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처럼 흐르고 싶다
이만수 지음 / 카리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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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저의 『강물처럼 흐르고 싶다』 를 읽고

문학 장르 중 시작품만큼 자신의 진면모를 표현할 수 있는 경우는 쉽지가 않다. 

그만큼 시작품 한편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의 치열했던 삶의 흔적을 작품에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만수 노 목회자 시인 님은 최상의 자격을 갖춘 셈이다. 

날마다 신 앞에 정직하고 겸손하게 마주하려고 몸부림치는 목사 시인의 치열한 삶과 신앙을 담아낸 순수시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칠순의 노 목회자로서 종교인이기 이전에 정직한 사람으로 매일 하나님 앞에 서려고 다짐하는 소년의 음성으로 고백하는 이 시집은 목사의 체면을 내려놓고 부족하고 미성숙함을 토로하면서도 치열하게 살아왔던 삶을 반추하는 시어들은 비신앙인이면서 시를 아직 많이 모르는 나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하면서 공부하게 하는 최상의 매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나님과 자연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 안에서 다시 자기를 발견하려는 구도자의 모습 가운데 시가 주는 풍성한 위로를 듬뿍 느끼게 해 준다. 

그런 면에서도 시 작품 하나 하나에서마다 많은 교훈을 얻게 되어 기뻤다.

‘설교는 시가 되고 시는 묵상이 된다.’고 말한다.

매일 곱씹으면서 깊은 곳에서 두레박으로 퍼 올린 시인의 묵상은 한 편의 설교 같다는 것이고, 단상에서는 청중을 향하던 설교가 시에서는 독자가 아닌 자신을 향해 설교하고 있다. 

말씀 앞에 겸손하게 자신을 대면시키고 사람들의 돌팔매를 두려워하지 않는 고백과 회개를 통해 이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시인의 시는 한 편의 설교가 되었고, 한 움큼의 묵상이 되었다. 

긴 설교는 시어로 정제되어 짧지만 긴 생각을 담아냈고, 몸부림치던 신앙과 삶은 시어에 고스란히 담겼으니, 각 한 편의 시는 설교가 되고 묵상이 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시인이 만난 하나님, 시인이 고백하는 신앙을 음미하고 공감할 수 있으니 얼마나 감동적으로 다가올 것인가?

사람의 향기가 가득한 시인의 시구에는 노스탤지어 같은 매력이 넘친다. 

가족과 주변 지인들을 향한 정과 따뜻한 친밀함, 자연을 사랑하고 그 안에서 다시금 자신의 생을 반추하고 음미하는 묵상, 아련한 추억 가운데 삶에 대한 고마움을 노래하는 시어들이 편안하게 위안을 준다. 

아내를 향한 고마움과 사랑, 가족들을 향한 그리움, 주변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쏟아내는 따뜻함은 시를 마주하는 독자들을 따스하게 보듬어준다. 

치열한 삶을 살아왔노라 경험치를 자랑하기보다 연약함과 부족함을 진솔하게 털어놓는 성직자의 부족한 고백은 용기있는 위로의 시어가 되리라 확신한다. 

틀림없이 우리 독자들에게 순수한 감정과 공감을 불러일으켜 감동으로 전해줄 수 있으리라 확신하면서 일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아래 몇 편의 시를 감상해보자.


“바람처럼 스쳐가고

구름처럼 떠돌며

강물처럼 흐르고 싶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 치는 대로

머언 바다로 흐르다 보면

예리한 돌부리도 무디어지고

아찔한 낭떠러지도

삶을 노래하는 폭포가 되리라

 

붙들 수 없는 것을 붙들려 하고

막을 수 없는 것을 막으려 하매

시름은 깊어지고

한숨은 더욱 길어지리니

 

주시는 대로 먹고

이끄시는 대로 걸으며

감사함으로 하루를 살면

마침내 대해大海를 가슴에 품는

지족知足의 세계를 맞이하리라”

---48-49쪽 <자유>

 

“버티기 힘든

세월의 무게에

육신마저 기진하면

평생을 다져온

해묵은 정리(情理)로

떨리는 손 잡아 주고

저는 걸음 부축하며

온몸으로 네 생명을 감싸 안을게”

---「131쪽, "동행" 중에서

 

“하릴없이 보낸 날들

주름살만 남겨놓고

어디로 사라졌나

거두려면 심어야지

망설일 게 무엇인가

기력이 있을 때에 

그리운 이들을

찾아 나서야 하리

찬바람이 일기 전에

못 다한 말

다 못한 사랑

어서 나눠야 하리

---<240-241쪽 <세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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