먹으면 안 됩니다. 

DAY 51을 보면 아이가 에취!라고 재채기를 합니다. 재채기의 영어식 의성어(onomatopoeia)는 교재에 나오듯 achoo!인데, 그 발음은 [어추]에 가깞고 강세는 2음절에 놓입니다. 우리처럼 첫강세의 "엣취"가 아님을 주의해야 하겠는데, 출판사 홈피에서 mp3 음원을 다운받을 수 있으니 챙겨서 듣고, 원어민의 정확한 발음을 꼼꼼하게 참고해야 합니다. 엄마표 영어라고 했는데 엄마가 혹시 영어 발음에 자신 없을 수 있습니다(안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원어민 발음 음원이 잘 구성되었으므로, 행여 번거롭다고 생략하지 마시고 아이한테 반드시 들려 줘야 하겠네요. 입을 가리라는 cover your mouth도, 이걸 듣거나 읽으면 무슨 뜻인지 알아도, 말로 해 보라고 하면 바로 생각이 안 날 수 있습니다. mouth 앞에 my, your 하는 소유격도 저들은 칼같이 챙기므로 아이한테 신경써서 짚어 줘야 할 포인트입니다.   

어린이들이 자주 행하는 놀이는 요즘이라면 세계 어디나 서로 닮았습니다. 숨바꼭질(DAY 54) 할 때 술래는 풀어 말하면 "찾는 사람"인데, 우리말 술래처럼 특수 어휘가 따로 마련된 게 아니라서 영어는 그저 seeker라고 표현합니다. 이때 the seeker라고, 앞에 정관사 the가 붙는 점에도 유의해야 합니다. 마지막 줄, ready or not이라고 할 때, 준비가 되고 안 되고는 숨는 사람 입장을 가리키고, 숨는 이가 다 숨었건(=준비가 되었건) 아니건, 규칙에 따라 열까지 세었으므로 술래는 이제 찾으러 나서겠다고 선포합니다. 그 말이 바로 "Here I come!"입니다. 가까운 미래는 이처럼 현재 시제로 표현하기도 하죠. 

365일 스케줄에 맞추었지만 7일을 위크 단위로도 묶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주는 WEEK 52인데, 이 주의 모토는 "최선을 다한 나(=엄마)와 아이를 위한 파티를 해요! 입니다. 요즘은 이처럼 한국에서도 아이들, 또 엄마들 단위로 파티도 일상적으로 하기 때문에, 파티 관련 표현도 익혀 둘 필요가 있습니다. 또 공부를 떠나서, 365일 동안 아이와 함께 힘든 영어 공부를 진행해 온 수고라면 파티 등을 통해 위로를 받어야 하며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교재가 예쁘고, 뻔한 표현을 지양하면서도 일상에서 자주 쓰는 요긴한 문장과 패턴이 많아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교재를 공부하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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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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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란 참으로 복잡한 동물입니다. 보통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 대해 쉬운 공감을 보내지 못하는 사람을 두고 사회성에 문제가 있다, 더 심하게는 사이코패스다, 이런 식으로 단죄를 일삼곤 합니다. 그런데 이 소설에 등장하는 니콜과 모니카는 정반대입니다. 작은 동물을 가둔다든가, 생체 실험을 기조로 시도한다든가 하는 잔인한 방침을, 본인들과 지근거리에 있는 담임교사, 급우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실행하는 걸 도저히 못견뎌합니다. 과연 니콜과 모니카는 반사회성 가득한 부적응자, 인간혐오자일까요? 아니면 반대로, 동료들(이라고 할 수도 없지만)의 비인간성을 차마 용인할 수 없는, 지극히 인간적인 예외 케이스일까요? 주인공 버프를 받아서가 꼭 아니라, 누가 옳고 누가 한심한 야만인인지는 명약관화합니다. 다만 우리는 니콜이나 모니카 같은 이들을 두고 융통성이 없다며 핀잔을 주기는 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감정적 편의를 위해 그 정도를 배려 못 하냐면서 말입니다. 이 소설에서 니콜과 모니카는 아직 미성년자이기는 합니다. 

니콜의 부친, 오스트레일리아의 농장주 루퍼트 오코너 씨(아일랜드 출신[p155, p178] 이민자들도 호주에 아주 많죠)는 아직 모든 게 혼란스러울 딸을 위해 일반적으로 타당한 사항을 차분하게, 지성적으로 설명해 줍니다. 우리도 사회과, 혹은 국어과 교과서에서 집단(group)과 군집(gregariousness)의 차이에 대해 배웠습니다. 후자는 특히 라틴어에 기원을 두는데, p24에서 루퍼트 씨가 egregius의 개념을 설명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단어는 접두어 e가 out of의 뜻이므로 오히려 누구보다도 뛰어난, 예외적인, 이런 뜻이 되죠. 아무튼 집단지성의 (의외의) 중요성을 설명하려는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우리 독자들이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양들의 울음을 거론하는 대목에서는 토머스 해리스의 1989년 장편 <양들의 침묵>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p33에는 예의 그 위대한(?) 책, <상대적이며...>에서의 특정 항목이 일부 발췌되는데 저 "오시야"라는 게 우리나라로 치면 "푸시맨"이죠. 

특히 모니카는 학급에서 1등을 할 만큼 머리가 우수합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의 감정적 어리석음을 잘 공략한 프리실라의 얕은 수에 밀려 결국 학급대표 선거에서 떨어집니다. 이 우화는 현대 민주주의의 맹점을 잘 고발합니다. 현명하고 능력 있는 인물을 지도자로 뽑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리석은 대중은 그들에게 교활하고 유해한 방식으로 아첨하는 정상배(政商輩)에 놀아나며, 베네수엘라의 예에서 보듯 결국 망국의 길로 치닫습니다. 물론 학교 성적이 우수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뛰어난 지도자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러나 사회의 공동선이 무엇인지, 복잡다기한 세계 정세의 변화 속에 어디를 공동체 비전의 소재지로 삼아야할지에 대해 깊은 학식이 없다면 일차 자격 미달입니다. 사람들의 비위나 맞추고 목전의 이익 달성에나 골몰하는 모사꾼이 득세하는 나라라면 그냥 문을 닫는 편이 낫습니다. 그러나 모니카는 생각보다 쿨한데, p45에서 vox populi vox dei라는 라틴어 속담을 인용합니다. "백성의 소리는 신의 소리"란 뜻이죠. 

아... 모니카는 이름부터가 왠지 순탄치 못한 생의 경로를 다분히 암시하는 팔자인가 봅니다... p60에 나오듯이 Monica의 mono-라는 형태소는 혼자, 단일한, 같은 뜻을 지니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했으니 말입니다... 라는 자탄은 다분히 과장이고 오류이기까지 합니다. 터무니없는 소리지요. 모니카라는 이름이 예나 지금이나 얼마나 많은 소녀들에게 붙여진 보편적인 이름입니까. 오히려 정신의 유니크함은, 집단의 건강성을 높이고 창의력을 증진하여 모두에게 축복이 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예외(p61, p265)는 오히려 축복이며 선물이고, 그래서 예로부터 그 부모에게 선물과도 같은 아이(여자)에게 이 이름이 붙었던 것입니다. 오, puella egregia!(예외적인 소녀여!) 

심리학자 보링이 지적한 아가씨-노파 그림이라든가,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유명한 그림 토끼-오리 같은 걸 보면, 단일한 형상이라고 해도 이를 보는 사람이 그 마음에 무엇을 두는지에 따라서 다르게 보이기도 합니다. 이 책 1권의 표지를 보면, 하얀 낱빛을 한 사람의 옆선 실루엣이 보이기도 하고, 체스의 기물 중 퀸과 나이트(둘 다 검정으로 뽑혔네요)의 일부가 보이기도 합니다. 체스에서 둘의 공통점이라면, 대각선(에 가까운) 행보가 가능하다는 점이겠습니다. 조감, 조감... 인간이라는 개체는 너무도 시야가 좁아서, 눈 앞에서 엄청난 사건들이 터져도 그 의미가 무엇인지 감도 잡지 못합니다. 니콜은 소설 저 앞에서 아빠 루퍼트가 암시한 대로, 사실은 사람이 양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양이 사람을 이용하듯(어디까지나, 루퍼트 씨가 그리 이해한다는 뜻입니다) 자신도 스노볼처럼 작은 수 여럿을 빌드업하여 세계 역사 자체를 바꿔 놓을 마음을 먹습니다(p67). 

이 소설에서뿐 아니라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체스 대회는 이베리아 반도 남단의 영국 영토 지브롤터에서 열리며 그다음 위상이 북대서양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 토너먼트입니다. 1960년대 이래 내내 그러했고, 북극 대권 항로의 요충지이기에 아이슬란드는 미소 냉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던 외진 무대들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1980년대 중반, 소련의 고르바초프 서기장과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여기서 만나 정상회담을 갖기도 했던 것입니다.  

루퍼트씨는 미래지향적이라는 말에 대해 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습니다. 앞서 우리가 봤듯, 루퍼트씨는 특출한 개인 지성의 기여(p267)보다, 일견 평범해 보이는 개체들이 유기적으로 연합해서 현실화하는 집단지성의 힘을 더 높이 평가합니다. 1972년 대회에서 소련 측 스파스키는 사실 혼자 힘으로 싸운 게 아니라 관중석 등에 심어 놓은 온갖 스파이들의 힘을 빌려 이기려 들었다는 건데, 이를 반칙이라고 비판하는 게 아니라 겸손하게(?), 동료들과 협력하여 승리를 얻으려는 미래지향적 인간형을 대표한다고 루퍼트씨는 찬양합니다. 참으로 독특한 태도입니다. 하긴 1982년 3월의 한국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반드시 이기려고 회사 차원에서 파견한 관중석의 인력들이 쌍안경으로 상대 덕아웃과 포수의 싸인을 읽어내려 했었다는 썰도 있었습니다. 42년이 지난 이제는 피치컴이라는 게 도입되어 이런 생각을 못하게 되었습니다.  

p112에는 참으로 어이없는 사건이 터집니다. 니콜은 자신의 외모가 평범하다며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낙담합니다. 반면 상대는 매력적인 외모도 외모지만 남이 범접할 수 없는 어떤 기품이 느껴진다고 합니다. 아무리 이런 고민에 몰두할 사춘기 소녀라고 하지만 어쩜 이렇게 잘못된 착각에 안타깝게도 빠져 있을까요! 더군다나 기품이란, 외형의 피처(feature)가 아닌 내면의 확신에서 나오는 것인데 말입니다. 아무튼 니콜은 그 뜻밖의 변을 당하고도 오히려 침착합니다. 이유는 우리 독자들이 다 짐작할 수 있습니다. p113의 <살아있어>라는 노래는 존 트라볼타 주연 <토요일 밤의 열기>에 삽입된 "Stayin' alive"이겠습니다. 

단체는 반드시 개인보다 우월한가? p131 이하에서 교수는 개인에서 집단으로의 이행을, 마치 단세포에서 다세포로의 진화에까지 비유합니다. 하긴 아리스토텔레스(p241)도 사람은 본래 그런 사회적 동물이라고 규정한 바 있습니다. 한편 딸이 미혼모가 되었다는데도 오히려 할아버지 자격 취득에 더 감격(p151)하는 루퍼트 씨를 보면 확실히 예사로운 사람은 아닙니다. 저 뒤 p225에 나오듯 사실 이 양반은 어느 유명한 단체(1998년 이후에는 더 이상 유명하지 않습니다만)에 뒷돈까지 대고 있었던 거죠. p273에는 "속이 빨간 억만장자"라는 말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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