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풀한 실전 과학 토론 - 39가지 논제로 ‘과학 토론, 수행 평가’ 완전 정복!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13
남숙경.이승경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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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나는 스스로가 토론에 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목소리가 크고 상대방의 입장을 무시하는 독선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남편과 대화를 하며 깨달았다. 토론의 정의는 '근거를 들어 자기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는 말하기'이다. 중요한 것은 주관적인 생각이라해도 '근거'를 들어 설득이 가능한 논리적인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일테다. 그런 점에서 나는 근거보다는 그릇된 일반화와 추측을 앞세우고 논리적이기보다 감정적이었다. 



아이를 키우며 나의 안 좋은 점을 닮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이는 좀 더 논리적으로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나에게 결여된 과학적인 사고 또한 풍부하게 갖췄으면 한다. 하브루타 대화 같은 것들을 기웃거리다가 이 책을 보게 되었다.



<파워풀한 실전 과학 토론>은 특별한 서재 출판사에 서나오는 생각의 힘을 기르는 '파워풀한' 청소년 인문교양 시리즈 중 하나이다. 다른 목록으로는 <파워풀한 교과서 과학 토론>, <파워풀한 교과서 세계문학 토론>, <파워풀한 수학자들> 등이 있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다른 책들도 구비해두고 싶어졌다. <파워풀한 실전 과학 토론>은 전국 초·중·고등학교와 시·도 교육청, 한국창의재단에서 주관하는 '과학 토론 대회'에서 출제된 논제들을 분석해 39개 주제로 토론을 위한 개념 설명부터 논리적인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워크북까지 제공하는 '토론 대회' 완벽 준비서이다. 



초등학생부터 준비할 수 있다는데 주제들이 '지구 온난화', '쓰레기', '미세먼지', '소음공해' 같이 우리의 일상에서 친숙하게 접하는 용어부터 'GMO', '라돈', '적정기술' 등 꽤나 전문적인 과학 영역까지 아우른다. 나도 잘 모르는 이런 과학 기술적인 영역을 초등학생이 이해하고 토론하다니, 요즘 초딩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




파트 1에서는 최근 토론 대회에서 빈출되는 주제 6가지- 지구 온난화, 쓰레기, 인공지능, 미세먼지, 물 부족, 바이러스-를 개념부터 배경지식, 생각 구체화 과정, 실전 개요서 쓰기, 해결방안 구체화 등의 순으로 다룬다. 도입부는 '생각 열기'로 객관적인 통계 수치를 곁들이면서도  해당 주제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이끌어준다. 그리고 이어 문제의식과 원인 파악,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학적인 방안과 그 적용 원리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지구 온난화 현상을 다루는 장에서는 STEP1 '생각 열기'를 통해 우리가 먹고 있는 과일들의 산지가 변화하고 있는 현실을 들어 도입을 연 뒤, STEP2 '생각 확장하기'에서는 지구 온난화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과학에 무지한 사람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적절한 이미지를 들어 설명해준다. STEP3 '생각 채우기'에서는 '지구 온난화'와 연관된 개념어들- 기후 변화, 신재생 에너지, 온실가스, 온실효과, 이산화탄소 농도, 지구 대기, 킬링 곡선, 화석 연료 등을 설명해주고, STEP4 '생각 키우기'에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 상황들을 구체적인 통계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돕는다. STEP5 '생각 정리하기'에서는 지구 온난화의 원인을 자연적 요인과 인위적 요인으로 나눠 설명해준다. STEP6 '생각 적용하기'에서는 원인으로 지목된 물질들을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STEP7 '생각 구체화하기'에서는 구체화된 내용을 필요성, 아이디어 적용, 과학 원리 순으로 서술한다. 그리고 STEP8 '개요서 쓰기'에서는 실제 기출된 토론 논제에 맞춰 문제 상황 분석- 문제 원인 분석- 해결 방안 순으로 개요서에 채울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6개 빈출 논제 외에도 최근 4년간 전국 학교별 기출 논제를 생명공학, 인공지능, 온난화/에너지, 생태/환경, 지구 과학/과학 기술 등 5개 카테고리로 나눠 세부 논제들을 뽑아 각 논제에 해당하는 충실한 배경 지식과 워크북을 제공하고 있다. 



사실 내 아이는 이제 겨우 만 1세를 앞두고 있는, 말도 못하는 아기여서 이 책은 나에게 당장 아이에게 적용할 수 없는, 엄청나게 앞선 선행학습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비단 토론대회를 준비하는 청소년에게만 유효한 책이 아니다. 과학적인 지식이 빈약했던 나에게 각 논제들의 배경 지식은 그 키워드들이 왜 지금 뉴스에 오르내리는지, 어째서 중요한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논리적인 사고를 어떤식으로 정리하면 되는 지 감을 잡는데 무척이나 효과적으로 전달해주었다. 그래서 읽고 나서 나 자신이 단단해지는 기분이 드는 책이었다.




※ 네이버 카페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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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 딱 100채만 보러 가보자
아이리 지음 / 원앤원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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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거지가 된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그동안 내 관심은 마음의 행복이었지 실체적인 풍요로움에 가닿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내 또래들이 생활의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갈 때 나는 모래줌 같은 바탕 위에 서 있는 것 같았다. 혼자 비혼으로 지낼 때는 그러한 삶도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는 정형화된 삶의 궤도 속에 들어오고 보니 나는 한참 철 없고 늦된 인간일 뿐이었다. 이제라도 정신차리고 실질적인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해 내가 살고 있는 신도시에서 가까운 지역에 신혼부부 특공으로 청약을 넣었고 예비 당첨이 됐다. 투기지역으로 묶인데다 공무원 특공 비율이 너무 높아 일반인들에게 기회가 거의 없던 내가 사는 신도시는 청약을 넣어도 광탈. 결국 가능성이 높은 곳을 찾아 경쟁률이 높지 않은 변두리 지역으로 넣었는데 이게 예비 당첨 앞순위가 됐고, 내 기회까지 온 것이다. 마음 속에서 갈등이 일었다. 거의 10년이 넘게 넣은 청약 통장을 한 순간에 날릴 수도 있는데 지금 내가 괜찮은 선택을 하는 걸까? 



아마 그때 이 책을 미리 읽었다면... <우리, 아파트 딱 100채만 보러 가보자>는 나에게 짙은 후회를 남겨주었다. 이 책의 저자 아이리는 6번의 아파트 투자로 70억대 자산을 만들고, 현재도 강남 아파트 3채를 대출 없이 보유하고 있는 파이어 족이다. 월급으로 한 달을 빠듯하게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염원 같은 '파이어 족'. 그녀는 부동산 투자로 이룬 것이다. 그런 그녀의 투자 노하우라니 솔깃할 수 밖에. 




'돈이 되는 아파트를 찾는 입지분석 X파일'이라는 부제를 단 아파트는 실거주가 아닌 투자를 목적으로 한 부동산 매입에 포커싱을 한다. 저자의 뼈 아픈 실책도 녹아 나며 같은 지역이라도 세부 조건에 따라 가격 상승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생생한 실제 예시를 들며 보여주고 있다.




"기본적인 원칙은 '나'에게만 좋아 보이는 물건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좋아 보이는 물건을 고르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경사, 뷰, 평형, 대단지 여부, 단지 고급화, 연식에 따른 투자 전략 등 내부적인 요인의 디테일한 측면과 역세권, 강남 접근성, 개발 호재 등과 같은 외부적인 요인 모두를 꼼꼼히 검토하고, 이 내용을 아파트 투자계획서로 작성해보라고 권한다. 투자계획서에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에 따라 가중치를 둬서 채점하는 형식으로 작성되는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아파트를 선택해 투자해야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주먹구구식으로 감에만 의존해서, 아니면 풍문으로 들리는 개발 호재, 지역 카페에서 들리는 카더라 등에 휩쓸려 청약에 뛰어들었던 1년 전 멍청한 나를 다시 붙잡아 세우고 싶은 지적이었다.



책 속에는 각 조건에 대표되는 실제 아파트의 시세를 비교해두어 나같은 부동산 초보도 이해하기 쉬웠다. 그리고 앞으로 뉴타운 현황과 대규모 개발 계획 등 앞으로 투자에 참고할만한 최신 정보도 곁들이고 있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변하는 시장 상황과 규제 등에 대해서도 저자는 흔들림 없는 자세를 가질 수 있는 적절한 조언을 던진다.



"불안에 사로잡히면 눈앞에 찾아온 기회가 보일 리 없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자본주의의 본질을 잊지 않는다면 어둠 속에서도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 자본주의의 본질. 수요와 공급이 조정하는 시장 질서. 이 책에 열거된 수요가 많을 수 밖에 없는 아파트의 특징은 일견 무척 기본적인 내용 같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투자 상황에서는 불안과 조급함으로 간과하게 쉽다. 그럴 때 저자가 제시한 항목을 기준으로 투자계획서를 차분하게 써서 체크해보는 여유가 필요한 것 같다.



사실 나 같은 지방러에게는 서울 중심의 아파트 분석이라 서울에만 호재로 작용하는 외부요인은 조금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어떻게 아나, 내가 서울 아파트에 투자할 날이 올지. 

남들 눈에도 좋아보이는 것을 고르는 눈, 그 배움 하나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근데 이제 내 아파트는 오르지 않겠지라는 씁쓸한 자조도 곁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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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계획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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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스포츠가 보여주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 넘는 노력의 결실에 감동한다. 각본 없는 드라마라 불리는 스포츠 경기에서 페어플레이란 어떤 수단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투지와 노력으로 경기에 임하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지난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러시아 피겨 선수 발리예바가 도핑 논란에 휩싸이며 자칫 메달의 가치를 무색하게 만들 뻔했다. 약물을 통해 피로를 느끼지 않는 지치지 않는 체력을 만들어 연습량을 늘리고,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려 갖게 되는 메달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히가시노 게이고가 청년 시절에 쓴 <조인계획>은 동계 스포츠를 무대로 하는 미스터리물이다. 배경은 1989년, 일본의 마티 뉘캐넨(핀란드의 조인鳥人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스키점프 선수)으로 불리는 니레이 선수가 합숙 도중 갑작스럽게 사망한다. 사인은 독극물에 의한 타살. 경찰은 스키점프 관계자들 내부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추정하고 탐문 수사를 벌이던 중 범인은 니레이의 코치 미네기시라고 적힌 밀고장을 받는다. 비슷한 시기에 미네기시 역시 '자수'를 종용하는 쪽지를 받게 되고, 완전 범죄를 확신했던 그는 자신의 살인을 알고 있는 자가 누군지 추리하기 시작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소설처럼 범인을 초반에 까고 시작하는데도 전혀 긴장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미스터리는 투 트랙으로 진행되는데, 미네기시는 왜 자신이 그토록 아끼는 선수 니레이를 살해했을까? 하는 살해 동기를 추리해내는 것과 스기에 다이스케가 벌이고 있는 실험의 정체를 밝혀내는 것이다. 



우선 초반부터 살해 당해 사람들의 기억으로만 형상화되는 인물 '니레이'는 타고난 천재 스키점퍼다. 언행은 가볍기 그지 없지만 스키점프를 할 때는 모든 것을 잊은 듯 몰두한다. '새처럼 날겠다'는 목표가 전부인, 순위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이 그야말로 천재답다. 그를 죽인 미네기시는 마치 모차르트를 영원히 질투했던 살리에리 같다. 그러고보면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독살해 죽였다는 소문도 있으니 어쩌면 작가가 거기서 모티브를 얻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도 스키점프 선수였던 미네기시는 니레이처럼 되고 싶어 3년이란 세월 동안 니레이를 미친듯이 연구했다. 그 덕분에 슬럼프에서 벗어났지만 결국 남은 건 자신은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니레이와 같은 천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는 니레이의 도전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 



니레이 다음으로 일본 스키점프계의 2인자로 불리던 선수 사와무라는 전혀 두각도 나타내지 못했던 스게이 쇼의 점프가 엄청나게 좋아졌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그를 돕는 교수로부터 쇼의 점프가 니레이와 흡사하다는 과학적 데이터를 접하게 되는데. 실험동에서 비밀 훈련을 받고 있다는 쇼. 그는 과연 어떤 훈련을 받기에 단기간에 천재적인 스키점퍼 니레이처럼 될 수 있었던 걸까? 



모든 전말이 밝혀졌을 때 도입장인 '징조'가 어떤 일을 암시했던 것인지 그제야 무릎을 치며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야심을 위해 인간적인 가치를 모두 져버린 스기에 다이스케의 탐욕이 미네기시의 살인 못지 않게 무섭다. ​예상치 못한 반전을 안겨주는 밀고자의 정체도 허를 찌른다.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이 배경인데 전혀 낡아보이지 않는 것은 현재에도 통용되는 인간 존재에 대한 통찰을 담아냈기 때문이 아닐까. 스포츠에도 과학이 도입되고 기량을 데이터로 분석하며 인간을 마치 기계처럼 개조시킬 수 있을지 기대감을 품었던 때, 1980년대는 사이보그가 된 인간이 맞이하게 될 미래에 대한 고민이 꽤나 컸던 것 같다. 비슷한 시기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공각기동대>도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사이보그를 통해 성찰하게 만들었으니. 과학 문명의 고도한 발전이 빚을 디스토피아와 인간의 삶을 잠식할 것 같은 사이보그는 아직도 도래하지 않았지만 당시 사람들이 품었던 암울한 세기말 정서는 지금 AI와 자동화로 밀려나게 된 우리 삶의 위기와 맞닿아있는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느꼈던 시대적 고민은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라플라스의 마녀>, <탐정 갈릴레오>, <용의자 x의 헌신> 등 그의 대표작에서 뽐내온 그의 주특기 '풍부한 이과적 지식'도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읽는 내내 범인의 동기와 끔찍한 계획의 전말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책을 놓치 못하게 만들면서, 다 읽고 난 후에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는 탁월한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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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의 화해 (리커버) - 상처받은 내면의 ‘나’와 마주하는 용기
오은영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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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오은영 박사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전쟁 같은 육아를 겪고 있는 부모와 아이 간의 관계에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서 이제는 어른들의 마음 속 상처까지 어루만져주는 오은영 박사의 따뜻한 위로. 리커버 판으로 재 출간된 <오은영의 화해>는 그런 위로가 진하게 담겨 있다.



리커버 판의 표지는 저자가 건네는 위로를 통해 선인장 같이 뾰족하게 돋은 내 안의 가시를 딛고 새처럼 훨훨 나르는 치유받은 마음을 형상화하는 것 같다. 스스로를 보호하느라 뾰족한 가시로 온 몸을 감싼 선인장도 물을 주고 가꾸면 예쁜 꽃을 피어낸다. 그처럼 상처 받은 마음도 잘 돌보고 이해해주면 꽃같은 행복으로 변하지 않을까?



<오은영의 화해> 속에는 신문에 연재하던 당시 오은영 박사가 만난 다양한 사연들이 나온다. 특히 주로 다뤄진 사연들은 부모로부터 신체적, 정서적 학대를 받아 현재의 생활까지 어려움을 겪는 어른들에 대한 얘기다. 부모라면 어떤 요구도 없이 제 아이를 보호하는 것이 당연한데, 한국의 부모들은 아이를 마치 제 소유물로 여기고 투입한 만큼의 효용을 얻기를 바라는 듯하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부모 기대에 못 미쳤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며 정서적으로 결핍된 어른으로 자라고 같은 잘못을 대물림한다.



폭력도 마찬가지. 아이를 때릴 수 있는 이유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하는 저자는 그러한 부모를 '잘못되었다'고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부모의 잘못을 머리로 이해 할 수 있지만 당시 받은 상처가 너무 커서 용서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부모와 화해를 하고 싶어도 하기 어렵다고 고뇌한다. 게다가 내 부모이기 때문에 원망하는 마음에도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저자는 원망의 마음을 가지는 것도 당연하고, 부모를 용서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위로한다. 그리고 솔직하게 부모에게 자신이 받은 상처를 얘기해야하고, 스스로의 마음을 직시하고 위로받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사실 나는 이 책 속 사연자들이 겪은 일 같은 상처를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적이 없는 것 같다. 마음 속에 응어리진 원망도 없고, 지금도 비교적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며 앞으로 내가 괜찮은 부모가 되고, 부모님과의 관계도 더 나아질 수 있는 여러가지 답을 찾은 것 같다.



첫째, '자식과 부모의 관계는 조건 없는 수용과 수긍, 조건 없이 자식을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대하는 것', '요구를 대화라고, 사랑이고 관심이라고 착각'하지 말자. 아마도 아이가 더 크면 나도 아이 교육에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되고 주변 사람들의 기준에 휩쓸려 아이를 닦달하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럴 때마다 이 말을 계속 마음에 새겨야 겠다. 결국 양육의 최종 목적은 아이의 건강한 독립이라는 것. 부모의 손을 잡고 한 발 한 발 걸음마를 걷던 아이가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걸을 수 있듯 우리는 잠시 아이의 자립을 도와주는 역할이라는 걸 잊지 말자.



둘째, '가족주의는 너무 강하면 그 안의 개인은 불행해질 수 있다'. 나를 존중하지 않고, 나쁜 영향을 주는 가족은 멀리해도 괜찮다. 내 상처를 치료하는 게 우선이다. 내 부모님도 언제나 올바른 모습만을 내게 보여줬던 건 아니다. 그들도 갈등을 겪으며 나쁜 영향을 줄 만한 일들을 해왔고, 마음이 상한 적도 있지만 지금까지 상처로 남지 않았던 건 내가 적당한 거리를 둬서인 것 같다. 나에게 새롭게 생긴 남편의 가족도 마찬가지. 존중과 배려가 있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셋째, '자존감의 근간은 부모와의 관계에서 만들어'진다. 부모와의 애착 형성은 어떤 육아서에서도 모두 강조하고 있는 말. 저자는 아이의 자존감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애착 관계의 대상으로부터 '자기 확신'이나 '신뢰감'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 부모들은 흔히 과정 속에서 얻어지는 감정들을 소홀히 하고 결과중심적인 양육을 한다. 나 역시 결과에 연연하는 평가를 습관적으로 해왔던 것 같다. '결과보다는 뭔가를 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부모는 꼭 가르쳐야 한다. 언제나 한 마디 말도 더 예쁘고 힘이 나게 만들어주는 오은영 박사의 주특기대로 "너는 열심히 했지만 잘 안 될 때도 있어. 그래도 괜찮아.", "너는 잘하려고 했던 거니까 네가 옳아.", 내 아이가 이런 말을 더 자주 들을 수 있는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나를 변화시켜야겠다.



넷째, 자식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부모가 바뀌어야 한다. 이건 문제가 부모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부모가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더 나은 상황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문제일지라도 부모와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있다면 문제를 해결할 여지가 있다. 아이와는 즐거운 대화가 가득한 관계가 되어야 한다. 어느 순간, 아이의 모습이 못마땅해서 스스로가 통제적으로 변했다고 생각이 들면 나부터 변하자. 기꺼이 대화를 나누고 싶은 심적으로 가까운 부모가 되자.



마치 오은영 박사의 상담실에서 대면 상담을 받는 듯 음성지원이 되는 글을 읽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착 가라 앉으며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된다. 아마도 내면의 상처가 큰 사람들은 더 큰 의미로 다가올 책임이 틀림 없다.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 싶은 이도, 더 나은 부모가 되고 싶은 사람도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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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편한 어린이 생활 영어 - 퀴즈와 놀이로 아이의 말문을 여는
레지나(노신영) 지음, Maria Hyeseung Son 감수 / 소울하우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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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내 인생은 영어 때문에 주눅 든 경험으로 가득했다. 한국식 영어교육을 받고 자란 탓에 리딩은 큰 무리가 없었지만 외국인 앞에 서면 귀도 안들리고 입도 막혔다. 영어를 잘했다면 도전 가능했던 더 좋은 커리어도 초반에 포기했다. 영어에 스트레스 받으며 다니느니 좀 더 적은 소득이 마음이 편하다며 애써 합리화했었다.



나 혼자면 이미 망한 인생이라며 포기하겠는데, 아이를 낳고 보니 내 아이 인생에 영어가 발목잡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간절함이 생겼다. 영어가 아이를 더 나은 길로 데려가 준다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기회가 왔을 때 주저할 필요는 없으니까. 



가장 효과적인 것은 '엄마표 영어'였다. 학원에 백날 보내봤자 영어에 대한 거부감만 더 생긴다. 학원은 아웃풋을 뽐내고 싶을 때로 충분하다. 인풋은 엄마와 놀이처럼, 대화처럼 영어를 받아들어야 한다는 것. 우선 나부터 변해야 했다.



올해 들어 매일 아침 EBS 라디오를 켜고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매일 낭독을 하며 영어 발음 유창성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당장 내 아이에게 말을 거는 건 어려웠다. 장기간 이어간다면 내 영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겠지만 당장 아이의 귀를 틔어줄 방법으론 맞지 않았다. 그때 이 책을 발견했다.



현직 동시통영사 레지나가 쓴 <맘 편한 어린이 생활 영어>는 저자가 직접 엄마표 영어를 하며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영어에 어려움이 없지만 아이가 혹시 영어를 싫어하게 될까봐 두려워 영어는 오로지 기관에 맡겼다는 저자. 하지만 영어 유치원에 다니던 아들의 입에서 '영어가 싫어!'라는 말이 나오고 말았고, 영어를 좋아하게만 만들자라는 목표로 영어 유치원을 중단하고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엔 거부하던 아들도 매일 한 두마디씩 건네는 영어에 스스럼 없이 반응하게 되었고, 지금도 타인의 기준에서- 엄마가 동시 통역사임을 감안하면- 영어 레벨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영어를 두려워하지 않고 편안하게 느끼는 것'에는 근접해졌다고. 


서문을 보며 나 역시 너무 높은 기준보다 아이가 영어를 편안하게 느꼈으면 하는 바람만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5가지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Step1에서 4까지 단계별로 진행된다. 마지막 Plus는 엄마표 영어를 더욱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한 영어 노래와 그림책, 영상 자료들이다. 




인상 깊은 점은 기존의 엄마표 영어책들이 아이와 엄마의 대화문 형태로 되어 아이의 아웃풋을 지속적으로 강요하는 형태라면, 이 책은 첫 단계는 TPR(Total Physical Response)이라는 영어 교수법에 따라, 아이가 엄마의 명령이나 지시 등을 듣고 몸이나 yes or no의 단답을 통해 이해를 보여주며, 아이가 자발적으로 말을 할 때까지 발화를 재촉하지 않는 형태로 구성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나 같이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에게도 접근할 수 있는 대화들이었다. 게다가 매 대화는 영문 패턴 형태로 제공하고 있어 뒤에 단어들만 바꾸면 다양하게 변형할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부터는 아이가 일상에서 접하는 사물들의 영어 이름을 알려주며, 이를 더 쉽게 인지할 수 있게 단어 퀴즈를 내는 방식이다. 사물들은 실사와 실사 못지 않게 디테일한 일러스트들로 구성되어 있어 아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세 번째 단계는 놀이를 영어로 해볼 수 있게 다양한 놀이에서 쓸 수 있는 표현들을 정리해뒀다. 물감 놀이, 클레이 놀이, 칠교 놀이, 요리 등 아이와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놀이들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표현들이다. 패턴은 물론 준비물의 이름들을 알려주고 있다. 매 장마다 발음을 듣고 상황을 연습하는데 도움을 주는 유튜브 영상이 QR 코드로 제공되고 있는데, 놀이 부분은 특히 도움이 되었다. 저자 강의에 덧붙여 아들 헨리와 직접 놀이하는 모습이 제공됐다면 더 실감나고 좋았을 것 같았다.



네 번째 단계는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상황들 속에서 사용할 수 있는 표현들이다. 이 부분은 사실 내가 접했던 다른 엄마표 영어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지막 영어 그림책과 동요 추천은 너무나 유용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영어 동요와 그 동요와 연계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을 추천해주고 있는데, 이런 큐레이션도 탁월할 뿐더라 문장 난이도 미리보기를 제공하고 있어 책을 구입하기 전에 참고하기 좋았다. 또 저자의 책 추천사에는 어떤 부분이 도움이 되는지 비교적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어서 정말 꿀팁이었다. 이런 걸로 책 한권 더 내셨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 



엄마표 영어에 뛰어들었지만 마음처럼 잘되지 않아 조바심이 날 때 이 책을 만나 다행이었다. 책의 구성도 실용적인 표현 위주고 앞 뒤로 엄마표 영어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들어있어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엄마표 영어를 도전하고 싶지만 영어가 두려운 엄마라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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