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지만 상희에게는 그거면 되었다. 그의 성욕은 속물적이지않았다. 그의 성욕에는 그 어떤 의도도 없었다. 그저 성욕 그 자체가 목적이었다. 그게 상희에게는 제일 중요했다. 상희에게는 그의성욕이 자신을 둘러싼 속물적인 삶의 피난처였던 셈이다.

_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중 - P246

다 깊이 사랑할 수도, 그렇다고 사랑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이 진퇴양난의 상황 속에서 그는 순전히 살아남기 위해서 위악을 선택했다. - P251

사랑은 수없이 많으나, 증오는 하나일 뿐이었으므로. 그는 사랑이 아니라 증오를 통해 그들이 캠프에 있는 죄수들을 모두 죽이고야 말 것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됐다. 사랑이 아니라 증오를 통해 그는 자신이 죽을 운명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됐다. 그리고 그는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 P262

‘역사를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더 매력적인 것은 함께 역사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라고, 옥중의 네루는 어린 딸 인디라에게 썼다. 네루는 또한 ‘사상의 종점은 행동이다‘ 라고도 썼다.

_ 뒷산에서 놀러 내려왔던 원숭이 바쿠도 중 - P298

하지만 말입니다. 폭력이란 양심의 문제도, 신념의 문제도 아니니까요. 폭력은 결국 체제의 문제인데, 스리랑카의 현체제하에서는 타밀족이든 싱할리족이든 폭력에 무한정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 P299

1980년대에 많은 사람들이 다른 감정들, 예를 들어 증오심이나 복수심, 혹은 공명심 등을 사랑으로 오인한 것만은 분명했다. 그러므로 이 아무런 의지도 지니지 못하는, 폭력적 시대의 도구에 불과한 인간을 향해 우리가 지니는 연민의 감정은 절대로 사랑이랄 수 없었다. 그건 증오심과 복수심에 딸려나오는 여분의 감정일 뿐이었다. 아무리 베르크 씨가 증오는 하나이고 사랑은 모든 것이라고 말한다고 해도 이 사람만은 달랐다.

_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 중 - P315

히로뽕은 필로폰(Philopon), 즉 ‘일을 사랑한다‘ 라는 희랍어에서 유래한 상표명을 붙이고 대일본제약이 1940년부터 시판한 각성제로, 약물로서의 이름은 메스암페타민이다. - P323

광주항쟁은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광주항쟁은 남한에 있는 모든 젊은이들을 우연한 존재로 만들어버렸다.

_ 그러면 존재하는 현실은 무너지리라 중 - P346

그 전복의 효과는 대단했다. 망각과, 그리고 찾아온 고통 속에서, 그는 자신의 삶을 부인했다. 그에게 현실은 뒤집어져 있었다. - P357

그때부터 나는 당혹스러운 일 앞에서 당혹스러워하지 않는 자들을 불신하게 됐다. - P362

그리움의 본질은 온기의 결여였다.
_ 커다랗고 하햫고 넓른 침대로 중 - P368

그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이었다. 우리가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이된다면 모든 사람들은 우리를 잊겠지만, 아마도 감포의 물회와 생일의 유도후와 토요일 오후의 된장찌개는 여전히 우리를 기억할 것이었다. - P381

그렇다. 학설이 옳다면, 우리는 가끔씩 우리 자신의 바깥에 존재한다. 사람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강시우가 내게 건네주고 간 사진에서 우리가 여전히 볼 수 있는 바와같이. - P39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