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기별] 서평을 써주세요
취향의 문제다. 종종 책을 읽다 보면 객관적으로 그저 그런 것을 느낌에도 내 안의 무엇과 공명해 '좋다' 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이 있다. 반대로 객관적으로 괜찮다 싶은 책임을 아는데 내 안의 무엇과 핀트가 맞지 않아 '별로다' 라고 말해야만 하는 작품이 있다. 김훈이란 작가를 글로써 처음 만난 <바다의 기별>은 나에게 후자의 작품으로 다가왔다.
김훈이란 작가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된 건 지난 북페스티벌 작가와의 대화에서였다. 아련한 기억을 되살려보면 그 때 그의 말 중 나를 움직인 것은 다음의 말이었다. "내가 쓸 수 있는 단어는 몇 개 안 된다. 그 걸 가지고 나는 쓰고 있다." 이런 류의 문장이었던 것 같다. 젊었을 적에는 오히려 쓸 수 있는 단어가 많았다던 김훈 작가. 사랑도, 열정도, 투쟁도, 희망도 모두 그가 쓸 수 있는 단어였는데 세월이 지나고 보니 그런 단어들은 하나도 쓸 수 없다는 그의 말에 난 세상을 너무 쉬이 보고 있던 게 아닌가 마음을 쓸어내린 기억이 난다.
그런 그의 반듯하고 딱 부러지는 인상이 <바다의 기별> 전체에 아우러 녹아있다. 세태에 대한 직설적인 꼬집음, 자신이 믿는 바에 대한 굳은 소신,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날리는 강타까지. 그가 말하는 철없는 젊은이인 나는, 그래서 그의 글이 무섭다. 너무나 반듯한 직선같은 그의 글은 지나간 과거의 추억까지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풀어놓는다. 정확히 그려지는 장면에 차가움을 가장한 따뜻함이 녹아내려있다.
그렇다. 그의 글은 진실로 따뜻하다. 매서운 한마디는 결국 이 세상을 너무나도 사랑하기에 꺼내놓지 않을 수 없던 그의 한 마디였을 뿐이었다. 과거를 추억하는 그의 눈과 손은 담담하지만 그 시절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꽉 채워진 보따리와 같다. 설사 그와 같은 시대를 살지 않았던 사람들조차 그가 그리는 세상을 마음 속에 그려낼 수 있을 정도이다. 내용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지만, 김훈 표 이야기는 결코 춥지 않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만의 구수한 시선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져있다. '바다의 기별', '기다려라, 우리가 간다', '말과 사물'. 무엇에 의한 나눔일까. 책을 읽으면서는 알 것도 같던 그 구분이 막상 쓰려고 보니 모호해진다. 일상, 과거를 오가는 김훈의 사색. 현실에 대한 김훈의 시선, 글에 대한 김훈의 논리. 그러나 이렇게 나누는 게 다 무슨 소용일까. 에세이란 읽고 느끼면 된다. 조금은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며, 그러나 오로지 자신의 감정과 생각으로.
이야기를 마치면서 한 가지 고백을 해야겠다. 그의 '말과 사물'을 읽으며 군더더기 없는 문장을 쓰리라 다짐했었다. 그러나 자신의 글쓰기라는 건 쉬이 변하기 힘든건지. 여전히 난 또 정서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었다. 문장은 몽매해지고, 사실은 내 글에서 멀어져간다. 오로지 사실만을 담아, 그 자체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런 놀라운 문장에 가까워지길 고대하며 서투른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