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단 한번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독서지도사 수업를 가르치던 천원석 선생에게서 장영희 교수를 알게 되었다. 그전까지는 이름을 들어보지도 못했으니 그의 수필을 접해볼 기회조차 없었던 건 당연지사.

 

천원석 선생은 그의 삶과 수필이 참으로 정수라고 하며 꼭 한번 읽어볼 것을 권하였는데, 요즘 내가 수필쓰기에 관심이 생기다 보니 이 책도 이제야 읽어볼 요량이 생겼다.

 

나는 본디 서사를 좋아하고 감성과 서정을 노래하는 것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하여 주로 소설을 많이 보는 편이고 상대적으로 시와 수필은 가까이 하지 않았다. 무릇 글이라 함은 스토리가 있어야지, 잘 짜여진 플롯이 있고 다양한 인물과 배경이 있어야지, 내 느낌 달랑 한줄 내 생각 두어 장 갈긴 것은 글이라기 보단 낙서장에 갈긴 내 일기 정도로 치부했다고나 할까. 원래 무식하면 용감한 것이라는 말이 참으로 맞는 말인 것 같다.

 

장영희 교수는 1952년에 태어났고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평생 목발과 휠체어를 벗으로 삼아 살았던 서강대 영문과 교수였다. 안타깝게도 그는 2009년에 58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낫다. 그는 장왕록이라는 우리나라 영문학계에 큰 족적을 남긴 분이 아버지였는데 장영희 교수는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또 그 역시 아버지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하나였을 것이다. 이 수필집에서 아버지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많이 나온다.

장영희씨는 우리나라 교육계에서 그야말고 청렴하고 성실하게 학생들을 사랑하며 존경받는 스승으로 삶을 살았던 듯 보여진다.

 

그의 수필은, 하루 글 한 편을 쓰고 있는 나에게 아주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과서에서 읽은 것이 내가 읽은 수필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비로소 수필을 그것도 한 사람이 쓴 수필집을 온전히 재미를 갖고 감동으로 읽어낸 것은 처음이다. 그처럼 장영희 교수의 수필집 '내 생애 단 한번'은 가슴에 울리는 바가 크다.

 

결코 유려하거나 필체가 뛰어난 문필가는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수필 각 한 편 한 편이 솔직하고 담백해서 화려하지 않아도 마치 단편소설을 읽는 양 재미가 있고 감동도 있다. 영문학자라 그런가 영미문학이나 소설가들의 명언도 많이 알아서 군데 군데 끼워넣은 격언, 명언, 명사들의 비유와 은유도 그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딱 맞아떨어져서 결코 '~체'하려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어떤 수필은 온전히 자신의 느낌만으로, 또 어떤 수필은 적절한 에피소드를 잘 엮어 자신만의 생각을 펼쳐내는 것으로, 또 어느 것은 최근 일어났던 사회 현상이 사건 들을 가지고 한 편의 멋진 일상 이야기를 진솔하게 써 놓았다. 결코 현학적이지 않고 언뜻 보면 누구나 이렇게 쓸 수 있을 것 같이 쉽게 보이는 글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이리 쉽게 보이는 글 한편도 써 내려면 얼마나 많은 정신적 고뇌와 물리적 시간이 필요한지를. 요즘 하루 한 편 짧은 글, 일주일에 한 편의 긴 글을 써보면서 온전한 글 한편을 마무리한다는 것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생산의 고통, 그것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자꾸 쓰다보면 장영희처럼 쓸 수 있을까?

 

진정 수필이란 이런 것이 아닌가 하고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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