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어쩌면 감추어진 여자의 욕망에 관한 책이다. 아니, 남자가 알고싶은 여성의 성 정체성 정도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아직은 한국사회에서 말하기 부끄러운 주제, 조금은 창피할 수 있는 여자의 성에 관한 이야기다. 나도 여자인지라 이 책을 읽으면서도 공공장소에서는 왠지 읽을 수 없고 누가 슬쩍 보기하도하면 책을 화락 덮어버리고 딴청을 부리고있는 어쩔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죄짓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감정을 느껴야하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아직은 베일에 가려진 여성의 성에 관한 이야기를 썼다는 점에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의 저자는 (놀랍게도) 남자다. 따라서 여성의 느낌을 직접 알수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여성의 입장을 헤아려 써주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성도 남성과 같이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성에 대한 고민과 자신의 정체성 등에 대한 고민을 하게된다. 그리고 그에 관한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조금은 과감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그런데 (조신한 척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와는 조금 다른 생각이 많아서 책을 그리 유쾌하게 읽을수는 없었다. 남자와 여자의 관계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봉사하는 것이 80% 이상이라는 말이라거나, 세번의 만남 후 상대가 마음에 들면 두번의 잠자리를 갖고, 그것도 좋으면 3의 배수로 사귀면 된다는 등의 발언은 다분히 '남성적 작가'의 입장에서 원하는 여성상을 쓴 것은 아닌가라는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물론 책 전반적인 내용은 객관적 사실에서 쓰여진 것이겠지만 이런 한단어 한단어가 독자의 맘을 상하게 할 수 있음을 인지하셔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추천하지는 않으며, 차라리 구성애씨 강의를 한번 더 듣는 것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