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보이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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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의 풀들은 아직 억세지 않았고 산딸기는 붉은 만큼 시었다. - P151

우울에는 절망과는 다른 나름의 침몰 방식이었다. 절망이 강물 속으로 빠져드는 일이라면, 그래서 어느 정도 내려가면 다시 딛고 올라설 바닥에 닿는 식의 침몰이라면, 우울은 바닥을 짐작할 수 없는 심해로 빠져드는 일과 비슷했다. - P156

그들 모두에게도 그런 이야기 하나쯤은 있으리라 믿음과 소망과 사랑의 이야기가 우리를 계속 살아가게 만든다는 사실을 이제는 나도 알겠다. 믿는 것과 소망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 그중에서도 사랑하는 것을 빼앗으면 인간으로서의 삶은 그순간 끝난다던 권대령의 말이 무슨 뜻인지도, 그러니 아빠가 죽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부터 나는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였다는것도 이제 알겠다. - P177

"모든 고통은 공포보다 더 강해요. 그게 자신의 고통인 한에는.
하지만 아무리 엄청난 고통이라고 하더라도 나의 고통이 다른 사람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경우는 없어요. 그게 우리의 한계예요. 그 한계 때문에 우리는 이런 국가를 가지게 된 거예요. 만약 우리가 다른 사람의 고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면, 어떤 국가나 권력도 개인을 억압할 수 없었을 거예요. 타인의 고통을 공포보다 더 강하게 느껴야만 한다는 건 그런 뜻이에요. 지금과 다른 국가를 원한다면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자기 것처럼 여겨야만 해요. 만약 그게 불가능하다면, 다른 방법도 있을 거예요. 그건 사람들에게 압도적인 고통을 보여주는 일이겠죠." - P191

그에 비해 군은 이제 아무런 쓸모도 없는, 쓰레기 같은 세상에서 제일 형편없는 인간이 됐다.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변할 계집애 따위를 사랑하고, 그 변덕스런 마음을 얻지 못해 안달하는 동안 군의 위대한 능력은 모두 사라졌단 말이다. - P211

순댓국에서 순대를 건져내면서 그는 모범생의 글 읽기란 답이 아니라 질문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 P241

우리의 밤이 어두운 까닭은 우리의 우주가 아직은 젊고 여전히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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