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일단 독특한 설정, 독특한 느낌, 이전과는 다른 것을 시도한 도전이 마음에 드는 연극이었다.
(물론 그렇기에 따라오는 아쉬움+개선점도 없지 않았지만.)
대부분 공연이 사랑, 그 달달하고 귀여움을 주제로 한다면 <이웃집 발명가>는 조금 다르다. 남과 여가 나오지만, 게다가 마지막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오히려 전체적인 극의 주제는 교훈적이다. 요컨대 이런것. "우리가 살아가는 데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라는 물음 같은 것. 또 하나. 상당히 아이러니한 대화를 중심으로 극이 이어진다. 이어질 듯 서로 다른 말을 하는 두 사람. 그 안에서 싹트는 정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이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를 걸어가듯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여자의 대사를 듣고있자면 처음에는 짜증으로 시작해 뒤로 갈수록 그녀의 매력을 느끼게 되더라.)
어느 날, 한 특이한 남자가 더 특이한 애완견(이라고 부르고 사람같이 대한다.)과 동네사람들을 기다린다. 얘기를 들어보니.. 흠~ 새로운 발명품을 첫소개하는 날인가보다. 그런데 등장한건 앞집으로 새로 이사온 여자. 한 바탕 잔소리 후 이어지는 발명품 소개. 그러나 어둠에 휩싸인 공간에서 느닷없이 들리는 여자의 비명소리 "꺅~". 아니, 그 잠깐 새 도대체 무슨일이??
발명가 남자를 향해 독설+일장 연설을 퍼붓는 여자는 다신 안 볼 것 처럼 가버리더니 며칠 후 다시 찾아온다. 그리고 우연히 밝혀지는 몇일 전의 실수. 시간이 오가며, 두 남녀와 이상한 개의 아이러닉한 대화는 끝없이 이어진다.
그리고 극의 클라이막스(?). 알고보니 천재였던 남자의 일상생활을 가능케했던 모든 물건들을 사정없이 못쓰게 만들어버리는 (사실 그보다 더한 짓을 하는) 그녀. 세상 만사 편하게만 살아오던 이 남자. 모든 걸 다 잃은 지금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둘.
직접 음식을 해먹을 필요도 없고, 필요하면 시간을 돌릴 수도 있던 이웃집 발명가 그 남자. 그러나 그 여자의 등장으로 그는 새로운 삶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우리 삶의 진정성은 단순히 편리함을 추구하고 잘 사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사람과 함께 부대껴 살며 어울리는 것은 아닐까? 라는 질문을 연극은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셋.
공연장에 대한 아쉬움 : 소극장이어서 역시나 비좁은 자리. (하지만 소극장만의 그 옹기종기 모여앉은 느낌이 좋으니 패스)
너무 더웠다. 공연이 끝나갈때쯤 되서는 집중이 어려울 정도로 무덥지근. 냉방이 잘 됐다면 좀 더 편안하고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운이 좋았던걸까 아닐까, 보러간 공연은 <이웃집 발명가>의 첫 공연날이었다. 아직은 서투르게 시작한 만남이지만, 더 많은 관객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발전하는 연극으로 거듭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