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2 - 이들이 꿈꾼 세상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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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비스듬히 드러눕거나 비뚜루 서고, 상소리를 내뱉으며 어지러운 것을 보면서 경건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때문에 몸을 움직이는 것, 말을 하는 것, 얼굴빛을 바르게 하는 것 - 이 세 가지(삼사재)는 학문을 하는 데 가장 우선적으로 마음을 기울여야 하는데, 이 세 가지도 하지 못하면서 다른 일에 힘쓴다면 비록 하늘의 이치에 통달하는 재주가 있고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식견을 가졌다 할지라도 결국은 발뒤꿈치를 땅에 붙이고 바로 설 수 없게 되어, 어긋난 말씨, 잘못된 행동, 도적질, 대악, 이단이나 잡술로 흘러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정약용, 두 아들에게 부친다 서신중에서

139쪽

헛되이 그냥 읽기만 하는 것은 하루에 천 번 백 번 읽더라도 오히려 읽지 않은 것과 같다. 무릇 독서하는 도중에 한 자라도 모르는 것이 나오면 모름지기 널리 고찰하고 세밀하게 연구하여 그 근본 뿌리를 깨달아 글 전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날마다 이런 식으로 읽는다면 한 가지 책을 읽더라도 겸하여 수백 가지 책을 엿보는 것이다.

정약용, 학유에게 부친다 서신 중에서

141~142쪽

연표나 월표를 읽을 때는 손때가 까맣게 묻었다 하는데, 이야말로 역사책을 제대로 읽는 법이다...아무쪼록 범례를 상세히 읽어보고 국조보감에서 연표를 뽑아 만들고 더러는 대사기나 압해가승에서 뽑아 연표를 만들고 중국의 연호와 역대 조정의 임금들이 왕위에 오른 연도를 자세히 고찰하여 책으로 만들어 놓고 비교하면, 아마도 우리나라의 일이나 선조의 사실에 대해 그 큰 줄거리를 알고 시대의 앞과 뒤를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정약용, 학유에게 부친다 서신 중에서

143~144쪽

참으로 술이란 입술을 적시는 데 있다. 소처럼 마시는 사람들은 입술ㄹ과 혀를 적시기도 전에 직접 목구멍으로 넣는데 그래서야 무슨 맛이 있겠느냐? 술을 마시는 정취는 살짝 취하는 데 있는 것이지 얼굴이 붉은 귀신처럼 되고 토악질을 하고 잠에 골아떨어져 버린다면 무슨 정취가 있겠느냐. 요컨대 음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병에 결리면 폭사하는 사람들이 많으데, 주독이 오장육부에 배어들어가 하루 아침에 썩어 버리기 때문이니 이야말로 크게 두려워 할 일이다. .... 경계하는데 절대로 숭을 가까이 하지 말거라. 제발 이 천애의 애처로운 아비의 근삼하는 말을 따르거라. 술병은 등에서도 나고 뇌에서도 나며 치루가 되기도 하고 황달이 되기도 한다. 기괴한 병이 한번 나오면 백약이 무효로다. 바라고 바라노니 입에서 딱 끊고 마시지 말거라.

정약용, 학유에게 부친다. 서신 중에서

146쪽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하지 않는 시는 시가 아니며,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에 분개하지 않는 시는 시가 아니며,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하고 미운 것을 밉다고 하며, 착한 것을 권장하고 악을 징계하는 뜻이 담겨 있지 않은 시는 시가 아니다.

정약용, 학연에게 부친다. 서신 중에서

152쪽

천하엔 두 개의 큰 기준이 있으니, 하나는 옮고 그름(시비)의 기준이고 다른 하나는 이롭고 해로움(이해)의 기준이다. 이 두가지 기준에서 네 단계의 큰 등급이 나온다. 옭은 것을 지키면서 이익을 얻는 것이 가장 높은 등급이고, 그 다음은 옳은 것을 지키면서 해를 입는 등급이고, 그 다음은 옳지 않은 것을 추종하여 이익을 얻는 경우이고, 가장 낮은 등급은 옳지 않은 것을 추종하여 해를 입는 경우이다.

정약용, 학연에게 답한다. 서신 중에서

262쪽

내가 돌아가느냐 못 돌아가느냐 하는 것은 진실로 큰일이다. 그러나 죽고 사는 일에 비하면 작은 일이다. 사람이란 때로 물고기를 버리고 곰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삶을 버리고 죽음을 택할 때도 있다. .. 내가 살아서 고향에 돌아가는 것도 운명이고 돌아가지 못하는 것도 운명이다.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다하지 않고 천명만 기다리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너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을 이미 다했다. 그런데도 내가 돌아갈 수 없다면 이 또한 운명일 뿐이다.

정약용, 학연에게 답한다. 서신 중에서

2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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