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황홀 - 온 세상을 끌어들이는 한국의 정원
윤광준 지음 / 아트레이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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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선정은 우리 정원의 특징을 말할 때 제일 먼저 등장하는 ‘자연속으로 들어가 하나가 된다‘의 좋은 사례다. 와선정 주위를 살펴보면 인간이 자연 속으로 어떻게 들어갈 수 있는지가 보인다. 원래부터 있던 숲에 인간이 거처할 공간만 있으면 되는 거였다. 시간이 흐르면 인간의 거처조차 자연의 일부로 바뀌는 동화의 과정을 거친다. 이런 상태가 되면 자연이 인간인지 인간이 자연인지 구분되지 않을 때가 있다.

_ 봉화 와선정 중 - P178

무기연당 담장 밖은 여느 마을과 다를 게 없다. 전선이 어지럽게 지나가고 주변 공단의 공장 건물이 보이기도 한다. 마을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 무기연당은 그래서 보석과 같은 정원이 됐다. 숨막힐 듯 아름다운 빗속의 무기연당을 본 이후 이곳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에겐 소나무 한 그루만으로 정원을 완결하는 능력이 있다

_ 함안 무기연당 중 - P187

소쇄원은 생각보다 돌아볼 권역이 많다. 영화로 치면 몇 부로 나누어지는 셈이다. 소쇄원에 들어오는 진입부에서 자연암반 위를 흐르는 시냇물이 있는 아랫부분 담장 밑을 뚫어 물이 들어오게 한 끝 부분이 1부다. 인간의 공간인 제월당에서 마당을 거쳐 광풍각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2부가 된다. 나는 인간의공간인 제월당에서 보이는 소쇄원 전체 모습과 차경된 산이 좋다. 산과 하늘, 흐르는 시냇물까지 다 가진 넉넉한 사람이 된 듯한 느낌 때문이다. 달빛 내리는 가을밤 이곳 누마루에서 들었던 가야금 연주는 평생 잊지 못할 듯하다.

_ 담양 소쇄원 중 - P195

소쇄원은 타협 없는 성품으로 인간의 바른길을 찾으려는 지식인의 현실 도피처였다. 정원의 역할과 기능이 무엇인지 짐작할 대목이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자신의 수양과 기억의 환기를 위해 이곳을 만들었을 뿐이다. 양산보가 꿈꾸었던 이상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설명하기 어려운 관념은 직설보다 상징적은유법으로 전달하는 게 효과적이다. 대나무 숲, 나무와 풀, 바위, 흐르는 물과 들리는 소리까지.. 계절이 바뀌고 날씨와 기온에 따라 달라지는 하루하루의 인상은 상징을 입고 더 큰 의미로 전달되었을 것이다.

_ 담양 소쇄원 중 - P200

《택리지>에서 이중환은 이렇게 말했다. "산수가 없으면 감정을순화하지 못하여 사람이 거칠어진다. 산수란 멀리서 보면 큰 포부를 갖게 해서 인물을 만들어내고 가까이서 보면 마음이 깨끗해지고 즐거워진다." 서원을 하나같이 산수 경치 빼어난 곳에 들어서게한 이유다. 그 가운데서 으뜸이 병산서원이라는데 아니라고 할 사람은 없을 듯하다.

_ 안동 만대루 중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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