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수소에너지 -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에너지게임 체인저
백문석 외 지음 / 라온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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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는 원자기호로 H라 쓰며 보통 자연상태에서는 원자 둘이 합쳐져 H2의 형태입니다. 우주 전체를 놓고 볼 때 가장 단순한 원소이기에 그만큼 흔하며 이 점에 주목하여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꼽히게 되었습니다. 2020년 하반기에 문재인 대통령도 해당 주제를 놓고 특별히 강조한 적 있고 증시에서도 이 섹터에 한 번 큰 바람이 불었다 지나간 적 있기에 일반 대중에게도 낯선 화제만은 아닙니다. 


p48에는 부생수소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역시 수소만이 지닌 강점입니다. 특별한 기업이 새로 만들어져야 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포스코 같은 데서 (알고 보니) 생산 공정의 부산물로 얼마든지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하다못해 바이오매스도 엔트로피를 높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처리가 새로 가해져야 하는 걸 감안하면 이는 에너지원으로서 엄청난 강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p81에서 부생수소가 다시 토픽으로 나옵니다. 우리가 1970년대에 집중적으로 건설한 중화학 공업 시설에서는 아무래도 탄소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데 여기서 무시 못 할 부생수소가 획득되니 탄소 중립에 성큼 한 발 다가설 수 있고 비용도 저렴합니다. 다만 책에서도 지적하듯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발생하나 애초에 "부생" 수소이니만큼 비용이 따로 많이는 안 든다는 게 큰 강점입니다. 


이어 수전해수소는 아직 그 생산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게 단점이죠. 우리가 중1때 물의 전기 분해로 수소와 산소를 만들었는데 당시에는 에너지원으로서의 수소에 주목하지 못했기 때문에 뽀글뽀글 거품을 일으키는 산소만 봤다는 게 지금과의 큰 차이입니다. 세상이 이만큼이나 빠르게 바뀝니다. 이 책의 이 대목에서 논의되는 토픽들은 우리가 하다못해 주식 투자를 할 때에도 매우 중요하게 고려되는 팩터들입니다. 이런 걸 모르면 이제 대화에도 끼기 힘들다는 거죠. 


거대 석유기업은 지난 30년 간 환경단체의 집중 표적이 되어 왔습니다. 이제는 세상이 크게 바뀌어 그때 젊은 시절을 보낸 이들이 기업 중역이 되어 있고 대중의 기본 분위기가 친환경 반기업에 가깝기에 해당 이슈를 더 이상 무시하고 못 지나갑니다. 주가 관리 차원에서도 말입니다. p122에 보면 기존의 석유 기업들이 다양한 프로젝트 협업을 통해 블루수소를 생산하려 들고 이를 통해 "넷제로(net zero)"를 달성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또 p183 이하에도 석유 메이저들이 재생 에너지 사업에 어떤 양태로 진출하는지 설명이 자세합니다. 


수소를 이용한다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한다, 이 모든 움직임의 근본 동인은 지구 온난화 방지입니다. 그래서 온실가스 감축 기술 개발에 많은 기업들이 관심 갖고 노력할 수밖에 없는데 그저 캠페인에의 동참이 아니라 생존 차원의 발버둥입니다. 이 중 p153에서는 CCUS 기술을 소개합니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수송하고, 지중(地中) 저장하는 기술인데 이제 이런 수준까지 연구가 되는구나 싶어 관심 깊게 읽게 되었습니다. 


운송은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수소도 난점이 비슷합니다. 분자 구조상의 이유로 기체가 고체, 액체보다 훨씬 큰 부피를 차지하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이들에 순조롭게 접근하지 못한 건 바로 이런 운송, 보관상의 난점 때문이었습니다. 책 p218는 국책연구기관인 KIST와 사기업인 원익머티리얼스의 협업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런 호재가 증시에서 잘 받아들여져 재작년인 2020년에 해당 기업이 한때 큰 시세가 나오기도 했습니다(암모니아를 이용한 무기화합물 운송법). 


수소는 종국에 연료전지 형태로 쓰이는데 알칼라인, 인산염, 고분자 전해질, 직접메탄올, 용융탄산염 등 다양한 포맷이 있다고 책 p233 이하에 나옵니다. p259에는 수소에너지가 어떻게 종합적 생태계를 이루며 현재 어느 단계까지 도달했는지 조감할 수 있는 표가 나오는데 독자들의 편한 이해를 깔끔히 돕습니다. 최근에 나온 책들 중 수소에너지에 대해 대중서 레벨에서 가장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지식을 전달하는 듯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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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진화의 무기, 친화력 - 협력을 통해 무리에서 사회로 도약한 이야기
윌리엄 폰 히펠 지음, 김정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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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나운 이빨과 발톱을 발달시킨 맹수들이나 과거에 엄청 덩치를 키우고 지구를 호령한 공룡들을 보면 진화의 종착점은 공격성인 듯 보입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같은 종 개체나 타 생명체를 무작정 공격하는 게 능사는 아니며 오히려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배우는 게 생존을 위한 진정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진화심리학 분석틀을 활용하여 친화력이라는 가장 결정적인 팩터가 인류의 성공적인 생존, 진화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두뇌에게 무엇보다 어려운 도전은, 물체를 다루는 것보다 동료 구성원을 대하는 일이다.(p48)" 사회에서 높은 대접을 받는 성원은 일단은 아마 일을 잘하는 재능을 갖춘 사람일 것입니다. 남들보다 특별히 뛰어난 손재주로 물건을 잘 만들거나 여러 기술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타 구성원으로부터 더 존중을 받고 많은 자원이 기여의 대가로 부여되었을 터입니다. 그런데 문명이 발전할수록, 그런 단순한 기술을 잘 구사하는 사람보다는, 타인(들)의 심리를 잘 읽고 이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할 줄 아는 이가 훨씬 사회적으로 높은 랭크를 차지하게 됩니다. 이런 걸 정치술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이의 첫 단계는 바로 친화력입니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선거구민, 대중들에게 잘 어필하는 능력을 지닌 이가 자주 선거의 승자가 되는 건 바로 이런 이치 때문입니다. 


"호모 에렉투스 말고도 더 정교한 도구를 만든 종(種)이 있었지만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까지 계획한 종은 호모 에렉투스가 처음이었다.(p59)" 계획을 세운다는 건 무리들 사이에 일감을 분배한다는 걸 뜻할 수 있고 일감을 분배한다는 건 서로 소통할 능력을 발전시켰다는 뜻도 됩니다. 분업만으로 성에 차지 않았던 그들은 불을 다룰 줄도 알았고 불로 익힌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신진대사가 더 활발하게 일어나게 하여 큰 뇌 용량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p99에는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에 사는 쿵족이 나오는데 이 부족의 이름을 표기할 때는 독특한 음가 때문에 느낌표를 반드시 붙여야 합니다. 개별 소유보다는 공유 질서를 중히 여기는 이 부족에 대해서는 제래드 다이아몬드 박사의 어느 저서에서도 언급된 적 있죠. 또 이 책 저자는 마르크시즘과 소유의 본능이 어느 지점에서 충돌하는지에 대해서도 p97에서 잠시 분석합니다. 


사람은 재산이나 기타 유익한 자원을 독점하려는 욕구도 강하지만 모순되게도 그 반대 욕구 역시 강합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같은 곳에 중요한 정보를 간혹 아무 대가도 받지 않고 털어놓는 사람도 있으며 누군가의 질문을 무상으로 해결해 주는 사람도 있는데 이기적인 개인 모델로만 접근하면 이런 현상은 설명이 안 되는 겁니다. 감정과 경험을 공유(p155)하려는 욕구와 본능도 인간은 충분히 지니고 있으며 문제를 잘 푸는 능력 못지 않게 사회적 관계를 원활히 형성하는 능력도 개체의 생존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인간은 이처럼 사회적 관계를 중시하기에 그를 담당하는 뇌의 부분 역시 그에 알맞게 진화했다는 게 이 책 저자의 입장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기술적인 방법을 먼저 찾는 선택이 있고, 사회적 방법(타인의 도움을 구한다든가)에 먼저 의존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의 part 2에서는 이런 두 방법의 관계와 성질에 대해서 매우 자세한 논의가 이뤄집니다. 사회적 협동이 밀접히 이뤄지는 곳에서는 기술 발전이 더딜 수 있는데 근대 과학의 중요한 발전이라는 게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유럽에서 근대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는 건 이런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저자는 대체로 "아싸"들이 이런 기술적 해법 발견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고, 영업 등 사교를 중시하는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이 저런 기술적 능력이 대체로 약한 편이라고도 주장합니다. 


누가 사기꾼이고 누가 진실한지 구별해 내는 기술은 자신(개인)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나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나 모두 중요합니다. 사람은 남을 속이는 기술도 지니게끔 진화했지만 반대로 자기 자신을 속이는 데도 능숙합니다. 자연계에서 이런 예는 그리 힘들지 않게 발견되기도 합니다. 객관적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생존에 지장이 있을 텐데도 이런 능력까지 발전시키는 쪽으로 인간이 진화한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중요한 건 적대적 집단 사이에서도 공감과 협력이 일정 수준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종 전체가 공멸하리라는 점입니다. 


그저 경쟁만 팽배한 사회라면 무한 갈등 끝에 모두가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치열한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웃음과 유머라는 본능도 인간은 발전시켜 왔으며, 때로 다른 종에게까지 친밀감을 느끼며 살인적인 생존 경쟁 분위기를 무마하는 능력이야말로 고도의 진화 기술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반려동물이 크게 늘어난 것도 생활 수준의 향상 못지 않게 이런 심리적 배경도 있을 것입니다. 진화의 방향은 때로 우연이 결정하기도 하나 그 우연이 포착해 준 큰 행운은 우리가 쉽게 흘려보낼 수 없습니다. 친화력은 그게 같은 사람을 향한 것이든 자연과 다른 생물을 향한 것이든 우리의 안온하고 평화로운 생존에 큰 도움이되는 본능임이 분명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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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2022 세계대전망
영국 이코노미스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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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는 언제나 정확하면서도 깊이 있게 세계 정세와 경제 흐름을 전망, 예측하고 이를 격조 있는 문장 안에 담는 일류 아티클을 독자에게 선사해 왔습니다. 이 미디어에서 펴낸 세계 대전망의 이 2022년판도 확실히, 도움 되는 인사이트를 많이 찾을 수 있었으며 읽고 난 후의 보람과 흐뭇함이 느껴지는 독서였습니다. 


"캔슬 컬처(cancel culture)"는 우리 한국에서도 어렵지 않게 마주치거나 그 씁쓸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던, 일종의 풍속도가 되곤 했습니다. 이 매체의 아시아 담당 편집자인 레오 미라니는 "취소가 뭐 어때서 그러나? 코로나가 끝난 후에도, (사람한테야 몰라도) 일이나 다른 약속들은 기꺼이 취소도 할 수 있는 게 바람직한 습관이 되었다"고까지 말합니다. 이 아티클은 상당히 유머러스한데, 비록 (늘어나는 확진자와 백신 접종 지체 덕분에 도쿄 하계 올림픽 취소를 위한 좋은 구실이 만들어졌었으나) 그걸 취소할 기회를 (결국은) 놓쳐 버렸는데, 다가올 베이징 동계 올림픽 등이 아직 있으니 기회는 남아 있다"며 농담을 던집니다. 취소가 자유로우려면 그를 위한 시스템이나 플랫폼이 발달해야 하는데 이는 코로나가 우리에게 남기고 간 일종의 이점이라는 취지입니다. 이런 좋은 유산으로 남은 여러 장치까지 "취소"해 버린다면 이건 좀 곤란하다는 조크로 글을 마칩니다. 처음에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아 이코노미스트 사이트에 접속하여 원문을 다 읽어 보았습니다. (이 책의 번역은 정확하더군요)


한국인들만큼 여행 좋아하는 민족도 없습니다. 코로나가 빨리 극복되길 기대하는 심리 때문에 항공주, 여행주 등이 그간 때이르게 핀 꽃처럼 갑자기 반등했다가 도로 주저앉기를 반복했습니다만 여전히 상황은 호전되지 않고 그럴 전망도 안 보입니다. 사이먼 라이트 편집자는 더 나쁜 변이를 걱정하기도 하는데 이 아티클은 작년 11월경에 쓰였고 아직 오미크론 변이가 출현하지 않았을 무렵이죠. 오미크론 변이가 비교적 치명률이 약한 증상만 낳는다고도 하지만 독감과도 결합한다고 하니 과연 어떤 귀착이 날지는 모를 일입니다. 


사이먼 콕스는 이머징 마켓이라는 말이 처음 생긴 때를 회상하며 이후 40년 동안 이 지역에 어떤 일이 생겼는지 분석합니다. 중국에 대한 평가가 인상적인데 "정중앙 왕국이 중위 소득 국가로서 맞는 마지막 해"라는 표현 안에 많은 것이 녹아 있습니다. 정중앙 왕국이란, 中國이란 한자어를 즉자적으로 새긴 거죠. 이 아티클은 "반흔 조직"이라 제목이 붙어 무슨 뜻일까 했는데 원문은 "fiscal scarring"으로 인해 이들 중진국들이 고생 중이라는 보다 긴 문장이었습니다. 한국도 코로나 유행 기간 동안 재정충실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정책이 행해졌는데 아직까지는 scarring을 걱정할 시점이 아닌 듯 보이긴 합니다만 글쎄 모르죠. 


한국도 약탈당한 문화재 반환에 깊은 관심, 이해관계가 달린 나라 중 하나인데 바나비 필립스 필자는 1987년 영국의 舊 베냉 왕국(현 나이지리아 일부와 겹침) 침략을 환기하며 글을 시작합니다. 책은 친절하게 이 나라를 현재의 베냉 공화국과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고 일러 주기까지 하나 둘의 지리적 위치는 크게 다르지 않고 어원도 완전히 같습니다. 정작 더 정통성을 지닌 본토는 그 명칭을 잃고 엉뚱하게 인접 땅이 그 이름을 가져간 경우인데 인디아도 원래 인더스 강 유역의 나라는 현재 딴 이름(파키스탄)이고 다른 나라에 이름을 뺏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도 관련 아티클은 p336의 라마찬드라 구하의 글을 읽어 볼 수 있겠는데 모디 총리가 그처럼 존경 받는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물론 저자는 개인숭배를 철저히 경계하자는 논조이며 "인디라 간디의 독재 정권도 2년을 넘기지 못했다"면서 과거의 예를 드는데 이것은 1975~77년의 비상사태 선포 후 통치만을 가리키는 것이며 인디라 간디는 그보다 훨씬 오래 나라를 다스린 사람이었습니다. 개인숭배는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서나 위험하며 모디 아니라 그 누구라도 그런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되지만 시진핑은 반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p339 이하에 시 주석의 진로를 비판하는 데이비드 레니 베이징 지국장의 글이 나옵니다. 


국정연설을 올해 늦게 시작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리더십에 큰 위기를 겪고 있는데 이 책 p193에서는 적절하게 "트럼프의 재림"을 우려하는 제임스 아스틸 DC 지국장(이코노미스트)의 글을 싣습니다. 원문을 보니 거창하게 "재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진 않았으나 여튼 (이 한국어판의 두드러진 장점이기도 하지만) 거의 똑같은 기조로(뭐 번역문이니 당연하지만) 비판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었습니다. 


유럽연합에는 폴란드나 헝가리처럼 민주주의 질서에 회의적인 지도자가 나타나 권위주의를 퍼뜨리는 경향 때문에 다른 회원국을 걱정시키기는 상황도 있습니다. 그런데 폴란드는 반 러시아 분위기 때문에 이렇게 되었으며 헝가리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폴란드는 1차 대전 후 필수즈키 원수 집권기에는 군사 강국이란 평판을 유지했기에 독일, 소련이 함부로 보지 못했으나 이후 리더십의 붕괴를 겪으며 결국 망국으로 치달았죠. 


현재 필리핀은 40년 전에 축출된 독재자 마르코스의 아들이 유력한 다음 집권자로 부상하는 등 정국이 안개 속입니다. 브라질은 간만에 보우소나르라는 우파 대통령을 맞아 여러 잡음이 이는 등 역시 혼란스럽죠. 물론 좌파의 룰라 때에도 평탄하기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책에서는 이 나라의 정국 향방이 열대 우림의 운명에까지 큰 영향을 끼치리라는 분석도 곁들입니다. 


언제나 그래왔지만 책 말미에는 여러 주요 국가들의 경제 지표, 또 산업별 전망이 간략히 나옵니다. 이번 2022년판은 예년에 비해 훨씬 도판도 많고 독자가 읽기 편한 편집을 실현한 것처럼 보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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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식포럼 인사이트 2022 - 글로벌 리더들의 미래 전략
매일경제 세계지식포럼 사무국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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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에서 매년 개최하는 세계지식포럼 인사이트는 이제 세계적인 행사가 되었습니다. 지명도 높은 세계적 명사들이 출연하여 국격도 높이고, 함부로 접할 수 없는 인사이트도 제공하여 청중과 독자의 안목도 한층 향상됩니다. 뿐만 아니라 발표의 주제 역시 심층적이어서 그 리스트만 훑어도 바로 지금의 시대정신이 어디를 향하는지 살필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현재 유력정당의 유력 후보가 "기본소득"을 주장하기에 이 역시 아젠다의 하나로서 주목을 끕니다. 물론 이 후보가 처음으로 주창한 것은 아니며 세계적으로 이미 실시하는(혹은 반대에 직면한) 사례가 있기에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참조할 만한 여러 케이스가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한국에서는 현재 서울 시장이 그 반대당 출신 정치인이기에 이를 둘러싼 논쟁이 더 흥미롭습니다. 행사 발제자 중 하나인 대런 애쓰모글로 MIT 교수 역시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기조이므로 논거의 마련은 더 치밀합니다. 

 

기본소득에 반대한다고 하면 아마 우파적 정책을 지지하는 논자가 아닐까 지레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 교수는 "중산층에게 지급된 기본소득의 경우 대부분을 도로 세금으로 내게 되므로 이는 공공경제학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내세웁니다. 그러니 이는 모델링상의 허점과 모순을 지적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공정"이라는 가치와 관련하여 작년 도쿄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낸 여자배구 김연경 선수의 발언이 눈에 띕니다. 그녀는 190cm를 훨씬 넘기는 축복 받은 피지컬에다 공수 양면에서 완성된 기술을 구사하는 세계적인 완성형 선수이지만 중학교 때만 해도 작은 키 때문에 진로 고민이 많았던 유망주에 불과했습니다. 벤치에 대기하며 상황에 따라 어떤 전술을 염두에 두고 행동에 나설지 많은 생각을 할 기회가 있었다는 그녀의 고백을 들으며 모든 시련은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예비하는 소중한 기회라는 점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AI라고 하면 재미있는 답을 내어놓는 로봇이라든가 청소기라든가, 아니면 원하는 컨텐츠를 검색해 주는 스피커(?)를 떠올리기 쉽지만, 당연하게도 그 본연의 기능과 기대치는 훨씬 난이도 높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이홍락 교수는 신약 개발에 적용되는 초거대 AI에 대해 설명합니다. 테드 서전트 교수는 재료정보학상의 응용을 논하며 시행해야 할 각종 실험을 엄청나게 단축할 수 있는 순기능을 소개합니다. 수천 종류의 소재를 손으로 일일이 실험했던 토머스 에디슨이 지금 활동했다면 아마 지적 자원과 에너지를 엄청 아낄 수 있었겠습니다. "천재를 실현하는 99%의 땀"이란 명언에는 21세기 중으로 큰 수정이 가해질지도 모릅니다. 


 

아무래도 NFT가 작금의 논의에서 또 빠질 수 없는 논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증강현실, 가상 현실 등에 초점이 맞춰지다 이후 메타버스 등으로 지평이 확대되고 다시 NFT 기술이 비디오 게임 등 모든 문화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코로나 19는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습니다. 훨씬 이전부터 우리의 삶 곳곳에 침투하여 능률과 만족도를 바꿔 놓을 기술로는 나노 테크놀로지가 있겠는데 나명희 부사장은 이제 "비욘드 나노"를 거론합니다. 이십여년만에 드디어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건지 독자로서 흥미롭게 읽은 주제였습니다. 

 

코로나 19 때문에 각국에서는 확장적 재정 정책을 채택하고, 관련 산업이 전면 재편되는 등 투자자 입장에서는 격변을 맞이한 게 지난 2020~21년의 상황이었습니다. 우리 주변에 유독 이 기간 동안 크게 이익을 봤다느니 반대로 손해를 입었다느니 하는 사람이 많았던 게 다 이 때문이었습니다. 각종 변이가 나타난다고는 하나 여튼 코로나 종식이 어느 정도는 다가온 이 시점, 과연 투자의 분위기에는 저 시기만큼의 변동성과 기회를 만날 수 있을까요? 최희남 씨와 피터 오펜하이머는 대체로 부정적인 전망입니다. 테이퍼링도 축소되는데다 인플레이션을 대비하여 금리가 인상되는 등 이전만한 기회는 서서히 자취를 감출 가능성이 높습니다. 


 

작년판에 비해 투자와 산업에 대한 논의가 훨씬 늘었으며, 비대면 위주의 진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화려하게, 또 심도 있게 펼쳐진 행사의 무게감이 책을 통해 증명되고 있으나 다만 도판이 예년에 비해 다소 적게 실린 점이 아쉽다면 아쉬운 점입니다. 여튼 한 해의 마무리, 또 한 해의 시작은 이 책과 함께해야 왠지 구색이 다 갖춰지는 느낌입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으로부터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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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보 조선민족혁명당과 통일전선
강만길 지음 / 역사비평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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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길 전 고대교수는 아직도 생존해 계시고 지금 리뷰하는 역비의 이 책은 2003년도판입니다. 아마 최근에 이 책의 개정판, 또 큰글씨판이 새로 출간된 것 같습니다. 


강만길 교수님의 저서들에 대해서는 여태 책좋사의 다른 회원분들이 많은 서평을 카페에 남겼는데 저는 여태 한 권도 책프에 쓰지 않았네요. 또 검색하면 제 글이 안 나오는 걸 봐서 독후감 속에 잠시 언급한 적도 없는가 봅니다. 어렸을 때 강 교수님의 강연회에 간 적 있는데 그때 교수님(당시에도 이미 원로이셨던)이 "김일성의 경우 이제 학문적으로 그 독립운동 행적을 공인할 필요가 있다"고 하시고 그 근거에 대해 정치적인 합의 또 통일이라는 대의를 드시더군요. 저로서는 꽤 충격이었으며 선생의 저서를 읽을 때에는 이 점을 좀 염두에 두어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민족유일당 운동은 1920년대 중후반부터 일어났으며 그 성과물이 신간회라는 건 국사 시간에 배워서 다들 아는 바입니다. 단일민족인데 새삼 유일당 말고 무슨 다른 목표가 있을까 싶어도 이때 우리 민족(뿐 아니라 다른 트리컨티넨털에서도)은 심각한 분열상을 겪고 있었습니다. 1917년은 1차 대전이 아직 진행 중일 시점이었는데 이때 패퇴를 거듭하던 러시아는 마침내 민생 파탄을 견디지 못하고 제정이 파탄납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휘두르던 차르의 오백 년 제국이 무너졌다는 것만으로도 충격이었는데 더 놀라운 건 그 나라에서 공산주의자들이 정권을 잡았다는 뉴스였습니다. 여태 각 나라의 치안 당국은 공산주의자를 그저 무해한 몽상가들 정도로 여겼으나 이제 실체적 위협으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일제도 자국(소위 내지)과 식민지의 사회주의자들을 체제 교란 요소로 간주하고 이른바 치안유지법을 제정하여 시행했는데 이것이 1925년의 일이었습니다. 우리 민족도 사회주의가 본격 수입됨에 따라 소련으로부터 직접 물적 지원을 받는 단체도 생기고 기존의 민족주의 진영과 명백한 차별점이 생겼습니다. 민족주의 진영은 딱히 후원해 주는 외국이 없었으나(후원은커녕 1920년대까지 열강은 일본과 여전히 같은 입장이었죠) 사회주의자들은 소련, 코민테른 등과 연계를 맺고 보다 실천적인 활동이 가능했습니다. 


1935년 중국에서 민족유일당 운동의 산물로 드디어 이 민족혁명당이 결성되었습니다. 조소앙, 젊은 김원봉,나중에 북한 정권에서 김일성에게 숙청되는 최창익 등이 좌익 계열이었습니다. 또 우익 인사 중에서는 김규식, 지청천 등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이 두 분은 임정에 합류하여 백범을 돕습니다. 김규식은 임정 5차 개헌 후 부주석을 맡고 지청천 장군은 광복군을 이끕니다. 


이 당은 우리가 잘 알다시피 민족유일당 결성이라는 이념이 무색하게 이후 분열상을 또 노출합니다. 그래서 약산 김원봉과 나중에 북한에서 최고위직을 역임하는 한글학자 김두봉이 주도권을 잡고 우익 계열은 탈당하게 됩니다. 김두봉도 소장파였는데 당시 김원봉이 워낙 젊었다 보니 오히려 중진처럼 보입니다. 김두봉은이 무렵 독일에서 총통 자리에 오른 아돌프 히틀러와 동갑이고 약산은 그보다 십 년 정도 더 연하입니다. 김두봉은 출생지가 기장인데 현재 이곳은 부산광역시에 통합되어 요즘은 신도시 건설로 땅값이 한창 오르는 중입니다. 아무튼 저 이후로 이 당은 명칭이 "조선민족혁명당"으로 바뀝니다. 


이후에도 이 당은 의열단 계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김두봉 계열이 주도권을 잡아 정작 창립자 격인 김원봉이 소수파로 전락하기에 이릅니다.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통일 전선"인데, 좌익 계열 입장에서 설령 기본 노선이 다른 민족주의, 우익, 개량주의자라고 해도 일단은 손을 잡고 공동의 적인 파쇼에 맞선 후 식민지의 통치 기반을 붕괴시킨 후, 이후 새 질서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공산주의 중심으로 체제를 재편한다는 유명한 방침입니다. 


조선의용대도 크게 두 갈래로 분열되는데 약산이 이끈 건 조선의용대이며, 김두봉의 조선독립동맹 계열은 조선의용군으로 개편되어 이후 팔로군과 합세합니다. 약산은 나중에 백범의 임정에 합류하는 건 우리가 잘 아는 사실이며 어쩌면 나이로 약산의 아버지뻘인 백범이 이를 잘 포용하여 두 세력의 연합이 이뤄진 데에서 민족단결의 의의를 찾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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