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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혁명 - 리딩멘토 이지성과 인문학자 황광우의 생각경영 프로젝트
이지성.황광우 지음 / 생각정원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간단하게 고전은 100년, 혹은 1000년 동안 유명한 맛집과도 같다
거칠게 말하면 그렇다. 우리 나라에서 맛집 찾기는 대유행이다. 천혜의 자연과 오랜 풍습, 그리고 자연의 기를 받은 재료들과 솜씨 좋은 필부들이 만들어내는 파라다이스는 우리가 쉽게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누구는 맛집 블로그를 운영하기도 하고 젊은이들마저 맛집을 놀러다니는 것은 당연하게 여긴다.
우리는 그 중에서도 유명한 맛집을 가보고 싶어한다. 어떤 맛이 있는지 궁금해서고 인간의 식욕을 만족시키는 쾌락은 정말 대단하다.
만약 우리가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맛집을 알게 되었다면 어떨까? 바로 찾아가지 않았을까? 궁금해서 빨리 가보고 맛보고 싶을 것이다. 혹은 1000년 이상이라면, 뭐 우리나라가 아니라 그리스의 맛집이라 생각해보자. 관광객이라면 가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 맛집을 고전이라고 치환해보자. 의욕이 떨어지는가? 그렇다면 할 수 없다. 하지만 100년 이상, 1000년 이상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고 현재는 뭐 그리 인기가 없을지라도 그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식욕 대신에 변화를 꿈꾸는 욕망도 가지고 있다. 오히려 변화에 대한 욕망이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변화에 대한 욕망보다 식욕이 더 쉽고 즐기기 편하다고 외면하는 건 아닐까?
쓰거나, 양이 많거나해서 신세계를 버릴 수는 없다
만약 고전에 대한 궁금한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다면, 고전이 나쁜 음식을 주는 것일까? 모두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 생각에 문제는 양이 너무 많거나 몸에 좋은 한약처럼 쉽게 먹을 수 없는 쓴 맛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몸이 아파서 먹는 한약도 아니고 엄마가 억지로 먹이는 한약이라면 절대 좋은 생각으로 자발적으로 꼭꼭 챙겨먹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몸이 아프다. 다시 현실의 언어로 말한다면, 우리의 삶은 파탄나고 있다.
젊은이라면 취업이라는 과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지 못해 아프다. 그리고 또 성공한 이라도 오랜 시간 그 안전한 자리를 보장받지 못해서 불안하다. 또한 어린 아이들은 교육에 치이고 있다. 또한 정서적인 불안 탓인지 어른보다 더 잔혹하게 자신의 친구를 죽이거나 해하거나 또는 자살로 몰고 있다. 기성 세대들도 나날이 오르는 생활비와 오르지 않는 월급 등 비슷한 이유로 아프다. 우리는 그리고 어느 곳으로부터 안전하게 지낼 곳을 보장받지 못한다. 다시 말해서 현실은 문제가 많고 고통스럽다.
그래서 지금이 한약을 먹을 시기이다. 서양의학과 달리 우리는 우리의 근본적인 체질을 강화시키는 게 목적이다. 나는 그 비슷한 효용을 고전이 해낸다고 믿는다.
다시 음식이야기로 넘어가면, 산삼과도 같다. 수천 년간 내려온 비책이나 문제의 레시피를 가진 음식이다. 우리의 체질을 변화시키고 또한 프랑스 혁명의 사례처럼 수없는 비책을 흡수해 온 이들의 움직임으로 성공을 이루어낸 사례도 있다. 이렇다면 맛이라도 보지 않겠는가? 쓰거나, 양이 많은 건 일단 효능을 체험한 이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변화하고 있다면 그리고 누구의 제약이나 강요, 엄마의 은근한 협박이 없이 먹는 한약은 나의 근본적인 체질을 변화시키고 내가 대하는 세상을 더 강하게 대할 수 있게 해준다.
오지 않은 미래를 현실로 만드는 경제적인 일
이지성 작가와 황광우 작가는 그래서 고전혁명을 강조한다.
현실에 대한 부조리함과 문제를 깨달은 이들이 내놓은 질문과
그에 대한 각자의 해답이 고전을 만든다.
고전은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그려놓은 것이고 가장 큰 공통점은 현실을 변화하려는 누군가의 생각이 담긴 책이다. 그래서 반드시 성공으로 가는 손쉬운 매뉴얼은 아니더라도 현실을 변화시킬 혁명을 준비하는 연습은 될 수 있다. 그리고 저자들은 가장 빠른 길이라 주장한다.
이런 혁명은 단순히 나만 바뀌는 것이 아니다. 내가 있는 세계, 그리고 관계를 바꾸는 근본적인 변화다. 그래서 맨 마지막 부분은 나, 행복, 국가, 리더십, 부와 경제에 관한 고전을 소개한다. 좋은 세상, 이 곳에는 없지만 그러한 세상을 그렸던 이들의 생각은 시간이 지나도 혹은 시간이 지나서 가치가 더 커져서 오히려 신기하다.
오지 않은 미래를 말하는 것은 백일몽 같기도 하다.
또는 사기일 수도 있다. 이루어지지 않은 꿈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이어져도 어떤 꿈은 현실이 되지 못했다. 나는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혁명은 도박과 같다고 생각한다. 꽤 합리적으로 생각해도 일은 모른다. 과거의 수많은 이들이 도전해도 누군가는 벽에 걸려서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그러한 꿈을 간직하고 내놓은 이들의 생각과 열정 덕분에 몇 백년이 흘러서 몇 천년이 흘러서 그 꿈은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성공을 지닌, 놀라운 경험의 요체는 책으로 남겨져 있다. 꽤 경제적이지 않은가?
수많은 시간을 압축적으로 얻을 수 있는 너무나 경제적인 일이다.
고전의 중요성을 이지성, 황광우에게 듣게 된 이유
고전을 많이 읽으라는 잔소리는 정말 책에 대한 소개를 하는
모든 도서에서 지긋지긋하게 들어왔다.
그래서 이 두 작가가 말하는 주장은 그동안의 주장과 달라야 호소력이 있어야 한다. 나는 이 책을 매우 기대해왔다. 첫째는 예상치 못한 신선한 작가들의 조합이다. <꿈꾸는 다락방>,<여자라면 힐러리처럼>,<독서천재가 된 홍대리>,<리딩처럼 리드하라>의 스타 베스트셀러 작가인 이지성이다. 대표작이 많은 것으로 보아서 스타성도 있고 대중성이 있다. 호소력이 강할 것이라 생각했다. 황광우 작가는 <철학 콘서트 1,2>, <위대한 생각들> 그리고 나에게는 <논술 오딧세이>, <논술 1,2,3> 등이 있다.
황광우 작가는 가족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한예종의 전 총장이었던 황지우 시인의 동생이며 황광우 작가 역시 민주화운동으로 인해 옥고를 치르셨다. 한마디로 혁명을 몸으로 실천했다. 그리고 황광우 작가의 글은 특히 끌어당기는 힘이 강해서 기대했다. 처음에 언뜻 책을 봤을 때는 인터뷰만으로 되있는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욕심이라면 어느 부분의 글을 어떤 작가가 썼는지 표시되어있다면 재미있었을 것 같다.
나는 두 작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서 이 책을 골랐다.
이 두 작가가 단순히 잘 팔리는 책을 쓰려고 했으면 더 잘 팔렸을 것 같다. 하지만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고전혁명>을 쓴 것은 어떻게서든 고전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은 절박함에 있다. 기대만큼 대단한 책은 아니었지만 별 볼 일 없던 시카고 대학이 100권의 책을 읽으면서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내게 되었다든지 우리가 모르게 조지 소로스, 스티브 잡스가 빠진 책이 어느 고전이었다든지의 이야기에 솔깃하게 된다.
솔직하게 욕망 때문에 고전을 읽어도 좋다.
어찌 되었든간에 고전이 뿌리는 씨앗이 주는 변화를 체험할 기회는 누구에게나 있다. 시골 어느 지역의 된장을 먹으면서 내가 지금껏 먹었던 된장이 가짜구나 하는 감정을 가지는 것과 유사한 감정이 들 수도 있다. 일단 맛보기를 권한다. 난 시골의 진짜 된장을 먹으면서 매트릭스의 네오가 빨간 약을 선택한 것과 비슷한 기분을 느낀 것 같다. 난 그동안 가짜에 속았다. 만약 두 저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속을 수도 있지만 일단 나는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사서 읽기로 했다. 이것인 진실을 알게 해주는 빨간 약인지 아니면 파란 약인지 곧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