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사교육을 줄이셔야 합니다
정승익 지음 / 메이트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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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 우리 학교 전교 1, 2, 3등은 성향이나 공부 양상이 너무나 달랐다. 1등은 타고난 이과 천재, 그러면서도 소설 쓰기를 좋아해서 매일 1등이 노트에 쓴 소설을 아이들이 돌려 읽었다. 과학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물리학과를 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마 이 친구는 소설 쓰기 취미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면 곽재식 같은 SF작가가 되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3등 역시 타고난 천재였다. 나와 꽤 친한 친구였는데 X JAPAN 히데에게 빠져 4개월 만에 일본어를 마스터하는 타고난 언어감각과 전국 수학 올림피아드 상위권에 드는 수리감각을 겸비한 친구는 당연한 듯 서울대 수학교육과에 진학했다. 타고난 천재라고 느끼는 건 친구의 생애는 덕질 인생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돌에 빠져 공상을 하는 시간이 어쩌면 공부하는 시간보다 더 길었을 것이다. 하지만 천재의 면모는 심심할 때 드러난다. 그녀는 잠이 안올 때 수학 문제를 풀거나 법전을 읽었다. 1등과 3등은 그야말로 배움이라는 행위 자체에 빠진 아이들이었다.


  



반면 2등은 사교육으로 만들어진 아이었다. 그래서 그 친구의 입지는 언제나 불안정했다. 3등 친구가 탈덕하는 날에는 언제 2등의 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 (3등은 저질 체력이라 체육점수에서 평균을 깎아먹어 이런 역전은 자주 일어나진 않았다.) 2등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쉬지 않고 학원을 다녔다.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특목고를 갔고 아마도 좋은 대학에 갔겠지만, 가성비로 따지면 1, 3등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떨어지는 아이었다.




물론 사교육은 이미 성적이 좋은 아이들에게는 학교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심화 학습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뒤처지는 아이에게는 공교육보다 세심하게 처진 부분을 보완할 도구로 활용 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불안 때문에 필요 여부에 대한 판단도 없이 휩쓸리듯 하게 되는 것이다.




<어머니, 사교육을 줄이셔야 합니다>의 저자 정승익은 EBS와 강남구청에서 10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영어강사이다. 공교육 교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교육의 최전선에 있는 것도 아닌, 공교육의 연장에 가까운 보편 교육 복지 서비스 제공자에 가까운 그의 위치는 사교육 현상을 통찰력 있게 분석하면서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함이 없게 만들었을 것 같다. 




유튜브에서 저자의 콘텐츠를 본 적이 있는데 마인드 자체가 올바른 사람이라 느꼈다. 맹목적인 물질주의를 경계하고 타인의 욕망을 따라가는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그래서 자기만의 철학과 가치관이 확실히 선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의 저서에도 이런 올곧은 생각이 논리정연하게 풀어져있다.




책은 사교육을 줄여야하는 이유에서 시작해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부모 실천 가이드와 학생들의 실천 가이드가 담겨있다. 사교육을 줄여야하는 이유는 매우 현실적이다. 자녀 교육에 거의 2억에서 많게는 6억 가까이 지출하고 있는 대한민국 현실은 정상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노인빈곤율이 OECD 국가 중 높은 편에 속하는 건 사교육 과열과 무관하지 않다. 게다가 이렇게 자식에게 올인해서 얻을 수 있는 결과는 어떠한가? 인서울 명문대는 상위 7%에게만 열려있는데 사교육이 인서울에 입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면 상위 7%만큼의 비용을 사교육에 쓸 수 있나? 




앞서 떠올린 학창시절 친구들처럼 공부는 부모가 아닌 아이가 하는 것이다. 스스로 공부 계획을 세우고 집중할 수 있는 아이만이 자연스럽게 공부를 잘할 수 있다. 이런 성향은 사교육을 한다고 바뀌는게 아니다. 특히 저자가 지적하는 하위권의 딜레마는 정말 뼈를 때린다. 학원이 레벨테스트를 해서 상위권 애들만 걸러내 가르치는 건 안될 애들을 애초에 버리는 것이라는 것. 사교육의 목적이 뭔가라는 회의감이 들 정도다.




'자식은 키우는 게 아니라 알아서 크는 겁니다.'




저자는 이어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부모 훈련을 알려준다. 부모 뜻대로 아이가 자랄 것이라는 건 부모의 바람이자 욕심일 뿐, 아이도 자아가 있는 인격체이다. 자신의 자아실현을 위해 살아간다. 그런 욕구가 부모의 욕심에 의해 좌절된다면 당장은 착하게 따를지 몰라도 언제 혼란을 느끼고 방황할 지 모른다. 게다가 어른이 되어서도 부모의 선택에 의존하는, 전혀 독립적이지 않은 사람으로 자라는 건 너무 비극이지 않은가? 저자는 부모는 살아가는 데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사람이어야 하고 사회에서 부딪히는 좌절에서 아이가 빠르게 극복할 수 있게 감싸주고, 인생의 좋은 롤모델이 되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이는 사교육의 늪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생겨야 한다. 공부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작은 성공을 만들어 성취감을 느껴가며 공부에 더욱 몰입해가야 사교육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직 아이가 어리지만 영유아 시장에도 사교육은 그 마수를 뻗치고 있다. 특히 책육아라는 명목 하에 커져가는 전집 시장의 마케팅, 뇌발달을 시켜준다는 수백만원에 호가하는 교구, 천만원에 육박하는 영어 콘텐츠 패키지. 아이를 자기 뜻대로 빚으려는 부모의 욕심은 끝이 없고, 남들은 다 한다는데 내 아이만 뒤처지면 어쩌나 불안을 느끼는 부모들을 타깃으로 영유아 사교육 시장은 무럭무럭 성장해가고 있다. 마치 부동산을 못가져 순식간에 '벼락 거지'가 됐다고 느꼈던 영끌족들을 보는 기분이다. 나 역시 이런 유혹에 빠졌다가 아이의 뇌발달에 맞지 않는 조기 교육이 '초독서증'을 불러올 수 있다는 글을 읽고 정신 차렸었다. 




학부모가 되면 이런 유혹에 더욱 흔들리게 될 것이다. 그럴때마다 이 책을 펴고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막연히 다른 사람들을 따라 사교육을 시키고 있었다면, 아이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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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버스 - 명문 대학으로 직행하는 초등 공부 전략서
분당강쌤 지음 / 다산에듀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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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만점자들의 인터뷰에서 가장 흔한 말은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는 말이다. 분명 다른 비법이 있을 거라고 의심하는 사람이 숱하게 있을 것이다. 지금도 아이 하원을 기다리는 학부모들의 자동차 헤드라이트 행렬이 대치동 밤 거리를 수놓고, 수천만원 짜리 입시 컨설턴트가 활동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니까.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수능 만점자들은 이런 호들갑이 필요없는, 공부 자체가 즐거운 아이들일지도 모른다. 학교에 한 두명씩 있는 천재과 아이들은 딱히 사교육에 연연하지도 않고, 자기 페이스대로 공부했었으니까.



한국의 치열한 입시 전쟁을 숨막히게 그려나가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JTBC 드라마 <스카이 캐슬>을 떠올리게 만드는 책 <스카이 버스>. 책 부제도 '명문 대학으로 직행하는 초등 공부 전략서'로 되어 있어 안그래도 뜨거운 사교육 열기에 기름을 붓는 책으로 오해할 수도 있겠다. 심지어 띠지에는 '초등 6학년이 되기 전 SKY 대학에 올라타라!'는 마케팅 문구가 적혀 있어 저자를 모르는 사람이 보면 사교육 전략서로 오해하기 딱 좋다. 



저자 분당강쌤은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대치동과 분당에서 20년 간 일한 입시 전문가다. 그런 저자가 성적을 비관해 목숨을 버린 학생들을 보다 못해 맹목적인 사교육 열기에 매스를 들고 나왔다. 지금 같은 방식은 학부모와 학생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초등 시기, 정확한 방향으로 올바른 노력을 쌓아 나가세요!'



그리고 저자가 가르친 1만 입시생의 공부 데이터를 분석해 정말 솔깃한 공부 전략을 내놓는다. 저자는 책 전반에서 입시 전략은 '지피지기 백전백태'라고 강조한다. 입시의 본질을 알고, 내 아이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입시의 본질은 학업 능력이 뛰어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학업 능력이란 교과서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응용해 풀어낼 수 있냐가 핵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행도 필요없고 지나친 후행도 필요없이 현행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교과서를 잘 탐독하고 이해했다면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는 수능 만점자들의 레퍼토리가 거짓이 아닌 셈이다.



또한 학부모라면 아이가 현재 배우고 있는 교과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아이 수준에 맞는 학습서를 활용하고 있는지 등을 잘 파악해야한다. 괜한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아이와의 관계까지 나빠지는 학부모가 되지 않지 않으려면 학습의 목적을 명확히 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목적이라면 절대 평가인 수능 영어를 위해 어린 시절부터 엄청난 비용을 들여 공부 시키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국어 문해력을 높인답시고 어른이 읽어도 어려운 필독서 리스트를 따라 독서를 시킬 필요도 없다. 수학 역시 현재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지 심화나 선행은 더 많은 학습 기회가 필요한 상위권들의 선택사항이다. 모두가 하니까 내 아이도 해야한다며 휩쓸리기 쉬운 사교육 열기에 일침을 놓는 조언들이다.



1, 2부에서 학부모의 마인드 셋에 대해 얘기했다면 3부에는 본격적으로 초등학습 전략에 대해 다룬다. 국,영,수,사,과 주요 교과목을 어떻게 공부해야할지, 교과서는 어떻게 읽어야할지, 더 쌓아둬야할 부분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입시전문가의 포스를 뿜뿜 뿜어대며 너무나 디테일하게 코칭해주고 있다. 이게 좋다더라, 저게 좋다더라 남들의 말에 휩쓸리며 줏대없이 이것 저것 다 시키고있는, 잠재적 아동학대범 학부모라면 3부의 조언들을 숙지하길 바란다.




 



책 속 저자의 말처럼 입시는 꽤나 공정한 시스템이다. 특히 입시 공부는 재능의 영역보다는 노력의 결과가 더 빛을 본다고 한다. 그렇기에 초등부터 올바른 방향으로 쌓아올린 노력은 분명히 목표했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저자는 이 책이 오래토록 읽히길 바라는 마음에서 변하지 않는 교육의 방향을 읽어 전략을 짰다고 한다. 아직 내 아이는 어리지만 이 책의 조언은 너무나 기본기라서 여전히 유효할 것 같다. 책의 조언들을 토대로 성장해가는 아이의 모습을 볼 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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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팔리는 카피 - 즉각 매출을 올리는 무기 12가지
글렌 피셔 지음, 박지혜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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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는 가슴을 울리는 아름다운 문장이라 착각한 적이 있다. 우수한 카피로 손 꼽히는 문장들이 대개 그러했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좋아했던 카피는 사람의 삶을 바꾸는데 앞장서는 선한 영향력을 보여줬던 모 기업의 기업PR 광고 속 카피 '사람을 향합니다.'였다. 물론 이 카피는 그 기업이 가진 기술력이 얼마나 선진적인지, 그래서 우리 사회를 얼마나 멋지게 바꿔나갈지 믿어 의심치 않게 만들도록 훌륭한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그런 이미지를 갖기 위해서는 긴 시간, 아주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한다. 즉각적인 효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소상공인, 스타트업, 개인사업자에게는 그런 여유가 없다.



<무조건 팔리는 카피>는 그런 여유가 없는 이들에게 아주 귀한 비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다이렉트 마케팅 분야의 대가 글렌 피셔는 '좋은 느낌 말고, 판매가 진짜 목표'인 카피를 쓰는 방법론을 알려준다. 저자는 판매로 직결시키거나, 고객을 목적한 행동에 이르게 만드는 카피를 '직접 반응 카피'라고 부르는데, 특히 고객과의 접점이 대부분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디지털 상거래에서는 이런 '직접 반응 카피'가 너무나도 중요할 것이다.




본질적으로 카피라는 건 메시지 전달이라는 걸 기억해두자. 그 메시지가 가야 할 곳으로 제대로 갔는지, 원하는 행동으로 연결되는지를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직접 반응이다. (p32) 





이 책은 먼저 카피를 쓰기 전에 가져야 할 태도와 경험들에 대해 언급한다. 좋은 카피들을 따라하며 확실한 실력을 쌓고, 고객을 제대로 설득하기 위해 고객을 특정해서 이야기를 풀어내고, 충분한 리서치를 통해 제품에 대한 진정성을 갖추고,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검증하는 것이다. 사실 마케팅 필드에서 일하다보면 저자가 말하는 것들은 아주 기본 중의 기본임에도 잊어버리고 졸속으로, 아니면 감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나태함까지 더해지면 더욱 '그럴싸한 포장'에 지나지 않게 된다. 저자가 언급한 4가지를 탄탄히 갖추기 위해서 들이는 공과 시간이 가늠이 되기에 어쩌면 즉각 반응을 얻기 위한 카피는 간단한 기술이 아니라 숱한 노력의 결실이라는 생각이 들 지경.



하지만 이어지는 12가지 도구는 '직접 반응 카피'를 만드는 테크닉을 아주 명료하게 풀어써주고 있어서 앞선 4가지로 역량을 탄탄히 하지 않았더라도 시도해볼 만한 용기가 생긴다. 즉각적인 매출 향상이 필요한게 아니라 '카피'라는 문장 자체에 매료되어 이 책을 선택했던 나에게는 특히 이 책에서 두 번째 도구로 언급된 '좋은 카피의 숨겨진 구조'에 관한 내용이 무척이나 흥미롭고, 유용하게 다가왔다. 




이미 카피라이터에게는 고전처럼 알려진 이론 같은데 '4P의 법칙'이 있다고 한다. 약속(Promise), 시각화(Picture), 증거(Proof), 설득(Push)가 4P인데 4P 법칙을 사용할수록 목적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전략적인 방식이라는 것이다. 약속은 해당 상품이 줄 결과나 효과에 대한 약속으로 특히 두가지 약속을 던지며 보다 더 큰 신뢰를 얻으라 조언한다. 시각화는 눈에 그려지는 디테일로 고객을 목적하는 상황 속으로 끌어들이라는 것이다. 증거는 멋진 카피의 믿음직한 서포트가 된다. 



'카피에서 약속하는 문구를 쓰고 나면, 시각화한 후 충분한 증거를 제공하는 걸 기본으로 생각하자. 그래야 사람들이 카피를 믿고 행동하게 된다.' (p160)



마지막 설득의 단계는 고객의 동의를 얻는 것이다. 쉽게 말해 카피로 뿌려놓은 상황에 대해 '당신도 나와 같은지'를 되묻는 것이다. 이를 위해 카피에서는 먼저 고객이 공감하고 동의할 무언가가 들어있어야 한다. 



헤드라인에 쓰이는 4U 법칙도 흥미로웠다. 긴박한 기분(Urgency), 유용한(Useful) 무언가가 제공되었다는 느낌, 독창적인(Unique) 것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 초 구체적(Ultra-Specific)인 것. 한 줄 안에 다담아내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저자가 제시하는 예시는 놀랍게도 이 4U가 완벽하게 담겨 있었다.



책의 톤은 마치 재미있는 교수님의 위트 넘치는 강의를 듣는 듯 구어체로 쓰여 있어 가독성이 무척 좋다. 미국인 특유의 오버스러운 태도와 넘치는 자신감이 다소 부담스럽긴 하지만. '직접 반응 카피'를 완벽히 마스터해 자신의 꿈인 '자유'를 얻어 자신이 원하는 공간에서 여유로운 일상을 즐기고 있는, 너무나 부러운 저자가 아낌없이 전하는 비기가 담긴 책. 특히 클릭을 유도할 한 문장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시간이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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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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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있다. 거대한 역사의 물결에 휘청이는 개개인의 삶은 더욱 그러하다. '그때는 다들 어려웠지'라고 회고하는 생존자들의 어투에는 당시의 비참함이 면포를 두드려 수분을 거둬낸 것처럼 말라있다. 



중국의 근현대사를 훑는 위화의 소설도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린 개인들의 삶이 한 편의 희비극처럼 펼쳐진다. 선혈이 낭자하고 진물이 흐르는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담담하면서도 보폭이 빠른 문체는 언뜻 해학적이기까지해서 비극의 수렁에서 나를 한발 떼어내지만 뒤이어 몰아치는 극적 상황에 와서야 가슴 깊이 슬픔을 남긴다.



8년 만에 나왔다는 위화의 신작 <원청>. 소설의 배경인 1900년대 초는 나라가 바뀌는 그야말로 격변의 시기였다. 청나라가 저물고 새로운 중국이 세워지느라 진통을 겪던 시기, 무정부 상태에 놓인 소시민들은 마을 수시로 토비들과 패잔병의 야만적인 수탈 속에 고통 받는다. 이들이 벌이는 행위가 얼마나 반인륜적인지 소설 속에서는 허언증 걸린 자의 무용담처럼 읊고 있지만 아마도 어느정도는 실제 일어난 일일거라 생각이 드니 너무나 끔찍해서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딸을 낳고 도망 간 아내를 찾기 위해 이름 밖에 모르는, 존재하는지 조차 점차 믿기 힘들어지는 도시 '원청'으로 닿기 위해 갓난 아기를 품에 안고 길을 나선 남자 린샹푸. 부모를 일찍 여의었을 뿐 충직한 집사도 있고, 가산도 번듯한 마을 지주였던 그가 고작 집 나간 아내를 찾아 모든 것을 두고 고생길에 올랐을 때, 그의 미련함이 어떻게 전개될 지 너무나 궁금했다.



결국 그는 '원청'에 가지 못했다.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도시였으니까. 그러나 아내와 비슷한 말씨를 쓰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도시 시진에 정착하게 되고, 가난했지만 린샹푸 부녀를 극진하게 대해 준 천융량과 상인회 우두머리 구이민과 영원한 우정을 나누게 된다. 



하지만 평온하던 시절이 가고, 북양군과 국민혁명군이 치열하게 대치하는 가운데 린샹푸의 소중한 딸 린바이자가 토비에게 납치 되고, 전쟁에서 패한 북양군이 민가를 잔혹하게 약탈하며 시진으로 몰려오는데. 



전란 속에서 고통받는 소시민들의 이야기가 중국인 특유(왕서방st)의 과장과 해학으로 전개되는데, 린샹푸 역시 이 비극의 소용돌이 속에서 온전한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 그리고 린샹푸의 이야기가 끝난 자리에서 과거로 돌아가 다시 시작되는 또 하나의 이야기는 반전으로 뒷통수를 얼얼하게 만들기도 한다.




두꺼운 벽돌책을 몰아치듯 다 읽고 난 후에는 역시 중국 3대 작가라는 타이틀은 아무나 갖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중국 역사가 낯설더라도 절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책이 두껍다고 지레 겁먹지 않아도 된다. 위화는 이 두꺼운 벽돌책을 후루룩 읽히게 만드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그리고 가슴엔 먹먹함이 남는다.



<허삼관 매혈기>에서 만난 순박한 촌부의 절절한 부성애가 이번에는 우직하고 묵직한 거인 같은 남자로 재현되는데, 제목 때문일까? 이야기가 휘몰아치다가 끝내 옅은 안개 속에 놓인 듯 아스라한 느낌을 남겼다. 이런 게 닿을 수 없기에 항상 마음에서 떠나지 못하는 희망 같은 느낌이려나? 언제 그토록 열망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마음에는 짙게 낙인처럼 남아있는 어떤 기억 같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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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말 공부 일력 365 (스프링) - 하루 한 마디, 아이의 마음을 사랑으로 채우는 엄마의 말 공부
이임숙 지음, 사로서로 그림 / 카시오페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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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이전까지는 먹고 재우는 것만 열심히 하면 됐는데, 점점 자아가 생겨나는 아이를 키우다보니 하루에도 몇 번씩 나의 체력과 인내심에 한계가 오고, 감정은 조증과 울증을 오간다. 내가 얼마나 미성숙한 인간인지를 마주하게 되는 매일 매일. 내일은 달라지겠다고 다짐해보이지만 눈 앞의 현실에서는 또 한번 못난 엄마가 되고 만다.



이 후회와 자책의 굴레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주는 고마운 일력이 나왔다. 육아서의 스테디셀러인 이임숙 소장의 '엄마의 말 공부'가 일력으로 출간된 것이다.




"지금 아이 마음 속에는 어떤 말이 쌓이고 있나요?"



'밝고 당당하고 건강하게 아이를 치유하고 성장시키는 사랑과 지혜가 담긴 엄마의 말'을 권하는 프롤로그가 일력의 첫 장을 연다. 엄마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이를 한 뼘 성장시킬 것이라고. 이 일력과 함께 '충분히 좋은 엄마'가 되어보자고 응원하는 메시지에 마음을 굳게 먹어본다.



프롤로그로 새롭게 시작하는 새해 다짐과 같은 마음을 먹었다면 다음 장에는 5가지 엄마의 전문용어와 3가지 엄마의 특별용어를 소개한다. 엄마의 전문 용어 5가지는 공감의 말, 치유의 말, 긍정의 말, 사고의 말, 강점의 말이다. 공감해주고 아이의 마음을 토닥여주고, 아이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북돋아주고, 아이의 생각을 끄집어내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말들. 이 기본을 바탕으로 다양한 상황에서 해줄 수 있는 말의 예시들이 일력에 담겨있다. 


그 말들은 쉽게 내뱉을 수 있는 잘못된 엄마의 말과 함께 제시되고 있어 더욱 따뜻한 말 한마디의 힘을 체감케 만든다. 페이지 하단에는 이 말이 필요한 이유와 아이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코멘트도 덧붙여 있다. 



특별용어 3가지는 감사의 말, 사랑의 말, 엄마를 위한 말이다. 아이와의 관계를 더욱 포근하게 만들어주고, 엄마 자신에게 오늘도 힘찬 육아를 지속할 수 있게 지지해주는 마법 같은 말들. 이 말들은 듣는 이 뿐만 아니라 말하는 이에게도 따스한 기운이 퍼져 서로를 힘내게 해줄 것 같다.


일력은 특별한 기념일이라면 그에 해당하는 말을 건넬 수 있도록 적절한 대화팁을 담았다. 가령 3월 1일 삼일절이면 순국선열에 대한 주제로 아이와 대화를 해보고, 4월 5일 식목일에는 자연의 의미를 알려주는 식이다. 이런 센스있는 구성이 너무 좋았다.



양치질을 할 때, 작아진 옷을 볼 때, 더 놀고 싶다고 생떼를 피울 때, 뭐든 사달라고 욕심을 부릴 때 등등.

365일을 채운 다양한 상황들을 보다보면 아이와 지낼 날들이 이토록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에 막막해지기도 한다. 아직 아이의 말이 서툴다보니 내가 겪은 일보다 앞으로 겪게 될 상황이 더 많은데, 이  다채로운 날들이 무심하게 내뱉는 말로 채워진다면 아이의 감정은 얼마나 무미건조하게 변해갈까. 이런 든든한 가이드가 있어 참 다행이다. 



한 해 월일요일을 새겨 넣은 달력이나 지나간 날은 찢어내는 보통의 일력과 달리 <엄마의 말 공부 일력 365>는 매년 다시 마음을 다 잡으며 첫 페이지를 펼칠 수 있도록 어떤 요일도 표기되지 않고 오로히 날짜만 표기되어 있어 좋았다. 이 말이 내 속에 자연스럽게 벨 때까지 일력을 곁에 두며 지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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