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주문한 책의 배송상황을 확인하려다 아직 준비중임을 보고 책들을 확인한다. 그 속에서 보이는 책 한 권이 거슬렸다.

몇년 전까지는 많이 사서 보던 출판사이며 계열사였으나 근 2년 사이 보여주는 행태가 가관이라 실망에 실망을 거듭하다 결국 애정을 거뒀다. 꼭 그 출판사 책이 아니어도 좋다. 비슷한 내용이면 다른 출판사의 책을 보고, 그도 여의치 않으면 안보기로 한다.

책 안읽는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눈물나게 간절한 책이 그 출판사에서 나온다면 실망할것도 같다. 어째서 저들과 손을 잡았지? 하는..

책 주문을 취소하고 다시 책을 선택한다. 꼼꼼하게 하나씩 살펴보면서..수고롭고 피로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엄청나게 많은 임프린트사를 가진 공룡들. 그렇게까지 해야했을까? 싶었지만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을것 같다.

어떻게든 하나는 걸리겠지. 뭐 그런?

 

첫 화면에 보면 추천마법사라는게 있다. 내 취향에 맞는 책을 알라딘측에서 보여주는 것이리라.

내가 좋아할만한 책. 가만 들여다보다 그런 생각을 했다. 알림신청 하듯이 거절하고픈 출판사를 신청하는 시스템은 없을까?

마음도 안가는 출판사와 그 계열사를 일일이 기억하기도 곤욕스러울뿐더러 이런 수고가 길어지면 책 사는 게 꽤 귀찮아질 것도 같다.

감추기 기능같은?

 

어쩌다 이지경까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장바구니에서 다 골라내었다고 생각했는데 꾸역꾸역 나타난다.

 

어쨌든..오늘 다시 주문한 책들이 오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다. 알라딘의 바뀐 택배씨의 불친절함과 어이없음에 우체국택배로 주문을 하다보니 늘 늦다. 그래도 책이 오기 전에 발견해서 다행이다.

 

신생 출판사들에 마음을 주는 것도 조심스럽다. 공룡의 먹이가 되어버릴 것 같은 느낌..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나..라는 노랫말처럼..

 

익숙해지거나 대안이 찾아지거나 뭔가 해결책이 나오겠지. 책 오기 전에 밀린 책이나 읽어야겠다.

 

에혀..괜히 나비잠 오는 시간만 길어졌다. 바보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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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7-18 16: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북플에 활동을 많이 하는 회원을 소개하는 피드가 안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친구 추가를 부추기는 시스템을 좋아하지 않아요. 매일 북플에 접속할 때마다 피드가 뜨면 삭제합니다.

나타샤 2016-07-18 17:06   좋아요 0 | URL
친구, 이웃, 이런 시스템이 굳이 필요하긴 한건지 싶을때도 있어요.
 

김경주의 시극 '나비잠'이 출간되었다.

시극. 극으로 표현되는 시, 시로 연기되는 극. 이 매력적인 조합이 가능하기 위해선 얼마나 놀라운 재능이 필요할까.

김경주에게서 느끼는 에너지는 단순한 힘이 아닌 재능을 촉발시키는 상상력이라고 추측된다.

브로드웨이 공연이 계획되었다는 나비잠은 한글과 영어로 동시 출간되었다고 했다. 대단하다.

 

 

 

 

 

 

 

 

 

 

 

 

 

 

계속되는 작품활동과 번역. 끝없이 뭔가를 하고 있다는 신뢰가 생긴다.

내가 그를 처음 읽은 건 제법 유명했던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였다. 그 후 '기담' '밀어'를 읽으며 매료되었다.

그의 언어가 주는 운동성은 극작업과 무관하지 않겠구나 싶었다. 언어가 걷고 뛰고 뒹군다. 배우의 동선처럼, 손짓처럼.

'자고 있어 곁이니까', '펄프극장'.

심지어 펄프극장은 필사를 가장하여 그리고 돌리고 써대며 황홀경에 빠져들기도 했다. 아무 의미도 없이 재미있고 신나서..그렇게 책에, 노트에 분탕질을 하는 동안 힘겨웠고 즐거웠다. 그 이후 스스로 '김경주빠'라고 칭하기 시작했고, 주변의 지인들도 그리 인식하기 시작했다.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를 손에 들고 흥분하던 시간.

김경주의 글을 읽는 건 야구를 하는 것과 닮기도 했다.

김경주가 잘 감아쥐었다 던지는 변화구를 잔뜩 긴장하고 집중한 채 마주보다 휘두르게 되는 것.

그것이 잘 맞아 멀리 날아가도, 또는 그대로 포수의 글러브에 박혀버리든 어떤 결과든 만족스러운 .

치고 뛰어나가 전력질주를 하게 되는 것도 즐겁고 아쉬운 척 헛스윙을 몇번 해보는 것도 즐겁다.

어찌해도 지는 경우는 없는, 그렇다고 이기는 경우도 없는, 하지만 공수 모두 온힘으로 달리고 뛰고 던지고 신명나는 게임.

그런 놀이를 하는 느낌이다.

 

 

 

 

 

 

 

 

 

 

 

 

 

 

 

 

 

 

 

 

 

 

 

 

 

 

 

 

 

그런 그의 '나비잠'이 드.디.어. 나온 것이다.

책을 주문하며 벌써 심장이 쿵쿵 뛴다. 그동안 김경주가 작품활동을 안한것도 아닌데..심지어 사람이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싶을만큼 자주 그의 흔적을 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이런 날이 올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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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7-15 1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군대에 있을 때 《기담》을 읽고, 너무 난해해서 충격과 공포를 느꼈습니다. ㅎㅎㅎ

나타샤 2016-07-15 17:54   좋아요 0 | URL
난해함의 공포..ㅋㅋ 그거 알아요.^^

stella.K 2016-07-15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김경주빠시군요.ㅋ
저는 작년에 <내가 가장 아름다울 때 내겐 사랑하는 이가 없었다> 읽고 시극이란 게
있었구나 했습니다. 이나타샤님 목록엔 없네요.
솔직히 내용은 그다지 재미는 없던데...ㅋ
김경주 보면 신은 확실히 인간을 차별하는구니 그런 생각들어요.
잘 생기기도 했잖아요.ㅋ
그의 시극을 본적은 없는데 기회되면 보고 싶어요.
그는 꼭 극장에서 공연을 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잖아요.
그런 정신도 맘에 들고.

나타샤 2016-07-15 19:20   좋아요 0 | URL
^^ 저도 아직 그 작품은 읽지 않았습니다..어떤 여지를 두는?^^
불공평해서 공평한건지도 모르고요..ㅎ
 

트라우마다. 개 돼지라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머릿속에서는 개가 짖고 돼지가 울었다.

어스름 저녁 개인지 늑대인지, 아군인지 적군인지 구분이 안되는 시간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부른다는 걸 이제는 관용구처럼 쓴다. 언제나 코앞에까지 다가서야 구분이 가능한 위기와 안정.

끝나지 않는 노래에 맞춰 고무줄 뛰기를 하는 것 같았다. 고무줄의 이쪽과 저쪽을 넘나드는 것은 즐거움에서 고단함으로 바뀐지 오래다. 차라리 저 끝에서부터 정체를 밝히고 와 줘서 고맙다고 할 지경이다. 최소한 모르는 척 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펑지차이의 "백사람의 십년"이 드디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표지도 예쁘던데..아직 알라딘에는 보이지 않는다.

중국문화대혁명의 비극을 구술문학 형식으로 기록한 것이라고 했다. 후마니타스에서 출간했던데..고맙다.

다시 되짚어 봐야할 이야기들이다.

고마워할 수 있는 곳들이 아직 남아있어서 다행이다..책 하나를 사는데 출판사까지 따져봐야하는 것이 피곤하지만, 대표적인 출판사만 알고 있는지라 같은 계열사이거나 할 때는 일일이 확인을 못하곤 하지만..여튼.

시인이 시를 앓고 소설가가 소설을 낳듯이 천형처럼 써대듯이 독자도 어쩌면 그런 종류의 신병을 앓는지도 모른다.

 

책이 검색이 되었으면 좋았을 것을..알림 신청만 해놓는다. 조만간 올라오겠지.

몇가지 책을 장바구니에서 구해낸다.

 

진정제 삼아서 쓰려는거다. 이 트라우마를 치유할 방법은 없겠지만 잠시 이 굴욕을 진정시켜야하겠기에 말이다.

마침 디어마이프렌즈 소줏잔도 도착했고..

 

 

 

 

 

 

 

 

 

 

 

 

 

 

 

 

 

 

 

 

 

 

 

 

 

 

 

 

 

  어떤 주제도 의식도 없이 그저 잡히는대로 주문해버린다.

개와 돼지의 시간을 견뎌낼 수 있을게다. 이윽한 밤으로 가는 시간이 아닌 햇살이 시작되는 시간으로의 진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는 꽤 오래 견뎌오지 않았는지..따져보면 패배의 기억이 깊어서 그렇지 그렇게 엄청나게 지며 살아온 것도 아니었다. 조금씩 승리하는게 감질나서 그랬지 영 지고만 있지도 않았었다.

 

뜨거운 노래를 읽으며 이 시간을 견뎌내야겠다.

늘 하는 말을 되씹어본다.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덤벼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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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시대 세트 - 전5권 공부의 시대
강만길 외 지음 / 창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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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공부의 시대를 사야할까 고심중이었다. 내용을 간략하게라도 훑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 요즘 출판사들의 공급률 문제로 시끄러운 와중에 실망스러운 작태를 보이는 몇몇 메이저 출판사들의 모습에 그나마 어찌할 수 없어서 구입하곤 했던 책들조차 이젠 더 구입하지 않기로 했다. 오랜 시간 신뢰를 보낸 결과가 이것이라니 어쩐지 공범의식마저 생긴다. 저들이야말로 독자를 개 돼지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적당한 말로 구스르면 제편이 되어 이익을 만들어내는데 동조하게 될 집단쯤으로..

또는 오만함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아니면 어디서 이런 책을 내겠어? 하는..비약일까?


여튼 사람이든 개 돼지든 배우고 볼 일이다. 공부의 시대. 그 때가 지금이겠다. 간절히 배우고 싶어진다. 막연한 지식의 흡수가 아닌 사유와 행위를 끌어낼 공부.

맛보기(?)로 받은 소책자에서 가볍지 않은 이름들을 본다. 특히나 정혜신 박사의 꼭지는 어떤 채무감으로 읽었다. 공동의 선을 창출할 수 있기 위한 전제 공동체. 그 속에서 개인의 역할과 권력에 침탈당한 상처를 함께 치유하는 과정은 눈물겹기까지 했다. 선뜻 내밀지 못하는 손길을 간단없이 내밀고 맞잡는 그녀에게 배운다.

배움이라는 것의 본질을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이론을 가르쳐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행보를 보이며 스스로 사고하고 결정하게 하는 것. 그것에 배움의 첫번째 자세가 있는것이리라.

밑줄을 그으며 읽어낸 소책자.


강만길의 역사공부에서 당연하고 당연한 이야기를 읽었다. 그 당연함이 현실화 되지 못하는 이유를 미루어 짐작한다. 특히나 눈에 들어오는 대목..

<한때는 독재권력이 '한국적 민주주의'니 하는 말을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민주주의적 보편성이 중요하고 국가적, 지역적 특성은 그 보편성 안의 제한된 특수성일 뿐이라는 것을 아는 일이 중요합니다.>

모두 알고 있지만 번번히 농락당하는 '한국적'의 민낯이다. 특수성을 강조하며 보편성을 무시하는..민주주의를 국가주의와 아무렇게나 섞어 귀속시킨 오류다. 국가의 안보 혹은 발전을 위해 개인의 희생이 강요되고 권력의 이익과 민주주의가 대립할 때 그것을 제압할 명분으로 주어지는 '한국적' 사실 이 '한국적'이라는 말은 얼마나 위험한 말인가. 세계화라는 미명하에 자행되는 폭력의 미화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좀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김영란의 책읽기의 쓸모. 우리에겐 '김영란 법'으로 더 유명한 이의 글. 급하게 후루룩 읽어내는 습관이 부끄러웠다. 언제부터였을까? 책을 빠르게 훑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읽어제끼기'시작한 것이다. 책 한권을 들고 표지가 나달나달해질 때까지 읽고 또 읽고 놀고 하던 습관이 어느 순간 많이 읽어대는 것으로 변했다. 허영이었다고 고백할 수 밖에 없다. '어. 이 책 나도 읽었어'라고 말하기 위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정말 책을 많이 읽으시네요'따위의 달콤한 칭찬에 길들여진건지도 모른다.

책을 읽는 것. 배움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텍스트를 읽어내고 책을 읽었다고 해도 될까? 많은 책을 읽은 것이 과연 내 사고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가져온 걸까? 대답은 긍정적이지 않다. 구구단을 19단까지 틀리지 않다고 외운다한들 그것으로 수학적 소양이 있다고 하지 못하는 것처럼 많은 책을 읽었다는 것 만으로 깊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지 않겠는가. 속도가 문제가 아니라 사유의 문제일거다.

유시민의 공감필법, 정혜신의 사람공부, 진중권의 테크노 인문학의 구상으로 이어지는 간략한 책자를 읽으며 호기심은 어떤 확신이 된다.


읽어야겠구나.

마트 시식코너에서 내 입맛에 딱 맞는 것을 발견한 기분.

그래서 구입하고 나면 생각보다 덜한 경우도 종종 있지만 광고만 보고 구입한 것 보다는 시식해보고 구입한 것이 실패율이 더 낮았다. 내 경우엔..

 

정혜신의 글 중 한마디가 자꾸 입 속에 맴돈다

< 내 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사람에 대한 생생하고 뜨거운 집중과 주목 없이 그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어요>

이 말이 주는 울림이 크다.

민중을 개돼지로 보는 사람과 '사람'에 대한 뜨거운 집중과 주목이 아닌 '자본'에 대한 집중과 주목으로 일관하는 정치세력들. 그들이 국민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치유하지 못하는 이유가 분명하다.

사람공부가 제일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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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7-12 1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식들에게 그렇게 고부하라고 시키고 윽박질러도 부모는 정작 공부 안하는..대부분의 핑게가 먹고 사나이즘 때문이라고 하죠.

나타샤 2016-07-12 10:36   좋아요 1 | URL
부모 역시 공부의 정체를 모르기 때문일지도요..
 
소년은 침묵하지 않는다 - 히틀러에 맞선 소년 레지스탕스 생각하는 돌 15
필립 후즈 지음, 박여영 옮김, 용혜인 해제 / 돌베개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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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금이라고 했다. 웅변은 은이라는 말과 함께 자주 사용되며.. 금인 것은 참 많았다. 시간은 금이었고, 침묵도 금이었고.. 황금보기를 돌같이 하라고도 배웠다. 이런 이율배반의 금언들을 듣고 자라며 편리한 것들만 선택해 제 주장을 펼 때 인용하고 정당성을 확보하려했다. 과연 그럴까? 침묵은 금일까?

점잖게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경거망동하지 않는 것. 그건 배부른 사람들의 에티튜드일지도 몰랐다. 모든 사람에게 요구되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우는 건 약한 것이라고 배웠고, 식사 중 떠들어선 안된다고 배웠고, 여자는 순종적이어야 한다고 배웠다.

그래서..그렇게 맞지 않는 행동양식을 배우고 때로 익히며 나는 혹은 우리는 저항을 두려워하거나 저항에 무뎌지게 된것인지도 몰랐다.

 

책을 읽으며 본능적인 저항에 대해 생각했다. 인간이기에, 강요되거나 세뇌되지 않은 순수한 인간이기에 가능한 저항. 그것이 있구나. 이 아이들이 그 증거구나. 라고 말이다.

2차대전. 독일의 침공이 극에 달할 때 덴마크의 십대 아이들이 모여 사보타지를 시작했다. 이웃나라 노르웨이는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는데, 조용히 침공을 수긍하는 자국의 어른들과 정치인들의 침묵에 분노한 십대 아이들이 저항을 시작한다.

 

도로표지판을 돌려두는 것에서 시작해 방화, 무기탈취..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달리는 십대의 아이들을,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 평범한 아이들의 저항은 조금씩 규모를 갖추고 조직화되어간다. 군사훈련을 받은 적도 없고, 조직을 만들고 운영해본 적도 없고, 대장도 없고, 누군가를 죽이는 일은 더더욱 해 본 적이 없는 아이들. 때론 의견이 충돌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싸우기도 하지만 아이들어서, 이내 언제 그랬냐는듯 일을 착수한다.

행동이 커질수록 위험도 커지고, 침묵하던 어른들은 독일경찰을 도와 총을 훔친 아이를 지목해주기도 한다.

 

저항과 함께 단련되며 자라는 아이들. 그 아이들의 실화다.

일명 '처칠 클럽'이라 불리운 아이들. "모두가 침묵했다. 그래서 우리들이 싸우기로 했다"고 ..

문득 독립군을 하겠노라 여린 몸뚱이 하나로 만주로 하얼빈으로 뛰어갔다는 소년병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기꺼이 도화선이 되겠다고 했던 선배들, 혹은 어른들.

우리는 어째서 이렇게 무기력해진걸까.

그렇게 지켜낸, 그렇게 이뤄낸 자유인데 말이다.

 

우스개 소리로 '불의를 보면 참는다'는 말. '요즘 애들 무서워서..'라고 변명하는 말. 그동안 침묵했던 우리들이 만들어낸 아이들의 표정일지도 몰랐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순진하게 듣고 있어야했던 아이들. 더는 침묵이 금도 아니고 뭣도 아닌 것이다. 불의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 더불어 같이 자랄 수 있는 사람. 국가를 위해 가족과 자신을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조국과 자신과 가족이 모두 소중한 사람. 더는 희생이 강요되서는 안되는 나라. 그런 사람, 그런 나라로 만들어야 할 책임 같은 것이 명치 끝에서부터 아리게 감각된다.

 

유쾌발랄하게 쓰여진 책.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시작한 사보타지. 기관총과 총알을 훔치면서 탄창을 가져오지 않는 아이들..그 아이들에게 '국가'란 어떤 의미였을까. 2차대전 속 아이들의 이야기는 안네의 일기로 대표되는 절망과 비탄, 두려움과 공포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전쟁 속에서 단단하게 자라난 아이들의 이야기가 반갑다. 이들이 살아낸 시간이 덴마크를 덴마크답게 만들고 있는 것이리라..

 

북한이 도발은 하지만 전면전을 벌이짐 못하는 이유가 우리에겐 중2가 있기 때문이라고 누가 그랬다.

통제 안되는 아이들.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순간, 그렇게 통제에 길들이려고 하는 순간. 아이들은 본래적 저항을 잊는건 아닐까? 내가 그랬던것처럼..

 

저항은..순수하게 일어나는 본성일지도 모른다.

 

찔끔찔끔 눈물을 찍어내며, 마음을 조리고 응원하며, 귀여운 웃음을 빼물며 읽는다.

회색의 표연이 자욱한 전쟁 속에 빛나는 무지개로 침묵하지 않은 아이들..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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