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이든 슬픔이든 분노든 잘 참는 사람은 싸우지 않고 그저 견딘다. - P68
아버지는 해방 전후의 한계와 여전히 맞서 싸우는 중이었고, 그사이 세상은 훌쩍 그 한계를 뛰어넘었다. - P70
아버지는 뼛속까지 유물론자였다. 부모가 여든 넘도록장지 마련은 고사하고 영정사진 찍어둘 생각조차 못한 불효자식이었으나 아버지의 유지가 그러하였으니 따르면될 터였다. 역시 유물론은 산뜻해서 좋다. - P94
사람은 힘들 때 가장 믿거나 가장 만만한 사람을 찾는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마찬가지다. 힘들 때 도움받은 그 마음을 평생 간직하는 사람은 열에 하나도 되지 않는다. 대개는 도움을 준 사람보다 도움을 받은 사람이 그 은혜를 먼저 잊어버린다. 굳이 뭘 바라고 도운 것은 아니나 잊어버린 그마음이 서운해서 도움 준 사람들은 상처를 받는다. 대다수의 사람은 그렇다. - P102
아버지는 옳아서 선택한 사상이었지만 그 사상이 작은아버지에게는 철천지한이었다. - P124
아무도 보지 않은 그날의 진실을, 그날 작은아버지 홀로 견뎠어야 할 공포와 죄책감을 보지 않은 누군들 안다고 할 수 있으랴. 역시 작은아버지에게는 작은아버지만의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독한 소주에 취하지 않고는 한시도 견딜수 없었던 그러한 사정이. - P131
죽음 앞에서도 용서되지 않는 죄란 무엇인가, 해는 더 높아지고 볕은 더 따가워졌다. - P134
학교를 때려친 아이와 아버지는 같이 담배를 피우면서 친구가 된 것이다. - P140
"아니요. 그것은 신념이 아니요. 사람의 도리제. 그짝은순겡을 그만둔 것으로 사람의 도리를 다했소. 글먼 된 것이오. 긍게 다시는 찾아오지 말고 자개 앞가림이나 함시로 잘 사씨요" - P180
알면 내 빚이 될까봐. 아버지는 누군가의 목숨을 살리기도 했지만 누군가의 덕으로 살기도 했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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