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주의 시극 '나비잠'이 출간되었다.
시극. 극으로 표현되는 시, 시로 연기되는 극. 이 매력적인 조합이 가능하기 위해선 얼마나 놀라운 재능이 필요할까.
김경주에게서 느끼는 에너지는 단순한 힘이 아닌 재능을 촉발시키는 상상력이라고 추측된다.
브로드웨이 공연이 계획되었다는 나비잠은 한글과 영어로 동시 출간되었다고 했다. 대단하다.
계속되는 작품활동과 번역. 끝없이 뭔가를 하고 있다는 신뢰가 생긴다.
내가 그를 처음 읽은 건 제법 유명했던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였다. 그 후 '기담' '밀어'를 읽으며 매료되었다.
그의 언어가 주는 운동성은 극작업과 무관하지 않겠구나 싶었다. 언어가 걷고 뛰고 뒹군다. 배우의 동선처럼, 손짓처럼.
'자고 있어 곁이니까', '펄프극장'.
심지어 펄프극장은 필사를 가장하여 그리고 돌리고 써대며 황홀경에 빠져들기도 했다. 아무 의미도 없이 재미있고 신나서..그렇게 책에, 노트에 분탕질을 하는 동안 힘겨웠고 즐거웠다. 그 이후 스스로 '김경주빠'라고 칭하기 시작했고, 주변의 지인들도 그리 인식하기 시작했다.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를 손에 들고 흥분하던 시간.
김경주의 글을 읽는 건 야구를 하는 것과 닮기도 했다.
김경주가 잘 감아쥐었다 던지는 변화구를 잔뜩 긴장하고 집중한 채 마주보다 휘두르게 되는 것.
그것이 잘 맞아 멀리 날아가도, 또는 그대로 포수의 글러브에 박혀버리든 어떤 결과든 만족스러운 .
치고 뛰어나가 전력질주를 하게 되는 것도 즐겁고 아쉬운 척 헛스윙을 몇번 해보는 것도 즐겁다.
어찌해도 지는 경우는 없는, 그렇다고 이기는 경우도 없는, 하지만 공수 모두 온힘으로 달리고 뛰고 던지고 신명나는 게임.
그런 놀이를 하는 느낌이다.
그런 그의 '나비잠'이 드.디.어. 나온 것이다.
책을 주문하며 벌써 심장이 쿵쿵 뛴다. 그동안 김경주가 작품활동을 안한것도 아닌데..심지어 사람이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싶을만큼 자주 그의 흔적을 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이런 날이 올 줄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