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 팬티는 자동적으로 시어머니 얼굴을 떠올리게 했다. 될 수 있는 대로 간략하게 말했는데도 동숙이는 충분히 알아먹은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_ 마흔 아홉 살 중 - P102
심장이 뜨겁거나 따뜻하거나 차가워지고는 한다.이때의 느낌은 무슨 감정일까,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마음의 온도를 좌우하는 요소들로 안전과 사랑, 존중, 자아실현, 존재감, 재미, 멋 등이 있으며 충족되는 정도에 따라 기쁨, 평안, 재미, 후련함, 사랑 등을반대로 수치감, 수심, 지루함, 압박감, 경멸 등을 느낀다._ 온도로 신호를 보내는 감정 등 - P38
<하루를 살아도 평화롭게> 예약판매인지 모르고 주문한 책이라, 거의 10일만에 홀로 배송된 책이다. 어금니 깨물고 시를 써야만 했던 젊은 시절 이야기부터, 코로나로 마스크를 쓰고 서로 격리되어야 하는 얼마전까지...아무 것도 할수 없었던 시절의 글로 풀어내고 있다. 특히, 시인 본인이 친엄마와 관계는 어찌보면 그 시대 엄마와 딸간의 진솔한 모습일 수 있다. 엄마와 딸은 불편한 관계였다. 아들보다 잘나서도 안되고 아들 위주의 편향을 드러내놓는 사람이 가정에서는 엄마였기 때문이다. 이런 감정의 응어리를 풀어가는 것이 우리의 인생사인데, 맨 마지막 ˝편지 두 상자˝에서 풀어 유출해본다. 이제는 이승에서 다시 만날 수 없는 엄마와의 글, 노트, 아빠와 시인 본인이 엄마에게 보낸 편지들을 보면서 시인은 어렸을 때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달라는 당부였고, 최근에는 엄마의 건강을 지키라는 당부였다. <마음사전>부터 신간이 나오던 주문해왔던 내가, 기존 시인의 글을 다시 읽어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온 이력을 풀어내고 있는 글에서 <하루를 살아도 평화롭게>는 얼마전 끝낸 <나의 해방일지>의 하루 5분 추앙이 떠오른다.
책을 주문할 때, 여러 권을 구입한다. 함께 산 책중에 왜 그랬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상하게 <공부의 위로>가 손이 가지 않았다. 한달후에만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책의 내용과 흐름을 함께 해갔다. 특히, 코로나 시대의 교양교육의 부재와 암기교육의 정당성을 어필하는 부분에서 공감!! 공감하면서 빠른 속도로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자신의 이름으로 대학교양 수업의 필요성과 교양 공부가 결국 삶의 근본적 쓸모가 되는 맥락은 이 책이 주는 쏠쏠한 즐거움이 아닐까?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지만 훌륭한 사람만이 잘못을 인정하고 고친다. 유일한 죄는 ‘자만‘이다." -소포클레스 - P174
메데이아에게 있어 ‘사랑‘은 결코 낭만적이고 부드러운 사랑이 아니다.그것은 남성의 ‘권력‘과 동의어이다._희미하지만 단단한 자신감으로 중 - P175
예술가들이 자신이 이루어놓은 업적을 보고 느끼는그러한 해방감과 승리감을 우리가 같이 느낄 수 없다면, 그 작품을 이해하기를 바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한 가지 방향에서의 득이나 진보가 다른 방향에서는 손실을 수반한다는 사실, 그리고 이 주관적인 진보가 그 자체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인 예술적 가치의 증가와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E. H. 곰브리치, 백승길 · 이종숙 옮김, 『서양미술사』(예경)에서. - P198
"인간은 지향이 있는 한 방황한다." - 괴테, 『파우스트』에서사회인이 된 이후에도, 어려움이 닥치고 미로(迷路)에서 헤매고 있는 것만 같은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나는 이 문장에 기대어 ‘노력하고 있으니 방황하는 거겠지.‘ 생각하곤 했다. - P223
외모는 보잘것없었지만 나의 내계는 누구보다도, 이토록 풍요로웠다. 무언가 씻어 없앨 수 없는 열등감을지닌 소년이 자신을 은근히 선택된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_ 관념과 현실, 자유로운 드나듦의 세계 중 - P240
해가 저물고 친구들도 다 떠나 홀로 남은 새, 의지할 태양도 없고 쉼을 청할 둥지도 없는 외로운 새에게 믿을 것은너의 날개와 미개척의 하늘뿐이니 날개를 접지 말라고 부탁하는 시를 통해, 선생님은 ‘믿음‘에 대해 가르쳐주고 싶어 했다. ‘믿음‘이란 희망, 두려움, 속삭임 같은 인식 ·감정·의지의 차원을 벗어나 존재론적 차원에서 자신의 실재(實在)를 승인하는 거라고…………. 기댈 것이라고는 날개와 하늘이라는 삶의 리얼리티밖에 없는 새처럼. _ Spiritual But not Religious 중 - P257
해가 저물고 친구들도 다 떠나 홀로 남은 새의지할 태양도 없고 쉼을 청할 둥지도 없는 외로운 새에게믿을 것은 너의 날개와 미개척의 하늘뿐이니날개를 접지 말라고 부탁하는 시를 통해,‘선생님은 ‘믿음‘에 대해 가르쳐주고 싶어 했다. - P259
"카이로스는 ‘고비(crisis)‘로서의 시간"이라고 나는 메모해 두었다. 그 고비를 넘기고 고통을 이겨내고 다시 시작하는 개념의 시간이라. 우리에게 익숙한 선(線) 적 연대기인 ‘크로노스‘와 다른 것이라고. - P262
"혼자 먹더라도 예쁜 그릇을 꺼내 제대로 차려 먹는 것이최소한의 디그니티(dignity)를 지켜준다는 그 이야기에,아마도 혼자 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 P278
이 모든 컵에는 나만의 이야기가 있다. 어떤 그릇에든사용한 사람들의 사연이 담겨 있고, 깨지지 않는 한 그이야기는 천년 만년 이어진다. 로얄코펜하겐과 로모노소프, 웨지우드와 빌레로이 앤드 보흐, 포트메리온 그릇이 찬장 가득 쌓여 있지만, 나는 개수대에 항상 놓고 쓰는 20년 넘은 나의 코렐을 버릴 생각이 없다. 오랜 세월을 함께하면서 흰 바탕에 푸른색으로 잔잔한 열매가 그려진 그 그릇과 나만의 역사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은밀한 이야기. _ 그릇에 담긴 은밀한 이야기 중 - P280
같은 이유로 한스는 라틴어를 매우 좋아했다. 왜냐하면 그 언어는 뚜렷하고, 확실하며, 좀처럼 의혹의 여지를 남기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헤르만 헤세, 김이섭 옮김, 『수레바퀴 아래서 (민음사)에서 - P301
아무리 낡고 지루하다 해도, 기본은 변하지 않는다. 인문학의 기본은 긴 텍스트를 읽어내는 훈련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책상머리에 묵직하게 앉아 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공부의 기본은 언제나 아날로그다. 대학에서의 마지막 수업이 그걸 가르쳐주었고, 나는 그 덕분에 시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대부분의 책을 끝까지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_ 꾸준하고 성실하게 책장을 넘기는 수밖에 중 - P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