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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릴리 1
코무라 아유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제목과 표지만 보고 아주 단순하게 내용을 예상해 보았다.
'표지에 나온 여자아이의 이름이 릴리인데 보기보다 매우 어수룩하다.'
그리고 이런 경우 예상이 빗나가 줘야 제맛이다.
기쁘게도(!) 이 만화는 나의 예상에 조금도 부합하지 않았다.
일단 표지에 나온 건 여자아이가 아니라 남자아이다! 그리고 이름이 릴리도 아니고 릴리는 누구의 이름도 아니었다!
여튼...
순정만화에 필수적으로 등장해야 하는 꽃미남이 귀엽지만 평범한 미모의 여주인공에게 고백을 하면서 만화는 시작한다.
그리고 이상형에게 고백받은 여주인공 히나타는 단번에 OK. 그렇게 알콩달콩 티격태격 연애질하며 염장질하며...인 줄 알았는데...
그.런.데.
누가 봐도 완벽할 정도로 잘생긴 히나타의 남자친구에겐 치명적인 결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남자를 토할 정도로 혐오해서 남자인 자기 모습조차도 싫어한다는 것.
그래서 여장을 즐긴다는 것. 게다가 여장을 하면 왠만한 남자들이 다 반할 만큼 눈부신 미모를 자랑한다는 것.
내 남자친구가 여자라니...(응?)
남장여자 주인공은 순정만화의 단골 소재지만 여장남자 주인공은 흔치 않다. 하지만 여장을 하면 여자처럼 예쁘고, 남장을 하면 완전 꽃미남이라는 건 뭐... 순정만화의 흔한 설정이니까 식상해도 넘어가자. 까놓고 얘기해서 순정만화에서 못생긴 남자주인공 보고 싶어하는 여자 독자가 어디 있겠는가.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 만화를 살린 건 공교롭게도 책날개에 쓰여진 '작가의 말'이다.
'깊이나 무게는 전혀 없지만, 잠깐의 여흥으로 조금이나마 재밌게 읽어주시면 기쁘겠습니다.'
작가가 그냥 대놓고 내 만화 가벼워요, 라고 광고를 하다니... 쿨하네.
그런데 이 만화 재미있다. 작가는 정확하게 자신이 말한 만큼 가볍게, 재미있게, 잠깐의 여흥으로 읽기 딱 좋은, 달달한 젤리빈 같은 그런 만화를 내놓았다. 그 점을 높이 평가해 주고 싶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왠지 부자가 될 것 같은 이름을 가진(!!) 남자주인공 시노하라 엔.
여자친구 눈동자에 비친 자기 모습(물론 남자의 모습)에도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싫어하면서도 여자친구가 원하면 어떻게든 참아보려고, 어떻게든 여자친구가 웃게 해 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참 예쁘다.
엔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커플 카페 사장님 왈.
"좋아하는 여자를 기쁘게 해 주는 건 남자의 의무야!"
그렇다는군요.
그러니 지금 솔로이신 여자분들, 꼭 그런 남자 만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