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지기 열다
헤르만 헤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림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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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저의 『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지기』 를 읽고

독일의 작가이자 세계 문학에도 큰 영향력을 갖고 있고, 우리나라에도 많은 독자를 갖고 있는 헤르만 헤세의 사유의 정수가 담긴 글들을 모은 선집 『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지기』가 기쁜 책들의 숲인 ‘열림원’에서 출간되었다. 열림원출판사에서 ‘열’자는 ‘悅다’라는 새로운 동사로, 끝없이 뻗어 가는 사유의 기쁨 속을 거니는 뜻으로 일상의 틈을 여는 사유의 창이자, 무한한 숲으로 향하는 작은 문이란 뜻으로 그 열린 공간 안으로 우리 독자들을 초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열림원출판사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총서 ‘열다’의 첫 번째 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 모든 아픔에도 나는 여전히 이 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져 있다.”

이 책에 실린 헤세의 시의 구절처럼, 헤세는 세상이 가하는 온갖 폭력과 야만의 고통을 견디면서도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자 했다. 

고통 속에서도 삶을 사랑하고,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보았던 헤세의 재생력은 그의 문학에서 여러 방식으로 형상화되었으며, 그의 시, 소설, 에세이, 심지어 독자들의 편지에 대한 무수한 답장에서도 그런 힘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은 헤세의 이러한 힘과 세계관이 잘 표현되어 있는 글들을 모아 엮은 것으로, 삶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그의 사유의 정수가 담긴 명문장들을 엄선하여 소개한다. 

그 어디를 읽더라도 헤세가 그의 작품에서 밝혔든 당당한 모습들을 그 느낌 그대로 생생하게 확인할 수가 있다. 

서문에서 폴커 미헬스는 작가로서 보기 드문 헤세의 미덕으로 무엇보다 그의 “인간적인 고결함”을 꼽으며 “그는 작가로서 말한 대로 살았다. 

세상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삶의 마지막까지 상처받으며 살았다”고 말한다. 

“그의 삶과 작품은 마지막 순간까지 나머지 없이 딱 떨어지는 방정식과 비슷해 보인다.” 고 평하기도 하였다. 

헤세는 삶과 글이 분리되지 않은 작가였다. 

그의 삶이 고통스러웠던 것은 그가 세상 속에서 부단히 자신의 신념대로 살고자, 작가로서 자신의 고유성을 지키며 살아가고자 노력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상처받고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그러한 삶을 사랑하며 나아가고자 투쟁했던 헤세의 생생한 육성이 이 책에 잘 담겨 있다. 

그 기록들이 안겨 주는 격려와 위로가 독자들에게도 생생히 가 닿으리라 확신하면서 많이 읽기를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날마다 야만의 고통을 견뎌내며

또다시 저 빛 속으로 얼굴을 내민다.

내 안의 연약하고 부드러웠던 것을

세상은 죽도록 조롱했지만,

내 본질은 파괴될 수 없는 것.

나는 만족하고 화해하며,

가지를 수백 번 찢어 참을성 있게

새로운 잎을 틔워 내고,

그 모든 아픔에도 나는 여전히

이 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져 있다”-가지치기를 한 떡갈나무 중에서(p19)


“사랑받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것이 전부였다. 

우리 존재를 가치 있고 즐겁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느낌과 감정뿐이라는 사실을 나는 점점 또렷이 깨달아 갔다. 지상에서 ‘행복’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모두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마르틴의 일기 중에서 (p262)


“노년의 정원에서는 우리가 예전에는 거의 돌보지 않던 꽃들이 피어난다. 

인내의 꽃과 고결함의 꽃이다”-노년에 관하여 중에서(p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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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 기도를 배우다 - 다시 새롭게 드리는 주기도문
김건우 지음 / 샘솟는기쁨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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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우 저의 『예수께 기도를 배우다』를 읽고

주기도문(개신교), 주님의 기도(로마 가톨릭교회)는 기독교의 기도문이다. 

천주경(天主經, 라틴어: Oratio Dominica), 주의 기도라고도 한다. 

예수가 직접 가르쳐준 기도문이며 교파를 막론하고 중요하게 여겨지는 기도문이다. 

마태오의 복음서 6장 9절에서 13절과, 루가의 복음서 11장 2절에서 4절에 그 내용이 실려 있으며, 대개는 마태오의 복음서에 있는 내용을 위주로 채택하고 있다. 

개신교를 비롯해 일부 교회에서는 주기도문을 예배의 마무리 기도로 삼는다. 

공동번역 성서 문서에는 다음과 같이 번역하고 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온 세상이 아버지를 하느님으로 받들게 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용서한 것 같이 우리의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영원토록 아버지의 것입니다. 아멘.)

크리스트교(개신교, 카톨릭교 등)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주기도문을, 이 시대 언어로 정교하게 풀어 써내어 새로운 시대를 향한 고백과 울림을 주고 있는 꼭 필요한 책이 김건우 목회자에 의해 출간되었다.

저자는 제자 훈련의 멘토로서 주기도의 삶으로 안내하면서,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기도를 모델 삼아 이 시대의 언어로 공동체 기도로 드려지는 주기도문의 깊고 넓은 의미를 8가지 주제로 담아내어 자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나의 기도를 넘어 우리의 기도가 되어야 함을 일깨우는 살아있는 기도 지침서라 할 수 있다. 

매우 실제적인 이 책은 삶 전체를 변혁으로 이끌 만큼 새롭고 혁신적이며, 그리스도인 됨에 대해 끊임없이 우리에게 질문하며, 새로운 시대를 향한 고백과 울림을 전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삶에 주님의 은총과 함께 활력이 넘치는 가정의 평화와 행복이 가득 넘치리라 믿는다.

”사단은 우리의 능력과 재산과 지식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뜻을 주장하며 살아갈 때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하나님 앞에 항복하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기도를 하기 시작하면 두려워합니다. 

우리의 삶이 하나님의 뜻대로 되는 것,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지는 것처럼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것, 

그것은 사단의 나라가 무너지고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기도하는 사람을 죄지우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77-78pp)

나에게는 여러 좋은 지인들이 매일매일 정성스런 기도를 통해 나 자신 열심히 주변 사람들에게 행하고 있는 여러 베품과 배려활동에 대하여 적극적인 성원을 해줌에 깊은 감사를 드린고 있다. 

모두가 기도와 함께 새 주기도문을 통해 새롭게 도약하시고 발전해 가시기를 열심히 기도드린다.

저자는 말씀하신다. 

‘예수님은 연약한 우리가 주기도를 통해서 하나님과 더욱 친밀해지기를 원하신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답은 나와 있다. 

항상 하는 주기도이지만 이 시대 언어로 정교하게 풀어쓴 새 주기도를 통해서 울림과 깨어남이 일어나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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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오늘이 왔어
오진원 지음, 원승연 사진 / 오늘산책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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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원 저의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오늘이 왔어』 를 읽고

한 사람의 인생의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이 무엇일까요? 

물론 사람에 따라서 각기 그 강도가 다르겠지만 보편적으로 공감하는 것으로는 바로 인간관계 속에서 귀한 인연과 우정, 사랑과 이별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만큼 우리 삶 속에서 만남과 우정, 사랑과 이별은 큰 울림과 함께 커다란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어떤 계기에 의해 만남이 이루어져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서로의 관계를 나누고, 확인하는 자리를 통해 많고 많은 사연도 만들 수 있는 아주 귀중한 이 과정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름대로 많으리라 생각한다. 

처음부터 이 부분에 익숙한 사람이 없었다면 당연히 서툴기도 하고 실패도 있을 수밖에 없었겠지요?

그렇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서 뭔가 얻어내고, 배울 수 있다면 유익한 시간이 되리라 믿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내용의 좋은 글은 분명코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저자의 글은 그냥 술술 읽히게 되면서 뭔가 쏙쏙 들어오게 만든다. 

바로 우리네 인생에서 마주치는 삶 그리고 인간 사랑 이별에 대한 작가의 통찰을 통해 인간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따뜻하게 보듬어 안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깨달을 수 있다면 최고의 인생 가치라 말할 수 있다. 

바로 작가의 고뇌와 눈물이 바탕이 되어 무엇보다 아름다운 진주가 되어 많은 이들의 가슴에서 사랑의 빛을 빛나게 해주리라 믿는다.

동시와 동화작가로 활동 중인 작가가 첫 에세이로서 선보인 이 책에서 사랑의 본질을 예리한 언어의 핀셋으로 따 와 형상화시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과 문학의 접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녀이기에 여기 실린 모든 글은 사랑하거나 사랑을 잃은 당신에게 보내는 간절한 위로의 노래가 된다.

누구든 이 책을 읽으면 가보지 않은 곳 갈 수 없었던 곳도 함께 손잡고 갈 수 있겠다. 

오랜 시간 잊고 산 시적인 순간의 풍경과 음악과 이야기와 웃음도 현재화할 수 있겠다. 

지금 이 순간 여기, 당신과 함께 있는 느낌으로 충만으로 넘쳐날 것이다. 

아래 몇 편의 작품을 감상해보자. 


“자물쇠는 열릴 순간을 위해서 닫혀 있다

내 마음이 잠겨 있는 이유는 그대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나를 여는 건 오직 그대뿐이고 인식될 수 있는 암호는 사랑이 전부이다

---p26 <자물쇠와 열쇠> 

 

“십 년 후에도

그 뒤 십 년 후에도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소녀이고 싶다

머리는 하얗게 꽃잎이 되고

눈앞은 그 잎 떠들 듯 희미해져도

우리가 그때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당신이 나를 얼마나 아름답게 했는지

아픔마저도 향기처럼 지나가는

시들지 않는 웃음안에서

당신의 장미로 태어나고 싶다”---p117 <나게게 장미를>

 

“내리막은 보이지 않고 한 언덕 넘어가면 다음 언덕이네요. 

산다는 건 언덕을 넘어가는 일인 걸까요. 

삶이란 자기 안의 음계를 하나하나 눌러보면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숨 가쁘게 달려와서 나를 껴안아줄 잠깐의 휴식이 행복이라면, 행복은 또 얼마나 가파른 언덕을 넘어 내게로 간절히 오는 중인가요.”---p146 <계단을 오르다>

 

“처음 보는 사람의 삶을

살아보지 않은 삶을

우리는 왜 그리 쉽게 예측하며 앞지르는가

무례한 질문보다 나를 더 아프게 한 건

당당하지 못한 나 자신이었다

 

말을 하기 싫어 이어폰을 끼는 나에게

택시 기사님은 조심스러운 목소리를 건넸다

 

무슨 일을 하든지 힘을 내서 살아요

귀찮게 해서 미안해요

요즘 나도 너무 힘이 들어서...

그냥, 말이 하고 싶었어요”

---p159 <어디로 가시나요> 중에서


작가에게 글쓰기는 산소호흡기와도 같다면 바로 우리 사람에게 살아가는데 있어서 절대적으로 꼭 필요한 진지한 삶의 의미를 찾게 하면서, 깊은 사랑의 기쁨과 따스한 감성을 가득 느끼게 만들어 주고 있다

그만큼 작가의 작품 마다에 풍기는 따스한 감성의 언어들이 감동적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이 책에 오롯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글귀들이 한 편의 시처럼 노래처럼 추억의 한 장면처럼 가슴으로 쏘옥 들어오리라 믿는다.

그동안 사랑하는 사람에게, 소중한 사람에게 바쁘다는 핑계로 아직 못했고, 미루어왔다면 바로 사랑한다고, 사랑하라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사랑의 마음과 자세로 남은 인생을 살도록 부탁한다. 

정말이다. 꼭 해야만 한다. 

인생의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모습이기 때문이다. 

간절한 위로와 함께 이 좋은 책을 많이 읽기를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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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처럼 흐르고 싶다
이만수 지음 / 카리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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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저의 『강물처럼 흐르고 싶다』 를 읽고

문학 장르 중 시작품만큼 자신의 진면모를 표현할 수 있는 경우는 쉽지가 않다. 

그만큼 시작품 한편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의 치열했던 삶의 흔적을 작품에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만수 노 목회자 시인 님은 최상의 자격을 갖춘 셈이다. 

날마다 신 앞에 정직하고 겸손하게 마주하려고 몸부림치는 목사 시인의 치열한 삶과 신앙을 담아낸 순수시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칠순의 노 목회자로서 종교인이기 이전에 정직한 사람으로 매일 하나님 앞에 서려고 다짐하는 소년의 음성으로 고백하는 이 시집은 목사의 체면을 내려놓고 부족하고 미성숙함을 토로하면서도 치열하게 살아왔던 삶을 반추하는 시어들은 비신앙인이면서 시를 아직 많이 모르는 나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하면서 공부하게 하는 최상의 매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나님과 자연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 안에서 다시 자기를 발견하려는 구도자의 모습 가운데 시가 주는 풍성한 위로를 듬뿍 느끼게 해 준다. 

그런 면에서도 시 작품 하나 하나에서마다 많은 교훈을 얻게 되어 기뻤다.

‘설교는 시가 되고 시는 묵상이 된다.’고 말한다.

매일 곱씹으면서 깊은 곳에서 두레박으로 퍼 올린 시인의 묵상은 한 편의 설교 같다는 것이고, 단상에서는 청중을 향하던 설교가 시에서는 독자가 아닌 자신을 향해 설교하고 있다. 

말씀 앞에 겸손하게 자신을 대면시키고 사람들의 돌팔매를 두려워하지 않는 고백과 회개를 통해 이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시인의 시는 한 편의 설교가 되었고, 한 움큼의 묵상이 되었다. 

긴 설교는 시어로 정제되어 짧지만 긴 생각을 담아냈고, 몸부림치던 신앙과 삶은 시어에 고스란히 담겼으니, 각 한 편의 시는 설교가 되고 묵상이 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시인이 만난 하나님, 시인이 고백하는 신앙을 음미하고 공감할 수 있으니 얼마나 감동적으로 다가올 것인가?

사람의 향기가 가득한 시인의 시구에는 노스탤지어 같은 매력이 넘친다. 

가족과 주변 지인들을 향한 정과 따뜻한 친밀함, 자연을 사랑하고 그 안에서 다시금 자신의 생을 반추하고 음미하는 묵상, 아련한 추억 가운데 삶에 대한 고마움을 노래하는 시어들이 편안하게 위안을 준다. 

아내를 향한 고마움과 사랑, 가족들을 향한 그리움, 주변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쏟아내는 따뜻함은 시를 마주하는 독자들을 따스하게 보듬어준다. 

치열한 삶을 살아왔노라 경험치를 자랑하기보다 연약함과 부족함을 진솔하게 털어놓는 성직자의 부족한 고백은 용기있는 위로의 시어가 되리라 확신한다. 

틀림없이 우리 독자들에게 순수한 감정과 공감을 불러일으켜 감동으로 전해줄 수 있으리라 확신하면서 일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아래 몇 편의 시를 감상해보자.


“바람처럼 스쳐가고

구름처럼 떠돌며

강물처럼 흐르고 싶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 치는 대로

머언 바다로 흐르다 보면

예리한 돌부리도 무디어지고

아찔한 낭떠러지도

삶을 노래하는 폭포가 되리라

 

붙들 수 없는 것을 붙들려 하고

막을 수 없는 것을 막으려 하매

시름은 깊어지고

한숨은 더욱 길어지리니

 

주시는 대로 먹고

이끄시는 대로 걸으며

감사함으로 하루를 살면

마침내 대해大海를 가슴에 품는

지족知足의 세계를 맞이하리라”

---48-49쪽 <자유>

 

“버티기 힘든

세월의 무게에

육신마저 기진하면

평생을 다져온

해묵은 정리(情理)로

떨리는 손 잡아 주고

저는 걸음 부축하며

온몸으로 네 생명을 감싸 안을게”

---「131쪽, "동행" 중에서

 

“하릴없이 보낸 날들

주름살만 남겨놓고

어디로 사라졌나

거두려면 심어야지

망설일 게 무엇인가

기력이 있을 때에 

그리운 이들을

찾아 나서야 하리

찬바람이 일기 전에

못 다한 말

다 못한 사랑

어서 나눠야 하리

---<240-241쪽 <세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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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고 싶습니다
이만수 지음 / 카리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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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저의 『사람이고 싶습니다』 를 읽고

시작품은 가장 진솔하게 자신의 모든 것을 작품에 담을 수 있는 수단으로서 최고의 분야라 할 수 있다. 

문학의 여러 분야가 있지만 그래서 시를 쓰는 시인들은 자연스레 존경할 수밖에 없다. 

나 자신도 그 동안 해왔던 사회적 책임을 마무리하고서 제 2의 인생을 위한 시간에 들어섰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비교적 자유롭게 어디에 억매이지 않는 모습으로 여유를 갖고서 생활을 하려 노력하고자 한다. 

그런 가운데 비록 나이 칠십이 지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오랜 시간들을 한번 진솔하게 정리해보자는 차원에서 어렵게 가 아니라 아주 쉽게 시쓰기에 도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물론 쉽지 않지만 주어진 시제에 따라 나의 느낌을 적어보는 노력으로 부지런히 연습을 행하고 있는 것이다. 

역시 모든 것이 마찬가지이지만 부지런히 써보는 연습의 습관이 굳어지면서 이제는 조금씩 손에 익숙해지는 느낌을 가져 더 즐겁다. 

이런 나 자신에게 이만수 시인의 시집의 은혜로운 많은 시들은 큰 선물로 다가왔다. 

성스러운 목회자로서의 평생의 삶 가운데 부임하는 곳곳에서 느꼈던 애환과 정감을 모아 정성스럽게 쓴 시들이 한 편 한 편 모두가 깊은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은 바로 시인의 그 동안의 행적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처음 신학대학교를 들어갈 때부터 전도사 시절부터 은퇴하기까지 목회자로서 남해, 김해, 다시 남해와 익산, 그리고 사천에 이르기까지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교회를 일구는 가운데 자연과 벗 삼고 이웃과 어깨를 잇대고 목회자로서의 삶을 이어오면서 경험한 정과 사색을 시로 결실을 맺어 엮어낸 그의 첫 번째 시집이다.

자연을 벗 삼은 작은 농촌 교회들을 주로 섬기면서 자연이 선물하고 사람이 전해 주는 따뜻함을 90여 편의 시를 통해 나누고 있다. 

소박하지만 자연과 사람을 관찰하기를 즐겨 했던 시인의 감성이 시어에 묻어 있고, 순수한 마음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따뜻한 시집이라 할 수 있다.

솔직한 시감에 묻어나는 시인의 아름다운 관점을 모든 시편에서 느껴볼 수 있다. 

시인의 작품에서는 가슴 속에 잠재해 있는 순수한 정치와 정서 그리고 상념과 추억을 되살리고 있다. 

무엇보다 솔직한 시감에는 세상을 보는 시인의 아름다운 관점이 잘 스며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시집은 자연과 사람을 관찰했던 시인의 따뜻한 감성이 시어에 담겨 간결하고 직설적인 언어로 노래하고 있어 독자로 하여금 공감과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순수한 서정성을 맛보게 해 준다.

고백이 담긴 정직한 언어, 신앙시이면서 인생 관조의 모습과 자연을 통한 화합의 모습이 담겨 있어 매우 감동적이다.

1부에서는 계절마다 자연을 노래한 시가 담겨 있다. 

다음으로 시인에게 있어 시를 쓰는 주제는 사람이었다. 

사람을 사랑해서 종종 애정을 시에 담아온 시인은 아내와 자녀, 교인과 친구 등 함께했던 시간을 2부의 시 속에 정감을 표현했다. 

3부에는 늘 묵상하고 생각하기를 즐겨 했던 시인의 생각들이 진하게 농축되어 시어로 펼쳐진다.

마지막으로 4부에는 시인의 믿음과 고백을 담은 신앙시가 엮여 있다. 

평생을 하나님 앞에 온전히 서고자 몸부림치면서 날마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백하고 또 표백하면서 순결하게 하나님과 마주하고자 애쓴 신앙의 순수를 시라는 형식으로 전해 주고 있다. 

이어 5부에서는 하나님을 향한 고백과 기도를 통해 진실하게 살기 위해 날마다 하나님 앞에 자신을 엎드리고 다시금 결단하여 가는 개혁된 신앙자의 참 모습을 보게 한다.

아래 몇 편의 시를 감상해보자.


“다스리지 못한 과욕

단념하지 못한 미련 탓에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너무나도 자주

시궁창으로 내몰리는

무능한 자아를 부둥켜안고

울부짖는 외마디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사람이고 싶습니다”

--- p.15 「序詩 사람이고 싶습니다」 중에서

 

“당신들의 눈동자는

아직도

그 쓰라렸던 희생의 자리를

맴돌고 있는가

시절도 변하고

기력 또한 쇠했건만

자식 향한 그리움은

저다지도

식을 줄을 모르는가”

--- p.24 「오월(五月)이 오면」 중에서

 

“하늘의 거룩함을

이 땅에 채우시려

낮은 곳에 임하셨던

진리를 헤아려

낮에는 부지런히 세상을 닦고

혼자 있을 밤이면

묵상의 여울목에

몸을 헹구는

걸레 같은 인생을 살고 싶어라”

--- pp.148-149 「걸레 찬가」 중에서


신앙시이면서 순수한 정취와 정서, 상념과 추억 등 인생 관조의 모습과 자연을 통한 화합의 모습이 담겨 있어 매우 감동적인 시인의 시작품 시집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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