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달리다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참 이상한 일이었다. 사람이 간절하게 돈을 필요로 할 때는 결코주지 않으면서 돈이 전혀 필요 없는 사람에게는 더 주지 못해 안달이었다. 돈이 필요한 사람은 치약이나 샴푸를 선물로 받는데, 돈이많은 사람에게는 필요하지도 않은 상품권 봉투가 자꾸만 선물로 들어와서 수천만원씩 서랍에서 썩어갔다. - P230

잔챙이일 때가 재미있어. 그래야 사람답게 살아. 돈이 돈으로
‘쓸모가 있는 건 이만큼으로 족해. - P233

" ~~ 일만 하지 말고 행복을 누리면서 살아보라고 내 말을 전해주구려.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 억울한 인생이 얼마나 많은데." - P237

가족의 식탁을 지배하는 것은 오히려 불만과 권태에 더 가깝다는 것을 나는 경험적으로 징그럽게 잘 알고 있었다. - P238

나는 내가 성민과 결혼했던 것. 이제까지 별다른 갈등 없이 평화롭게 살아왔던 것이 모두 동경이라는 기반 위에서 이루어져왔다는 것을 지금에야 깨달았다. 그것은 무심하고 고지식한 이공계 남자에 대한 동경, 수학적 계산에는 귀신처럼 빠르면서 현실에는 곰탱이처럼 약삭빠르지 못한 순수한 모범생에 대한 동경이었다. - P267

대한민국은 원래 흰머리나지 않은 여성이 존댓말 듣기 힘든 나라였다. - P286

작은오빠가 옳았다. 그 남자는 모든 것을 가졌지만, 나는 아니었다. 그 남자가 나를 정말로 사랑한다고 믿기에는 나의 현실이 너무 보잘것없었다. 작은오빠가 옳았다. 내가 그를 사랑하면 정욱연은 곤란해질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곁에 머물면서 사랑하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작은오빠가 옳았다. 꿈이었다. 도취였다. 착각이었다. 상처받지 않으려면 그의 곁을 떠나야 했다. 꿈에서 깨고 나면 내가 어디에 있을지 두려웠다. - P298

경멸도 방사능만큼 몸에 나쁘다. - P304

"엄마, 나 어떡해. 나 정말 이러고 싶지 않았어. 그런데 나도 어쩔수가 없었어. 쓰나미에 휩쓸린 것 같아. 몸부림친다는 게 아무 의미도 없어. 너무 빠르고, 너무 거대해, 엄마, 그 사람만 보면 아무 생각도 안 나. 정말로 아무 생각도 안 나. 그 사람이 나를 보면서 웃기만 하면 머릿속이 하얘지고 다른 건 어떻게 되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 엄마, 어떡해. 나 어떡해." - P310

인생을 건 진짜 사랑은, 그 자체로 훈장처럼 느껴질 때가 있거든, 어차피 사람은 죽으면 헤어지게 마련이니까." - P312

자식이야 물론 말할 수 없이 신비롭고 소중하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감미로운 것은 조카였다. - P335

아빠가 바람나서 다른 살림을 차린 것은 유감이지만, 이제 나도 아빠를 나무랄 처지가 아니었다. 그 덕분에 나는 돈과 분리된 아빠의존재를 처음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 P342

사랑은 비난이나 경멸보다 빨랐다. 심지어 시간보다도 빨랐다. - P354

헤나는 함께 일하기 대단히 좋은 파트너다. 복잡할 것이 하나도없다. 헤나는 어차피 내 의견 따위는 듣지도 않는다. 그녀가 원하는방향으로, 그녀가 원하는 속도로 달린다. 심지어 헤나는 내가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부터 내 머릿속에 있었던 단 두 개의 장면 중하나를 깨끗이 무시해버렸다. 그녀에게 항의하거나 의견을 조율하는 건 의미가 없다. 그녀는 마하 39로 달리는 여자다. 그녀와 함께 일하기 위한 조건은 단 하나뿐이다. 달리기 실력.

_ 작가의 말 중 - P3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