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즈키 선생님 5 ㅣ 세미콜론 코믹스
다케토미 겐지 지음, 이연주 옮김 / 세미콜론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우연한 기회에 읽게 된 '스즈키 선생님'
읽고 난 후의 느낌은.."우와~ 다음 건 언제 나오지?" 하는 생각.
그림이 섬세하거나 아름답거나 하지 않은 매력(?)이 있다. 설핏 그 아이가 이 아이야? 할 정도로 서로 이름을 불러주지 않으면 구분이 애매한 등장인물들도 있다.
글이 무척이나 많다. 특별히 5권에서 8권까지 토론이랄지 재판이랄지 선거랄지 하는 이야기가 있어서만은 아닐게다.
제목이 주는 느낌은 어느 초보선생님이 아이들과 부딪히며 성장해가고 아이들도 성장해가는 학원물이겠거니 싶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앞부분 네 권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음에도 이입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일본이라는 환경적 특징이 있어서인지 중학생들이 이런 말도 해? 라든가 선생님이 이런말을 해도 돼? 하는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긴 했다.
예를 들면, 스즈키 재판이라는 에피소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스즈키 선생님과 연인 사이에 아이가 생겼다. 그들은 알지 못했다. 축젯날 입덧을 하게 된 스즈키의 연인, 그녀를 발견하고 달려가던 스즈키, 그리고 아이들과의 만남.
아이들은 입덧을 알아채고 혼전임신을 의심한다. 학교에서 배운 피임법을 실천하지 않은 선생님. 게다가 결혼하지 않은 상태. 어쨌든 오해와 오해는 학급토론이라는 미명하에 스즈키재판으로 진행된다.
도덕적이거나 윤리적인 것을 떠나서 아이들이 선생님께 갖는 일종의 배신감이나 실망으로부터 시작되는 이 토론을 스즈키 선생은 찬찬히 읽어낸다. 개입하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하지 않고 아이들이 자신들의 발언과 생각에 모순을 찾아내 가는 과정과 모순점이 충돌했을 때 아이들이 조율해가는 과정을 면밀하게 살핀다.
아이들의 돌출발언과 선생님의 생각발언이 왠만한 책 못지 않게 서술되고 있다. 그림은 단지 거들뿐..
토론의 한 대목을 본다.
아이들은 콘돔을 쓰지 않고 덜컥 임신해버린 선생님을 질책한다.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무책임하다고..피임교육을 받는 자기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콘돔을 써야 한다고 하면서 정작 어른들은, 특히나 선생님이 되어서까지 쓰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불편부당함을 따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스즈키 선생은 변명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히 고백한다. 노콘에 대한 열망이 있다고..대다수의 남자들이 갖는 열망이라고. 아이들은 경악했다. 그러자 한 남자 아이가 그 말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콘돔을 썼을 때의 부자유스러움과 맥이 끊어지는 것이 싫다고 말이다. 여기서 압권인건, 한 여자아이가 그건 다만 남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한다. 여자도 싫다고 콘돔을 끼우는 것이 썩 좋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래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컬처쇼크라고 해야하나? 중학교 2학년 교실에서 벌어지는 토론이다.
피임을 위해 콘돔을 사용하라는 것은 콘돔을 사용한다면 청소년들도 관계를 가져도 된다는 역설인건가?의 질문을 아이들이 스스로 풀어간다. 롤러코스터처럼 급격히 밀려가기도 천천히 더듬어가기도 하면서 말이다.
이 과정에 교사인 스즈키 선생님은 무력하다 싶을만큼 지켜보며 응원한다. 결국 아이들은 그 토론의 결말을 미루고 결정되지 않은 결말과 사건에 대해 함구하기로 한다..
폭주하는 선생님에 대한 에피소드, 학생회장 선거에 대한 에피소드,..
별 기대없이 -라기 보다 뻔한 학원물을 기대했던, 미혼의 남자 선생님을 좋아하는 어떤 소동같은- 읽기 시작한 책의 다음이 몹시 궁금해졌다.
우리나라의 현실과 비교하면 정서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넘쳐나지만 다르니까라고 치부해버리기엔 좀 부럽다. 토론을 배워가는 아이들, 그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가며 진지해지는 선생님들, 결국 서로 좋은 사람 건강한 어른으로 함께 성장해가는 내용이겠다.
주요과목 점수가 목전의 목표인 우리 아이들과 토론을 해보자면 몇몇 빼어난 아이들을 제외하곤 엉망일거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감정적이거나, 편을 가르거나 조롱하거나 하다 난장판이 될게 분명하다. 선생님 역시 지도한답시고 끼어들어 자신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려 애를 쓸것이고 저마다 다른 주파수로 시끄럽다 결과없이 해산하고 말것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부러웠다. 그것이 비록 '만화니까 그렇지'라고 치부해버릴 만한 상황이래도 말이다.
그렇다고 진지한 이야기만 나오는 건 아니다. 아이들의 재기발랄함과 스즈키 선생님의 연인이 갖고 있는 특별한 능력은 진심 충격이었다.
앞선 네 권도 구해 읽어야겠다.
앞으로 나올 것들도 꼭 읽어봐야겠다.
간다마리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이 친구 까칠함이 우주급인데 매력적이다.)
스즈키 선생님의 분량 3. 아이들의 분량 6. 그외 선생님들의 분량 1.
나쁘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또래의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꼭 보면 좋겠다. 좀 쎄지만 극단을 알면 왠만한건 조절이 되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