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시대 세트 - 전5권 공부의 시대
강만길 외 지음 / 창비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공부의 시대를 사야할까 고심중이었다. 내용을 간략하게라도 훑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 요즘 출판사들의 공급률 문제로 시끄러운 와중에 실망스러운 작태를 보이는 몇몇 메이저 출판사들의 모습에 그나마 어찌할 수 없어서 구입하곤 했던 책들조차 이젠 더 구입하지 않기로 했다. 오랜 시간 신뢰를 보낸 결과가 이것이라니 어쩐지 공범의식마저 생긴다. 저들이야말로 독자를 개 돼지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적당한 말로 구스르면 제편이 되어 이익을 만들어내는데 동조하게 될 집단쯤으로..

또는 오만함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아니면 어디서 이런 책을 내겠어? 하는..비약일까?


여튼 사람이든 개 돼지든 배우고 볼 일이다. 공부의 시대. 그 때가 지금이겠다. 간절히 배우고 싶어진다. 막연한 지식의 흡수가 아닌 사유와 행위를 끌어낼 공부.

맛보기(?)로 받은 소책자에서 가볍지 않은 이름들을 본다. 특히나 정혜신 박사의 꼭지는 어떤 채무감으로 읽었다. 공동의 선을 창출할 수 있기 위한 전제 공동체. 그 속에서 개인의 역할과 권력에 침탈당한 상처를 함께 치유하는 과정은 눈물겹기까지 했다. 선뜻 내밀지 못하는 손길을 간단없이 내밀고 맞잡는 그녀에게 배운다.

배움이라는 것의 본질을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이론을 가르쳐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행보를 보이며 스스로 사고하고 결정하게 하는 것. 그것에 배움의 첫번째 자세가 있는것이리라.

밑줄을 그으며 읽어낸 소책자.


강만길의 역사공부에서 당연하고 당연한 이야기를 읽었다. 그 당연함이 현실화 되지 못하는 이유를 미루어 짐작한다. 특히나 눈에 들어오는 대목..

<한때는 독재권력이 '한국적 민주주의'니 하는 말을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민주주의적 보편성이 중요하고 국가적, 지역적 특성은 그 보편성 안의 제한된 특수성일 뿐이라는 것을 아는 일이 중요합니다.>

모두 알고 있지만 번번히 농락당하는 '한국적'의 민낯이다. 특수성을 강조하며 보편성을 무시하는..민주주의를 국가주의와 아무렇게나 섞어 귀속시킨 오류다. 국가의 안보 혹은 발전을 위해 개인의 희생이 강요되고 권력의 이익과 민주주의가 대립할 때 그것을 제압할 명분으로 주어지는 '한국적' 사실 이 '한국적'이라는 말은 얼마나 위험한 말인가. 세계화라는 미명하에 자행되는 폭력의 미화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좀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김영란의 책읽기의 쓸모. 우리에겐 '김영란 법'으로 더 유명한 이의 글. 급하게 후루룩 읽어내는 습관이 부끄러웠다. 언제부터였을까? 책을 빠르게 훑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읽어제끼기'시작한 것이다. 책 한권을 들고 표지가 나달나달해질 때까지 읽고 또 읽고 놀고 하던 습관이 어느 순간 많이 읽어대는 것으로 변했다. 허영이었다고 고백할 수 밖에 없다. '어. 이 책 나도 읽었어'라고 말하기 위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정말 책을 많이 읽으시네요'따위의 달콤한 칭찬에 길들여진건지도 모른다.

책을 읽는 것. 배움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텍스트를 읽어내고 책을 읽었다고 해도 될까? 많은 책을 읽은 것이 과연 내 사고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가져온 걸까? 대답은 긍정적이지 않다. 구구단을 19단까지 틀리지 않다고 외운다한들 그것으로 수학적 소양이 있다고 하지 못하는 것처럼 많은 책을 읽었다는 것 만으로 깊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지 않겠는가. 속도가 문제가 아니라 사유의 문제일거다.

유시민의 공감필법, 정혜신의 사람공부, 진중권의 테크노 인문학의 구상으로 이어지는 간략한 책자를 읽으며 호기심은 어떤 확신이 된다.


읽어야겠구나.

마트 시식코너에서 내 입맛에 딱 맞는 것을 발견한 기분.

그래서 구입하고 나면 생각보다 덜한 경우도 종종 있지만 광고만 보고 구입한 것 보다는 시식해보고 구입한 것이 실패율이 더 낮았다. 내 경우엔..

 

정혜신의 글 중 한마디가 자꾸 입 속에 맴돈다

< 내 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사람에 대한 생생하고 뜨거운 집중과 주목 없이 그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어요>

이 말이 주는 울림이 크다.

민중을 개돼지로 보는 사람과 '사람'에 대한 뜨거운 집중과 주목이 아닌 '자본'에 대한 집중과 주목으로 일관하는 정치세력들. 그들이 국민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치유하지 못하는 이유가 분명하다.

사람공부가 제일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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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7-12 1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식들에게 그렇게 고부하라고 시키고 윽박질러도 부모는 정작 공부 안하는..대부분의 핑게가 먹고 사나이즘 때문이라고 하죠.

나타샤 2016-07-12 10:36   좋아요 1 | URL
부모 역시 공부의 정체를 모르기 때문일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