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 엄마
한지혜 지음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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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엄마>

어머니와 엄마의 어감은 다르다. 어무니와 엄마 또한 느낌이 다르다. 개인적으로 젊은 세대의 페미적 마인드에 동의하면서도 거리감을 유지한다. 어쩔수 없는 그 거리감은 사실 좁혀지기 어렵다. 그나마 따내미가 있기에, 세상의 주장과 목소리에 관심을 쏟는다.

넓은 범위의 페미...특히 이제는 중년이 된 여성들이 겪었던, 그 시절의 차별과 냉대를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 행위의 주체는 엄마 담당이었다. 그 시절의 엄마와 딸간의 관계는 단순 애증 관계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모습으로 들어난다. 이 단편소설들의 흐름은 이런 정서와 감정이 밑바닥에 깔려있다. 사실, 2남2녀인 우리집도 그렇고...맛있는 반찬은 언제나 어버지와 아들들 앞에 놓여 있었고, 용돈이나 신발에서도 차이를 넘어 차별은 당연시 된 시절...현재의 시점에서 그런 개인사적 경험이 퇴적된 관계가 엄마와 딸들 사이의 관계이다. 어느순간, 병든 어머니를 병원을 모시고 가거나 돌보는 딸들의 심정을 상상해본다.

농경사회에서 제조업사회로 급변한 사회 변화속에서 살았던 시기를 ˝딸˝ 시각에서 그리는 작품들은 공감도 잘 되지만, 그들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소연 작가의 <어금니 깨물고>도 그 시절의 엄마와 딸의 감정을 풀어낸다.

한지혜 작가는 빙빙돌리지 않는다. 직선적인 응시이다. 서늘하지만 다 읽고나면 다시 읽고싶은 책이다. 산문집 <참 괜찮은 눈이 온다>처럼...

엄마를 온전히 이해하지도 사랑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미워하지도 못하는 나를 포함한 우리시대 자녀들에게 큰 울림으로 위로해준다. 이 소설은 결국 이해에 이르는 과정에 무엇을 서로 바라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책 속으로>
살아온 것도 인생이고, 살고 싶은 것도 인생이다. (p 117)
_ 으라차차 할머니 중

모성이라는 게 본능도 무엇도 아니고, 어떤 사람에게는 아이가 그저 시간과 영혼을 동시에 빼았는 존재라는 건 짐작조차 하지 못할 때였다. (p 152)
_ 누가 정혜를 죽였나 중

엄마가 사라지는 모습이 한 방울의 물이 혼 우주로 흩어져서 사라지는 모습을 닮았다면 태동은 한 방울의 물이 온 세상을 적시는 그런 느낌이었다. 우리의 삶이란 결국 물방울로 태어나 물방울로 흩어지는 건가.(p 237)
_ 물 그림 엄마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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