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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침묵하지 않는다 - 히틀러에 맞선 소년 레지스탕스 ㅣ 생각하는 돌 15
필립 후즈 지음, 박여영 옮김, 용혜인 해제 / 돌베개 / 2016년 5월
평점 :
침묵은 금이라고 했다. 웅변은 은이라는 말과 함께 자주 사용되며.. 금인 것은 참 많았다. 시간은 금이었고, 침묵도 금이었고.. 황금보기를 돌같이 하라고도 배웠다. 이런 이율배반의 금언들을 듣고 자라며 편리한 것들만 선택해 제 주장을 펼 때 인용하고 정당성을 확보하려했다. 과연 그럴까? 침묵은 금일까?
점잖게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경거망동하지 않는 것. 그건 배부른 사람들의 에티튜드일지도 몰랐다. 모든 사람에게 요구되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우는 건 약한 것이라고 배웠고, 식사 중 떠들어선 안된다고 배웠고, 여자는 순종적이어야 한다고 배웠다.
그래서..그렇게 맞지 않는 행동양식을 배우고 때로 익히며 나는 혹은 우리는 저항을 두려워하거나 저항에 무뎌지게 된것인지도 몰랐다.
책을 읽으며 본능적인 저항에 대해 생각했다. 인간이기에, 강요되거나 세뇌되지 않은 순수한 인간이기에 가능한 저항. 그것이 있구나. 이 아이들이 그 증거구나. 라고 말이다.
2차대전. 독일의 침공이 극에 달할 때 덴마크의 십대 아이들이 모여 사보타지를 시작했다. 이웃나라 노르웨이는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는데, 조용히 침공을 수긍하는 자국의 어른들과 정치인들의 침묵에 분노한 십대 아이들이 저항을 시작한다.
도로표지판을 돌려두는 것에서 시작해 방화, 무기탈취..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달리는 십대의 아이들을,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 평범한 아이들의 저항은 조금씩 규모를 갖추고 조직화되어간다. 군사훈련을 받은 적도 없고, 조직을 만들고 운영해본 적도 없고, 대장도 없고, 누군가를 죽이는 일은 더더욱 해 본 적이 없는 아이들. 때론 의견이 충돌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싸우기도 하지만 아이들어서, 이내 언제 그랬냐는듯 일을 착수한다.
행동이 커질수록 위험도 커지고, 침묵하던 어른들은 독일경찰을 도와 총을 훔친 아이를 지목해주기도 한다.
저항과 함께 단련되며 자라는 아이들. 그 아이들의 실화다.
일명 '처칠 클럽'이라 불리운 아이들. "모두가 침묵했다. 그래서 우리들이 싸우기로 했다"고 ..
문득 독립군을 하겠노라 여린 몸뚱이 하나로 만주로 하얼빈으로 뛰어갔다는 소년병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기꺼이 도화선이 되겠다고 했던 선배들, 혹은 어른들.
우리는 어째서 이렇게 무기력해진걸까.
그렇게 지켜낸, 그렇게 이뤄낸 자유인데 말이다.
우스개 소리로 '불의를 보면 참는다'는 말. '요즘 애들 무서워서..'라고 변명하는 말. 그동안 침묵했던 우리들이 만들어낸 아이들의 표정일지도 몰랐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순진하게 듣고 있어야했던 아이들. 더는 침묵이 금도 아니고 뭣도 아닌 것이다. 불의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 더불어 같이 자랄 수 있는 사람. 국가를 위해 가족과 자신을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조국과 자신과 가족이 모두 소중한 사람. 더는 희생이 강요되서는 안되는 나라. 그런 사람, 그런 나라로 만들어야 할 책임 같은 것이 명치 끝에서부터 아리게 감각된다.
유쾌발랄하게 쓰여진 책.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시작한 사보타지. 기관총과 총알을 훔치면서 탄창을 가져오지 않는 아이들..그 아이들에게 '국가'란 어떤 의미였을까. 2차대전 속 아이들의 이야기는 안네의 일기로 대표되는 절망과 비탄, 두려움과 공포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전쟁 속에서 단단하게 자라난 아이들의 이야기가 반갑다. 이들이 살아낸 시간이 덴마크를 덴마크답게 만들고 있는 것이리라..
북한이 도발은 하지만 전면전을 벌이짐 못하는 이유가 우리에겐 중2가 있기 때문이라고 누가 그랬다.
통제 안되는 아이들.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순간, 그렇게 통제에 길들이려고 하는 순간. 아이들은 본래적 저항을 잊는건 아닐까? 내가 그랬던것처럼..
저항은..순수하게 일어나는 본성일지도 모른다.
찔끔찔끔 눈물을 찍어내며, 마음을 조리고 응원하며, 귀여운 웃음을 빼물며 읽는다.
회색의 표연이 자욱한 전쟁 속에 빛나는 무지개로 침묵하지 않은 아이들..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