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 동네서점의 유쾌한 반란, 개정증보판
백창화.김병록 지음 / 남해의봄날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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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작은책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곳에 잊었던 내 마음자리가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다음이다. 시골 마을 작은 책방의 특징은 누구든, 조금만 용기를 내면 따라할 수 있게 만드는소박함과 편안함. 그곳은 도달 불가능한 꿈의 궁전이 아니었던거다. 이 지점이 결국 시골에 책방을 만들고, 책을 썼던 우리 부부가 수많은 사람의 공감과 연대를 이끌어낸 지점이었을 거라고우리는 생각하고 있다. - P6

작게는 4~5평 한 뼘 크기부터 크게는 30평 내외의 제법 넉넉한 공간을 갖춘 다양한 형태의 서점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들은누구일까? 그들은 왜 이미 지난 십여 년간 실패한 업종이라 확실히 결론 나버린 동네 작은 서점들의 문을 다시 열기 시작한 것일까? 북촌에서, 서촌에서, 홍대 앞에서, 임대료 비싸기로 소문난이 동네들에서 과연 그들은 몇 년을 버틸 수 있을까? 경제권력도, 소비권력도 모두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지금 지방 소도시에서, 심지어 우리처럼 시골 작은 마을에서 이 책방들은 몇 권의 책을 팔 것이며 그 책들이 엄중한 밥벌이의 무게를 지켜줄 수있을까? - P12

그들이 이 먼 곳, 괴산 시골까지 찾아온 것은 책이 있는 집, 시골 마을 구석에서 책을 파는 집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 때문인 걸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일부러,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찾아온 것이다. ‘책‘을 찾아. 책이 그림처럼, 동화처럼 멋지게 전시되어 있는 집을 찾아. 그들의 마음속에는 꿈이 있다. 책으로 가득한 집에 대한 꿈. - P22

동화 같은 책의 집에서 하룻밤 머물며 책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가는 일, 누이도 좋고 매부도 좋은 일, 바로 ‘책이 있는 집에서 하룻밤‘의 시작이었다. - P33

도서관이든, 서점이든 책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공간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도서관은 공공 기관이고, 서점은 영업장이지만 책이라는 물품의 성격상 어느 정도 공공성을 기초로 한다. 도서관은 책을 보관하고 빌려주는 곳이지만, 서점은 책을 순환하고 판매하는 곳이다. 방식은 다르지만 거래의 대상이나 관계망은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다. 도서관은 독서문화를 장려하고 교양 있는시민을 키워내기 위해 낭독회, 전시회, 토론회, 저자 초청 행사등 각종 문화 행사를 연다. 서점 역시 독서문화를 장려하기 위해같은 행사들을 연다. 다른 점이 있다면 책을 한 권이라도 더 팔아야 한다는 상업 목표를 꾀하는 사실이다. - P41

출판유통과 관련한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출판 선진국 가운데미국과 독일은 주요 출판 강국이면서도 출판 시장은 매우 대조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미국 시장은 소위 빅 6 (Big Six)라고 하는대형 출판사의 비중이 매우 큰 반면, 독일은 상대적으로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지 않을 뿐 아니라 출간활동이 더 왕성하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독일 출판산업은 출판계가 스스로 상생을 중시하여 출판사-도서유통사 - 서점 간 협업이 잘 이루어지는 데 있다. - P55

독립서점이 외치는 반체인서점에 대한 수사적 표현에는 다음과같은 내용들이 기묘하게 섞여 있다. 공동체의 화합과 소규모에대한 보수적인 향수, 아이디어 시장에서 자유로운 표현과 자유로운선택을 할 수 있는 개인의 권리에 대한 진보적인 옹호, 때로는자유시장 경쟁과 경제 엘리트의 권력에 대한 철저한 비판이다. (…)독립서점을 운영하기로 결정한 사람들은 그다지 돈을 벌지 못하고 많은 시간 일을 해야 하며 굉장히 큰 불확실성을 겪는다. 이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책을 제공해줌으로써 이 사회를 더 나은곳으로 바꾸고 있다고 믿는다.
(<서점 VS 서점>, 로라 J. 밀러, 한울아카데미) - P56

아, 그러므로 아름다운 서점이란 이제 사진으로 남기고 SNS에기록하는 관광의 명소, ‘핫 스팟‘일 뿐 책을 고르고 책을 사는 곳이 아니다. 이런 괴리감이라니!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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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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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의 풀들은 아직 억세지 않았고 산딸기는 붉은 만큼 시었다. - P151

우울에는 절망과는 다른 나름의 침몰 방식이었다. 절망이 강물 속으로 빠져드는 일이라면, 그래서 어느 정도 내려가면 다시 딛고 올라설 바닥에 닿는 식의 침몰이라면, 우울은 바닥을 짐작할 수 없는 심해로 빠져드는 일과 비슷했다. - P156

그들 모두에게도 그런 이야기 하나쯤은 있으리라 믿음과 소망과 사랑의 이야기가 우리를 계속 살아가게 만든다는 사실을 이제는 나도 알겠다. 믿는 것과 소망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 그중에서도 사랑하는 것을 빼앗으면 인간으로서의 삶은 그순간 끝난다던 권대령의 말이 무슨 뜻인지도, 그러니 아빠가 죽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부터 나는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였다는것도 이제 알겠다. - P177

"모든 고통은 공포보다 더 강해요. 그게 자신의 고통인 한에는.
하지만 아무리 엄청난 고통이라고 하더라도 나의 고통이 다른 사람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경우는 없어요. 그게 우리의 한계예요. 그 한계 때문에 우리는 이런 국가를 가지게 된 거예요. 만약 우리가 다른 사람의 고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면, 어떤 국가나 권력도 개인을 억압할 수 없었을 거예요. 타인의 고통을 공포보다 더 강하게 느껴야만 한다는 건 그런 뜻이에요. 지금과 다른 국가를 원한다면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자기 것처럼 여겨야만 해요. 만약 그게 불가능하다면, 다른 방법도 있을 거예요. 그건 사람들에게 압도적인 고통을 보여주는 일이겠죠." - P191

그에 비해 군은 이제 아무런 쓸모도 없는, 쓰레기 같은 세상에서 제일 형편없는 인간이 됐다.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변할 계집애 따위를 사랑하고, 그 변덕스런 마음을 얻지 못해 안달하는 동안 군의 위대한 능력은 모두 사라졌단 말이다. - P211

순댓국에서 순대를 건져내면서 그는 모범생의 글 읽기란 답이 아니라 질문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 P241

우리의 밤이 어두운 까닭은 우리의 우주가 아직은 젊고 여전히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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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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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흐르는 건 순식간의 일이지만, 눈물이 그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 P109

외로움이란 그런 것, 누군가가 없기 때문에 생기는 불필요한 감정이었다. 이 우주에서, 지구라는 별에서 외로운 여행자가 된다는 것은 과연 무슨 뜻일까? 아빠는 그 답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날의 그 밤처럼 이따금 아빠는 길을 걷다가 걸음을 멈추고서서 하늘을 올려다보곤 했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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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무게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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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새로운 사람을 창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명확성과 이해를 만들어낸다. 또는 그런 착각을 하게 한다. 자신의 언어에 운이 좋은사람은 스스로를 향해 눈을 뜨는 것과 같아서 새로운 시간을 경험한다. 시의 현존이라는 시간이다. - P6

그의 태도는 거부가 아니라 그저 거리를 두는 몸짓이었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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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야기 ㅣ 한국 근대 문학 기행
김남일 지음 / 학고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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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한옥의 문제점들을 파악해, 예를 들어 수도를 내부에 설치하고, 부엌 바닥에 타일을 깔거나 석탄 아궁이를 설치하고, 햇빛이 잘 드는 남쪽 면을 넓게 설계하고, 식당, 세탁장, 하수구 등을 모두 물을 사용하는 주방에 가깝게 배치하는 식으로 해서 위생적이고 실용적이고 경제적인 점에 초점을 맞춘 것이 새 한옥의 특징이었다. 그런 작업들은 결국 일본인의 북촌 진출을 막아낸 공로로 이어진다. - P239

그렇지만 하루 종일 이발소에 갇혀 지내야 하는 신세의 소년이 행하는 관찰과 스스로 고현학자임을 자처하는 소설가가 시도하는 관찰은 종류 자체가 엄연히 달랐다. 방법과 목적도 달랐다. 소설가가 말하는 관찰에 가장 유효한 수단은 산보였다. 그리고 그 산보란 특히 근대적 시가지의 산보를 뜻했다. 그리고 근대적 시가지의 이상적 산보법은.… 가장 교묘하게 ‘거짓말‘을 하는 데 있었다.

_ ‘대경성’의 산책자들 중 - P263

미로에서는 새로운 것도 실상은 낡은 것이었다. 새로움의 거죽만동어반복적으로 자꾸 핥는 거였다. 신화는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가르쳐주지 않던가. 다만 이제 과거의 신이 있던 자리에 상품이 있을 뿐이다. 상품의 그 물신은 현대의 대도시를 따라서 그들의 백성을 반쯤 잠든 지루한 노예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마법을 건다.

_ 미쓰코시 백화점, 날개 그리고 이상 중 - P274

소설에서 대영의 자격지심은 당대 조선의 지식인들이 마주친,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을 솔직하게 반영한다. 우선, 매일같이 그 곁을 지나가야 하는 종각(보신각). 그것은 먼지를 수북하게 뒤집어쓴 채 ‘만국박람회의 아프리카 토인관‘처럼 저 멀리 사멸된 시대를 상징하면서, 생동하는 시대를 가장 첨예하게 반영하는 근처 종로의 번화가와 뚜렷한 대조를 보이고 있었다. 물론 그래봐야 그건 한껏 주접이 든 낡은 유물일 뿐이다. 그걸 거울이라 치고 들여다보면, 눈곱이 다닥다닥 끼고 분 자국마저 얼룩진 얼굴이 비쳐 보인다. 스스로 불쾌하리라. 그래도 어찌할 것인가. 그게 제 얼굴인 것을!

_ 채만식의 종로 산책 중 - P298

한때 카프의 맹장이었던 회원 박영희는 "얻은 것은 이데올로기요, 잃은 것은 예술" (1934)이라고 선언해 충격을 던졌다.

_ 김남천과 야마토 아파트 중 - P308

"옛날과는 모든 것이 다른 것 같애. 인제 사상범이 드무니까 옛날 영웅 심리를 향락하면서 징역을 살던 기분도 없어진것 같다구 그 안에서 어떤 친구가 말하더니…. 달이 철창에 새파랗게 걸려 있는 밤, 바람 소리나, 풀벌레 소리나 들으면서 잠을 이루지 못할 때엔 고독과 적막이 뼈에 사무치는 것처럼 쓰리구...."

_ 김남천과 아파트 중 - P318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란시스 쟝,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별 헤는 밤」, 1941)

_ 서울의 별 헤는 밤 중 -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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