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5센티미터 1
세이케 유키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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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초속 5센티미터래." 

"뭐가?"

"벚꽃잎이 떨어지는 속도. 초속 5센티미터."



벚꽃잎이 떨어지는 속도만큼 천천히 시작된 사랑. 

채 여물기도 전에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한 사랑. 

그래서 더 잊혀지지 않는, 붙잡을 수도 없는 사랑. 



"멀어져 간다. 틀림없이 언젠가 나는 메울 수 없는 거리와 시간을 이기지 못하고 

너의 목소리도, 얼굴도 모두 잊어버리겠지. 

어떻게 해야 그것에 저항할 힘을 얻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서로가 누구보다 소중했지만 함께 할 수 없었던 두 사람. 

마음 한 구석에서 잊혀지지 않아 다른 이에게 마음을 열 수도 없는 두 사람이지만 시간과 공간은 잔인하게도 둘에게 영원을 선물하지 않는다. 


현실 속에서는, 옆에 있어 줄 사람이 필요한 법이니까.

과거만 붙잡고 아파하기보다는 앞을 보고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가야 하니까.


"여기가 아니야. 

여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하지만 어디로 가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어디론가 갈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이런 나로는..."


서로를 잊지도, 놓지도 못했지만 새로 다가오는 사랑 앞에 조금씩 문을 여는 두 사람. 


다시 만난다면.... 

추억은 또 현실이 될까? 

1년이 지나면 다시 피어나는 벚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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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나가의 셰프 1
카지카와 타쿠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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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현대의 요리사가 어느날 갑자기 과거에서 눈을 떴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내용인데.....?

그렇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닥터 진>의 원작이기도 한 <타임슬립 닥터 진>. 

현대의 의사가 어느날 갑자기 에도 시대로 타임슬립해서 그곳에서 의술을 펼치는 이야기이다. 


닥터는 셰프로 바뀌고, 에도 시대는 전국 시대로 바뀌었으나 큰 얼개는 아주 비슷하다. 

과거에서 만난 여인과 사랑에 빠지는 것까지. 


요리사 켄은 머리를 다쳐 자신에 대한 기억을 잃었다. 남아있는 것은 요리에 관한 그의 감과 이런저런 지식들뿐. 

그리고 그를 보살펴 준 대장장이 여인 나츠와 함께 살며 연심을 나눈다. 

뛰어난 요리 실력이 노부나가의 귀에까지 들어가 그는 전장의 요리사가 된다.

뭐, 뻔한 스토리다. 


이 작품의 매력은 전체적인 기승전결보다는 다른 데 있다. 

먼저 '실존했던 인물들'이 만화 캐릭터로 재탄생하여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전국 시대 일본 통일의 야망을 펼쳤던 무장 오다 노부나가, 노부나가의 후계자 도요토미 히데요시, 노부나가의 충실한 심복 모리 란마루 등 전국 시대를 쥐락펴락한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현대에서 서양 요리를 만들었던 켄의 독특한 퓨전 요리도 만화의 보는 재미를 더해 준다. 

예를 들면 '물오리 로스트 감 퓌레 밤과 야생 버섯 조합' 같은, 이름부터 거창한 요리들 말이다. 

재료도, 양념도, 조리 기구도 현대와 비교하면 너무나 열악한 전국 시대에서 아이디어와 신념으로 요리를 만들어내는 켄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자신도 모르게 잘해내라고 응원하고 싶어진다. 


노부나가의 인정을 받고 뛰어난 요리실력으로 공을 세우며 평탄하고 행복하게 살...면 좋겠지만 그럴 리가 없다. 왜냐하면 전국 시대의 일본은 어딜 가나 전쟁터였으니까.

켄은 난생 처음 '전쟁'이라는 것을 겪고 자신이 알던 세상과는 너무 다른 참혹한 전장의 모습에 경악한다. 


전장에 나가기 전, 그는 굳게 믿고 있었다. 


"칼과 내 솜씨. 믿는 것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과연 그는 잔혹한 살육의 장에서 끝까지 자신의 믿음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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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티시 베리 1
아키 아라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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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페티시즘과 부녀자(腐女子). 

요정들이라도 튀어나와서 주인공과 함께 환상의 나라로 모험이라도 떠날 듯한 원색 찬란한 표지에서는 유추해 내기 힘든 두 단어...(물론 '페티시'라는 단어가 좀 불안하긴 했다...;;;)


평범한 여자아이로서 좋아하는 남자아이에게 잘 보이고 싶다. 그런 평범한 바람을 가진 한 소녀가 있다. 

하지만 그녀는 민폐 그 이상의 변태적(?)인 페티시즘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취향이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당당하고 싶은 한 소녀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중증 부녀자이다. 


'좋아하는 것'에 미움받는 건 무서워.


좋아하는 사람한테 미움받는 게 무서운 건 아직 상대보다 날 더 좋아하기 때문일까...? 하지만 그저 싫은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은 걸 수도 있잖아.


이 만화는 이런 마음에 대한 만화이다. 특이한 취향을 가졌다고 해도 여고생은 여고생이니까. 


그에 비해 남자애들은 꽤나 멀쩡하다. 

하지만 이게 또 독이 되는 것이 문제다.

덕분에 캐릭터가 희미해지는 것이다. 

그나마 시종일관 멋지고 듬직한 타카는 낫지, 나오히사는 이건 뭐 츤데레도 아니고...;;; 

복잡한 성향의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었던 건지... 순수한 영혼을 표현하고 싶었던 건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현실세계에서야 누구나 복합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만화 속 인물은 캐릭터가 잡혀야 정을 붙일 수 있는 건데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매우 불친절하다. 


그래도 이 만화가 전하는 메시지 하나만은 좋다. 


"취향이니까 존중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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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릴리 1
코무라 아유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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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만 보고 아주 단순하게 내용을 예상해 보았다. 

'표지에 나온 여자아이의 이름이 릴리인데 보기보다 매우 어수룩하다.' 

그리고 이런 경우 예상이 빗나가 줘야 제맛이다. 


기쁘게도(!) 이 만화는 나의 예상에 조금도 부합하지 않았다. 

일단 표지에 나온 건 여자아이가 아니라 남자아이다! 그리고 이름이 릴리도 아니고 릴리는 누구의 이름도 아니었다!


여튼...

순정만화에 필수적으로 등장해야 하는 꽃미남이 귀엽지만 평범한 미모의 여주인공에게 고백을 하면서 만화는 시작한다. 

그리고 이상형에게 고백받은 여주인공 히나타는 단번에 OK. 그렇게 알콩달콩 티격태격 연애질하며 염장질하며...인 줄 알았는데...


그.런.데. 

누가 봐도 완벽할 정도로 잘생긴 히나타의 남자친구에겐 치명적인 결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남자를 토할 정도로 혐오해서 남자인 자기 모습조차도 싫어한다는 것.

그래서 여장을 즐긴다는 것. 게다가 여장을 하면 왠만한 남자들이 다 반할 만큼 눈부신 미모를 자랑한다는 것.


내 남자친구가 여자라니...(응?) 


남장여자 주인공은 순정만화의 단골 소재지만 여장남자 주인공은 흔치 않다. 하지만 여장을 하면 여자처럼 예쁘고, 남장을 하면 완전 꽃미남이라는 건 뭐... 순정만화의 흔한 설정이니까 식상해도 넘어가자. 까놓고 얘기해서 순정만화에서 못생긴 남자주인공 보고 싶어하는 여자 독자가 어디 있겠는가.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 만화를 살린 건 공교롭게도 책날개에 쓰여진 '작가의 말'이다. 

'깊이나 무게는 전혀 없지만, 잠깐의 여흥으로 조금이나마 재밌게 읽어주시면 기쁘겠습니다.'

작가가 그냥 대놓고 내 만화 가벼워요, 라고 광고를 하다니... 쿨하네. 


그런데 이 만화 재미있다. 작가는 정확하게 자신이 말한 만큼 가볍게, 재미있게, 잠깐의 여흥으로 읽기 딱 좋은, 달달한 젤리빈 같은 그런 만화를 내놓았다. 그 점을 높이 평가해 주고 싶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왠지 부자가 될 것 같은 이름을 가진(!!) 남자주인공 시노하라 .

여자친구 눈동자에 비친 자기 모습(물론 남자의 모습)에도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싫어하면서도 여자친구가 원하면 어떻게든 참아보려고, 어떻게든 여자친구가 웃게 해 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참 예쁘다. 


엔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커플 카페 사장님 왈.

"좋아하는 여자를 기쁘게 해 주는 건 남자의 의무야!"


그렇다는군요.

그러니 지금 솔로이신 여자분들, 꼭 그런 남자 만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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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抱天) 5막
유승진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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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꾸눈 점쟁이가 눈물점 있는 어린 딸을 데리고 스승을 찾아 조선 땅을 헤맨다. 
스승을 찾는 과정에서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던 그는 한 스승 밑에서 동문수학하던 동료가 나쁜 마음을 먹고 나라를 뒤집으려 하는 것을 막기로 결심한다. 

<포천>의 기둥 줄거리는 이렇다. 
시간과 공간을 널뛰듯이 넘나드는 이 만화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면 이 기둥 줄거리를 아는 것은 꽤 중요하다. 

국사 공부를 열심히 했든 안 했든, 역사에 관심이 있든 없든, 그런 것을 다 떠나서 <포천>은 신기할 정도로 재미있다. 
듣도 보도 못한 옛날 말들 덕분에 한 페이지에 하나 이상은 꼭 주석이 붙어 있고, 어디까지가 역사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구분도 가지 않아 자칫하면 미로에서 길 잃듯 책 속에서 갈피를 잃고 헤매기 십상인데도 말이다. 


[본문과 관계없는 이야기 #1]
집사람이 없으면 밥도 못 해 드시는 화담 선생님. 21세기에 태어나셨으면 구박 엄청 받으셨을 듯. ㅋㅋㅋㅋ


점쟁이와 도인들이 잔뜩 등장하는 만큼 이미 지나간 일들을 앞으로 다가올 일들처럼 능청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은 작가의 배짱일 것이다. 
작가가 사는 시대는 2012년임을 알면서도 그 예언들이 실현되는 장면에서 깜짝깜짝 놀라니 말이다.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부터 시작해서 온갖 고전 속 이야기들을 베틀로 정갈하게 짜낸 이 이야기는 작가의 내공을 느끼게 한다. 만화 속 어디에서도 작가의 힘겨움이 느껴지지 않으니 말이다. 원래 있던 이야기를 그대로 베끼기라도 한 것처럼 자연스럽기 그지없다. 
 


[본문과 관계없는 이야기 #2]
깨알같은 말장난은 이 책을 읽는 큰 재미 중 하나. 
남자는 산진두령, 여자의 이름은 설레이다. 
여자의 이름을 몰랐던 산진두령이 마음에 봄바람 든 것을 표현하려 한 말이 야한 농담이 되어버린 순간이다. 


국사 교과서에서 제목은 한번쯤 다 보았지만 읽어본 적은 없는 사람이 더 많을 책들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이 만화의 미덕이다. 
이 작품 속에 나온 고전들만 찾아 읽어도 마음의 깊이가 한뼘쯤은 더 깊어지지 않을까 싶어 욕심이 난다. 


[본문과 관계없는 이야기 #3]
작가의 센스에 감탄 또 감탄 
한자의 뜻과 모양을 활용하여 웃는 소리와 상대방에 대한 비아냥을 동시에 담아낸 한 컷. 
박수라도 치고 싶었다. 


<포천>은 역사 만화가 아니다. 국사 공부 어려우니 만화로 쉽게 하세요~하고 권해주는 작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지고 공부하기에는 그리 친절한 구성도 아니고. 

하지만 씹을수록 은은한 단물이 배어나오는 이 작품,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시원한 수정과 한 사발 옆에 놓고 읽으면 장마철의 눅눅함 따위는 한순간에 날아가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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