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되지 않은 노동>을 읽다가...
'이 책은여성노동자글쓰기모임에서 처음 내는 책이다'라고 적혀있다.
일하는 여성들이 겪는 부조리와 억압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것이 다만 여성이기때문이라기보다는 구조의 문제임을 보게한다. 여성이어서 차별적으로 소외되는 부분은 있으나, 문제는 사람에 대한 존중인것이다. 정당한 노동과 노동에 대한 댓가, 소모되고 대체되어질 준비가 된 불안한 노동이 아니라 건강한 노동이 제공되고 순환될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여러 일터에서 드러나는 문제점들, 그 문제점들 앞에 내몰린 사람들.다양한 이야기가 거기 있다.
학원강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읽는다. 소위 '먹물들의 막장'이라 불린다는 학원과 학원강사들.
막장에서 먹고사니즘을 해결하는 사람이다보니 어쩔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특수노동자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강사들은 일단 프리랜서다. 개인사업자라는 말이다. 분명 고용노동을 하고 있지만 지위는 개인사업자라는거..이거만큼 웃기는 것도 없다.
아이들이 인지하는 강사. 학부모들의 시야에 잡히는 강사. 고용주에게 비추어지는 강사. 그럴싸한 외피에 갇힌 빈곤하고 비루한 존재일 뿐이다.
스타강사라든가 적잖은 연봉을 받고 계약한 이들과 비교할 바는 아니다. 손으로 꼽을만큼의 성공한(?) 이들과 그들의 몇십곱절로 바닥에 깔려 일회용 소모품으로 사용되어지고 마는 이들. 배운 도둑질이다보니 결국 이리저리 밀려다니던 이들은 또 학원을 하고..
다행히 나는 학원을 할 계획도 없고 학원을 할 능력도 없다.
새내기냐 경력이냐의 차이. 얼마나 떠돌았는지에 대한 평가, 과목의 경중. 다양한 선긋기가 거기 있다. 중요한건..이들은 동료의식이라는 것이 거의 없다.
얼마전부터 종합학원들은 문을 닫거나 단과학원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사실, 단과가 원장들에게 돈은 된다.
처음..사회 강사를 전임이 아닌 시간제로 바꿨다.
그러다 시험때만 임시직으로 썼다. 그러다가..사회과목이 폐지되었다.
국어강사의 수가 줄었다. 영어강사도 한명 줄었다. 수업시수도 줄지 않고 (오히려 늘고..그런다고 수당이 높아지진 않지만) 강사 수도 줄지 않은 수학.
살아남은 강사들은 능력때문이라기보다 시류때문이었다. 과목이 폐지되고 같이 일하던 강사들이 떠나가도 이의제기를 하는 이들은 없거나 거의 없다. 이 바닥이 원래 그렇다고..다른데 알아보겠거니..그냥 그렇게 보낸다.
학부모들과의 상담은 참 피곤한 일이다. 대다수의 부모들은 아이를 과신하거나 과대평가하거나 아예 모르거나 관심이 없다. 보고싶은대로 믿고 싶은대로 아이를 규정하고 그것에 맞도록 만들어내라고 다그친다.
정말 많이 하는 말을 들자면..
-우리애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해서 그래요.
(머리가 좋은 아이라면, 자신의 처지에서 무엇을 해야할지를 알거다. 공부를 하든, 재능을 개발하든 뭐든 노력을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머리가 나쁜거다)
-우리애가 친구를 좋아해요. 나쁜친구들이랑 어울려서 좀 망가졌어요.
(어떤 부모도 자신의 아이가 그 나쁜친구일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릴 땐 잘했어요. 정신만 차리면 기본이 있으니까 금방 따라잡을거예요.
(기대와 현실은 엄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금방이라는 말은 무력해진다.)
-누나(혹은 형이나 언니,오빠)는 잘했는데 얘는 왜이런지 모르겠어요.
(얘가 누나나, 형이나, 언니나 오빠가 아니라서 그런거다. )
-성적이 안나와서 학원을 옮기려구요.
(그러시던가.)
학원강사들의 노동조합이야기가 나왔다.
어쩌면, 강사들조차 스스로를 노동자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이 고달픈 소비재로서의 삶을 만들어내는데 공범이 된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별 생각없이 강사질(?)을 하고 있었고 하고 있다. 공강시간에 책을 읽거나, 쉬는시간에 아이들과 왁자하게 떠들고, 오래 근무했다는 핑계로 원장의 지시를 눙치고 적당히 타협하는 여우가 되었지만 퇴근할 때마다 몸도 마음도 빈털터리가 되곤한다. 하루를 소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 공백이 너무 커서..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지고 흉해져서 자꾸만 책을 읽어 채우려 하는지도 모르겠다.
-어머~! 수학쌤이세요? 대단하시네..
어디선가 나를 소개할 때마다 따라붙은 저 환호따위..바뀌는 눈빛따위..개나줘버릴 일이다.
괜히 학원강사이야기부터 읽었다. 생각이 길어지고 많아져서 진도가 안나간다.
여성이여서 더 안보였을 수 있고, 더 작은 목소리거나 더 희미하게 비춰진 모순이겠지만..이것은,,엄밀하게 노동하는 인간에 관한 기록일 것이다.
일상의 언어로 쓰여진 책..썩 괜찮다.
일단 밥이나 먹자. 점심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