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
조진국 지음 / 해냄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에스프레소 콘빠냐를 좋아한다. 자주 마시지는 않지만 특별한 날, 특별한 시간에 문득 그리워지는 커피다. 아래엔 쓰디쓴 에스프레소가, 위에는 달달하고 부드러운 크림으로 덮힌 자그마한 잔에 나오는 에스프레소 콘빠냐. 나는 이 커피를, 컵에 입을 대고 차가운 크림을 입에 묻히며 그 사이로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차가움과 뜨거움, 달콤함과 씁쓸함을 함께 맛보는 그 첫 맛은 진정 나를 행복하게 한다.

 

갑자기 왜 에스프레소 콘빠냐냐고? 바로 사랑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나에게 사랑=에스프레소 콘빠냐다. 겉은 달콤하지만 그 속은 분명 씁쓸함이 존재하는. 그 맛을 <고마워요, 소울메이트>의 저자 조진국은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로 표현했다. 그리고 사랑의 시작부터 힘든 시간을 거쳐 이별과 다시, 까지를 바로 우리의 이야기로 담아냈다. 드라마처럼 과하지 않으면서 사랑의 작은 조각들을 한껏 담아내어.

 

솔직히 띠지에 붙은 사진을 보지 않았더라면 혹시 여자 작가가 아닌가 의심해봤을 법 하다. 그만큼 연애에 흠뻑 빠진 조희정의 마음이 '잘' 그려져있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바로 그거였어! 라며 무릎을 치게 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일상적이지만 예쁜 장면에 가슴 설레기도 한다. 사랑하고 있어서일까?

 

저자는 책 말미에서  "빼어난 문장이 아니라 서투른 진심으로 채운 이 글" 이란 표현을 한다. 그저 스치듯 지나가면 겸손한 작가구나 라고 생각할 문장에서 나는 또 한 번 그의 감성에 굳, 이란 표현을 채워준다. 사랑을 그린 글에 빼어남은 사치이다. 오히려 서투른 진심으로 가득찼기에 이 책은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랑을 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우리가 하는 사랑이란 완벽할 수 없는 것이니까. 처음 만나는 그와 그녀의 스토리가 노벨수상작가의 글처럼 완벽하다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도록 정형화되어있다면 도대체 누가 할까, 사랑이란 것을.

 

희정과 경진의 이야기. 아는 선배로부터 시작된 만남은 자연스럽게 취미와 일상을 공유하며 사랑이란 길로 들어선다. 함께 무언갈 하고, 서로를 그리워하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 행복해하고. 그러나 사랑이 어디 그리 호락호락하기만할까. 방해자도 있고, 무엇보다 사랑에 느끼는 불안감은 넘치는 사랑조차 밀어내버린다. 이별 그리고 다시 찾아오는 만남. 나는 그녀와 그의 마지막이 진짜 마지막이 되었는지 새로운 시작이 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슬프지는 않았다. 그만큼 예쁘고 후회없다는 감정으로 가득차 있었으니까.

 

책 속에 거북과 토끼의 이야기가 나온다.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은 거북,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토끼. 모든 사람들이 토끼가 되길 원하겠지만 긴 삶 속에서 우리는 때론 토끼가, 때론 거북이 된다. 이왕이면 바라보는 거북보다 바라봐지는 토끼가 맘 편하겠다. 당연하게도. 그러나 사실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은 순간순간 거북도 토끼도 된다는 걸. 토끼처럼 보이는 이면에 거북이같은 느리고 가득찬 마음이 있다는 걸.

 

이 세상 모든 거북에게 이 책을 바치고 싶다던 조진국씨의 말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주는 사랑의 응원가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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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 2008-12-22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장가의 글을 읽는다. 칼의 노래처럼, 남한산성처럼, 자전거 여행처럼, 그의 성격이 그의 글에 녹아있다. 담백하게. 그리고 이번 책은 그 모음집과 같다. 액기스 같다. 그를 최소한 이해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선물이다. 한 장을 읽고 먹먹한 가슴을 쓸어내린다. 한 권을 읽고 다시 읽을 날을 예약한다. 그렇다. 한번 보고 책장에서 먼지 먹을 책이 아니다. 싸구려 마음이 아니다. 그렇게 김훈이 나에게 왔다. 말을 걸어왔다. 진심으로. 나도 진심으로 이 책을 사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