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태의 스토리 철학 18
남경태 지음 / 들녘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철학이 왜 재미없고 난해하다고 느껴질까? 정직한 대답은 정말 그렇다는 것이다. 철학의 실용성에 대한 의문, 혹은 철학을 포함하는 인문학의 무용론은 사람들은 철학에서 멀어지게 한다. 그리고 악순환인지 철학이 재미없다는 편견도 이에 대한 믿음을 강화한다(조금 다른 각도에서, 깊이 안다면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철학이 재미없는 것은 이야기를 채우는 빈 곳이 없어서다. 인식론적 완벽함, 논리에도 빈틈이 없어야 하고 반박가능성에 대비하여 더욱 견고한 철학의 주장은 우리의 상상력이 개입할 여지를 거의 안 준 것이 사실이다. 남이 하는 이야기 외우는 것이나 듣는 것은 진짜 고역이다. 


 그래서 한동안 철학을 이끈 로고스(이성)대신 이를 다른 것으로 채우려는 시도가 현대철학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나 싶다. 이성과 이를 사용하는 주체에 대한 완벽한 신화가 깨어지고 이를 반박하는 흐름 속에서 나는 그동안 철학에 대한 편견을 잊고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철학에 친근함을 느꼈다.


 로고스 대신 신화에서 볼 수 있는 텔로스로 철학을 이해하자. 아마도 저자의 시도는 이러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놓치지 않는 사실은 철학은 단순히 일상을 더 잘 헤쳐나가기 위한 나침반이나 현자의 돌이 아니라는 것이다. 철학의 핵심, 본질은 생각함에 있다. 사유,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철학이지 그들을 따르는 것이 철학이 아니다. 동감한다.


 그래서 저자의 스토리 철학에는 일상과 철학을 매개하는 18가지의 주제가 있다. 저자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인 <개념어사전>과 궤를 같이 한다고 생각하는데, <개념어사전>이 사전식 구성으로 이해한다면, 이 책은 미리 주제에 관한 글들로 이야기하면서 우리 각자가 생각을 발상할 수 있도록 구상했다. 터무니없거나 형이상학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의 이야기, 과거 철학자간의 대화, 연애편지, 직업을 둘러싼 각 개인간의 고민 등으로 이 스토리 자체만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래서 다른 책보다 더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철학 책의 난제는 다양한 철학자의 이름과 개념이 쓰여서 문장 자체의 매력이 개념에 가린다는 것인데 그 문제는 저자의 <개념어 사전>과 공유해서 보면 어느정도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 또 <개념어 사전>에 실린 주제어들 상당수가 이 <스토리 철학>의 이야기로 진화했다.


 2012년에 책을 읽다보니 '[스토리 8 텍스트] 검색되지 않는 정보 -텍스트의 투명성/불투명성'에 대해 이야기 할 때, 특히 음악이나 미술, 주관성을 가지는 텍스트들은 검색하기가 힘들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아이폰의 'sound hound'라는 어플로 우리가 듣고 싶어 하는 음악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이미지 리플레이 등으로 원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동영상을 찾을 수도 있다. 음악이나 미술도 텍스트의 투명성을 논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변했다. 이에 대해서 텍스트에 대한 다른 논의를 시작해도 좋을 것이다.


 표지가 디자인에 대해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 더 직관적인 이미지를 사용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텍스트 자제에 대해서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 시기에 뒤늦게라도 조명을 받았으면 하는 책이다. 인문학의 장점은 서로 다른 관점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것이다. 철학도 마찬가지다. 텔로스의 힘을 빌려서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각색된 18가지의 이야기는 우리 일상을 대하는 생각을 발전시키고 사유로 몰입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