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을 통해 이입되는 것은 볼레로, 퀸 같은 낱말만이 아니다. 감정을 표현하고 처리하는 이국적인 어법들도 그러한데, 이 어법들을 ‘순수한‘ 한국어에 위협이 되는 요소로 보고 배척하는시각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나는 한국어로 되어 있지만 낯설어 보이는 이 어법들이 늘 유쾌하고 사랑스러웠다. 금방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도 큰 잘못으로 보이지 않았다. 내 생각에 한 언어의 정보량이 풍부해진다는 것은 낱말의 개수뿐 아니라 이런 다양한 감정과 상황의 어법들이 증가하는 데 달려 있다.
이것들이 고유종이 아니므로 거부해야 한다는 방침을 고집한다면 한국어는 필요 이상으로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위기이고 - P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