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보 조선민족혁명당과 통일전선
강만길 지음 / 역사비평사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강만길 전 고대교수는 아직도 생존해 계시고 지금 리뷰하는 역비의 이 책은 2003년도판입니다. 아마 최근에 이 책의 개정판, 또 큰글씨판이 새로 출간된 것 같습니다. 


강만길 교수님의 저서들에 대해서는 여태 책좋사의 다른 회원분들이 많은 서평을 카페에 남겼는데 저는 여태 한 권도 책프에 쓰지 않았네요. 또 검색하면 제 글이 안 나오는 걸 봐서 독후감 속에 잠시 언급한 적도 없는가 봅니다. 어렸을 때 강 교수님의 강연회에 간 적 있는데 그때 교수님(당시에도 이미 원로이셨던)이 "김일성의 경우 이제 학문적으로 그 독립운동 행적을 공인할 필요가 있다"고 하시고 그 근거에 대해 정치적인 합의 또 통일이라는 대의를 드시더군요. 저로서는 꽤 충격이었으며 선생의 저서를 읽을 때에는 이 점을 좀 염두에 두어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민족유일당 운동은 1920년대 중후반부터 일어났으며 그 성과물이 신간회라는 건 국사 시간에 배워서 다들 아는 바입니다. 단일민족인데 새삼 유일당 말고 무슨 다른 목표가 있을까 싶어도 이때 우리 민족(뿐 아니라 다른 트리컨티넨털에서도)은 심각한 분열상을 겪고 있었습니다. 1917년은 1차 대전이 아직 진행 중일 시점이었는데 이때 패퇴를 거듭하던 러시아는 마침내 민생 파탄을 견디지 못하고 제정이 파탄납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휘두르던 차르의 오백 년 제국이 무너졌다는 것만으로도 충격이었는데 더 놀라운 건 그 나라에서 공산주의자들이 정권을 잡았다는 뉴스였습니다. 여태 각 나라의 치안 당국은 공산주의자를 그저 무해한 몽상가들 정도로 여겼으나 이제 실체적 위협으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일제도 자국(소위 내지)과 식민지의 사회주의자들을 체제 교란 요소로 간주하고 이른바 치안유지법을 제정하여 시행했는데 이것이 1925년의 일이었습니다. 우리 민족도 사회주의가 본격 수입됨에 따라 소련으로부터 직접 물적 지원을 받는 단체도 생기고 기존의 민족주의 진영과 명백한 차별점이 생겼습니다. 민족주의 진영은 딱히 후원해 주는 외국이 없었으나(후원은커녕 1920년대까지 열강은 일본과 여전히 같은 입장이었죠) 사회주의자들은 소련, 코민테른 등과 연계를 맺고 보다 실천적인 활동이 가능했습니다. 


1935년 중국에서 민족유일당 운동의 산물로 드디어 이 민족혁명당이 결성되었습니다. 조소앙, 젊은 김원봉,나중에 북한 정권에서 김일성에게 숙청되는 최창익 등이 좌익 계열이었습니다. 또 우익 인사 중에서는 김규식, 지청천 등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이 두 분은 임정에 합류하여 백범을 돕습니다. 김규식은 임정 5차 개헌 후 부주석을 맡고 지청천 장군은 광복군을 이끕니다. 


이 당은 우리가 잘 알다시피 민족유일당 결성이라는 이념이 무색하게 이후 분열상을 또 노출합니다. 그래서 약산 김원봉과 나중에 북한에서 최고위직을 역임하는 한글학자 김두봉이 주도권을 잡고 우익 계열은 탈당하게 됩니다. 김두봉도 소장파였는데 당시 김원봉이 워낙 젊었다 보니 오히려 중진처럼 보입니다. 김두봉은이 무렵 독일에서 총통 자리에 오른 아돌프 히틀러와 동갑이고 약산은 그보다 십 년 정도 더 연하입니다. 김두봉은 출생지가 기장인데 현재 이곳은 부산광역시에 통합되어 요즘은 신도시 건설로 땅값이 한창 오르는 중입니다. 아무튼 저 이후로 이 당은 명칭이 "조선민족혁명당"으로 바뀝니다. 


이후에도 이 당은 의열단 계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김두봉 계열이 주도권을 잡아 정작 창립자 격인 김원봉이 소수파로 전락하기에 이릅니다.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통일 전선"인데, 좌익 계열 입장에서 설령 기본 노선이 다른 민족주의, 우익, 개량주의자라고 해도 일단은 손을 잡고 공동의 적인 파쇼에 맞선 후 식민지의 통치 기반을 붕괴시킨 후, 이후 새 질서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공산주의 중심으로 체제를 재편한다는 유명한 방침입니다. 


조선의용대도 크게 두 갈래로 분열되는데 약산이 이끈 건 조선의용대이며, 김두봉의 조선독립동맹 계열은 조선의용군으로 개편되어 이후 팔로군과 합세합니다. 약산은 나중에 백범의 임정에 합류하는 건 우리가 잘 아는 사실이며 어쩌면 나이로 약산의 아버지뻘인 백범이 이를 잘 포용하여 두 세력의 연합이 이뤄진 데에서 민족단결의 의의를 찾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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