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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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노래하면 안 삽니다"라는 이 친구의 말은 음정이 틀리면 누구도 피아노를 사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연주하지 않는 피아노는 결국 죽게 된다는 뜻이라는 사실도 나중에야 알아차렸다.

_ 모두에게 복된 새해 중 - P135

어이없게도 삶은 단 한 번만 이뤄질 뿐이며, 지나간 순간은 두 번 다시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그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들은 말하고 있었다. 도서관에는 그처럼 많은 책이 있으니, 그중에는 단 한 권이라도 자기 같은 인생도 이 세상에 필요했다고 말해주는 책이 있을 것 같았다.

_ 내겐 휴가가 필요해 중 - P143

함께 느끼지 못한다는 점에서 고통은 분명히 엄마와 나 사이를 가로막았지만, 죽음은 그 정도는 아니었다. 그날, 엄마의 몸이 병실에서 차가운 영안실로 옮겨지는 동안, 나는 그 노을을 봤다. 아니, 그 노을을 봤다기보다는 그 노을이 보였다.

_ 내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중 - P177

엄마의 고통을 오직 진통제만이 이해했듯이 내 슬픔은 그 노을만이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다. 고통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과 슬픔을 함께할 수 없다는 사실은 나를 절망적으로 만들었다.

_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중 - P178

"인간에게 망각은 불완전한 기능입니다. 완전히 망각할 수있는 능력이 없기에 인간은 불완전해졌습니다. 저는 많은 것을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많은 것ㅅ을 망각하기 위해서 사진을 찍습니다"

_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중 - P181

그러니까 그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했다.
하지만 또한 우리는 그 모든 것을 망각할 수도 없었다. 그가 찍은사진들 속에서 친구와 가족들은 하나둘 늙어가고 병들어가고 또죽어갔다. 그의 사진들 속에서 사람들은 얼마나 복잡한 존재로 살아갔는지, 하지만 그들은 또 얼마나 끊임없이 변해갔는지. 거기서서 나는 비로소 그가 평생에 걸쳐서 찍은 친구와 가족들의 일상을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그가 단 한 번만 찍고 다시는 찍지 않았던, 그의 말을 빌리자면 "평생 잊지 못할 노을"을 이해할 수있었다.

_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중 - P198

좋은 술과 후회 없는 인생이란 그런 풍토에서 빚어지는 것. 술과 인생은 무더운 여름날 꺼내놓은 생선과 같으니, 그 즉시 음미하지 않으면 상해버리고 만다.

_ 웃는 듯 우는 듯, 알렉스, 알렉스 줄 - P204

예컨대 그 도시의 생성과정이나 잔교의 역사, 혹은 외국인 거류지역의 변천사 등이 크게 다르다고 볼수 없었다. 요컨대 누군가 끊임없이 다시 쓰는 과정에 도시는 스스로 내력을 만들어가는 셈이다. 끊임없이 다시 쓸 때, 리 선생의인생도 구원받을 여지는 남는 셈이다.

_ 웃는 듯 우는 듯, 알렉스, 알렉스 중 - P217

그로부터 인생은, 쉬지 않고 바뀌게 된다. 우리가 완벽한 어둠 속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이야기는 계속 고쳐질 것이다. 그는 자리에서일어나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그가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서 첫 문장은 달라질 것이다. 그는 어둠 속 첫 문장들 속으로 걸어갔다.

_ 웃는 듯 우는 듯, 알랙스, 알렉스 중 - P228

그나마 그녀와 나 사이에 존재했던 온기가 아주 없어진 게 아니라 우주 어딘가로 날아갔다고 생각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나는 실연의 고통으로 이미 오래전에 죽었어야만 했을 테니까.

_ 달로 간 코미디언 중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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