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은 현대철학 공부하는 데 반드시 알아야 할 철학자이다.
대충 대중인문학에서 헤겔이나 칸트는 이름은 듣지만 당장 읽으려 하지는
않는 철학자이다. 체계가 거대한 사상가이거나 당장 읽기에는 라캉이나 지젝이 던지는
충격이나 파급효과가 더 강력해 보이므로... 하지만 지젝이 라캉을 가지고 헤겔을 거꾸로 세우는(?)
독법을 제시하듯이 현대 유럽철학에서 헤겔을 의식하지 않는 철학이 있을까?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학파에서 사회철학 논의를 전개할 때, 헤겔의 인륜성 논의가 빠질 수 없듯이
헤겔의 변증법은 들뢰즈나 푸코 등에게서 반드시 대결해야 할 철학적 방법론으로 명시된다.
그래서 도대체 헤겔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가 묻기 시작한 게
내가 헤겔을 읽고 싶어하는 이유다. 지도교수는 푸코의 <말과 사물>을 헤겔의 <정신현상학>과의
대결을 꾀하는 책이라 했고, 푸코 콜레주 드 프랑스 강의록에서는 헤겔의 변증법과는 달리
전략과 전술을 염두에 둔 푸코의 철학적 방법론에 대한 소개가 나온다(아마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일 것이다.>
무슨 책을 읽어야하는 지 모른다면 입문서를 택하는 게 최고이다.
아무리 원서를 읽고 본인이 직접 그 뜻을 이해하는 게 연구자의 의무일지라도
칸트의 비판서를 정말 원문만 읽고 포기했던 내 경우를 참고해서라도
입문서와 원전을 병행해서 읽는 게 효율적이다.
헤겔에 대해 당장 알아야겠다는(실은 또 푸코에 대한 글을 쓰려하니 다른 것으로 눈을 돌린다) 생각으로
찾아본 입문서는 찰스 테일러의 <헤겔>, 하세가와 히로시의 <헤겔 정신현상학 입문>이 있다.
또 내가 가지고 있는 책으로는 손철성의 <헤겔&마르크스 : 역사를 움직이는 힘>, 칸트 원전을 계속 번역하는 백종현 교수의
<칸트와 헤겔의 철학>이다.
1.
기대를 하고 있는 책은 <헤겔 정신현상학 입문>인데, 쉬운 말로 헤겔의 문장을 해석해서 일본에서
호응을 받은 책이란다. 그런데 그런 글을 번역한 또 다른 번역본은 그다지 호의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역자가 오히려 다시 헤겔의 원전 글을 도로 집어넣어서 어려운 상태로 읽게 된다는 것인데 직접 읽어봐야 겠다.
2.
<헤겔>이라는 두 글자로 강한 포스를 풍기는 이 책은 미국인가 영국의 연구자인 찰스 테일러의 입문서이다.
두께가 1000쪽이 넘는 이 책을 읽으면 왠지 그냥 원서를 아니 읽어도 좋을만한 박식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듯 보인다.
이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1부 사변 이성의 요청
1장 새 시대의 목표
2장 헤겔의 청년기
3장 자기 정립하는 정신
2부 정신현상학
4장 의식의 변증법
5장 자기 의식
6장 정신의 형성
7장 계시 종교로의 길
8장 해석적 변증법으로서의 현상학
3부 논리학
9장 범주들의 변증법
10장 존재
11장 본질
12장 개념
13장 자연 안의 이념
4부 역사와 정치
14장 인륜적 실체
15장 이성과 역사
16장 실현된 국가
5부 절대 정신
17장 예술
18장 종교
19장 철학
6부 결론
20장 헤겔과 현대
부록
헤겔의 생애 | 참고문헌 | 옮긴이 후기 | 찾아보기
뭐 그냥 읽어야지라는 생각이 들지만 당장 1000쪽을 넘길 여유는 없으므로
헤겔의 <정신현상학 입문>부터 도전해야겠다.
3.
어쩌면 후대에 다른 철학자들은 많이 사라지더라 하더라도(그 철학자 자체의 가치와는 달리 후대에는 해석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헤겔만큼은 칸트만큼이나 길이길이 연구될 철학자일 것 같다...
그리고 그의 철학하는 방식이나 체계를 세워서 설명하려는 전통적 철학자의 역할을 의식하는 것이
이 시대에도 필요하다.
3H(헤겔, 후설, 하이데거) 철학자 중 하나로 한 번 빠지면 나오기가 힘들다는 악명으로 이름이 높지만
그래도 철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학자는 오래 머물러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