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판은 그 명판이 설치된 도 시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를 직간접적으로 전한다. "항상 명판을 읽자"는 준칙은 주변 건축물들을 관찰하고 건물에 담긴 이야기를 찾아내는 훌륭한 방법이지만, 그렇다고 철판에 새겨진 모든 이야기가 진실만 다루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명판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명판에 실린 작은 글자들을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어야 한다. _ 4장 도시의 정체성을 만드는 것들 중 - P90
한마디로 추상화가 핵심이다. 자연을 수학적으로 가공하면, 혼란스럽고 유기체적인 것이 규칙적이고 이해하기 쉬우며 반복해 사용할 수 있는, 궁극적으로 아름다운 것으로 변화한다. _ 4장 도시의 정체성을 만드는 것들 중 - P93
하다. 역사적으로 스폴리아는 무너트린 건축물에서 가져다 새로운건축물을 짓는 데 사용한 돌을 뜻한다. 철제 들것이나 대포로 만든말뚝처럼 이런 재활용은 실용적인 차원에서 벌어진 일일 것이다. 적을 때려눕힌 뒤 전리품을 빼앗아 재활용할 수 있는데 새로 물건을 만들 이유는 없으니까. _ 3장 진화의 흔적 중 - P73
어떤 형태는 흔적이 남는다. _ - P62
“21세기의 파업전야”라고 하면 어떨까 싶다. 소득불평등이 심해진 사회의 건설현장에서 벌여지는 사건...주인공은 여성 중장비 기사이고 한 명은 회사 팀장출신의 초보 건설노동자이다. 작가는 여성 노동자(?)가 관리자와 건설 노동자들에게 굴착기를 몰고가는 장면에서 아직 ‘희망’의 끈을 놓고 있지 않다. 관리자들에게 대항하는 방식은 역시 전통적인 방식으로 그렸으며, 여기에 여성과 동물까지 확대되었다.
모든 것이 매끄럽게 돌아가지는 않았다. 반발과 저항이 있었다. 하지만 매끄럽지 않다고 안 되는 것은 없었다. 반발하든 저항하는 모두 귀결하는 것은 단 하나의 사실이었다. 이제 선길은 이곳에 없다. - P109
진행이 될수록 사고는 흔하고 뻔한 사고가 돼 갔고 사람들은자신들을 속였다. 자신들이야말로 선하다고, 약자와 피해자의편에 서 있고 그것을 아름답고 의미 있는 행동이라고 여겼다.공정한 판관의 역할에, 도덕적 우월감에 심취해 갔다. 정작 해야 할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그저 자기 자신들을 중심에 놓기만 하면서. - P124
결국 도덕적 우월감과 도덕적 무력감은 거울에비치는 똑같은 허상이었다. 낙관과 공감이냐, 비관과 체념이냐는 거울의 종류만 달랐을 뿐. - P124
결국 자기 역시 다른 사람들과 똑같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살아 있고 계속 살아야 하는 사람의 숙명인 것 같았다. 잔인하고 비겁하게 거짓말하거나 침묵하면서, 자신의 잘못과 죄를 죽은 사람에게 떠넘기면서. 그것이 산 사람의 몫, 생존의 대가 같았다. - P141
"너무 큰책임은 책임이 아니지. 너무 작은 책임도 책임이 아니듯이. 대마불사라는 말 들어 봤지? - P150
무슨 말을 한다는 것이, 소장과 같은 언어를 쓴다는 것이 혐오스러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더 끔찍한 것은 반박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 P153
선의나 공감에 대해 그러듯. 그건 별게 아니었다. 왜 부모 말, 선배 말, 상사 말 잘 듣는가? 소용이 있으니까, 그러면 뭐라도 하나 생기니까. 착하다는 건 화폐였다. 당장이든 나중이든 돌아올 뭔가를 위해 지불하는 사람들 역시 정말 착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착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을 뿐이다. 부자 대우 받으면좋아하는 것과 매한가지다. - P155
세상에서 제일 참혹한 일을 벌였던 사람들이 가진 공통점이 바로 자신은 착하고 항상 착하다는 믿음이었다. 그 사람들은 양민을 칼로 총으로 베고 쏴 죽이면서도 생각했다. 해방시켜 주는 것이라고, 오로지 선행을 베푸는 것뿐이라고, 오, 세상에 정말! - P157
"다 똑같아요. 저 같은 대학 나와서 갈 수 있는 회사는 얼마 있지도 않고 동기들도 다 시궁창 같은 중소기업 들어가서별짓거리 다 하면서 살아요. 참고 견디고 그러고들 버텨요."1 - P175
소설의 말미에서 현경이 개의 얇고 따스한 뱃가죽을 만질때 떠올린 것은 연약함이었다. 우리는 모두 그같이 얇고 따스하게, 희망이라는 단어처럼 연약하게 살아 있다. 이 이야기는한편으로 그 연약함과 희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보전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연약함은 나약함에 불과한 것인지, 희망은 욕망에 그쳐야 하는지, 인간에게는 나약함과 욕망뿐인지. _ 작가의 말 중 - P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