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야기 1 - 독일어권 유럽의 역사와 문화
임종대 외 지음 / 거름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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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때 제 2외국어로 독일어를 선택했었다.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독일어라고 해봤자, 아주 기초적인 내용만을 가르쳐주기 때문에, 수업시간마다 선생님께서는 독일어 알파벳인 “아,베,체,데,에,에프,게, ...”를 외우게 하는 것으로 수업을 시작하셨다. 그래서 독일 하면 아직도 그 때 외웠던 알파벳이 먼저 떠오르곤 한다.

 이 책은 1권과 2권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리고 둘은 전혀 다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1권은 독일을 포함한 독일어권 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주로 다룬다. 4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 독일의 역사,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와 유대인의 역사와 문화, 독일의 철학과 문학과 예술,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화이론에 대해 정리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자세하고 꼼꼼히 설명을 한다고 해도, 그런 장황한 설명들은 직접 보지 않으면, 제대로 효과를 거두기가 힘이 든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제대로 된 방법을 쓰고 있다. 각 장마다 문화유산이나 건축물, 역사를 담고 있는 연보 등을 실어 시각적으로도 확인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의 성당 건축물들이 장관을 이룬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처음 보는 BMW 건물 양식이 내게는 독특하고 새로웠다. 이렇게 <독일 이야기>를 쓴 저자 덕분에 앉은 자리에서 독일의 건축물들과, 유물, 풍경들을 볼 수 있어 마치 한차례 가이드를 대동하고 독일 여행을 하고 돌아온 기분이었다.


 독일은 그 신화부터 시작해서, 온전하게 독일만의 것으로 이루어진 게 최근을 제외하면 거의 드물다고 볼 수 있다. 자주 다른 나라의 역사와 겹치고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일사, 혹은 독일에 관한 연구는 주변 유럽의 국가들과 맞물려서 진행되곤 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독일에 관한 역사뿐만 아니라,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유대인들의 그것까지도 함께 다루어서 유익하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유대인의 역사 부분을 읽으면서는, 이 책의 주제가 독일임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아팠던 것을 어쩔 수가 없었다. 엄청난 박해와 학살이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세 번째 독일의 철학과 문학과 예술 부분에서는 주로 작품과 인명 위주의 서술이 중심이 되고 있다. 정말 독일은 음악의 나라이고 철학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사람들과 사상을 낳았다.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칸트, 헤겔, 마르크스를 비롯하여 음악가인 헨델, 모차르트, 베토벤, 베버, 슈베르트, 브람스, 멘델스존, 바그너 등 수많은 ‘위인’들의 이름이 거론된다. 

 마지막 부분인 문화이론이 내게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여러 내로라하는 학자들의 말을 빌려 ‘문화’라는 것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마르크스와 포스트모더니즘, 그리고 페미니즘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다루고 있다. 좀 놀라웠던 것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었다. 자칫 헷갈리기 시작하면 한없이 구렁으로 빠질 수 있는 이드, 자아, 초자아의 개념을 자세히는 아니지만, 기초적인 틀을 잡을 수 있도록 명료하게 설명한 부분 때문이다. 덕분에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한국과의 관계도 중간 중간 등장하고 있어서 반갑기도 하고 약간씩 흐트러지던 집중력도 다시 높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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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루케이도의 희망 메시지
맥스 루케이도 지음, 정성묵 옮김 / 가치창조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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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스 루케이도, 왠지 풍채가 좋을 거라고 혼자 상상했다. 그런데, 표지 속의 저자는 상상과는 달리 상당히 마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맥스 루케이도의 희망 메시지>는 그리 두껍지도 않았고, 페이지마다의 글자 크기도 그리 작지 않았으며, 빼곡한 줄글들로 채워져 있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이 책이 술술 읽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나하나마다의 의미를 되짚어봐야 했기 때문일까.

 저자 맥스 루케이도는 읽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잃지 말아야함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예수처럼 되렴(Be Like Christ)”이라는 문구를 시작으로 저자의 설교는 계속되고 있었다. 맥스 루케이도는 좀 더 효과적인 설교를 위해 성경에 쓰여 있는 구절들을 인용하고, 그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독자들에게 전달해주고 있다. 책으로 말씀을 읽는 것은, 교회에서 목사님의 말씀을 귀를 통해 듣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새롭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페이지 사이사이에 들어가 있는 삽화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기독교가 종교라고 말하면서도 한 번도 제대로 종교서적을 읽어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 책은 기독교 관련 서적이었다.

 다행히 내 종교는 기독교이다. 어쩌면, 내가 기독교를 믿고 있지 않다거나, 혹은 다른 종교였다면 거부감이 일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희망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 말씀을 인용하고, 하나님과 예수님에 대한 극찬이 끊이질 않기 때문이다.

  나에 대한 정보를 기록해야할 때가 있으면, 종교란에 ‘기독교’라고 적는다. 하지만, “나는 독실한 ‘주님의 신자’입니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없다. 그렇다면 성실하게 교회에라도 나가느냐고 묻는다면, 그 역시 ‘그러하다’고 대답할 수가 없다.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에 새삼 부끄러워지면서 내가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는‘그분’을 진정으로 믿고 있는지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되었다. 내가 어려움에 닥쳤을 때만 예수님을 찾아 헤맨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니, 그랬던 것만 같다. 시험을 보기 전날이거나, 아플 때나, 도움이 필요할 때만 정말 열심히 기도를 했었다. 그래서 내가 하는 기도는 감사함을 전하는 말보다, 내 자신을 반성하는 말보다도, 끊임없는 요구로 가득 찼던 것 같다.

 사람은 결코 혼자서는 살 수 없다. 이는 인간이란 사회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더불어 살아야한다는 말도 포괄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게 무엇이 되었든지 자신의 의지할 곳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이라는 존재와 함께 종교가 생겨났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고, 나도 어느 정도는 그 의견에 동조하는 편이다. 물론 무교-샤머니즘을 말하는 게 아니라, 종교가 없는 것을 뜻한다-인 사람들도 많고, 무신론자들 또한 많다. 하지만, 나는 어딘가에 의지하면 좀 더 마음이 편안해지고 믿음이 생기는 것 같아 신의 존재를 믿는다. 여기에는 신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내가 비과학적인 현상들을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기인하고 있다. 그리고 신을 믿음으로 해서 철없게도 신을 원망할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가끔, 어쩌면 때때로, 괴로움이 닥칠 때가 있다. 원하는 대로 일이 되지 않을 때도 있고 말이다. 그럴 때면 왜 내 기도만 들어주지 않는 거야, 하는 푸념을 늘어놓기도 하고, 딱 겪을 수 있는 고통만 겪게 하신다는 말씀을 떠올려보기도 한다. 그 말씀처럼, 고통 속에서, 고난 속에서 믿음을 버리지 말고, 좌절하지 말고, 희망을 갖는 자세를 키우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도의 힘은 
  기도하는 자가 아닌 
  기도를 들으시는 분께 있다.


  누군가 땅에서 기도하면 하늘의 행동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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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20대 명품 인생을 준비하라
정영순 지음 / 라테르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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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품. 듣기만 해도 혹하는 단어가 아닐까.

 내 나이 한창 이십대. 철이 없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마음껏 돈도 쓰고, 말 그대로 명품도 실컷 사보고 싶은 나이이다.

 

 이 책의 저자는 명품을 두른다고 다 명품인간이 되는 건 아니라고 말하면서, 기꺼이 명품 값을 치루면서 자신에게 투자하라고 말한다. 명품 인생을 준비하기 위한 키워드를 10개의 항목으로 나누어 설명하면서 각 장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다시 한 번 요약하고 강조한다. 결론적으로, 오리지널이 되려거든 그만큼의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말이다. 겉모습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영혼에도 투자를 하라는 뜻이었다.

 저자가 한 말 중에서 가장 나를 깨우친 말이 있다. 보통 오래되고 희소가치가 있는 것들은 값이 올라가게 마련이다. 모나리자 그림이 어마어마한 값어치가 있는 이유는 세상에 오직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 자신도 세상에 하나뿐이지 않은가. 더구나 가만히 있는 모나리자에 비해서 나는 살아 움직이고 그 때문에 뭐든지 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까지 있으니, 정말 나야말로 값을 매길 수 없는 명품 중의 명품인 것이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저자가 대단한 사람으로 느껴졌다. 맘만 먹으면 척척 해내니 말이다. 은행원에, 스튜어디스에, 유학에, 학위 따는 것까지, 정말 못해내는 것이 없는 현대판 원더우먼이었다. 그래서 살짝 질투가 나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저자는 이런 자신의 경험들을 얘기하면서 주장에 대한 근거로 삼았다. 그런데, 너무 경험 얘기에 치중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인지, 그게 자기자랑처럼 느껴져서인지-충분히 자랑할 만큼의 그녀 인생의 놀라운 ‘업적’이기는 했다-, 약간 저자의 자서전인 듯한 느낌도 들었다. 물론 경험담만을 늘어놓은 것은 아니었다. 명품 인생을 준비하라는 주제 아래, 도자기에도 비유를 해서 설명하고, 빌게이츠나 박지성 등의 일화도 예로 들고 있다. 아프리카의 풍습과 독일 작곡가인 맨델스존의 일화도 소개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피력해나갔다.

 

 이 책을 읽고, 재정적인 조건을 갖춘다고 해서, 그렇게 해서 겉으로만 명품이 된다고 해서 다가 아님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내적인, 영혼의 명품화를 위해서,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고 바른 언어습관을 기르고, 당찬 마음가짐과 긍정적인 표정을 가꾸어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내가 명품 인생을 살기 위한 노력이 결코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의 만족감을 채우기 위해서라는 점이다. 항상 그것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몸과 마음이 헤이해질 때마다 꺼내어 되새겨야겠다. 

  당신 안에 엄청난 것이 숨겨져 있다.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알에서 아기 새가 나와 하늘을 나는 큰 새가 되듯이, 
  작은 씨앗이 자라나서 꽃을 피우듯이, 
  당신도 이제 당신 자신을 표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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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 달러 초콜릿
황경신 지음, 권신아 그림 / 북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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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하다. 초콜릿.

 제목에서 느껴지는 달콤한 느낌만으로 이 책을 골랐다. PAPER라는 잡지에 싣는 글로 유명한 황경신과 일러스트레이터 권신아를 나는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다. 핑계를 댄다면 나는 만화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하면 될까. 그래서 작가와 일러스트의 후광은 뒤로하고 제목만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예전에는 책을 읽을 때 프롤로그나 에필로그는 그냥 건너뛰고 ‘본문’에만 충실해 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언젠가 우연히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읽은 적이 있는데 책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 뒤로는 프롤로그, 에필로그도 절대 빼놓지 않고 읽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 <밀리언달러 초콜릿>은 프롤로그부터 아름답고 달콤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단추 초콜릿 두 봉지가 하얀 눈 위로 날리듯이 떨어지는 아름다운 풍경. 그 색색의 초콜릿은 이미 내 마음속에서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예쁜 파스텔 그림으로 그려졌다.

 아주 어렸을 때, 그러니까 읽는 책의 장르가 동화책이었던 시절, 내 꿈은 아동문학가였다. 내가 읽는 동화책들을 써준 멋진 작가처럼 나도 훌륭한 아동문학가가 되어 어린이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늘 줄 모르는 글 솜씨라는,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혀 어린 시절 꿈은 그렇게 꿈속에 묻어 버리고 말았다. 이 책 <밀리언달러 초콜릿>을 읽고 새삼 그 때가 다시 떠오른 건 왜였을까. 아마도 내 안에서 나도 모르게 동경하고 있던 멋진 ‘글 솜씨’를 드디어 봤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단어 하나하나가 마치 초콜릿처럼 달콤하고 맛이 있었다. 황경신 작가의 에세이라고도 할 수 있고, 시라고도 할 수 있는, 한 편 한 편의 글마다 저마다의 인생과 사랑을 주제로 길고 짧은 글들이 실려 있었다. 그리고 읽는 내내 구름 위를 걷고 있었다고 해도 절대 과장이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나는 이 책에 푹 빠져들었다.  

 작가의 글 못지않게 내 시선을 사로잡은 일러스트 또한 아름다웠다.



 

 학교 수업에서도 미술 시간을 제일 싫어했을 만큼 나는 미술에도 참 소질이 없다. 그림 잘 그리는 친구를 보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밀리언달러 초콜릿>은 그러니까 내가 부러워하는 것들로만 가득한 책이었다. 순수함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그림부터 아름다운 글까지 아주 달콤한 초콜릿을 입에 한가득 문 느낌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황경신과 권신아의 글과 그림이 담겨 있을 PAPER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보다 훨씬 많은 양의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랑은 그냥 하는 것입니다. 아시겠어요? 
   믿는 게 아니라, 그냥 나누는 것입니다.“

  부드러운 바람을 타고 가볍게 하늘을 유영하고 있는 구름, 
  그리고 구름을 어우르며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는 바람. 
  당신은 이런 사랑을 배운 적이 있나요? 
  아주 오래 전에 시작되었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구름과 바람의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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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지음, 오은숙 그림 / 별이온(파인트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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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나를 위해 책을 써준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나를 위해 동화를 지어주고, 사람들이 그 책을 읽고 함께 공감하고 재미를 느낀다면. 나는 실제의 앨리스가 아니라서, 어떤 기분인지는 짐작도 못할 테지만, 상상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일인 것 같다. 새삼 그 때의 앨리스가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부러운 마음을 갖고서 하드커버를 넘겨본다. 그 속에는 보는 순간 마음을 사로잡는 예쁜, 그리고 환상적인 일러스트가 펼쳐진다. 당장에라도 그 속으로 빠져들고 싶게 만드는 그림들이다.

   

 앨리스는 말하는 토끼를 따라간다. 그곳에서 작은 병에 든 물을 마신 앨리스의 몸은 아주 작아져버린다. 그 뒤에 들어간 작은 정원에서 케이크를 먹고는 다시 어마어마하게 길어진다. 부채질을 하면 다시 작아지기도 하고, 버섯을 먹으니 목이 길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앨리스는 말도 안 되는 신체적 변화를 겪으면서 또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 휘말리면서 모험 아닌 모험을 하게 된다.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은 기억은 나지만,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받았을 거라는 점이다. 솔직히 이번에 다시 접한 앨리스 이야기는 좀 말이 안 된다. 내가 너무 자라버려서 이제는 꼬마 앨리스와 소통이 불가능해진 것일까? 갑자기 우울함이 내 속에서 번져 나오는 것만 같다. 씁쓸한 일이다.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에서 여러 모험을 통해 신기한 일들을 겪게 되지만, 그것 못지않게 나를 당황시킨 것은 어마어마한 말장난들이었다. 책 속에서 등장한 말장난들 모두가 완벽하게 이해되지도 않았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영어공부를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 부분이기도 했다. 만약 이 책을 지금 원서로 읽고 있다면, 나는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을까? 하고 생각하니, 어디선가 슬며시 나를 향한 조소가 흐르는 것 같다.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를 커가면서도 자꾸 읽게 되는 이유는 뭘까? 동화 속에는 동화 이상의 그 무언가가 들어있는 게 분명하다. 어린이에게는 꿈과 환상을 심어 주지만, 어린이의 알을 깨고 나온 사람들에도 동화는 또 다른 무엇을 쥐어준다. 그것은 동화를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게는 순수와 명랑, 그 속으로 돌아가라는 메시지로 다가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음, 재미있군, 아이들한테 좋은 동화겠어.’하고 그냥 지나쳐 버린다면, 내게는 아무런 감성을 주지 않았던, 그냥 스쳐지나간 책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읽고서 그 속으로 동화될 수 없음을 아쉬워하는 동시에, 순수한 마음과 영혼을 바라는 감성을 갖게 된다면 거기에 이 책을 읽은 새로운 의의가 생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로는 온전히 표현할 수 없어 답답한 마음도 있지만, 앨리스는 내게 그런 것들을 주었다. 순수를 잃지 않고 사는 내가 되기 위해 언젠가 또 다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어야겠다. 


  “길 좀 가르쳐 줄래? 
    여기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어.” 
  “그야 네가 가고 싶은 곳이 어디냐에 달렸지.” 
  “난 어디든 상관없어.” 
  “그럼 네가 가고 싶은 길로 가렴. 
    계속 걷다보면 어딘가에 도착하게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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