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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고 잘 죽는 법 - 선물같은 오늘을 더 행복하게 사는 지혜
이지현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제목은 잘 살고 작 죽는 법이다.
영어로는 Well being, well dying 으로 적혀있다.
나는 사실 잘 “살고” 잘 “죽는” 방법이 쓰여있을 줄 알았는데, 이 책의 대부분은 잘 “죽는” 법에 할애되어 있다.
어떻게 죽으면 잘 죽은 것일까?
과거 경제가 어려웠을 때는 보리고개를 운운하며 쌀밥이 그리웠을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현 주소는 잘 사는 것보다는 생을 잘 마감하는 방법에 관심을 가져도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살아가는 것에만 focus를 맞추고 살아가는 것 같다.
당장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지, 오늘 하루가 지나서 죽음으로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긍정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라고 말한다면 할말이 없지만, 생애에 시간이 많을 때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우리 모두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이미 well-dying에 대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나는 태어나서 그런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러나 평소 죽음을 준비하는 삶을 살았다면 실제 죽음이 닥쳤을 때도 훨씬 아름답게 생을 마감할 수 있지 않을까?
후회도 덜 하고 말이다.
이 책에서는 유언 작성법과 존엄한 죽음을 위한 선언서 예문 등이 실려있다.
유언은 말 그대로 내가 죽은 뒤 남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놓은 것이다.
그러나 유언이 법적 효력을 가지려면 공증이 필요하다.
유언은 반드시 자필로 써야하고 작성 연월일, 주소, 성명을 쓰고 도장을 찍어야 한다.
또한 증인 두 명의 서명이 필요하다.
이 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못하면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없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나도 이 책을 읽고 유언을 작성해봤다.
정말 뜻 깊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자부하니 모두 한번 작성해 보는 것을 권한다.
물론 증인도 없고 공증을 받지 못해서 법적 효력은 없지만 말이다.
죽음을 위한 선언서도 정말 인상 깊었다.
내 평소 죽음에 관한 가치관과 일치했기 때문에 나도 나의 죽음 선언서를 거침없이 작성했다.
환자에게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준다는 것!
나도 존엄하게 죽고 싶다.
사실 죽음을 논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람들은 죽음을 무서워하고 죽음이란 사실 별로 떠올리고 싶어하지 않는 주제다.
죽음이란 것에 정면으로 물음표를 던진 책에 감사한다.
웰리빙에 관한 책은 사실 많이 접해봤지만 웰다잉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고, 남은 삶을 더 가치있게 살아야겠다고 느꼈다.
나의 남은 인생의 가치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해 준 이 책에 감사한다.
이 책의 말처럼 선물 같은 오늘에 감사하면서, 이 책의 233쪽에 실려있고, 알폰스 데켄의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중에서 발췌했다고 되어있는 존엄을 위한 죽음선언서 예문을 첨부한다.
저는 제가 병에 걸려 치료가 불가능하고 죽음이 임박한 경우를 대비하여 저의 가족, 친척, 저의 치료를 맡고 있는 분들께 다음과 같은 희망을 밝혀두고자 합니다. 이 선언서는 저의 정신이 아직 온전한 상태에 있을 때 적어놓은 것입니다. 따라서 저의 정신이 온전할 때에는 이 선언서를 제 자신이 파기할 수도 있지만 철회하겠다는 문서를 재차 작성하지 않는 한 유효합니다.
1. 저의 병이 현대 의학으로 치료할 수 없고, 곧 죽음이 임박하리라는 진단을 받은 경우 죽는 시간을 뒤로 미루기 위한 연명 조치는 일체 거부합니다.
2. 다만 저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는 최대한 취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로 인해 마약 등의 부작용으로 죽음을 일찍 맞는다 해도 상관없습니다.
3. 제가 몇 개월 이상, 이른바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을 때 생명유지를 위한 연명 조치를 중단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와 같은 저의 선언서를 통해 제가 바라는 사항을 충실하게 실행해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저의 요청에 따라 진행된 모든 행위의 책임은 제 자신에게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