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연습 -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질문 34
리자 하글룬트 지음, 서순승 옮김, 강전희 그림 / 너머학교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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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책들이 나오는 걸 보면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에 왜 책을 안 읽었을까 자책한다. 이런 책들의 질문을 조금이나마 깊게 해봤더라면, 인생의 중요한 선택이나 매일매일의 삶을 조금 다르게 인식하고 보다 나만의 길에 가까이 갈 수 있었을 것 같다.


 이 책은 스웨덴 철학 선생님이 쓴 책이다. 아이들에게 철학은 정말 멀리해야 할 과목(학문보다는)으로 여겨지는데 이런 약간의 생각만으로도 철학할 수 있다고 한다면 거부감이 덜 들 것 같다. 34개의 생각 연습을 위한 도구로 구분과 구별 그리고 논거와 논증을 이야기하고 계속하여 따져 묻는다는 게임의 룰만 제시하고 간편하게 철학자가 즐겨하는 생각 연습을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마음에 드는 것은 거창하거나 인생의 심오한 진리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철학자에 관한 간편한 설명도 마음에 들고, 꾸미거나 의미를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질문으로 남겨두는 것이 자라나는 어린이, 혹은 자라지 못한 어른들에게 더 도움이 된다. 


 그리고 청소년 철학책을 보며 느끼는 것은 오히려 쉽기 때문에 용어의 혼란보다는 본질적인 부분을 조명해주는 효과를 주어서 새롭지만 본질적인 생각을 더 하게 만들어준다는 책이다. 그래서 아직 다 자라지 못한 나에게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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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 사용법 - 텃밭부터 우쿨렐레까지 좌충우돌 DIY 도전기
마크 프라우언펠더 지음, 강수정 옮김, 소복이 그림 / 반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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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내가 원하는 것을 하려면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보다 '무엇을 사면 될까?'로 질문을 하게 된다. 내가 음악을 직접 연주하고 싶어서 기타가 갖고 싶으면 직접 만들기보다 어떤 기타를 사야하는지 고민한다. 이런 건 산업화된 사회에서 우리가 길들여진 탓이지다. 하지만 삶을 더 잘 살기 위해 필요한 물건 또는 '도구'를 만드는 능력은 호모 사피엔스인 우리 모두 다 원래부터 지니고 있다.


'내 손 사용법'이란 제목도 끌렸지만, 책을 자세히 보니 기타를 직접 만드는 것이 제일 궁금해져서 책을 골랐다. IT 버블 시기에 최고 호황을 누리던 약간 괴짜인 듯한 이 가족의 아빠는 버블 붕괴와 함께, 이러한 삶을 계속 유지할 수 없을 위기감에, 그리고 보다 잘 살자라는 생각으로 DIY 실험의 목표를 정한다.


 한 이국적인 섬에서 태초의 열정을 지닌 듯한 멋진 인생을 사는 것은 무참한 패배로 끝난다. 아직 문명의 이기를 벗지 못하고 어색한 걸음으로 걷는 아이처럼 저자는 순진했던 것 같다.그 뒤로 극렬하게 외치는 혁명가보다는 놀이를 하듯 즐기면서 자신의 삶을 조금씩 자기 것으로 만드는 삶이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삶인 것 같다.


 내 손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생태적 삶을 묵묵히 따르는 수도자의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타를 만드는 재미와 숟가락을 며칠 동안 만드는 재미, 에스프레소 머신을 직접 개조하고 맛잇는 나만의 방법을 찾는 것은 오히려 더 좋은 스펙의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나만의 것이 담긴 물건, 나의 확장된 새로운 세계'를 호기심 있게 즐기는 삶의 한 방법이다.


 또한 저자가 한 것 처럼, 닭똥을 처리할 방법을 고심하던 중에 그의 친구 켈리 코인이 알려준 '깔짚 깊이 깔기'로 저절로 해결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노스이스턴대학 기술프로그램 팀장인 존 비티가 만든 자동 커튼 장치(전류가 통하면 모터가 한쪽 방향으로 움직이는)를 이용하여 자동 닭장문 만들기, 광속 측정 장치로 빛의 속도나 지구의 크기, 지구에서 달의 거리, 중력 가속도 구하기를 알아내는 엄청난 만족감을 갖는 내가 꿈꾸던 과학자의 삶을 직접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것도 기쁘다. 


밈스의 전자공학 키트나 마이크로 컨트롤러를 이용해 천연 당콩버터 병을 하루에 한 번씩 뒤집어 재료가 골고루 섞이도록 하는 장치를 위한 프로그램 짜기 등 새로운 도구를 내 스스로 과학을 즐기는 방법을 통해 내 삶도 조금씩 하고 싶은 대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학문이라는 이름의 과학은 너무 앞섰지만 우리 자신이 그만큼 진보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다행히도 이러한 스스로 즐기는 과학, 아마추어 과학을 이미 맛본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자동으로 울리는 알람이나, 귀찮은 것을 조금 해결할 수 있는 기계를 직접 만들 수 있는 것도 괴짜 과학자가 아닌 우리가 직접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손을 사용하는 것은 전문가적 자질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분업이 가져다 준 엄청난 생산성을 이미 맛보고 있다. 조금은 어색하고 서툴더라도 해냈다는 자신감과 내 인생의 즐거움을 아이폰이나 남이 만들어준 기기로 내 삶을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재미를 창출해내는 본연의 삶, 혹은 우리가 알지 못햇던 새로운 삶으로 나아간 마크 프라우언펠더의 진지하지 않은 경쾌한 목소리를 따라가는 일을 나도 하려고 한다. 


닭과 꿀벌들과 함께 자연과 만나고, 문명이 끝낸 듯한 에스프레소 머신의 기능을 내가 조금 손댈 수 있다면, 내가 듣고 싶은 기타의 소리를 내가 직접 만든 기타로 냄으로써 오로지 나만의 것이 된 듯한 음악을 가질 수 있다면 불편쯤이야 조금 눈감아줄 만 하다. 또한 나 혼자 고생하는 것보다 나와 비슷한 길을 걷는 새로운 사람들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기타를 직접 만드는 것, 생각만 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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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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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기자, 주진우 기자, 그리고 나꼼수. 작년부터 올해까지 연일 핫이슈이다. 이 책은 새로운 인물에 대한 것은 아니고 그런 관심속에 나온 책이다. 우리는 이 수줍고 부끄러워하는 기자가 악마기자, 사탄기자라는 것도 안다. 호락호락하지 않고, 때릴수록 더 반항하는 엄마의 막내동생같은 기자다.


 주기자의 책은 목차만 봐도 어떨지 예상간다. 수많은 나꼼수의 에피소드 가운데 그의 활약은 미칠듯이 꼼꼼한 디테일로 웃으면서 들었지만 활자로 이해하게 되는 그의 수사기는 기자의 취재수첩보다는 경찰이나 검찰의 활동일지가 아닐까 할 정도로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있다.


 그가 싸워 온 권력들, 주류와 기득권을 차지하고 언론, 사회, 경제, 정치를 점령하는 그것들에 대해 그는 오히려 더 악마기자가 된다. 억울해서 제 목소리를 못내는 사람들의 기사, 사람들이 권력 앞에서 저절로 기죽게 되는 그곳에서 그는 과감해졌다. 그의 취재기와 '팩트'들을 보면서 그는 주류경제학이 전제하고 있는 합리적 인간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고 생각한다. 주류경제학이 전제하지 않는 인간이다. 그래서 주류의 힘에도 쫄지 않는 비합리적 인간이다.


 그가 단지 소리만 고래고래 지르는 다혈질의 사람이었다면, 우리가 이렇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분노하는 성격과 함께 세심하게 확인하고 검증하고 디테일을 챙기는 모습에서 그는 그가 타고난 성격과 자질을 다한다. 그의 재능으로 인해 순복음교회와 큰 교회의 비리, 이명박 대통령, 조중동 및 친일세력, 대한민국의 경제를 점령한 삼성까지 그는 덤볐다. 때로는 참여정부에게도 악마였다.


 이런 일들은 정의를 수호한다는 가오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취재를 하기 위해 그는 수많은 소송들의 원고로 이름이 올라가있으며, 많은 이들의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다. 그가 편한 길을 갔으면 편했을텐데 죽음으로써도 그 진실을 채 제대로 밝히지 못한 장자연씨의 사연도 기사에 올린다. 


 읽다보면 그가 어떻게 수많은 부당한 현실에 대해 기사를 쓰고 또한 그 분노를 참아냈는지 난 정말 궁금하다. 나꼼수에 합류해서 부끄럽다는 그가 사람 앞에 나서기를 싫어한다는 그에게도 터진 비난속에 팬카페를 찾게 만들었지만, 희화화로 끝나지 않을 그의 사소하지 않은 보도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1%가 아닌 나는 목소리를 낼 수 없으면 기댈 수 있는 한 사람의 사람을, 나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지 않았을까.


 이제 그가 싸우는 길이 더 평안해지리라는 생각은 안한다.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 이 책은 안사려다가 소송을 하도 많이 당하는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을 더 하라는 의미에서 샀다. 그가 아는 사실이 많기에 기대한다. 좀 더 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 목소리도 못내는 사람들의 짱돌이 되어주는, 거대한 권력 앞에서 쫄지 않는 그가 계속해서 악마가 되어주길 바란다. 그리고 그의 책에서는 그가 악마가 되야했던 이야기들을 공감하면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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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소피컬 저니 - 철학과 역사, 문학의 영역을 사뿐히 넘나드는 7일간의 달콤한 철학 여행 1881 함께 읽는 교양 1
서정욱 지음 / 함께읽는책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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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사를 해외 유명 학자의 원서로 보기는 겁난다. 두께도 물론이고, 수많은 개념어, 이해못할 사상을 이미 알고 있다고 전제하고 서술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쉬운 말로 이해할 수 있는 2차 저서가 필요하다.


 여행이라하면 조금은 철학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두께는 여전히 600쪽이 넘었다. 그런데도 활자의 크기나 레이아웃 덕분에 활자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요약은 제대로 된 이해를 요구하기 보다는 일종의 선입관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너무 많은 개념과 철학자의 이름으로 혼란을 겪지 앉으려면 이런 작업이 필요하기는 하다.


 책에서 아쉬운 점은 니체나 내가 아는 일부 철학자의 핵심 사상이 다 나오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수많은 철학자를 일괄하기는 힘들지만, 현대 철학의 유명한 사상가 중 일부가 들어갔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조금의 밀도있는 글이 들어갔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특히 청소년이나 어린이들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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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태의 스토리 철학 18
남경태 지음 / 들녘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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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이 왜 재미없고 난해하다고 느껴질까? 정직한 대답은 정말 그렇다는 것이다. 철학의 실용성에 대한 의문, 혹은 철학을 포함하는 인문학의 무용론은 사람들은 철학에서 멀어지게 한다. 그리고 악순환인지 철학이 재미없다는 편견도 이에 대한 믿음을 강화한다(조금 다른 각도에서, 깊이 안다면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철학이 재미없는 것은 이야기를 채우는 빈 곳이 없어서다. 인식론적 완벽함, 논리에도 빈틈이 없어야 하고 반박가능성에 대비하여 더욱 견고한 철학의 주장은 우리의 상상력이 개입할 여지를 거의 안 준 것이 사실이다. 남이 하는 이야기 외우는 것이나 듣는 것은 진짜 고역이다. 


 그래서 한동안 철학을 이끈 로고스(이성)대신 이를 다른 것으로 채우려는 시도가 현대철학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나 싶다. 이성과 이를 사용하는 주체에 대한 완벽한 신화가 깨어지고 이를 반박하는 흐름 속에서 나는 그동안 철학에 대한 편견을 잊고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철학에 친근함을 느꼈다.


 로고스 대신 신화에서 볼 수 있는 텔로스로 철학을 이해하자. 아마도 저자의 시도는 이러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놓치지 않는 사실은 철학은 단순히 일상을 더 잘 헤쳐나가기 위한 나침반이나 현자의 돌이 아니라는 것이다. 철학의 핵심, 본질은 생각함에 있다. 사유,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철학이지 그들을 따르는 것이 철학이 아니다. 동감한다.


 그래서 저자의 스토리 철학에는 일상과 철학을 매개하는 18가지의 주제가 있다. 저자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인 <개념어사전>과 궤를 같이 한다고 생각하는데, <개념어사전>이 사전식 구성으로 이해한다면, 이 책은 미리 주제에 관한 글들로 이야기하면서 우리 각자가 생각을 발상할 수 있도록 구상했다. 터무니없거나 형이상학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의 이야기, 과거 철학자간의 대화, 연애편지, 직업을 둘러싼 각 개인간의 고민 등으로 이 스토리 자체만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래서 다른 책보다 더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철학 책의 난제는 다양한 철학자의 이름과 개념이 쓰여서 문장 자체의 매력이 개념에 가린다는 것인데 그 문제는 저자의 <개념어 사전>과 공유해서 보면 어느정도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 또 <개념어 사전>에 실린 주제어들 상당수가 이 <스토리 철학>의 이야기로 진화했다.


 2012년에 책을 읽다보니 '[스토리 8 텍스트] 검색되지 않는 정보 -텍스트의 투명성/불투명성'에 대해 이야기 할 때, 특히 음악이나 미술, 주관성을 가지는 텍스트들은 검색하기가 힘들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아이폰의 'sound hound'라는 어플로 우리가 듣고 싶어 하는 음악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이미지 리플레이 등으로 원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동영상을 찾을 수도 있다. 음악이나 미술도 텍스트의 투명성을 논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변했다. 이에 대해서 텍스트에 대한 다른 논의를 시작해도 좋을 것이다.


 표지가 디자인에 대해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 더 직관적인 이미지를 사용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텍스트 자제에 대해서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 시기에 뒤늦게라도 조명을 받았으면 하는 책이다. 인문학의 장점은 서로 다른 관점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것이다. 철학도 마찬가지다. 텔로스의 힘을 빌려서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각색된 18가지의 이야기는 우리 일상을 대하는 생각을 발전시키고 사유로 몰입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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