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의 스마트폰
박준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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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라고 묶어서 부르고 있지만 밀레니얼 세대(M)인 나에게 95년 이후 출생인 Z세대는 별세계 사람들 같아 보인다. 관심사도, 소비하는 방식도 다른 Z세대, 접점 또한 없으니 도무지 공통분모를 찾기가 어렵다. 하지만 다음 세대를 이해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고, 그들을 별종으로 취급해버린다면 나는 내 세대와 갈등을 빚던 앞 세대의 꼰대들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아직까진 밀레니얼 세대만큼 강력한 소비층은 아니지만, 미래의 핵심층이 될 그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순간은 곧 도래할 것이다.



<Z의 스마트폰>은 Z세대의 스마트폰을 통해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한 책이다. 저자인 박준영은 브랜드 기획자이자 마케터로 크로스IMC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크로스IMC는 국내 앱 사용 현황 자료의 출처로 많이 접했던, 국내 스마트폰 사용 환경과 소비 행태를 분석해 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을 제안하는 곳. 그렇다보니 책에는 Z세대의 일상을 포착해 생생하게 그려내면서, Z세대가 열광하는 브랜드는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Z세대를 움직이게 만드는 가치는 어떤 것들인지, Z세대의 특성을 섬세하게 분석한 내용들은 그 세대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고려하는 독자들에게 풍부한 마케팅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책 속에는 Z세대 스마트폰에 담긴, 그들이 즐겨 쓰는 앱들을 소개하고 그 앱들을 활용하는 Z세대의 행태를 인터뷰를 통해 재구성한다. 저자는, Z세대를 이해하는 매개체로 스마트폰을 설정한 것은 '디지털 네이티브인 Z에게 스마트폰은 세상과의 연결'이기 때문이라 밝힌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리얼 월드와 가상 세계의 경계마저 흐릿한 디지털 네이티브 Z세대에게 스마트폰은 '디지털 세계로 입장하는 주요 도구'이다. 그들은 매일을 스마트폰으로 기록하고, 스마트폰을 통해 사회와 소통한다. 혼자 있지만 언제나 연결되어 있다.



책의 초반에 언급되는 Z세대의 하루는 나와 내 또래들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것을 챌린지 앱을 통해 인증하고, 메이크업 브이로그를 찍고,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틱톡 등과 같은 SNS에서 수시로 접속해 소통하고 자신을 노출한다. (나라면 나에 대한 과도한 전시 같아서 꺼려지거나, 피곤해서 못할 것 같은 것들에 대단히 열정적이다.)



노출이 거리낌없고 자기 표현과 소속감을 모두를 추구하기 때문에, 판매를 위한 플랫폼들도 커뮤니티가 대단히 중요하다. 나온지 한참 됐지만 Z세대들가 많이 이용한다는 (그래서 좀 놀란) '스타일쉐어'는 판매보다 커뮤니티에 더 주력한다고. 소통과 구매, 소통의 선순환이 Z세대가 소비하는 방식이다.



"열심히 배우고, 확실히 즐기고, 제대로 자랑하기"라는 책 속 챕터 제목이 그들의 일상을 정의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삶을 기꺼이 디지털에 공개하기 때문에 Z세대는 어떤 세대보다 남에게 보여지는 모습을 중시하는 것 같다. 바쁘고 촘촘하게 사는 것을 SNS에 인증하고, 각종 미션에 참여하며 소위 '갓생'을 사는 것도 본인의 성취도 있겠지만, 열심히 사는 자신의 모습을 타인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스스로를 발견하는 일과 그것을 드러내는 일에 대한 흥미도 대단하다. MBTI 열풍이나 퍼스널컬러에 열광하는 것도 발견이자 자기를 드러내는 도구이기 때문이 아닐까. 



마케터나 기획자들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Z의 특성은 플랫폼이 원래 추구하는 목적과 달리 자신들이 원하는 목적에 맞게 변형해 이용한다는 것이 아닐까. 브랜드는 판만 깔아주고 그 안에서 즐겁게 놀던 Z세대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총공과 스밍, 적극적인 팬덤 콘텐츠 제작, 댓글 응원 문화 등 그들의 화력으로 키운 스타, 팬심으로 뜬 브랜드 등 주체성이 무엇보다 강한 이 세대는 스타도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린다. 



개개인이 크리에이터가 되려는 Z세대, 이제 기업들은 단순히 그들을 소비자로만 볼 수 없을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개인과 기업의 힘의 역학, 관계이 역학이 변화했다'는 Z세대의 시대는 어떨까? 완전히 다른 시장, 완전히 다른 미래가 펼쳐질 것 같아 기대가 된다. 




※ 컬처블룸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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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버티드 : 마음을 훔치는 데이터분석의 기술 - 실리콘밸리 최고 데이터분석 전략가가 밝히는 60억 고객을 사로잡는 법
닐 호인 지음, 이경식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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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다. 소비가능연령 인구의 90% 이상이 온라인에 매일 접속하고 있고, 온라인에 흔적을 남긴다. 이를 잘 분석하면 막대한 이윤이 되는 길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수 많은 흔적들 중에 어떻게 의미있는 데이터를 발견할 수 있을까?



<컨버티드 : 마음을 훔치는 데이터분석의 기술>의 저자 닐 호인은 구글 데이터분석팀을 총괄하며 최대 매출을 만들어낸 전설적인 데이터분석 전략가이다. 그는 수 많은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고객 경로 분석과 마케팅 전략을 설계해 높은 구매전환율을 만들어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그래서 자신의 플랫폼이 없는, 오픈마켓에서 판매를 시작한 소상공인에게는 맞지 않는다. 오히려 플랫폼 기반의 스타트업이나, 규모 있는 쇼핑몰을 운영하는 회사의 마케터들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여기서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관계 개선을 위해 테스트하는 디지털 마케팅의 한 분야인 퍼포먼스 마케팅은 고객이 도착할 랜딩페이지가 자사 소유여야하고, 고객정보를 자사가 직접 관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데이터를 어떻게 다뤄야하는지 기술적인 설명은 없다. 책 제목이 '마음을 훔치는 데이터분석의 기술'이라해서 빅데이터를 다룰 파이썬이나 R같은 분석 프로그램 사용법 같은걸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노하우를 집약해 쉽고 간편하게 고객 정보만 입력하면 '고객생애가치(CSV)'를 측정할 수 있는, 게다가 수시로 업데이트가 된다는 탬플릿을 제공한다. (근데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데이터만 넣으면 된다는데 왜 안되지? 아시는 분은 공유 좀 해주시길)



과거 같으면 판매자는 한 사람, 한 사람 대면하며 그들의 특성을 눈치있게 파악하고, 영업 전략으로 활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고객의 얼굴이 없다. 소리 소문 없이 다녀가는 잠재고객들을 어떻게 붙잡을지, 이들이 남긴 데이터에서 무엇을 읽어야할지 감조차 오지 않는다. 



어떤 기업들은 보이지 않는 이 고객들을 잡기 위해 데이터를 통합해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막대한 비용을 들인다. 하지만 명확한 목적이 없이, 고객을 단지 데이터로만 보는 이런 접근방식은 모두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디지털로 얻는 정보는 분명 과학적이다. 사람들의 온갖 복잡한 행동들에서 패턴을 읽어낼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가 미심쩍은 데이터들 뿐이다. 데이터 분석은 과학이지만, 명확한 목적과 질문이 없는 접근방법, 세밀한 개선이 없는 대응은 아무런 가치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저자는 아주 단순명료하게 강조한다. 데이터 뒤에 인간이 있다. 고객은 모두 다른 욕구를 가진 개별체이다. 데이터 분석은 기계적일지라도 그를 활용하는 방법은 인간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마케터는 고객과 '대화'해야한다고 말한다. 결국 디지털 마케팅 역시 고객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고, 개선해나갈지이다. 우리 인간관계를 떠올리며 접근해야한다. 감정소모 많은, 더군다나 나에게 도움이 하나도 안되는 까다롭기만 한 사람은 멀리 하는 것이 낫듯, 광고비만 낭비 시키는 쓸모 없는 고객에게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의미있는 관계를 쌓아가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고객의 '이름'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이름이라 말하지만 고객이 남긴 데이터로 고객의 성격을 특정하고 고객별로 향후 얼마나 많은 가치를 줄 수 있을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책에서는 고객이 올린 매출을 근거로 향후 고객이 쓸 비용을 예상하는 추정값인 고객생애가치(CSV)를 파악하는 것이 관계의 선택과 집중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조언한다. 파레토의 법칙이 디지털마케팅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되어 20%의 고객이 매출의 80%를 견인하기 때문에, 이들을 특별하게 관리하는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에는 한번에 획기적으로 매출을 끌어올리는 비법 같은 건 없다. 고객을 파악하는 세심함, 작은 개선, 꾸준한 테스트만이 있을 뿐. 데이터분석의 기술이지만 본질은 인간을 이해하는, 영업전략과 다를게 없는 것 같다. 데이터라는 말에 현혹되어 그 본질을 잊고 거창한 변화를 기대하는 기업과 마케터라면 그래서 저자의 말에 더욱 귀기울여야 한다. 




※ 컬처블룸에서 책을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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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이상한 이름 - 충돌하는 여성의 정체성에 관하여
멜리사 호겐붐 지음, 허성심 옮김 / 한문화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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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고 난 후 내 삶은 철저히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좋은 엄마는 아이의 요구를 세심히 살피고 적극적으로 반응해줘야한다 생각했기에 나의 욕구나 자율성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엄마라는 정체성 외에 나라는 사람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고, 이 느낌은 아이의 성장을 보는 기쁨과 별개로 나를 우울의 나락으로 끌어 내렸다.



BBC 과학기자 멜리사 호겐붐이 쓴 <엄마라는 이상한 이름>은 엄마가 된 후 정체성 충돌을 겪고 있는 여성들을 위한 글이다. 저자는 과학기자답게 왜 엄마의 삶은 왜 이토록 힘에 부칠까하는, 자칫 하소연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생물학적, 사회과학적, 심리학적 연구결과들을 근거로 접근해 풀어간다. 




"모성의 시작은 사랑과 고통이 복잡하게 뒤얽혀 충돌하는 세상으로 나타났다." p72



어느 누구도 임신, 출산, 육아의 현실을 제대로 말해주지 않았다. 아이를 갖는 순간 여자의 삶이 어떻게 바뀌는지, 달리 말해 기존의 삶이 어떻게 무너져 내리는지는 감춰버린다. 호르몬에 의해 감정이 변하고, 인지능력은 둔해지고, 메스꺼움과 졸음은 수시로 찾아온다. 배가 불러오면서는 골반이 빠질 것 같은 고통과 자궁에 방광이 짓눌러 자주 요의를 느끼게 된다. 



이런 물리적인 불편함 외에도 여자는 임신한 몸에 쏟아지는 주변의 시선을 견뎌야 한다. 그 시선은 친절할 때도 있지만 불편할 때가 많다. 특히 일하는 여성은 임신으로 자신의 업무능력을 온전히 평가받지 못하기도 한다. 저자 역시 이런 이유로 직장에 임신 사실을 오랫동안 숨겼다고 한다. 12주가 되기 전 빈번하게 일어나는 유산을 모체의 문제로 보는 사회적 시선은 임신 사실을 더욱 비밀로 부치게 만든다. 그래서 가장 민감한 시기, 일터의 여성들은 자신의 신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불안감 속에 지내야 한다.



출산은 어떤가? 우리나라는 선택적 제왕절개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 않은 듯 하지만 '자연분만'을 정상적인 상태로 상정하는 상황에서 응급 제왕을 받은 산모는 깊은 트라우마에 시달린다고 한다. 이런 트라우마는 심할 경우 산후 우울증으로 번져 육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신체적 완벽함에 집착하는 사회'는 출산 이후 여성들을 자기혐오에 빠지게 만든다. 출산 이후 변해버린 신체- 축처진 가슴과 늘어진 배, 튼 살 등등-는 당연한 것임에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삶이 완전히 바뀌는 여정의 시작이다.

엄마가 되는 과정에는 반갑지 않은 일들이 수 없이 뒤따른다.

언제, 어떻게, 어떤 어머니가 될지에 관한 선택권이 여성에게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과정에서 사회가 여성에게 기대하는 성역할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P159




이 책은 엄마가 된 여성에게 기대하는 성역할이 여성의 자기 정체성을 상실하게 만드는 '모성 페널티'에 대해 집중한다. 특히 일하는 여성은 일과 육아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난 시대에도 사회에서도 육아에 있어 주양육자는 엄마다. 때문에 여성들은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임금과 지위 하락 등을 빈번히 경험한다. 부모 양쪽에게 출산과 육아를 위한 휴가가 제도적으로 지원이 되어도 엄마의 휴가는 당연하지만 아빠의 휴가는 옵션이다. 사회적으로도 출산 휴가를 충분히 쓰지 않은 엄마는 모성애가 약한 비정한 엄마로 보는 반면, 출산 휴가를 쓰는 아빠는 업무 능력이 시원찮은 것처럼 인식된다. 페미니즘 운동의 역사가 오래되고, 양성평등을 지향하는 분위기가 만연한 유럽에서도 조차 이런 현실이라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또 다른 문제는 '완벽한 엄마', '좋은 엄마'에 대한 기대를 주입하며 여성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다. 워킹맘이든 전업맘이든 '늘 아이에게 충분히 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느낀다.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고 싶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욕구를 육아 중에 느낀다는 것만으로도 엄마들은 죄책감을 느낀다. 엄마가 된 여성은 자신의 정체성과 엄마의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리고 죄책감을 해소하기 위해 자신의 욕구를 희생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리게 되고, 이렇게 '실현되지 않은 잠재적 불만의 씨앗'은 육아 번아웃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돌봄노동 뿐만 아니라 가사노동도 여성의 몫이 더 크다. 거기에 더해 눈에 보이지 않는 인지노동 역시 여성의 몫이다. 아이와 관련된 모든 사항들을 인지하고 선택지를 찾는 과정은 시간과 신경이 많이 드는 일임에도 눈에 보이지 않기에 노동 취급도 받지 못한다. 나 역시도 남편이 육아 참여가 높은 편임에도 항상 내가 월등히 많은 시간을 희생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는데, 이 놈의 인지노동 때문이었다.  




이 책은 엄마라는 이름으로 강요된 모든 희생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숭고한 모성 신화로 점철된 외부의 압박과 기대, '좋은 엄마'가 되려는 자기 비판에 짓눌려 자신보다 아이를 위해 살아가는, 어쩌면 엄마란 존재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시스템이 만든 '노예'가 아닐까. 아이를 키우는 행복감이라는 허울을 보상이라고 세뇌시키고, 엄마들이 자기 시간을 모두 포기하고 무급 노동에 전념하게 만드는. 하지만 스스로 자초한 무덤이라 불만조차 얘기할 수 없어 '인지부조화'에 시달리는 세상의 모든 엄마들. 이런 현실을 직시하는 것만으로도 엄마들에게 큰 힘이 될 책이다.



※ 컬처블룸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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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45
이승환 지음 / 메이트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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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우리 삶은 언텍트에 익숙해져갔다. 이때 혜성처럼 등장한 메타버스는 이제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 여기저기서 이름이 들리고 있다. 하지만 참 익숙한 이 말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을 얼마나 될까? 게다가 메타버스와 함께 언급되는 NFT까지 들으면 머리가 멍해진다.



나 역시도 메타버스를 '제페토'라는 플랫폼 서비스로, 예전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좀 더 3D로 정교하고 광활하게 만든거 아닌가라고 얕게 이해하고 있었다. 사이버 공간에서 사람들이 거래까지 한다는데 그게 얼마나 갈까, 일시적인 유행이 아닐까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봤었다. 하지만 페이스북도 사명을 '메타'로 바꾸고 관련 기술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하니, 세상이 내가 모르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에 불안감이 느껴졌다. 메타버스에 대해 기본적인 내용은 알고 있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메타버스 전문가 이승환 박사가 정리한 책 <메타버스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45>는 나처럼 메타버스의 정의조차 모르는 사람에게 딱 좋은 입문서다. 메타버스를 처음 접한 사람이라면 궁금해할 법한 질문과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개념들을 적절한 시각 자료와 알기 쉬운 설명으로, 마치 1타 강사의 쪽집게 강의처럼 메타버스를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아직 하나의 명확한 정의가 있는 개념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메타버스 생태계를 선도하고 있는 4대 글로벌 메타버스 기업(메타, MS, 엔비디아, 유니티)의 정의를 살펴보면 공통점이 '메타버스는 가상의 공간의 집합체이고,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가치가 창출되는 세계'라는 것. 기존에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다른 점은 싸이월드가 우리가 일방적으로 만들어진 서비스를 도토리라는 재화로 소비하기만 했던 것에 반해, 메타버스 공간에서는 누구나 생산자이자 소비자가 되는 다양한 가치 창출과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왜 우리는 가상공간을 원할까? 초연결 시대, 비대면이 활성화되는 것이 당연한 추세지만 줌(zoom)과 같은 2차원 화상 화면에서는 '공존감'을 느낄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글로벌 혁신 기업들은 실제 오프라인과 같은 공존감을 느끼게 해줄 '점과 선, 면을 넘어선 새로운 연결점'을 만들게 되고 그것이 바로 가상공간이라는 것. 그리고 그 공간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가치들을 만들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NFT이다. 메타버스에서 다양한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는 NFT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증명하는 수단 같은 것이다. 기존에 디지털로 무한 복제되는 과정에서 원본과 소유의 개념이 상실되었다면, NFT의 출현으로 원본과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고 한다. 쉽게는 수 많은 사람들이 쓰는 밈짤들도 이제 누가 원본을 만들어서 유포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됐다는 것, 그래서 디지털 창작물이 보다 수익 창출이 원활할 수 있게 생태계가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은 디지털로 사진이나 그림, 음원 등을 제작, 배포하고자 하는 창작자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 같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이 메타버스 공간에서 사용할 벚꽃 정원 이미지들을 판매해 수익을 창출했다는 점도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었다는 의미이고. 없었던 수익 모델이 새롭게 만들어졌으니, 이런게 바로 창조경제가 아닐까 싶다. 



창작자에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건 어느정도 이해가 갔지만, 이걸 돈주고 구매하는 사람이 많을까? 복제가 쉬운 디지털 자산이 과연 시장 가치가 있을까? NFT에 대한 설명을 읽으며 당연하게 품게 되는 회의적인 생각과 흐린 눈을 저자는 이미 예견하고 있었는지 책에는 'NFT 소유권의 의미'를 설명해주는 장도 준비되어 있다. 복제가 용이한 디지털 자산의 특성은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유명해지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상품의 가치는 충분히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과거 불법 복제해서 사용해던 소프트웨어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정품을 구입하는 추세가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것과 인플루언서들이 정품을 갖는 걸 보게 되면 밴드웨건 효과와 양떼효과로 점점 따라하는 사람들도 늘 것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트위터는 정품 NFT를 소유한 사람이 이를 인증할 수 있는 프로필 사진 프레임을 별도로 제공하면서 차별화를 줬다. 다른 SNS 서비스도 NFT와 연동된 서비스를 출시 준비 중이라고.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면 정품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더욱 높아질 것이고 NFT 시장도 활성화 될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디지털로만 존재하는 가상 재화를 현실과 연결시켜 가치를 상승시키는 다양한 프로젝트들도 시도되고 있다고 한다. 일례로 디지털 이미지로 제작된 스포츠 경기 기념 아트볼을 구입하면 실물 공도 소유할 기회를 부여해서 가치를 상승시키는 등의 시도이다. 하지만 이 점은 동시에 아직까지는 NFT 자체의 상품 경쟁력은 낮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여전히 가상으로만 소유하는 재화에 대해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ebook의 편리함이 아직까지 물질적인 책을 소유하고 싶은 욕구를 이기지 못하는 것처럼. 가상에서만 매력을 갖는 획기적인 NFT 상품이 등장하지 않는 한 NFT는 현실의 사이드옵션에 지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 내 주변에서는 메타버스를 활용하고 있는 실질적인 사례들을 보지 못해서 아직 미래의 얘기가 아닐까 했는데, 이 책을 보니 벌써 메타버스로 출근하고 있는 기업도 있고, 메타버스로 수억원의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도 있으며, 연동시킬 디바이스도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 마지막 장에 메타버스와 NFT로 돈을 버는 법과 메타버스와 NFT 기업에 투자할 때의 고려사항들도 친절하게 안내해두었다. 놀라운 건 네이버 같은 IT 기업 외에도, 현대자동차, LG이노텍 같은 제조업들도 메타버스 쪽으로 기업전략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니 메타버스는 스쳐지나갈 트렌드가 아니라 새로운 시장이 될 것이 분명해보인다.



정말이지 이 책을 안 읽었다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될 뻔 했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기회를 찾는데 부족함이 없는 책, 메타버스를 아직도 모르고 있다면 이 책이 시급하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에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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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53회 나오키상 수상작
히가시야마 아키라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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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상을 석권했다니 역대급 소설의 탄생 같네요. 일본의 내노라하는 소설가들의 극찬을 보니 무척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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