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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2022 세계대전망
영국 이코노미스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12월
평점 :
<이코노미스트>는 언제나 정확하면서도 깊이 있게 세계 정세와 경제 흐름을 전망, 예측하고 이를 격조 있는 문장 안에 담는 일류 아티클을 독자에게 선사해 왔습니다. 이 미디어에서 펴낸 세계 대전망의 이 2022년판도 확실히, 도움 되는 인사이트를 많이 찾을 수 있었으며 읽고 난 후의 보람과 흐뭇함이 느껴지는 독서였습니다.
"캔슬 컬처(cancel culture)"는 우리 한국에서도 어렵지 않게 마주치거나 그 씁쓸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던, 일종의 풍속도가 되곤 했습니다. 이 매체의 아시아 담당 편집자인 레오 미라니는 "취소가 뭐 어때서 그러나? 코로나가 끝난 후에도, (사람한테야 몰라도) 일이나 다른 약속들은 기꺼이 취소도 할 수 있는 게 바람직한 습관이 되었다"고까지 말합니다. 이 아티클은 상당히 유머러스한데, 비록 (늘어나는 확진자와 백신 접종 지체 덕분에 도쿄 하계 올림픽 취소를 위한 좋은 구실이 만들어졌었으나) 그걸 취소할 기회를 (결국은) 놓쳐 버렸는데, 다가올 베이징 동계 올림픽 등이 아직 있으니 기회는 남아 있다"며 농담을 던집니다. 취소가 자유로우려면 그를 위한 시스템이나 플랫폼이 발달해야 하는데 이는 코로나가 우리에게 남기고 간 일종의 이점이라는 취지입니다. 이런 좋은 유산으로 남은 여러 장치까지 "취소"해 버린다면 이건 좀 곤란하다는 조크로 글을 마칩니다. 처음에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아 이코노미스트 사이트에 접속하여 원문을 다 읽어 보았습니다. (이 책의 번역은 정확하더군요)
한국인들만큼 여행 좋아하는 민족도 없습니다. 코로나가 빨리 극복되길 기대하는 심리 때문에 항공주, 여행주 등이 그간 때이르게 핀 꽃처럼 갑자기 반등했다가 도로 주저앉기를 반복했습니다만 여전히 상황은 호전되지 않고 그럴 전망도 안 보입니다. 사이먼 라이트 편집자는 더 나쁜 변이를 걱정하기도 하는데 이 아티클은 작년 11월경에 쓰였고 아직 오미크론 변이가 출현하지 않았을 무렵이죠. 오미크론 변이가 비교적 치명률이 약한 증상만 낳는다고도 하지만 독감과도 결합한다고 하니 과연 어떤 귀착이 날지는 모를 일입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108/pimg_7735611893263042.jpg)
사이먼 콕스는 이머징 마켓이라는 말이 처음 생긴 때를 회상하며 이후 40년 동안 이 지역에 어떤 일이 생겼는지 분석합니다. 중국에 대한 평가가 인상적인데 "정중앙 왕국이 중위 소득 국가로서 맞는 마지막 해"라는 표현 안에 많은 것이 녹아 있습니다. 정중앙 왕국이란, 中國이란 한자어를 즉자적으로 새긴 거죠. 이 아티클은 "반흔 조직"이라 제목이 붙어 무슨 뜻일까 했는데 원문은 "fiscal scarring"으로 인해 이들 중진국들이 고생 중이라는 보다 긴 문장이었습니다. 한국도 코로나 유행 기간 동안 재정충실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정책이 행해졌는데 아직까지는 scarring을 걱정할 시점이 아닌 듯 보이긴 합니다만 글쎄 모르죠.
한국도 약탈당한 문화재 반환에 깊은 관심, 이해관계가 달린 나라 중 하나인데 바나비 필립스 필자는 1987년 영국의 舊 베냉 왕국(현 나이지리아 일부와 겹침) 침략을 환기하며 글을 시작합니다. 책은 친절하게 이 나라를 현재의 베냉 공화국과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고 일러 주기까지 하나 둘의 지리적 위치는 크게 다르지 않고 어원도 완전히 같습니다. 정작 더 정통성을 지닌 본토는 그 명칭을 잃고 엉뚱하게 인접 땅이 그 이름을 가져간 경우인데 인디아도 원래 인더스 강 유역의 나라는 현재 딴 이름(파키스탄)이고 다른 나라에 이름을 뺏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도 관련 아티클은 p336의 라마찬드라 구하의 글을 읽어 볼 수 있겠는데 모디 총리가 그처럼 존경 받는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물론 저자는 개인숭배를 철저히 경계하자는 논조이며 "인디라 간디의 독재 정권도 2년을 넘기지 못했다"면서 과거의 예를 드는데 이것은 1975~77년의 비상사태 선포 후 통치만을 가리키는 것이며 인디라 간디는 그보다 훨씬 오래 나라를 다스린 사람이었습니다. 개인숭배는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서나 위험하며 모디 아니라 그 누구라도 그런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되지만 시진핑은 반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p339 이하에 시 주석의 진로를 비판하는 데이비드 레니 베이징 지국장의 글이 나옵니다.
국정연설을 올해 늦게 시작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리더십에 큰 위기를 겪고 있는데 이 책 p193에서는 적절하게 "트럼프의 재림"을 우려하는 제임스 아스틸 DC 지국장(이코노미스트)의 글을 싣습니다. 원문을 보니 거창하게 "재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진 않았으나 여튼 (이 한국어판의 두드러진 장점이기도 하지만) 거의 똑같은 기조로(뭐 번역문이니 당연하지만) 비판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었습니다.
유럽연합에는 폴란드나 헝가리처럼 민주주의 질서에 회의적인 지도자가 나타나 권위주의를 퍼뜨리는 경향 때문에 다른 회원국을 걱정시키기는 상황도 있습니다. 그런데 폴란드는 반 러시아 분위기 때문에 이렇게 되었으며 헝가리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폴란드는 1차 대전 후 필수즈키 원수 집권기에는 군사 강국이란 평판을 유지했기에 독일, 소련이 함부로 보지 못했으나 이후 리더십의 붕괴를 겪으며 결국 망국으로 치달았죠.
현재 필리핀은 40년 전에 축출된 독재자 마르코스의 아들이 유력한 다음 집권자로 부상하는 등 정국이 안개 속입니다. 브라질은 간만에 보우소나르라는 우파 대통령을 맞아 여러 잡음이 이는 등 역시 혼란스럽죠. 물론 좌파의 룰라 때에도 평탄하기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책에서는 이 나라의 정국 향방이 열대 우림의 운명에까지 큰 영향을 끼치리라는 분석도 곁들입니다.
언제나 그래왔지만 책 말미에는 여러 주요 국가들의 경제 지표, 또 산업별 전망이 간략히 나옵니다. 이번 2022년판은 예년에 비해 훨씬 도판도 많고 독자가 읽기 편한 편집을 실현한 것처럼 보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