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왜 중산층인지 묻자 "우리는 공동체를 생각해. 뭐 우리가 서울에 집 없어서 남들이 아니라면 말고"라고 답했다. 물질적으로 가진게 없지만 도덕성으로 스스로를 위로한다. "만석꾼은 만 가지 걱정이있는 거야." 이들이 좋아하는 말이다. - P298
싸울 때는 바쁘다던 사람들이보상금 찾을 때는 빠르게 달려오는 모습이 특히 나를 씁쓸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딱히 고마워하지도 않는 듯했다. - P300
젊은 시절 ‘비국민‘이었던 아버지는 그렇게 ‘국민‘이 되었다. 한때 열렬히 싸웠던 많은 사람들이 침묵을 택하는 경우를 보곤 했는데, 침묵으로 자신을 보호하다가 때로는 그 보호막이 끝내 내면의 정체성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 P306
지향하는 가치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증오심이 판단의 기준이 되어버리면 사람이 얼마나 급격하게 다른 방향을 향할 수 있는지아버지의 모습에서 보았다. - P308
광물을 캐면 돈을 벌지만 사람을 캐면 돈이 들어간다. 끝내 시신을 수습하지 않는다. - P313
세월호 참사 10주년이 되는 2024년 4월, 소설가 김훈은 이 참사를 만들어낸 원인이 무엇인가 짚어보며 "목숨을 수탈해서 목표를 이루는 생산 방식"을 말한다. 언젠가 김훈은 일본에 가서 1930년대 징용된 조선인들이 희생된 구리 광산, 무연탄 광산을 답사하며 ‘순난자위령비‘를 보았다. 그는 ‘순난‘이라는 두 글자를 보며 "목숨을 수탈해서 목표를 이루는 생산 방식과 건설 방식은 여러 공화국을 거치면서 전승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증산보국을 외치던 국가는 노동자들의 몸에는 보신을 해주지 않는다. - P318
역사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묵살할 뿐이다. 가장 사랑받는 노동자는 멸시를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침묵하는 노동자이다. ‘근면 성실‘은 과로의 다른 말이며 ‘묵묵하게‘는 목소리 없음을 말한다. 노동자가 연대하는 순간 이들은 귀족이 되거나 폭력배가 된다. - P369
이 깊은 산간에 인구 십이만의 도시가있었다는 것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수많은 산에 구멍을 뚫어 철로를 만들고, 땅을 파헤쳐광산을 개발하고,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어 대처를 형성하고, 거기서 태어나도 죽고 병들고 사랑하고 이제 모두들 떠나 쇠락해가기까지의 몇십 년에 대하여 나는 생각했다.
•한강, 《검은 사슴》, 문학동네, 2017, 540쪽 - P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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