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 신영복의 언약, 개정신판
신영복 글.그림 / 돌베개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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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바다는 모든 시내를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이름이 ‘바다‘입니다. 바다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물입니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큰 물입니다. 바다가 물을 모으는(能成其大) 비결은자신을 가장 낮은 곳에 두는 데에 있습니다. 연대(連帶)는낮은 곳으로 향하는 물과 같아야 합니다. 낮은 곳, 약한 곳으로 향하는 하방연대(下方連帶)가 진정한 연대입니다. (p. 249)

탈문맥

자유롭고 올바른 생각을 키우기 위해서는 우리가 갇혀 있는 문맥(文脈)을 벗어나야 합니다. 문맥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우리가 갇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러나 어느 시대에나 당대의 문맥을 깨닫는 것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중세 사람들은 중세 천년 동안 마녀 문맥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우리를 가두고 있는 우리 시대의 문맥을 깨달아야 합니다. 탈문맥(脫文脈)과 탈주(脫走), 이것은 어느 시대에도 진리입니다. (p. 260)

가장 먼 여행

생각하면 여행만 여행이 아니라
우리의 삶 하루하루가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소통과 변화는 모든 살아 있는 생명의 존재 형식입니다.
부단히 만나고,
부단히 소통하고,
부단히 변화하는 것이우리의 삶입니다.

일생 동안의 여행 중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머리 좋은 사람과 마음 좋은 사람의 차이,
머리 아픈 사람과 마음 아픈 사람의 거리가
그만큼 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가장 먼 여행이 남아 있습니다.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이 그것입니다.
발은 여럿이 함께 만드는 삶의 현장입니다.
수많은 나무들이 공존하는 숲입니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그리고
가슴에서 다시 발까지의 여행이 우리의 삶입니다.
머리 좋은 사람이 마음 좋은 사람만 못하고,
마음 좋은 사람이 발 좋은 사람만 못합니다.

권력의 무게, 패권


패권의 본질은 힘입니다. 그러나 힘은 내부의 위험도 동시에 키운다는 것이 힘의 역설입니다. 그리고 패권주의는 역사 해석에 있어서도 패권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역사는 과거와 부단히 대화하면서 성장할 때 진정한 역사적 뿌리를 내리게 됩니다. 그러나 패권주의는 대화하지 않습니다. 무인지경에 자기를 심어 나가는 오만함의 극치를 보여 주는것이 바로 패권주의의 얼굴입니다. 그러나 패권주의의 가장 결정적인 모순은 모든 가치가 크기, 높이, 무게와 같은 양(量)으로 환원된다는 사실입니다. 오직 양으로서만 존재함으로써 질(質) 그 자체가 소멸한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패권은 본질이 소멸된다는 사실입니다. (p.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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