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받고 있다는 착각 - 온라인 검열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질리안 요크 지음, 방진이 옮김 / 책세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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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보다 더 우리의 자유를 통제할 거대 플랫폼의 세상,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할지를 알려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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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사이언스 클래식 38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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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로 과학이 발전한 이 시대에도 미신과 음모론이 판치는 이유를 날카롭게 분석한 책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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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넥스트 팬데믹을 대비하는 법 - 코로나19로부터 배운 것 그리고 미래를 위한 액션 플랜
빌 게이츠 지음, 이영래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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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위치한 지역의 코로나 발생 상황을 알려주는 문자는 매일 오전 10시에 어김없이 도착하고 있고, 그 숫자도 드라마틱하게 감소하고 있진 않지만 사회 분위기는 이미 엔데믹을 맞이한 것 같다. 주변에 코로나 걸린 사람이 없다면 왕따라는 말이 돌 정도로 코로나에 걸려본 사람이 넘쳐나고, 이 말은 즉, 우리 사회가 이미 코로나에 대해 어느정도 집단 면역을 갖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코로나에 대해 더이상 예전과 같은 공포와 두려움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이 시기에 우리는 같은 재앙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아마 전 세계인들 중에 그의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을 듯한 빌 게이츠는 5년 전 코로나와 유사한 감염 확산을 예견했고, 이 때문에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절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실 빌 게이츠가 뿌린 것이다'라는 말도 안되는 음모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코로나가 가져올 미래를 누구보다 확실하게 내다본 그는 아주 오랫동안 감염병 분야에 대해 연구해왔다. (기후위기와 펜데믹은 그가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해야한다고 생각하는 2가지 문제이며, 그는 그에 대해 각각 책을 썼다. 그리고 빌 게이츠 재단을 통해 연구와 지원을 계속 하고 있다.)



코로나에 앞서 에볼라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에볼라가 선진국에서는 발생이 미미하다는 이유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더딘 상황들을 통탄했다. 그리고 코로나가 터졌을때 세계 각국의 정부가 감염에 대응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더 많은 생명을 잃어야 했던 상황들을 안타깝게 지켜보며 쓴소리를 내놓았다. 특히 그의 국적인 미국은 정말이지 엉망이었다. 마스크 쓰기나 거리두기 지침 마저 오락가락했으니 말이다.



빌 게이츠는 이런 상황을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넥스트 펜데믹에 대비하는 몇가지 제안을 던진다. 그 제안들은 대부분 기술 혁신이 기반이고,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하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터무니 없지 않고 매우 구체적이고 가능성이 있는, 아주 설득력 있는 제안이었다.



그가 처음 제안하는 것은 GERM(글로벌 전염병대응동원)팀 신설이다.  WHO 산하에 전염병을 관리하고 백신과 약물을 개발하며 전 세계적으로 펜데믹 예방 및 아웃브레이크 대비 훈련을 수행할 이 조직에 대해 저자는 어떤 인력이 필요한지, 어디에 위치해야 좋을지, 어떤 업무를 어떤 시스템으로 진행하면 좋을지 마치 이미 구성을 완료한 듯 구체적으로 기술해뒀다. 펜데믹이 한 나라의 문을 걸어잠구는 것으로 막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확실하게 목도해 왔기에 이런 국제기구가 움직여 신속하게 대응 전략을 짜서 각 국가들에게 권고를 내려야한다는 제안은 정말 타당하다 느껴졌다.



다음은 펜데믹의 초기 신호를 빠르게 감지하고 억제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역학조사와 격리라는 방법을 이용했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사생활 침해 우려도 많았다. 저자는 컴퓨터를 이용한 질병 모델링, 진단검사시의 유전체 염기 서열 분석 등 고도의 과학 기술을 활용한 방식으로 더욱 신속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펜데믹의 기본 조치인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 환기 등은 그 효과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큰 만큼 더욱 잘 지켜져야 한다고 말한다. 근 미래에는 마스크를 대체할 더욱 효율적인 접촉차단 기술이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간절히 기다렸지만 출현과 동시에 우리를 또 다른 공포로 몰고 갔던 코로나 백신. 저자는 현재 백신 개발이 민간에서 이뤄지고 있는 점을 지적한다. 백신은 인증 과정도 무엇보다 엄격하거니와 효과와 안정성 모두 높아야하기 때문에 비용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백신이 아웃브레이크가 시작되어야 개발에 착수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시장의 수요가 있어야 하는 민간 사업자의 마인드 때문, 게다가 이렇게 개발된 백신은 저소득 국가에게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저자는 대비를 위한, 전 세계적으로 백신을 적절히 배분할 수 있는 공공영역의 백신 개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백신이 유통되는 시스템의 개선도 필요하다. 현재 가장 많이 통용되는 mRNA 백신은 냉장보관 방법이 극히 까다로워서 이를 제대로 보관하기 쉽지 않은 개발도상국에게는 문제이다. 또한 최종적으로 백신을 전달하는 의료진들이 오지를 찾아가야하는 것 역시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개발도상국에는 합법적 백신이 유통되는 것인지 감지하는 시스템도 미비한 실정. 접종과정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저자는 패치 형태를 제안한다- 방법이 필요하다.



코로나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코로나로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빈부격차에 의해 차이를 보이진 않았지만- 우리의 공중보건이 얼마나 탄탄한지를 다시 실감할 수 있게 되었다. 다행이다. - 코로나는 많은 사회적 기회와 소득 격차를 만들었다. 하지만 세계적인 관점에서 보면 가난해서 예방접종은 커녕 치료도 받지 못하는 나라도, 감염 통제도 되지 않는 나라도 가득하다. 게다가 그 국가들에게 코로나는 여전히 공포의 질병일지도 모른다. 저자도, 비록 미국의 뼈아픈 실책에 대해서 비판을 하고 있지만,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가 코로나로 인해 얼마나 큰 보건 격차를 보였는지를 지적하며 그래서 더욱 글로벌한 대응 조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코로나가 얼마나 끔찍했는지 세상이 잊게 놔두지 말아야 한다. 펜데믹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 그래야만 공황 상태와 도외시하는 상태를 계속 반복하는, 한동안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로 취급했다가 이내 잊어버리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중략)


코로나는 실수에서 배움을 얻고 이런 재난을 다시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일을 시작할 기회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더 큰 꿈을 꿀 수도 있다. 우리 모두가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의 기회를 누리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꿈을 말이다. 안주의 반대는 두려움이 아니다. 행동이다." -P309~310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기술 혁신들에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없지만, 개인적인 방역 수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있는 행동임을 새샘 깨닫는다. 코로나 같은 펜데믹이 영원히 사라지리라 믿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각 국 정상들이 이 책에서 제안하는 대비책들에 진지하게 검토하고, 대비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에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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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는 죄가 없다 - 우리가 오해한 신화 속 여성들을 다시 만나는 순간
나탈리 헤인즈 지음, 이현숙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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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신화는 그 자체에 여러 타임라인이 존재한다. 

즉, 신화가 만들어진 시간, 처음으로 전해진 시간, 그리고 그 이후 재창조되는 모든 시간이다. 

신화는 신비롭기도 하지만, 우리의 거울이기도 하다. 

우리가 어떤 형태의 이야기를 선택할지, 어떤 인물을 내세울지, 

어떤 인물을 사라지게 할지는 화자와 독자 모두의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다. 

우리는 길을 잃거나 잊힌 여성들을 재발견하기 위해 스토리텔링에 공간을 만들었다. 

그들은 악당도, 희생자도, 아내도, 괴물도 아닌, 사람이다." -p9





어릴 적에 팜프파탈에 매혹된 적이 있다. 유디트, 메두사 같은 신화나 성경 속 여성에서부터 실존하는 마타하리까지. 순종적이고 수동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나 남자를 파멸로 이끄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여자들이 멋져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들의 치명성은 남성적인 관점에서 그려진 것이라는 불편한 사실을 깨닫는다.



<판도라는 죄가 없다>는 신화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을 둘러싼 오해를 풀고자 노력한 책이다. 저자 나탈리 헤인즈는 고전을 들려주는 방송인이면서 그리스 문학을 전공한 작가이다. 이런 이력 덕분에 저자는 우리에게 부정적 이미지로 전해져오는 신화 속 여성 캐릭터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출처를 추적할 수 있었고, 그녀들을 왜곡하고, 그녀들의 진면모를 삭제한 부분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파헤친다.




책 속에는 10명의 신화 속 여성들이 등장한다. 


판도라(상자를 열어 인류에게 재앙을 가져다줬다는 그녀), 

이오카스테(오이디푸스 왕의 아내이자 어머니인 그 왕비!), 

헬레네(트로이와 그리스 연합군이 피터지는 전쟁을 일으켜야 했던 원흉같은 그녀!), 

메두사(뱀머리를 가지고 모두를 돌로 만드는 악마 같은 여자), 

아마존 전사들(사내 아이들을 죽이는 야만적인 여자들), 

클리타임네스트라(불륜에 빠져 남편 아가멤논을 살했다는 여자), 

에우리디케(저승에서 남편 오르페우스가 그녀 땜에 뒤를 돌아본 바람에 그만..), 

파이드라(남편의 전처 아들을 사랑한 막장 그녀), 

메데이아(남편이 자신을 두고 다른 여자랑 결혼하려 하자 남편 독살 & 아들도 죽여버린 비정한 그여자), 

페넬로페(신화 속에서 가장 정숙한 여자로 알려진 그녀). 



한 명 한 명 그림 속에서든, 문학, 영화 속에서든 만나본 적이 있는 여자들이다. 그녀들에게 뒤집어씌워진 이미지는 남성작가들이 자신의 시대에 가진 여성상이나, 개인적으로 품은 여성 혐오에 의해 만들어진 경우가 다수라는 것이 충격적이다.



아무래도 책 속에서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은 첫 장을 장식한 판도라였다. 이브와 함께 인류 최초의 여성으로 불리는 그리스 신화 속 판도라. 이브가 뱀의 꼬임에 넘어가 선악과를 먹어 유혹에 쉽게 무너지는 뭔가 아둔한 여성상을 만들었던 것처럼, 호기심이 재앙을 불러왔다는 이미지를 남긴 여자가 바로 판도라다. 저자는 호기심이었든, 악의었든, 상자를 열어 하필 희망 빼고 모든 재앙을 다 불러왔다는 판도라를 변호한다. 사실 판도라가 연 것이 상자라는 것도 그리스식 큰 항아리를 번역하다 생긴 오류라고. 저자는 우리가 흔하게 떠올리는 판도라의 이미지는 비교적 근래에 예술가와 작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 말한다. 로세티의 그림이나 호손이 쓴 단순화된 판도라의 이미지에 우리는 호기심에 넘어가버린 어리석은 여성 판도라 때문에 이 지긋지긋한 재앙 속에서 살고 있다고 여겨버리게 된 것이다. 



실제 고대 그리스 시대에 여성의 지위가 엄청나게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판도라는 파르테온 신전에 모습을 새겼을만큼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이다. 게다가 그녀는 제우스가 인류에게 재앙을 주려는 의도로 내려보내진 것이지, 그녀 자신이 재앙을 부를 의도는 없었다는 것. 하지만 신화가 새롭게 재창조될 수록 제우스의 의도는 가려지고, 함께 공모해 진흙이었던 그녀를 아름답게 빚어낸 헤파이스토스와 그녀에게 '선물'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헤르메스는 자취를 감춘다. 저자는 판도라에게는 항아리를 열 동기조차 언급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류에게 재앙을 불러왔다는 부정적인 이미지와 욕은 오직 판도라에게만 쏠릴 뿐이다. 이런 이미지는 여성혐오와 형제에 대한 불만을 가득 품고 있던 헤시오도스의 운문이 판도라에 대한 이야기에 가장 유명한 버전처럼 전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근래에 작가들에 의해 판도라는 더욱 유혹에 넘어가버린 '이브'와 닮은, 그러나 더 큰 재앙을 초래한 여성으로 그려졌다.



한명 한명 그녀들이 왜 잘못된 프레임 속에 갇히게 되었는지 알려주던 저자는, 하지만 너무 여성의 입장만을 옹호하려한 나머지 억지스러운 변호도 이어간다. 바로 에우리피데스의 희곡 <메데이아> 속 아주 극단적인 여자 메데이아의 이야기가 그랬다. 메데이아는 내가 예전에 흥미롭게 읽었던 팜므파탈들을 모아둔 책에서도 만난 적이 있던 무서운 여자다. 바람 피운 남편을 독살하고 아들까지 죽였으니, 그 옛날 연극으로 이 이야기를 접한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얼마나 공포에 질렸을까. 저자는 그녀가 아주 영리하고, 여성스럽고, 이국적이고, 마법같은 존재였다고 말한다. 복수심에 불타 남편을 죽인 것도 모자라 아들까지 죽인 여자가 어떻게 그런 존재일 수 있는가? 저자는 메데이아가 복수를 실행하는 동안 보여준 협상능력을 옹호한다. 하지만 아이들을 죽인 건 순전히 분노 때문이었다. 10년이나 전쟁으로 떨어져 있었던 아가멤논과 클리타임네스트라에 비하면 서로 충분히 매혹을 느끼는 관계였던 메데이아와 이아손, 그러나 메데이아는 자신을 두고 바람을 피운 이아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상처로 아이들을 죽이는 것을 택한다. 저자는 신화 속에서는 없던 메데이아의 유아살해를 에우리피데스가 창조해냈을 가능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설령 메데이아가 아이들을 죽였을지라도 그녀가 겪은 배신과 분노의 감정이 충분히 인간적인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치지 않고 침착하게 계획을 실행한 점을 높이 본다. 사실 메데이아에게 고유정을 떠올렸던 나는 도저히 이런 옹호가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불편한 감정으로 읽어야했다.





아무튼 이 책은 어렴풋하게 알고 있던 신화 속 여성들의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아주 생생하게, 마치 연극을 함께 보고, 그녀들을 그린 그림을 함께 감상하는 듯 풍부한 묘사로 서술하고 있다. 게다가 지금까지 이 원형들이 중간에 변형된채로 우리 곁에 어떻게 여전히 머물고 있는지 최근 영화와 드라마 작품들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어 대중문화에 대한 흥미가 높은 사람들에게도 색다른 재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우리에게 전해져오는 평면적인 모습은 그녀들의 본 모습이 아니라는 것. 그녀들에게도 입체적인 면모가 있다는 것을 새롭게 깨닫게 해준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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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일기 - 나를 위한 가장 작은 성실
김애리 지음 / 카시오페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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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이 일기를 가장 성실하게 쓴 시기는 선생님이 매일 숙제처럼 검사했던 초등학교 시절일 것이다.  또래 친구가 세상의 전부처럼 여겨지던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감수성 풍부한 여학생들은 종종 친구와 교환일기를 썼다. 그리고 다이어리를 꾸미기 위해 뭔가를 끄적이기도 했다. 일기란 지극히 사적인 글쓰기임에도 우리의 경험은 이렇게 남에게 보여지기 위함이었다. 그 탓일까, 일기 쓰기에도 우리는 잔뜩 힘이 들어가버린다. 그래서 어른이 되니 일기쓰기는 딱히 필요성도, 써야할 이유도 없기에,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 된다. 일기를 쓰는 어른이란 마치 멸종위기종처럼 희소하다.



<어른의 일기>라는 제목을 단 이 책은 20년간 일기를 썼던 자칭 '일기 장인' 김애리가 늘어놓는 일기예찬론이다. 저자는 일기가 단연코 인생을 바꿔놓을 것이라 확신한다. 매일 늘어지게 잠이나 자며 방황했던 20대 초반의 자신이 일기를 쓰며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며 수 많은 책을 쓴 저자로 살아갔던 실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어른이기 때문에' 더욱 일기를 써야한다 말한다. 딱히 어떻게 살아야할 지 고민이 없던 유년시절에는 일기쓰기가 삶을 바꾸지 못하지만,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야하는 어른에게는 일기 쓰기가 좋은 이정표가 되고, 잘 살아가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직시하면서 스스로를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다.  



저자는 일기장을 플래너이자 감정노트, 목표관리 도구, 독서기록장 등등 다방면으로 활용하고 있다. 매일 아침 일어나 오늘 할 일 목록을 쓰는 것으로 일기를 시작하고, 매일 밤 잠들기 전 하루의 감정을 정리하며 일기를 끝낸다. 이런 습관은 불안을 사라지게 만들어주었다. 해야 할 일이 밀려있을 때 오는 막연한 불안감에서, 매일 내가 무엇을 하면 되는지 할당량을 정해주니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자신의 감정과 문제를 직시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일기장이다. '구체적으로 언어화'해 들여다본 나의 문제는 보다 명확해지고,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생각으로 뻗어나가기도 한결 쉬워진다. 




 



"일기를 꾸준히 쓴다는 건 나의 '기본 세팅값'을 바꾸는 일이라는 것을요. '불안함, 조급함, 낮은 자존감'으로 설정되어 있던 낡은 자아를 하루에 1mm씩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일이기 때문이에요." -p43




저자는 실제 자신이 썼던 일기들로 일기가 어떻게 목표관리 툴로, 자신을 한층 긍정하게 되는 감정노트로 작용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시종일관 저자가 강조하는 일기쓰기를 유지하는 궁극의 노하우는 '내용은 최대한 마음대로, 단, 최소한의 사이클을 만들 것!'이다. 거창하게 뭔가 쓰려고 하지말고, 그냥 쓰라는 것. 다만 시간을 정해 그 시간에 매일 매일 꾸준히 해야한다는 것이다.



뭘 쓸지 여전히 막막한 사람들을 위해 저자는 친절하게도 일기에 쓸만한 다양한 질문들도 던진다. 육아를 하며 자신만의 시간을 내기 힘든 와중에도 하루의 단 1%의 시간에 일기를 쓰며 스스로를 지켜갔던 저자의 이야기를 보며 나 역시 육아를 핑계로 대지 말고 뭐라도 써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일기에 쓸 내용은 '진실이 아닌 것은 그 무엇도 일기장에 담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자는 것. 일기는 이제 더 이상 누구에게 보여줄 것도 아닌, 나를 위한 기록이자 나의 꿈이고, 나를 위로하는 의식이니까. 



예전에도 저자의 전작들은 글쓰기에 대한 갈망만 있지 실천하지 않는 나에게 작은 열정을 심어주고, 가슴을 뜨겁게 만들어줬는데, 이번 책도 역시 그러했다. 일기쓰기의 효용에 대해 이미 너무 잘 알고 있지만 늘 실천에는 미적거리던 나는 이 책으로 다시 마음이 드릉드릉해졌다. 일단 당장 예쁜 일기장부터 사야겠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에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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